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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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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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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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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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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26쪽

제10화 : 모골린의 별

DUMMY

제 10화. 모골린의 별


“어서 오시오, 젠시 기사단장.”


인사를 받은 젠시 연방 기사단장 챙샹은 얼굴이 잔뜩 굳어있었다.


“대체 무슨 수작이오? 제이프의 비열한 짓거리들은 이미 충분히 봐왔다 생각하는데, 더 무슨 짓을 하려는 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새뮤린 기사단장이 검을 뽑아들었다.


“감히 지엄한 황제폐하의 신민인 내 앞에서 혀를 그 따위로 놀리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챙샹?”


챙샹도 검을 뽑았다.


“흥,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단 것이냐? 어떻게 우리 주군을 구워삶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만한 너희들의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둘은 기세를 일으켰다.

당장 충동할 것 같은 둘 사이로 켄퍼가 끼어들었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오. 우리는 대업을 앞에 두고 있소. 어쨌든 두 사람은 각자의 주군에게서 명을 받고 수행하고 있는 기사의 입장들이 아니오. 그러니 지금은 임무 수행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오.”


켄퍼의 말이 옳았기에 둘은 어쩔 수 없이 검을 집어넣었다.


“어찌되었든, 이 일이 끝난 후 다시는 국왕 전하에게 접근하지 마시오. 더는 전하의 총기를 흐리지 말라 이 말이오.”


챙샹은 말을 마친 후 행단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큭큭큭, 걱정 마시오.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그런 챙샹의 뒤로 켄퍼가 속삭였다.


##


희아와 루안은 저택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 왕검의 전언이 왔다.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군요. 우선 가능한 선에서는 제이프의 행동을 제지하세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무조건 달아나셔야 합니다. 왕검으로써 무사들에게 위협이 갈만한 상황은 절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상이다,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지.


전언을 모두 전한 보라매는 다시 희아의 팔찌속으로 돌아갔다,


“누이, 행단이 도착한다고 한 날짜가 내일이지?”

“맞아, 내일 저녁이라고 그랬어.”

“정말 챠키즈 백작님을 노릴까? 챠키즈 백작님은 글로리아 마스터잖아. 가능성이 있는 걸까?”

“글쎄······. 사실 잘 모르겠어. 그런데 제이프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유명하니까, 조심할 필요는 있을 거야.”

“후······. 좋아, 놈들이 어떻게 나오든, 본때를 보여주겠어.”

“여기 있었냐?”


언제 돌아왔는지 루카가 나타났다.


“보고는 마무리했어요?”


루카는 오전까지 쿠빌린과 나눴던 대화를 종합하여 길드에 보고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래, 잘 마무리 했다. 그나저나, 왕궁에서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지?”


루안이 대답했다.


“네, 쿠빌린이 그러는데 왕궁에서는 차인이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나 봐요. 그나마 다행인 건 챠키즈 백작님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나서실 수도 있을 것 같대요.”

“다행이네. 제이프 놈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준비했든 간에, 챠키즈한테는 쉽게 먹히지 않을 거야. 아휴~ 그럼 이제 들어가 쉬자. 밤이 늦었어. 내일 몸 쓸 일 많을 것 같은데, 컨디션 조절해야지.”


루안과 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루카를 따라 옥상을 내려갔다.


##


“전하, 큰일 났습니다.”


대전으로 기사 하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이냐?”


대전의 가운데 거대한 왕좌의 앉은 모골린의 국왕 기즈 카간 3세는 기골이 장대한 전형적인 장성의 상이었다.


“차인에서 오던 물자 행단이 원인 모를 적들에게 습격당했다고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차인의 행단······? 혹여, 쿠빌린이 이야기했던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기즈는 얼마 전 대수롭게 넘겨버린 쿠빌린의 말이 떠올랐다.


“전하, 제가 가겠습니다.”


도열해있던 챠키즈가 나서며 말했다.


“백작이? 굳이 백작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는가?”

“제가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행단의 일은 저에게 맡기시고 전하께옵서는 혹시나 모를 불상사들을 대비해 기사들과 병사들을 전투태세에 돌입하라고 하명하시옵소서.”

“그래, 내 그리하겠다. 백작은 다녀오라.”

“알겠습니다.”


##


벌컥


“놈들이 온 것 같군요. 힘을 빌려주시겠습니까?”


쿠빌린이 객실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었다.


“저흰 준비되어 있어요, 쿠빌린.”


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선 따라오시죠, 백작께서는 먼저 위치로 움직이셨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쿠빌린?”


이번엔 루안이 물었다.


“행단이 바토르 성벽 입구 약 4Km 지점에서 누군가의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전부 평야이기 때문에 성벽 위에서 위치가 미세하게 보이긴 한다고 합니다만, 우선 근처까지 가봐야 할 것 같군요.”


땡땡땡땡땡


분주히 저택을 벗어나려고 하는 이 때 갑자기 다급한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뭐지?”


루안이 궁금증을 내비치는 동시에 쿠빌린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저 소리는, 바토르가 침략 당했음을 알리는 성벽의 신호입니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되겠군요.”


저택 입구에는 말이 4마리 매져있었다.


“말을 타고 성벽입구를 향해 가시죠.”


쿠빌린은 능숙히 말에 올라타고 먼저 박차를 가해 뛰어갔다.

루안 일행도 분주히 쿠빌린을 쫓아갔다.

약 15분가량 열심히 말을 모니 성벽에 도착 할 수 있었는데, 병사들이 성벽에 도열하고 있었으나 이렇다 할 공격이 있진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쿠빌린이 말에서 내려 책임자로 보이는 자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오! 쿠빌린님. 잘 와주셨습니다. 성벽 밖에 마물들이 나타났습니다.”

“마물이요?”

“예, 그러지 마시고 직접 성벽에 올라 확인해 보시죠.”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확인은 해야겠기에 일행들은 성벽 위로 올라갔다.


“맙소사······.”


마치 거대한 늑대와도 같이 생긴 마물들이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성벽 입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저렇게 사납게 생긴 것들이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성벽을 노려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저러고 있었나요?”

“네, 쿠빌린님. 나타난 지 이제 20분 정도 밖에 되진 않았습니다만, 이상하게 공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공격을 해보았더니 그것에만 반응하고 방어할 뿐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더군요.”


꽝꽝


갑자기 터질 듯한 폭렬음이 들렸다.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곳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나는 소리였다.


“저건?! 아! 설마! 우리를 가둬두려는 것인가······?”


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소. 저들이 노리는 건 처음부터 챠키즈 백작뿐이었던 거야.”

“성문을 열어주세요.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하지만 쿠빌린님. 어떻게 저것들을 뚫고 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저에겐 강한 일행들이 있어요. 그러니 어서 성문을 열어주세요.”

“그럼, 알겠습니다.”


성문 책임자는 다급하게 아래로 뛰어갔다.

멀리 올라온 불길을 바라본 쿠빌린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어려 있었다.


##


행단이 습격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나온 챠키즈 백작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행단에는 마차들만 도열해있고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는데, 습격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시체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쿠빌린의 말이 사실인 것 같군.”


아무리 봐도 수상한 모습에 챠키즈 백작은 차인과 제이프가 무언가 작당을 꾸미고 있을 거란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사실 크게 얻을 것은 없어 보이나, 조금의 정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백작은 마차 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마차는 안에 이렇다 할 특별한 것은 없었으나, 안장의 시트가 완전히 부풀지 않은 걸로 봐서는, 이 장소까지는 누군가 타고 있긴 했던 것 같다.

그 외 별다른 소득 없이 백작은 두 번째 마차에 올랐다.


새애액


백작이 마차에 들어간 그 순간, 갑자기 마차의 문이 닫히더니 무언가 새는 소리가 났다.

챠키즈 백작은 전광석화와 같은 손놀림으로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 외에 어떠한 변화도 없자 백작은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흥, 같지도 않은 장난질을 해놓았군.”


그렇게 말한 백작은 다시 검을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윽.”


외마디 신음과 함께 백작은 단전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백작은 다급하게 마차의 문을 열고 나왔는데, 아까는 없었던 세 명의 인영이 서 있었다.


“음······. 누구냐?”


백작은 단전의 고통으로 요동치는 마나를 억지로 갈무리하며 물었다.


“반갑소, 백작. 나는 위대한 황제폐하의 명을 받는 켄퍼라고 하외다. 우리 제국이 십수년이 넘는 연구를 통해 만들어낸 독극물을 어디다 사용해보나 했는데······. 백작 덕에 한 번 사용해 보게 되는구려.”

“흥, 역시 비루한 섬나라의 원숭이들답게 하는 짓이 추잡하기 그지없구나. 무슨 독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챠키즈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고 앞을 겨누었고, 순간 그에게서 기세가 일어나자 세 사람은 거대한 태산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운만으로도 마스터의 일원인 자신의 오금을 저릿저릿하게 하는 상대의 막강함에 켄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단티엘 플레어를 살포하였는데도 이 정도라니······. 글로리아란 칭호는 정말 소름이 돋게 하는군. 자, 우리도 준비합시다.”


챙샹과 새뮤린 기사단장도 검을 뽑아올렸다.


“한 명의 검사로써, 위대한 검인 당신과 이런 식으로 손을 섞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존경을 담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챙샹은 상대에 대한 예를 잊지 않았다.


“빈 말은 되었다. 오라.”


두 명의 기사단장들은 찬란한 오러 블레이드를 검에서 뽑아 올리고 순식간에 백작 앞으로 쇄도했다.

새뮤린 기사단장의 검은 제이프의 전통 검술인 디묘로, 극쾌를 자랑하는 검술이었고, 젠시 기사단장의 검은 그만의 독창적인 검술인 화화(花化)검으로, 엄청난 수의 검로를 그려내는, 그야말로 변화무쌍의 검이었다.

너무도 다른 스타일의 극강 고수들이 쇄도해오니 백작도 사력을 다했다.

비록 마나를 운용하기 힘들어 문제점이 있었지만, 그는 검술만으로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자리에 올라간 사내였다.

순간적으로 목을 향해 치고 들어오는 새뮤린 기사단장의 검을 손목만 돌려 쳐내면서 화화검의 검로 한 중앙으로 깊숙이 검을 찔러 넣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청명한 빛을 뽑아내는 화려한 검무는 단 일검에 꽃들이 찢어지며 무너졌지만 이내 또 다른 꽃들을 피어내며 일검을 막아냈다.

마나의 운용이 어려워 백작의 오러 블레이드는 그리 짙은 색을 내지는 못하였지만 밝게 빛나는 오러들 사이에서 고고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파이어 게이저!”


켄퍼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순식간에 스펠을 읊고 6서클의 강력한 마법, 파이어 게이저를 시전하자, 백작의 발 아래로 뜨거운 기운이 몰리기 시작했고 이내 어마어마한 불기둥이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백작은 힘겹게 마나를 끌어올려 오러 블레이드를 실처럼 뽑아냈고 실들이 얼기설기 엉키더니 하나의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파이어 게이저가 우습게 막히자 켄퍼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빠르게 다음 스펠을 읊었다.


“파이어 볼!”


2서클에 해당하는 쉬운 마법이지만 켄퍼가 파이어 게이저에서 뿜어낸 불길을 사용하여 마법을 쓰자 수많은 수의 화염구가 생겼고 백작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백작은 검막을 거두어내고 가벼운 발놀림으로 화염구를 피해내며 새뮤린 기사단장에게 오러를 날렸다.

새뮤린은 기사단장은 오러를 마법처럼 발사하는 말도 안 되는 검술에 기가 막혔지만 서둘러 검을 휘둘러 오러를 막아냈다.




새뮤린 기사단장의 검에서 엄청난 폭음이 나며 겨우 경로를 틀어 다른 곳으로 오러를 날려 보냈지만 어마어마한 위력이 담긴 오러를 받아낸 두 손은 고통으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크윽.”


하지만 백작은 이미 새뮤린 기사단장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챙샹에게로 돌진한 상태였다.

챙샹은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꽃들을 그려내었고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어마어마한 경력을 가지고 백작의 앞길을 막았다.

앞에는 여러 송이의 꽃들이 길을 막고 뒤로는 아직도 많이 남은 화염구들이 쇄도해오자 백작은 양손으로 검을 잡고 바닥을 향해 힘껏 꽂아 넣었다.

그러자 폭발적인 충격파가 사방을 덮쳤고 백작 주위의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

백작이 자랑하는 패도적인 독문 검술 모골리아의 실물은 이토록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켄퍼는 슬슬 초조해졌다.

수많은 마물들에게서 추출하고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겨우 만들어낸 마나 파괴 독극물 단티안 플레어를 잔뜩 뒤집어쓰고도 마스터즈 3명을 우습게 상대하는 저 괴물을 과연 죽이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마냥 당황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 백작의 오른쪽을 노리시오!”


충격파에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힌 챙샹은 겨우 몸을 추스르고 백작을 향해 뛰어갔고, 새뮤린 기사단장도 마찬가지였다.

백작은 다시 검을 뽑아들고 그들을 제자리에서 맞았다.

사실 백작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지만 속은 말이 아니었다.

이미 마나는 평소 절대량의 3할 밖에 남지 않았고 단전엔 구멍이 여러 개 생겼는지 그나마 남은 마나도 줄줄 새며 끔찍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익스플로전!”


마법의 마스터들만 사용 가능한 마법. 8서클 비기너의 불꽃 폭발 마법 익스플로전이 백작의 왼쪽에 작렬했다.

순간적으로 밀집된 마나는 불의 기운을 일으켰고 소규모로 응축된 폭발이 백작을 집어삼킬 듯 폭사했다.

백작은 마나가 느껴지자마자 남은 마나를 전부 끌어올렸고 모골리아의 마지막 기술인 '대평야'를 시전했다.

백작의 검끝에서 발생한 도넛 모양의 오러는 점점 커져가며 익스플로전으로 폭사되던 마나를 그대로 없애버렸고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세상에서 지워버렸다.

다가오던 챙샹과 새뮤린 기사단장은 급하게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키며 앞을 막았지만 그 경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튕겨져 날아가 버렸다.


“애, 앱솔루트 실드!”


7서클의 절대방어 마법이 급하게 시전되었다.

세상의 어떠한 공격도 무(無)로 돌린다는 마법이었지만 백작의 대평야를 막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쩌어억


앱솔루트 실드에 큰 금이 가며 깨져버리려 하자 아연실색한 켄퍼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모리 해두었던 비상탈출 마법을 사용했다.


“브, 블링크!”


그 자리에서 켄퍼가 사라지자마자 실드는 깨져버렸고 켄퍼는 겨우 목숨을 보전했다.


“쿨럭”


탈출하느라 급하게 마나를 운용했던 켄퍼는 피가 역류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단 한 번의 수가 불러온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 주위 일대는 초토화되었고 마스터즈 셋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처박힌 것이다.

물론 다들 다급하게 마나를 운용해 부작용이 생긴 탓이 크나 제 컨디션이 아닌 백작의 한 수로 일격에 모두 당했다는 것이 켄퍼는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백작도 정상인 상태는 아니었다.

검을 겨우 들고 있기는 했지만 이미 마나는 단 한 줌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간과할 켄퍼가 아니었다.


“이제 백작의 기운이 다했소! 어서 죽이시오! 죽여! 죽이란 말이야!!”


켄퍼가 악다구니를 지르자 챙샹과 새뮤린 기사단장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백작에게로 다가갔다.

물론 그들의 몸도 정상은 아니었다.

팔뚝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고 입고 있던 갑옷들도 누더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나마 전투가 가능한 상태였다.

챙샹과 새뮤린 기사단장은 결국 백작의 앞에 섰고 이렇다 할 저항을 못 하는 백작의 가슴과 복부에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우리의 비겁함을 용서하시오. 그대의 무(武)는 절대 잊지 않겠소.”


새뮤린 기사단장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백작은 단 한 차례의 신음도 흘리지 않은 채 핏발 선 눈으로 새뮤린 기사단장을 노려보았고 서서히 무릎이 굽혀졌다.

세계 최강의 검사이자 모골린의 영원한 수호자 챠키즈 백작은 이제는 땅이 아닌 하늘에서 모골린을 수호하게 되었고, 그의 나이 향년 60세였다.


“안 돼!!!”

“콘웰!!!”


백작이 쓰러짐과 동시에 누군가 소리쳤고 한 명은 챙샹에게 한 명은 새뮤린 기사단장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그들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각각 쿠빌린과 루안이었다.


##


멀리서 보이는 치솟는 불길과 폭발로 다급하게 성문을 나선 루안 일행은 마물들의 벽을 어떻게 뚫어야 하나 난감했다.


“우선, 제가 앞을 뚫어보도록 하죠. 얼마나 단단할지 벌써 기대가 돼버리는걸요?”


말은 장난스레 했지만 쿠빌린은 신중을 기해 마물을 공격했다.

마물은 위에서 내려다보던 것보다 훨씬 컸는데 일반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덩치에 거대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쿠빌린의 검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앞에 있는 마물의 목을 노렸다.




쿠빌린의 검술 힐포링샤의 특징은 부드러운 움직임에 파괴적인 위력을 싣는 다는 것이었는데 마물은 너무나 손쉽게 쿠빌린의 검격을 앞발로 받아냈다.

놀란 쿠빌린은 검이 막히자 있는 힘껏 뒤로 물러났는데 마물은 쫓아오진 않았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요?”

“누이 우리가 나서자. 쿠빌린, 쿠빌린 덕에 우리가 새롭게 눈을 뜬 경지를 보여드릴게요.”


루안이 희아를 부르며 쿠빌린에게 얘기했다.

루안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고, 쿠빌린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려요. 백작님이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핏줄로써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군요.”

“걱정 마요, 쿠빌린.”


희아는 싱긋 웃어보였고 루안과 품을 밟아 마물을 공격했다.


“이크!”

“에크!”


각자 이크와 에크를 사용하며 마물을 공격한 루안과 희아는 명중시키지 못하고 허공을 때리고 말았다.


크르르르르


쿠빌린의 공격은 받아낸 마물이 이상하게 루안과 희아의 공격은 피해버렸다.


“응? 뭐야, 이것들이. 우릴 무시해?”


순간 짜증이 받힌 루안은 한 번 더 공격하였으나 상황은 똑같았다.


크르르르르


으르렁만 댈 뿐 루안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근데, 그것이 앞에 있는 녀석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루안이 접근하자 그 주위의 모든 마물들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건 희아도 마찬가지였다.

희아가 접근해도 마물들은 별다른 제지를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거 어째······. 저것들이 루안과 희를 피하는 것 같지 않소?”


루카가 쿠빌린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쿠빌린도 뭔가 이상하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렇군요. 흠······. 뭐, 원인은 모르겠지만 여길 쉽게 벗어날 순 있겠군요. 용병씨, 루안과 레이디 희의 뒤로 바짝 붙어요.”


그러고는 쿠빌린은 루안과 희아를 향해 달려갔다.

상황이 이해안가긴 루안과 희아도 마찬가지였다.


“누이, 이것들이 왜 우릴 피하지? 그냥 지나가도 길 터줄 것 같은데?”

“그러게나 말이야. 왜 이러는 거지?”


꽈과과광!!!!


저 멀리서 또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루안과 희아에게 다가온 쿠빌린이 급하게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 레이디 희, 루안 한 번 시도를 해보심이 어떨까요?”

“그래, 빨리 가봐야 할 것 같다. 저곳에서의 상황이 매우 급박한 모양이야.”


어느새 다가온 루카도 거들었다.


“좋아요, 제가 앞장서죠. 다들 바짝 붙어요.”


루안은 호기롭게 외치고 앞을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놈들은 으르렁 대기만 할 뿐 덤비지 못하고 슬슬 길을 내주었다.

그렇게 앞으로 계속 나아가다 보니 어느 새 마물들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다행이군요. 갈 길이 멉니다. 다들 다리에 마나를 가득 실으셔야 할 것 같군요.”


그러고는 쿠빌린은 엄청난 속도로 뛰어나갔다.

루안과 희아도 깃살품을 밟아 총알같이 쏘아져 나갔다.


“으아아악, 기다려!”


마나도 쿠빌린만 못하고 이렇다 할 몸기술도 없는 루카는 죽어라 뛰어야만 했다.


##


루안 일행이 문제의 장소에 당도할 때는 마침 챠키즈의 몸에 두 개의 검이 꽂힐 때였다.

다들 최강의 검사가 죽음을 맞이한 것에 충격을 받아 바라보았지만 루안만은 다른 자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일생일대의 원수, 8년의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던 얼굴과 이름.

8년 전 그날 그의 조국을 무너뜨리고 어미와도 같은 안나의 목숨을 뺏은 자.

바로 콘웰이었다.

8년의 세월동안 콘웰은 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하고 새뮤린 기사단의 단장이 되었던 것이다.

루안은 온 몸에 분노로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고 그대로 콘웰에게 달려들었다.

쿠빌린 또한 그렇게 다정하고 사랑하는 아비는 아니었지만 혈육의 죽음을 목도함으로써 이성을 잃어버렸고 루안과 함께 챙샹에게로 달려들었다.

막 대업을 마무리한 콘웰과 챙샹이었지만, 그래도 마스터들답게 갑자기 나타난 상대를 당황하지 않고 받아내었다.

루안의 발길질을 받아낸 콘웰은 피가 흐르는 팔뚝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흠······. 넌 누구냐?”

“널 지옥으로 보낼 사람이다!!”


고함을 지른 루안은 미친 듯이 팔과 다리를 휘둘렀다.

아무리 다쳤어도 맹수는 맹수인 법.

이미 자신을 훨씬 웃도는 상대를 흥분한 채 공격하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공격이 없었다.


촤악


“으악!”


여유롭게 공격을 피해내던 콘웰은 순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고, 디묘의 극쾌의 검은 순식간에 루안의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그리고 상황은 쿠빌린 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쿠빌린이 강하더라도 상대는 마스터인 챙샹이었고 오러 블레이드 일격 한 번으로 그의 힐포링샤는 산산이 부서졌다.


쉭쉭


뒤늦게 희아가 화살을 쏘며 루안과 쿠빌린을 지원했지만 콘웰가 챙샹은 너무 가뿐하게 화살을 쳐내고 상대를 제압했다.

넘어진 채로 자신의 목에 겨눠진 콘웰의 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루안은 죽일 듯이 콘웰을 노려보았다.


“내게 왜 분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너를 알지 못한다. 이미 오늘 지저분한 살생을 치른바 더는 피를 보고 싶지 않다. 돌아가라.”

“빨리 끝내시오. 이 곳을 벗어나야 하오.”


쿠빌린을 기절시킨 챙샹이 콘웰을 재촉했다.

챙샹 역시 콘웰가 마찬가지 마음으로 쿠빌린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다.


“흥, 이미 태초부터 너희 제이프의 개들은 지저분한 종자들이었다. 더러운 황제의 입김이라면 남녀노소 닥치지 않고 죽이는 너희가 아니었나?”


루안은 콘웰의 자비는 상관치 않고 쏘아붙였다.


“결국 명을 재촉하는 구나.”


콘웰이 검을 들어 올리고 힘껏 내리쳤다.


“루안!!!!!”


희아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검은 종으로 내려오며 루안을 두 동강 내려 하였다.

그러나 검이 깊은 검로를 그리며 루안의 머리에 닿으려는 순간, 갑자기 검이 멈춰 섰다.


“윽.”


콘웰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움직임을 멈춘 것이다.

“아이구······. 너무 늦어버렸네 그려. 몸이 너무 늙어 예전같이 빠르게 다니질 못하는구먼.”


언제 나타났는지 웬 추레한 노인이 루안의 옆에 서 있었다.


“노, 노야?”


희아는 루안이 살았다는 안도감과 갑자기 나타난 노야에 대한 의문으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희아의 부름을 가뿐이 무시한 노야는 콘웰과 챙샹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기사 양반. 이 노인네가 부탁할 테니 그냥 돌아서면 안 되겠는가? 만약 그러지 못하겠다면 이 볼품없는 주먹으로 두 젊은이를 혼쭐 내줄 수밖에 없다네.”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부들대며 콘웰이 물었다.


“노인장은······. 윽······! 대체, 뉘, 뉘시오······?”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챙샹도 다시 검을 뽑으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냥 여기저기 밥 빌어먹고 사는 거지일 뿐이라네. 일전에 이 친구들에게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어, 그저 밥값이나 하려고 이러는 것이니 이해 좀 해주게.”

“대체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것이오?”


뒤틀린 마나를 갈무리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켄퍼가 다가오며 물었다.


“우리는 일을 모두 마쳤소. 그냥 갈 터이니 새뮤린 기사단장을 풀어주시오.”

“거 좋구먼.”


순간 콘웰을 둘러싼 기운이 없어졌고 콘웰은 주저앉아 버렸다.

희아와 루카는 쿠빌린과 루안을 챙겨서 뒤로 물러났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마스터 세 명이 노야 하나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켄퍼는 노야의 눈치를 보며 품에서 작은 수정구 하나와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되었다, 모두 철수하라. 본국으로 돌아간다. 워프를 허가하지.”


수정구를 이용하여 본론만 전달한 켄퍼는 챙샹과 콘웰을 옆에 세우고는 두루마리를 찢었다.

그러자, 찬란한 빛이 셋을 감쌌다.


“당신이 우리의 진격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소. 하지만, 챠키즈가 그러했듯 헬리윤 당시도 우리 손에 명을 달리 할 것이오. 기다리시오.”


켄퍼가 말한 노야의 정체는 놀랍게도 글로리아 마스터 중 한 명인 헬리윤이었다.


“허허허허, 쉽지는 않을 걸세. 잘들 가게. 다음에 만나면 나도 그냥은 안 보낼 것이니.”

켄퍼 등을 휘감은 빛은 더더욱 강해졌고 발광을 끝낸 빛이 사그라지자 셋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 당신이······. 글로리아 마스터 헬리윤입니까, 노야?”


루카가 쿠빌린을 업은 채로 놀란 얼굴을 하였다.


“뭐, 그렇게 불리는 이름도 있긴 하다네. 자, 우선은 바토르로 돌아가 있게. 내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가서 궁금한 것들에 대한 것을 답해주겠네.”


그 말을 끝으로 노야는 또다시 사라져버렸다.

희아는 루안의 허벅지를 지혈해 주느라 정신이 없었고, 루안은 생각이 많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루카.”

“어?”

“돌아가야 될 것 같아요.”


루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어느 덧 10화에 이르렀네요, 봐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주말 잘들 보내세요 ^_^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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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1 15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5 13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8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7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38 15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5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80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5 15 18쪽
»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5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5 16 22쪽
10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1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4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4 17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7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4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5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2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9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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