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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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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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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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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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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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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23쪽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DUMMY

제 14화. 위기를 기회로


루안 일행은 타오에 밤늦게 당도하였기에 우선 첫날은 방을 구하고 숙박부터 해야 했고 본격적인 타오에서의 활동은 다음날 시작하였다.

루안과 희아는 계속 벼르던 보석을 처분하려고 했지만 루카는 보고와 다델과의 약속을 잡기 위해 먼저 그린빈 본부로 출발한 후였고, 쿠빌린도 모골린에 안부를 전하기 위해 우편국으로 향했기에 둘만이 움직여야 했다.

다른 것을 하는 데는 굳이 루카나 쿠빌린의 힘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보석 같은 것은 시세라는 것이 있기에 둘만 가기엔 좀 불안하긴 했으나 별다른 도리도 없으니 우선은 보석상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타오의 도심은 굉장히 복잡했는데, 바토르 같은 경우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바토르 대로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면, 타오는 격자모양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골목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렇다보니 루안과 희아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보석상을 찾을 수 있었다.

협소한 보석상 입구를 열고 들어가자 뱁새처럼 생긴 주인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내 실망한 듯 힘없는 소리로 루안과 희아를 맞았다.


“어서 오시오들. 젊은 친구들이 예는 어떻게 왔소? 다 비싼 것 들 뿐인데······.”

“안녕하세요, 가지고 있는 귀금속이 있어서 처분을 좀 하고 싶은데요.”

“그래요? 어디 한 번 봅시다. 뭘 갖고 오셨어?”


희아는 품속에서 연둣빛이 도는 타원형의 구슬 하나를 꺼내었다.

주인은 돋보기가 가득 달린 안경을 꺼내 쓰고는 구슬을 받아들었다.


“색이 묘하네 그려, 비취인가······?”


딱 봐도 철없는 것들이 엄마 보석함을 털어 온 것 같은 느낌에 별 기대 없이 받아든 주인은 구슬을 살펴보더니 서서히 표정이 변해갔다.


‘이, 이것은, 옥!?’


원래 이 세계에는 옥이라는 광물이 매장되어 있지 않았으나, 900년 전, 이세계의 종족들이 들어오면서 함께 넘어온 광물 중 하나였는데, 신비로운 녹색 색감과 미려하게 가있는 구름 모양의 무늬를 가진 옥은 굉장히 많은 양의 마나를 축적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가지고만 있어도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러한 광물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광물이 넘어와 봐야 얼마나 많은 양이 넘어왔겠는가?

당연히 극소량이 있을 뿐이었고 현재 이런 광물들은 거의 대부분 국가 단위로 점유하고 있는 상태라 시중에 나왔다면 대부분이 장물이었다.


“이, 쪼끄만 놈들이! 너희 이거 어디서 났어! 앙?”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화를 내는 보석상 주인의 반응에 루안과 희아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네? 우리 집 창고에 있던 거예요. 왜요? 갑자기 왜 성을 내는 거야 이 아저씨가?”

“오호라, 그렇단 말이지? 너희들 조금만 기다려라.”


그러더니 주인은 자기 뒤에 놓인 작은 수정구를 두 번 두드렸다.


삐삐삐삐삐삐삐삐-


그러자 강렬한 소음과 함께 바닥에서 철창이 올라와 루안과 희아를 가둬버렸다.


“아니, 이게 뭐야! 이 아저씨가 진짜 해보자는 거야?”

“저기요, 대체 왜이러시는 거예요?”


루안과 희아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헹, 왜 이러긴 뭘 왜 이래. 누굴 죽이려고 뻔뻔스럽게 장물을 가져다가 팔아먹으려고 해? 아무튼, 조금만 기다려라 관군들이 올 거니까.”


으득


루안은 이를 악물고 희아에게 물었다.


“이거 부숴버릴까, 누이?”

“잠깐만 기다려봐 루안. 아무래도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아. 더 큰 사고는 일으키지 말고 차분하게 대하자.”


그래도 한 살 더 먹었다고 상황을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는 희아였다.


“이보세요, 그건 장물이 아니라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품목 중 하나예요. 우리가 미쳤다고 훔친 걸 이렇게 판매하러 왔겠어요?”


희아는 차분히 주인을 설득하려고 했다.


“아, 그런 건 모르겠고 나중에 관군에게나 얘기해라. 너희 같은 것들을 내가 한 두 번 본 줄 알어?”


주인은 콧방귀조차 뀌지 않았다.


“충성, 국군 치안 분대장 디미트입니다. 신고가 접수되어 왔습니다.”


관군들은 금방 도착하였다.


“어서들 오시구랴. 다름이 아니고 요놈들이 장물을 가지고 왔소.”

“아니에요! 우리께 맞다구요!”


루안이 답답한 듯 소리쳤다.

하지만 관군은 루안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주인에게로 걸어갔다.


“장물이란 증거는 있습니까?”

“증거? 그런 거 필요도 없소. 자, 보시오. 이게 뭐로 보입니까? 아, 글쎄 옥이라니까, 옥! 법치국가 캐내딘에서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이유?”


관군은 구슬을 바라보다 옥이라는 말에 바로 돌아섰다.


“현 시간부로 너희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거부 및 도주할 시 캐내딘의 국법에 따라 가중처벌 됨을 명심하라. 포박해.”

“네? 잠깐만요, 우리 말 좀 들어봐요.”


희아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함께 온 분대원들은 철창을 내리고 루안과 희아를 구속했다.


“빠른 신고 감사합니다. 장물은 저희가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하시오. 아주 고생이 많소들 그려.”

“그럼, 이만. 자 연행한다.”


분대장이 앞장서 나가자 분대원들은 구속된 루안과 희아의 팔짱을 끼고 끌고 나갔다.


“아, 억울하다고!!!”


루안의 외침이 뒤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캐내딘의 치안을 담당하는 국군 치안 센터는 소대급 병력으로 나뉘어서 타오 여기저기에 분포되어 있는데, 그 중 한 센터의 취조실에서 분대장 디미트가 젊은 두 청년을 심문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너희들 형량에 도움이 될 거다. 자, 바른대로 말해. 어디서 났어?”




루안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아! 글쎄, 내가 몇 번을 얘기합니까? 그 옥은 장물이 아니라고! 원래 우리꺼란 말이에요 우리꺼!”

“이미 옥이라는 것에서 장물임이 확실한데, 왜 자꾸 우기는 거지? 게다가 저 정도 사이즈의 옥이라면 어마어마한 위력의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어느 국가에서 소지하고 있을 물건이라는 거지.”


아티팩트란 마법이나 주술이 담겨있는 장신구를 말했는데 장신구를 구성하는 광물의 종류나 질량에 따라서 강력한 위력을 내뿜는 병기가 될 수도 있었고, 옥이라는 광물은 그 중에서도 굉장히 높은 등급의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는 광물이었다.

따지고 보면, 보라매도 일종의 아티팩트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 설명을 드렸잖아요. 저 옥은 대대로 우리 가문에 내려오는 보석이라니까요? 현금이 없어서 그걸 처분하려고 했던 것뿐이에요.”


희아가 다시 한 번 찬찬히 설명했다.


“그래, 좋다. 그럼 너희는 무슨 가문의 자제들이지? 이 정도 옥을 보유하고 있는 가문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곳일 텐데?”

“그, 그건······.”


희아는 순간 당황해서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고려인이라는 것을 밝혀야 할지 난감한 것이었다.


“자, 됐고. 너희랑 얘기해봐야 답도 안 나오니, 너희 부모님이 누군지 말해라.”

“안 계시는데요.”


루안이 뾰루퉁하게 대답했다.


“그럼 보호자도 없어?”

“루카랑 함께 다녔어요.”

“루카?”

“네, 그린빈의 소대장 루카요.”


디미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에다 소리쳤다.


“이봐, 그린빈에 연락해서 소대장직의 루카란 자가 있는 지 확인해보고 소환하도록 해. 너희는 루카가 오고나면 다시 얘기하자.”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버리는 디미트였다.

루안과 희아는 서로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에휴.”


영 첫인상이 좋지 못한 캐내딘이었다.


##


“실례합니다. 호출을 받고 왔습니다만.”

“아, 어서 오십시오. 그린빈의 루카 소대장 맞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근데 군에서 왜 저를······?”


루카는 의아했다.

용병왕과의 만남 일정을 잡기 위해서 본부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던 루카는 뜬금없이 군의 호출을 받고 한 국군 치안 센터에 오게 되었다.


“저는 분대장 디미트입니다. 오늘 장물 관련 현행범으로 잡힌 두 청년이 보호자로 루카씨를 지목해서 호출하게 되었습니다.”

“네? 두 청년이라면······. 아, 설마.”


루카의 머리에 루안과 희아가 스쳐지나갔다.

둘이서 보석을 팔러 간다기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었나보다.

디미트의 뒤를 따라 들어간 취조실에는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난감한 표정으로 루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 제가 보호자가 맞습니다. 그런데 장물이라뇨? 대체 무슨 일입니까?”

“오늘 이 두 친구가 보석상에다 판매하려고 한 품목이 옥이었습니다. 게다가 바로 아티팩트를 만들 수 있는 정도의 크기였구요.”

“옥이라구요?”


루카는 골을 짚었다.

보석을 판다기에 그냥 사금 정도겠거니 생각했는데 옥일 줄이야.


“네. 자신들의 가문에서 내려오던 걸 판매하려고 했다는데······. 설명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루카는 미친 듯이 짱구를 굴리다가 가문이라는 말에 옳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군요. 사실 이 두 분은 모골린 디오 백작가의 혈육들이십니다. 저택을 나오면서 챙겨 오신 듯합니다.”

“모골린의 디오 백작가라면······. 맙소사 챠키즈 전 백작의 자제들이란 말입니까?”


디미트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렇습니다. 친자식인 쿠빌린 백작과는 사촌지간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증거로 현재 쿠빌린 백작이 이 곳에 와 있습니다.”

“뭐라구요?”


다른 나라의 백작이, 게다가 그 나라의 수뇌부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비밀스레 캐내딘에 입국했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백작가 자제들과 여기 계셔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디미트는 루카에게 이 곳에 있을 것을 지시하고 급하게 나가버렸다.


“루카, 어째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 같은데요?”


희아가 걱정스레 물었다.


“어쩔 수 없어. 너희들 문제는 해결을 할 수 없이 바로 재판에 회부 될 거란 말이야. 조금 힘들긴 해도 그나마 해결 가능한 쿠빌린에게 떠넘기는 수밖에. 그나저나, 너희는 어떻게 된 게 가는 곳 마다 무언가가 일어 나냐?”

“우리도 원해서 이런 건 아니라고요.”


루안이 힘없이 대답했다.


##


쿠빌린은 금방 발견되어 구속되었고 이들은 모두 묶여 캐내딘의 최고행정처로 옮겨지게 되었다.

캐내딘 공화민국은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국가의 수장을 국민들의 투표로 결정하는 굉장히 파격적인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국가였다.

그렇기에 왕궁이 있거나 귀족이 있거나 한 것이 아니라서 최고행정처라는 독특한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군사들은 루안 일행을 거대한 원탁이 놓인 회의장으로 압송하고 구속을 풀어준 후 자리를 떴다.


“쿠빌린,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희아가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으로 쿠빌린에게 사과했다.

저 가증스러움에 치가 떨리는 루안이었다.


“오, 레이디 희. 전혀 미안할 것 없어요. 절 팔아먹은 건 그대가 아니라 저기 있는 천박한 용병이니까요.”

“에헴.”


루카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이것 또한 나쁘지 않군요. 지금 본국에서는 차인과의 전쟁을 준비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이렇다 할 승기가 잡히질 않으니 시작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전 캐내딘을 끌어들이겠어요.”


쿠빌린은 확실히 영리한 사람이었다.

압송되는 그 짧은 순간을 장물 범죄에서 외교로 옮겨가는 전략을 세운 것은 정말 괜찮은 한수 인 것이다.


벌컥


그 순간, 전면부에 있는 큰 문이 열리더니 중년의 여성과 그를 수행하는 듯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여성은 원탁의 가장 상석에 앉더니 루안 일행에게 자리를 권했다.


“반가워요, 앉으시죠.”


쿠빌린은 예를 갖추고는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루안과, 희아, 루카도 쭈뼛대며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여성이 입을 열었다.


“나는 캐내딘 공화민국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패트리 던컨이라고 합니다. 쿠빌린 디오 백작. 그리고 루카, 캐내딘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두 분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희아는 쿠빌린에게 미리 언질 받은 대로 빠르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저는 희아 디오구요, 여긴 제 동생인 루안 디오에요.”

“좋아요, 디오 남매. 자, 그럼 누가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패트리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로웠다.


“제가 말씀드리죠. 우선 별다른 전달 없이 귀국에 이러한 소동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사과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셔야죠. 제법 불쾌하답니다.”


쿠빌린이 정중하게 사과했으나 패트리는 한 번 더 꼬집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분명 본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똑같이 불쾌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렇게 했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패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말해보시죠.”

“우선 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본국은 가장 강력한 검사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같은 친나의 연합국인 차인과 대륙 밖 제이프에 있었습니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챠키즈 전 백작의 죽음에는 유감을 표합니다. 그러나 차인과 제이프는 그 일을 부정한 걸로 알고 있어요.”

“네, 제 눈으로 직접 챙샹과 콘웰이 챠키즈 전 백작님께 검을 찔러넣는 것을 보았으나 그들은 간악하게도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친나의 맹주국으로써 새롭게 친나를 개편하고 차인을 멸망시키려 합니다.”


쿠빌린이 엄청난 말을 하자 패트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모골린의 승리를 점칠 만 한 상황은 아닐 텐데요?”

“그렇습니다. 사실 챙샹을 보유한 차인의 승률이 더 높은 것은 맞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캐내딘에 이러한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제이프야 제이프의 진출을 반기지 않는 루시아가 대신 해결해 줄 겁니다. 문제는 차인인데······.”


쿠빌린은 말끝을 흐리며 패트리의 눈치를 살폈다.

알아챈 패트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며 쿠빌린을 독촉했다.


“그래서요?”

“캐내딘에서 저희 모골린을 도와주십시오. 국군 원수 트루도를 지원해주신다면 차인 따위야 우리 상대가 되질 못합니다.”


캐내딘의 국군 총수권을 가지고 있는 트루도 역시 폴틴 마스터즈의 일원이었다.


“챙샹만 막아내면 차인 따위야 우습다? 확실한 겁니까? 애초에 차인과 모골린은 백중세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걱정 마십시오. 무조건 모골린의 압승입니다.”

“그렇게 예상하는 이유는요?”

“용병왕이 우리의 편에 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


그린빈까지 모골린에 가세하여 용병왕이 출전한다면 두 명의 마스터즈가 캐내딘과 모골린 연합에 함께하게 되는 것이니 승패는 자명한 일이었다.


“이 얘기를 하려고 일부러 어린 동생들을 시켜 장물아비인척을 한건가요?”

“차인과 제이프의 눈을 피해 귀국에 접촉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방식이 아니면 비밀리에 대통령님을 만날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아주 영악하군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어느 덧 희아와 루안의 삽질은 쿠빌린의 계책이 되어 있었다.


“용병왕이 모골린의 편에 선다면 모골린이 차인을 벌하는 것은 가능하겠군요. 좋습니다. 자 그럼 두 개의 질문을 하죠. 첫째, 용병왕이 모골린의 편에 선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그는 용병이니 차인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차인에 붙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패트리의 눈빛은 마치 쿠빌린을 꿰뚫는 듯 했다.


‘역시, 보통 여자가 아니군.’


속으로 감탄한 쿠빌린은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답변했다.


“용병왕은 우리를 도와야 하는 큰 이유가 있습니다. 죄송하게도 이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자세히 밝힐 수가 없습니다. 여기 루카 소대장이 함께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만 말씀드리죠.”


패트리는 루카를 슬쩍 본 후 대답했다.


“좋아요. 미심쩍은 답변이지만 우선 넘어가도록 하죠, 둘째. 캐내딘이 모골린과 연합하여 얻는 이득은 무엇이죠?”


쿠빌린이 눈을 빛냈다.

이 질문이 나왔다는 것은 캐내딘에게 좋은 당근을 제시하면 수락을 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캐내딘은 매우 강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리적인 요건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안 좋은 나라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북으로는 베툰 마의숲, 서로는 캐스탄, 동으로는 브리딜, 남으로는 나이가 레이크와 샤라 데저트. 사실상 사면초가의 상황을 매일 겪는 고통의 나라가 이 나라였다.


“제 스트레스의 8할이 그 이유죠. 그런데요?”

“만약 차인을 무너뜨리게 되면 모골린은 새로운 친나를 편성할 것입니다. 캐내딘이 새로운 친나로써 국가연방에 가입하게 되면 적어도 캐스탄과 브리딜의 견제에서는 벗어날 수 있으실 겁니다.”


엄청난 딜이었다.

친나의 새로운 자리를 캐내딘이 가지게 되면 모골린과 국경을 접함으로써 서로의 교역로도 활성화가 되고 캐스탄과 브리딜이 함부로 공격 할 수 없는 강력한 우군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캐내딘이 받고 있는 사방의 핍박에서 절반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나를 만난 이유가 있었군요. 우선 그대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일단 이 사항은 저 혼자 결정 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각 부처의 수장들과 의견을 조율 한 후 모골린에 공식적으로 캐내딘의 입장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물론 그전에 쿠빌린 백작에게 먼저 말씀을 드리죠. 그 기간 동안 캐내딘은 쿠빌린 백작 일행을 귀빈으로써 대우하겠습니다.”

“좋은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대통령님.”

“귀빈들을 위한 숙소를 내어드리죠. 안녕히 돌아가세요.”


패트리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희아가 급하게 그녀를 불러 세웠다.


“아! 저, 대통령님!”

“왜 그러시죠, 희아 양?”

“저희 옥은······.”

“호호호호호, 숙소로 전해드리죠. 되었나요?”

“아, 감사합니다.”


희아는 꾸벅 인사했다.


“그럼 이만.”


패트리는 다시금 자리를 벗어났다.

캐내딘에서 준비해 준 숙소로 향하는 마차에 오른 일행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이걸로 또 한 건 겨우 해결됐네요. 현금 벌기가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루안이 넋두리를 했다.


“루안, 루안에게 할 말이 있어요.”


쿠빌린이 진중한 표정으로 루안을 불렀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루안은 긴장한 채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쿠빌린.”

“우리 모골린을 도와주세요, 루안.”

“전쟁에 참여하라는 얘기인가요?”

“아뇨, 그런 말이 아니에요. 어차피 우리야 루안의 정체를 아니까 시원하게 얘기할게요. 일이 이렇게 된 거, 우리 모골린은 용병왕이 꼭 필요하게 되었어요. 용병왕은 사일라의 독립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니, 루안의 정체를 알게 되면 필히 루안의 부탁은 다 들어줄 거라고 봐요. 용병왕에게 루안의 정체를 밝히고 저희 모골린을 도와 달라 말씀해주세요.”

“하지만······.”


루안이 말끝을 흐렸다.


“어려운 부탁인거 알아요, 루안. 대신, 일이 잘 풀려 새로운 친나가 건설된다면, 새로운 친나 또한 사일라의 독립 운동을 깊이 지원할게요. 전, 그 정도의 책임은 질 수 있는 사람이에요,”


처음으로 진지하게 부탁하는 쿠빌린의 모습에 루안은 많이 난감했다.

그것을 본 희아가 대신 나섰다.


“쿠빌린, 사실 루안에게 사일라는 굉장히 아픈 구석이에요. 트라우마도 있구요. 쿠빌린의 뜻도 잘 알았으니 루안이 생각할 수 있게 조금만 시간을 주지 않겠어요?”

“아, 미안해요. 레이디 희, 미안해요. 루안. 너무 내 생각만 했네요. 충분히 생각해보고 나에게 대답해줘요, 루안.”


루안은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루안은 사일라의 백성들에게 얼굴을 내밀기가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자기 혼자 조국을 잊고 살았다는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어찌 하여야 하나 싶었지만 루안은 이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얼마 안가 알게 된다.


##


“드디어 만나주시네요, 총관님.”


초리스는 시계를 보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하암~, 이해하게나. 루카. 자네 전에 몇 명을 만났는지 셀 수도 없어. 나도 얼른 퇴근해야겠으니 얼른 본론을 꺼내게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한 건가?”

“소집령과 관련해서 단장님을 만나야겠습니다.”

“나에게 먼저 보고하게. 내가 전달하지.”

“아뇨, 이건 단장님께 직접 전달해야 될 일입니다.”


초리스는 루카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기에 그러나?”

“그걸 단장님께 직접 얘기해야 된다는 겁니다. 꼭이요. 일정을 잡아주세요.”

“안 그래도 단장이 마의 숲에 갔다가 오늘 돌아왔네. 내일이면 되겠나?”

“부탁드립니다, 총관님.”

“알겠네. 내일 오전 10시에 본부로 오도록 하게.”


루카는 일어나서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총관님. 내일 뵙도록 하죠.”

“그러지. 어서 가게, 나도 가야겠으니.”


루카는 초리스를 뒤로 하고 숙소를 향했다.


##


루안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준비를 하고 그린빈을 향할 준비를 했다.

그린빈 본부는 지금까지 본 길드 건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으리으리했다.

모골린에서 봤던 백작 저택 건물과 비슷한 정도의 크기려나?


“단장실은 5층이야.”


루카는 자신 있게 앞장서 걸어갔고 그런 루카를 따라가는 루안은 묘한 긴장감이 얼굴에 그려졌다.

왕족들이 못하는 일을 대신하여 사일라를 다시 부흥시키려는 남자.

제이프의 마수에서 사일라를 구해내려는 그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단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루카는 단장실 앞에 자리하고 있는 비서에게 말을 전했다.

비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장실을 노크하고는 기별을 넣었다.


“오늘 약속된 루카 소대장이 왔습니다, 단장님.”

“들어오라고 해.”


안에서 묵직한 기운이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가시죠, 루카 소대장님.”


비서는 문을 활짝 열고는 입장을 권했다.

일행들은 단장실 안으로 들어갔고 쇼파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는 자그마해 보이는 키에 어울리지 않는 굵은 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큰 팔뚝으로 섬세하게 대나무를 깎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단장님.”


루카는 고개 숙여 남자에게 인사했다.


“음, 어서 와, 루카 소대장. 직접 보고할 일이 있다지?”


남자는 대나무에 집중하며 루카에게 말을 건넸다.

그 목소리에는 힘과 기품이 실려 있었다.

그런 그가 바로, 4년 전 혜성같이 나타나 마스터즈의 자리에 오른 그린빈 용병단의 단장, 용병왕 다델이었다.


작가의말

루안이 드디어 다델을 만났네요.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_^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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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31 조세비
    작성일
    20.06.02 01:39
    No. 1

    첫 댓글과 첫 추천으로 좋은 글 응원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6.02 12:21
    No. 2

    조세비님,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ㅠ 첫 댓과 첫 추천이라니.... 너무도 큰 힘이 됩니다! 완결까지 힘내겠습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동네선수
    작성일
    20.06.02 12:31
    No. 3

    스틱님 안녕하세요 글 읽어봤어요.

    문장에서 설명문에 --였고,-- 지만, --했다. 이런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화1
    설명
    대화2
    설명

    위에 같은게 아니구요

    대화1
    대화2
    그다음 부연설명 들어가야 돼요

    대화가 끊기면 안되죠 ,,

    대화문과 설명문의 경계는 한칸을 두시는게 좋아요
    너무 글이 위아래가 붙어 잇어요 .

    조금만 문단을 손을 보시면 좋은 글이 될거라 생각을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7 동네선수
    작성일
    20.06.02 12:35
    No. 4

    좋은 문단이 된다면 주인공 등 묘사가 쉬워집니다. 그만큼 독자에게 전달이 빠르게 되고 이해력이 올라가요 ^^
    긴 문장의 대화를 현실에서 4줄 이상해보세요
    아마 다 도망 갈겁니다. 친구들이요 그런 대화문은 2-3줄로 마감하시면 좋아요

    웹소설은 문단을 간결하게 하여 독자들의 이해력을 올리는게 좋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7 동네선수
    작성일
    20.06.02 12:35
    No. 5

    동료 작가로서 드리는 조언입니다. 건필하세요 ~~ 좋은 6월 되시구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6.02 15:11
    No. 6

    동네선수님이 해주신 말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_^ 다만 그전에 작성해놓은 세이브들이 아직 있어서 그건들은 그대로 올라갈 것 같네요 ㅎㅎㅎ 이후 작성은 동네선수님의 조언처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_^ 다시 한 번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쏙소리
    작성일
    20.06.02 12:45
    No. 7

    재밌게 읽고 갑니다. 댓글도 유익한 내용이. 틈나는 대로 와서 정주행 노력해볼게요.
    힘내세요. 화이팅~~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Hwan타스틱
    작성일
    20.06.02 15:13
    No. 8

    큰 힘이 됩니다! 자주 방문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1.12.15 22:31
    No. 9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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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2 15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5 13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8 15 18쪽
»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8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38 15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5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80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5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5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5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1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5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4 17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7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5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5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2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9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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