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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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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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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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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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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DUMMY

제 7화, 새로운 깨달음


“남 3국 중 타빗과, 인디스는 저희가 해역을 통과하는 것을 허가했습니다만, 페르안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사의 보고를 받고 있는 남자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는 제이프 제국의 재상 겸 주술 단장인 켄퍼였다.


“우리와 전면전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정확히 전달 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모골린의 눈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차인과 위글이 저희와 관계가 좋으니 함께 압박을 넣는다면 도움이 되겠습니다만, 역시 모골린이 문제입니다.”


친나 국가 연방은 총 6개 국가가 구성하고 있는 단체였다.

맹주국을 맡고 있는 모골린 왕국을 순서로 위글 교국, 차인 왕국, 타빗 성국, 인디스 왕국, 페르안 성국이 구성 국가인데, 주위 제국들을 견제하기 위해 모였을 뿐 실상 자신들의 사이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연방의 가운데 위치한 차인 왕국은 모골린 왕국과 유난히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그 덕에 제이프와는 모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빌어먹을. 루시아, 모골린 이 두 나라는 사사건건 발목을 붙잡는군. 역시, 챠키즈를 처리해야겠다. 챠키즈만 없으면 모골린 따위 거슬리지 않아.”

“챠키즈를 말씀이십니까? 무슨 방도라도 있으십니까?”

“흥, 글로리아 소드 마스터라 불린다 하여 인간이 아닌 것이 아니다. 죽일 방법이야 많지. 이미 황제 폐하의 명이 떨어진 이상 무조건 우리는 키이만 산맥으로 군사들을 투입시켜야만 해. 가로막는 건 모두 없앤다. 차인에 밀서를 넣어라. 곧 내가 찾아간다고 말이야.”

“존명.”


기사는 예를 취하고 밖을 나섰다.


“이제 슬슬 피바람이 불겠군.”


켄퍼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


“후~, 이게 다 범죄자 행렬이란 말이야? 엄청나구만. 이러니 이 도시가 발전이 없지······. 쯧쯧”


지나가는 죄인들의 연행 행렬을 보며 모드시의 주민이 혀를 찼다.

쿠빌린이 루안의 방을 나선 그 날 아침.

모드시의 관청은 또 다른 의미로 피바람이 불었다.

쿠빌린은 가볍게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일처리가 확실한 사람이었고 어디서 다 구한 것인지도 모를 수많은 증거들을 들이밀며 돌리스와 관련되어있던 관리들을 모조리 체포했다.

뿐만 아니라, 위스키가 관리하던 폐건물촌의 범죄자들도 모조리 소탕해 죄인 운송길에 올리니 거의 300명 가까이 되었다.

이 수많은 일처리를 불과 이틀 만에 완료하였으니 역시 챠키즈의 아들이란 소리를 들을 법 했다.

루안 일행은 원래 모드시에서 이틀만 있다 바토르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상과 쿠빌린의 대규모 도시 정화사업으로 인해 장이 서지 않아 필요한 물품 및 장비들을 구매하지도 못했기에 이틀을 더 모드시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그래서 갑자기 생긴 휴식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기로 한 일행은 꽤나 보기 좋은 식당에 들어가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먼저 나온 식전빵을 우물대고 있었다.


“근데, 루카는 바토르에 가봤어요?”


루안이 빵을 먹다 말고 갑자기 물어봤다.


“가보기야 했지. 많이는 못 가봤어.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하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니까 말이야.”

“모드시에 비하면 어때요? 좋아요?”


희아도 궁금한지 질문을 거들었다.


“뭐? 얘들아. 생각을 해봐. 여기는 나라의 외곽 도시이고 거긴 수돈대, 비교 자체가 불가능이란 말씀!”

“우와, 궁금하다. 빨리 가보고 싶어.”


루안이 눈을 빛냈다.


“실례합니다.”


마침 서버가 스테이크를 서빙했다.

미디움 레어로 조리 된 소고기는 부드럽게 칼이 나가는 것이 상당히 부드러웠고, 촉촉한 육즙을 가득 담고 있었다.


“오! 여기 셰프가 아주 실력이 좋은데?”


루카는 감탄하며 고기를 음미했다.

루안과 희아도 부드러운 고기 맛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빠르게 칼질을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서서히 움직이는 게 둔해졌다.


“뭐야? 맛들이 없어? 먹는 것들이 왜 그러냐?”


루카가 의아해 물었다.


“아뇨, 맛있는데······. 많이는 못 먹겠다. 느글거리네.”

“마찬가지야, 피클이라도 씹어야겠어.”

“너희 식성은 당최 맞춰먹기 힘들다.”


루카가 핀잔을 주었지만 아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틀 뒤에 출발 할 거면 오늘 장을 볼 거지?”

“아무래도 미리 준비해 놓아야겠지?”

“좋아. 앞으로 이대로는 살 수 없어. 우리, 김장하자. 누이.”

“김장? 얼마나 싸 짊어지고 다니려고 그래?”

“한 끼 먹을 때마다 곁들여서 먹게끔 한 포기만 딱 해서 가지고 다니면 되잖아.”

“호~”


괜찮다는 듯 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희아도 먹거리 때문에 이골이 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바깥의 음식은 처음 먹을 땐 참 맛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지속해서 먹기가 힘들었다.


“뭘 해? 김장? 그게 뭔데?”


루카가 물었다.


“기대해요.”


루안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


바토르는 모드시에서 서쪽으로 말을 타고 7일 가량이면 도착한다.

모골린의 국토 특성상 작은 언덕 하나 없는 대초원이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하고 움직여야 했다.


“오케이, 말에 실을 물이나 담요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이거 용병 숙소 2층 1호로 배달해 주세요.”

“네네, 그렇습죠. 내일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상인은 선금을 받고 장부에 기입했다.


“좋아, 동생아. 이젠 김장거리 사야지? 뭘 사면 되는거야?”

“어디 보자······.”


숲에 있을 땐 언제나 후가 김장을 담았고 루안은 옆에서 보조 역할을 했었다.

안타깝게도 희아는 전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루안이 하라는 대로 움직여야 할 듯 했다.


“먼저 여긴 배추가 없으니, 양배추로 대처하고. 소금, 마늘, 밀가루, 당근, 액젓, 설탕, 배. 좋아, 이렇게만 사면되겠어.”

“대체 그것들로 뭘 하려는 거야?”


루카는 괜히 사갖다가 쓰레기만 생기는 건 아닐지 영 불안했다.


“아 글쎄, 들어봐요. 걱정 안 해도 되니까.”


루안은 투덜대는 루카에게 짐을 한 가득 들렸다.


“루안, 다 산 것 같아,”

“좋아, 누이. 루카, 숙소로 갑시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온 일행들은 루안의 방을 깨끗이 닦고 숙소 식당에서 빌린 큰 볼들을 바닥에 깔았다.


“자 우선 그릇에 물을 붓고 소금을 풀어 줄 거야, 그리고 여기 양배추를 30분 정도 담가야해.”


그걸 본 루카가 인상을 팍 썼다.


“으, 얌마, 그걸 짜서 어떻게 먹어?”

“아, 거 참. 오늘 하루 종일 시끄러우시네! 나중에 놀라지나 마요.”

“말도 안 돼.”


루카는 계속 투덜거리면서도 궁금은 한 지 자리를 떠나진 않았다.


“그 동안, 식당에서 끓여 온 밀가루 풀을 물에다 섞고, 루카, 칼 잘 쓰니까 배랑 당근 좀 썰어줘요.”

“끙, 별 걸 다 시키는구만. 어떻게 썰어?”

“잘게 채 썰어주세요.”


루카는 소드 익스퍼트 급의 훌륭한 칼솜씨로 당근과 배를 채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썰면 돼?”

“네, 좋아요. 그럼 양배추가 다 저려질 때 까지 좀만 기다립시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소일거리가 없었던 일행들은 그저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루안이 양배추를 뒤적였다.


“오, 아주 잘 절여졌구만. 그럼 양배추를 씻고, 좋아 이제 그릇에다 다 때려 놓고 밀봉하면 돼.”


그러고는 양배추와 각종 양념들, 썰어 놓은 과채들을 밀가루 풀이 섞인 물에 담갔다.

루카는 처음 보는 모습의 음식에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정말 맛있는 거야? 한 번 먹어봐.”


궁금은 하고 자신은 먹기 싫은, 협과 의를 중시하는 비겁한 루카였다.


“지금은 못 먹어요. 시간이 좀 지나야 돼. 요즘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좋으니까 창밖에다 뒀다가 우리 출발할 때 쯤 먹으면 딱 좋을거에요.”

“고려인들의 비법인거냐? 에휴, 난 진짜 모르겠다. 이제 갈래, 피곤하다. 너희도 쉬어라.”


포기한다는 듯 말하고 돌아서는 루카였지만 결국 모든 과정을 다 보았다.


##


루카가 돌아가고 루안과 희아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 치우를 수련했다.

돌리스와의 전투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던 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치우를 일으키곤 했다.

태껸과 씨름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최고의 무술이었지만 초식이 매우 단순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대륙에 널려 있는 삼류 검술만 해도 초식과 초식의 연결 동작이 매우 부드러운데 태껸과 씨름은 초식들이 연결 동작이 아닌 단타성이기 때문에 거대한 초식으로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다음 공격을 이어나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단점은 자신보다 더욱 강했던 돌리스를 만나자마자 여실히 드러났다.

루안과 희아는 그 단점을 보완하는 정답이 치우에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둘이 만들어 놓은 치우의 집은 단전에서 명치 아래까지였다.

이론상으로는 집이 더 넓어지면 한 번에 뿜어내는 치우의 양이 늘어나기에 더욱 강력한 일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집이 넓어지면 치우를 육체에 실을 수 있는 양이 더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치우천왕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똑똑


둘이 앉아 그런 생각들로 한참 무아지경에 들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났다.


“실례합니다. 계십니까?”


급하게 기운을 갈무리 한 루안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어? 쿠빌린!”


손님은 쿠빌린이였다.


“오~ 루안,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쿠빌린은 과한 몸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아하하······. 그럼요. 들어오세요.”


그런 쿠빌린이 영 부담스러운 루안이었다.


“감사합니다, 오~ 뷰리풀 레이디 희! 여기 계셨군요.”

“어머! 어서 오세요, 쿠빌린.”


저런 부담스런 인사를 아무렇지도 받아내는 거 보면 희아의 멘탈도 참 알아주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루안이었다.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쿠빌린은 권하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의자에 앉고 다리를 꼬며 대답했다.


“이제 모드시에서의 일들을 모두 끝냈기에 작별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죄인들을 수도로 압송해 가야 한답니다.”

“고생 많으셨네요. 저희도 이틀 뒤 바토르로 가려구요.”

“오, 신이시여! 레이디 희를 두고 떠나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만, 우리는 다시 만날 운명이었군요.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겠어요, 레이디.”

“후후, 그러게요?”


대체 왜 이러는 건 지 알 수가 없는 루안이었다.

그저 빨리 이 요상한 남자가 떠났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죄인을 압송하시려면 빨리 가셔야겠네요. 시간이 촉박하지 않으신가요?”

“하하하, 루안. 괜찮아요. 한 두 마디 더 나눈다고 해봐야 10분이랍니다.”

“끙······.”


소름 돋도록 재수 없게 맞는 말이었다.


“헌데, 두 분은 무얼 하고 계셨나요?”

“저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독특한 내가술인 치우를 수련하고 있었어요.”


루카에게 조언을 받은 후 고려와 관련된 내용은 모두 가문으로 고쳐 얘기하기로 했다.


“내가술?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희 무술을 사용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운을 다스리는 방법이죠.”

“아하······. 그 때 보니 독특한 격투술과 마나를 사용하시던데, 마나운용술을 말씀하시는 건가 보군요. 언제나 정진하는 모습, 그야말로 매력적인 여성상이십니다, 하하하.”

“어머, 그런가요? 호호호호”


루안만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래서······. 성장의 실마리는 잡으셨나요?”

“아무래도 저희가 구사하는 무술은 연결되는 동작이 부족해서 일격에 적을 쓰러뜨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치우를 더욱 성장시킴으로써 더 강한 일격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군요, 흠······.”


이야기를 들은 쿠빌린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쿠빌린 정도의 강자라면 좋은 힌트를 줄지도 모르니 루안과 희아는 굳이 그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았다.

한참을 침묵하던 쿠빌린이 입을 열었다.


“저는 여러분들의 격투술과 마나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습니다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말씀 올려 봐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쿠빌린.”

“혹시, 돌리스가 두 분을 공격하는 것을 제가 막아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뜬금없는 말에 루안과 희아는 서로를 바라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 때 제가 돌리스에게 했던 말이 두 분의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루안과 희아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것을 눈치 챈 쿠빌린은 말을 이어갔다.


“물론 마나를 더욱 많이 실어 일격에 전투를 끝낼 수 있다면 매우 좋겠지요. 하지만 전 두 분이 말씀하신 연결 동작이 없다는 말을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춤을 추는 듯······. 그렇게 부드럽고 조화로운 움직임을 구사하는데 동작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군요.”


순간 두 사람은 망치에 맞은 듯 멍해졌다.


“강한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 또한 좋은 전력이 되겠지만 작은 물방울이 결국은 거대한 바위를 뚫어내는 법입니다. 두 분의 그 바람을 표현한 것도 같은 그 동작을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두 사람은 대꾸 없이 생각에 몰두했다.

쿠빌린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이방인이 내놓은 짧은 생각의 허언이라 생각하시고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바토르에서 만나 뵐 수 있길 바라죠, 레이디 희, 그리고 루안.”


쿠빌린은 답을 듣지 않고 나가버렸다.


“누이.”


한참을 생각하던 루안은 나가버린 쿠빌린은 신경쓰지도 않고 희아를 불렀다.


“응.”

“우리 8년 전 가장 처음 무술을 배우기 시작할 때 김일 금강장사님이 하셨던 말씀 기억나?”

“물론이지. 모든 품의 어머니는 원품이다. 그리고 계속 밟아대던 좌우품이 우리의 목숨을 구할 것이다.”

“바로 그거야! 누이 태껸이든 씨름이든, 심지어 국궁도! 하나의 초식을 사용하고 우리의 움직임이 원품화가 된다면 자연스레 좌우품을 타고 다음 초식을 이어나갈 수 있어. 우리의 무술에는 연결 동작이 그저 없었던 게 아니야, 바로 필요가 없었던 거지!”

“좋아, 한 번 시도해보자. 마침 숙소에 용병훈련장이 있으니 거기를 사용하면 될 거야.”


희아가 앞장섰다.


“이야, 쿠빌린······! 여러모로 마음에 드네?”

“응? 누이, 뭐? 여러모로?”

“헤, 애들은 알 거 없어, 빨리 따라와.”


희아는 혀를 삐쭉 내밀고는 뛰어가 버렸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그렇지? 그래······. 아닐 거야, 그럼, 그럼.”


의미 없는 자기 수긍을 한 루안은 희아의 뒤를 따라갔다.


##


“쉽지만은 않은데?”


지금까지 늘 품과 초식들을 따로 생각하고 별개의 무예로 공부해 왔기에 둘을 하나로 합치려는 시도가 쉽게 되지는 않았다.


“우선은 씨름과 국궁은 배재하고 이크, 에크에만 우선 접목시켜보는 게 좋을 듯 해.”


희아가 의견을 제시하였다.

품 역시 결국은 태껸의 수들이였기 때문에 씨름과 국궁 보다는 태껸 내의 초식들을 우선 활용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었다.


“역시, 그런 건가?”


지금까지 씨름으로만 운용해보던 루안은 바로 태껸의 초식들을 시전했다.

이크의 손날 공격들인 날치기, 칼재기, 도끼질을 연달아 구사하던 루안은 무언가 실마리가 잡히는 듯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누이. 대련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생각을 마친 루안이 희아에게 제안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나도 예상가는 바가 있어.”

“응, 오직 이크로만 하는거야.”

“좋아. 들어간다.”


희아의 신호로 대련은 시작되었고 둘은 서로를 향해 동시에 손끝을 찔러넣는 기술인 칼재기를 꽂아 넣었다.




치우의 경력이 실린 손끼리 부딪히니 마치 무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평소라면 여기서 다음 초식 준비나 상대 공격에 대한 대비를 하였겠지만 둘은 부드럽게 좌품과 우품을 순서대로 밟았다.

산들 바람과 같은 유려한 춤이 둘의 몸에서 피어나오기 시작했다.


깡깡


그와 동시에 두 번의 마찰음이 발생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칼재기에서 넘어간 좌품에다 날치기를 얹었고 이어진 우품에서 또 다시 칼재기를 얹었다.

원품에서 좌우품이 진행 되는 시간은 1~2초에 불과하다.

그 짧은 시간에 둘은 세 개의 초식을 막힘없이 부드럽게 주고받은 것이다.

둘은 순간 머리가 확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루안과 희아는 따로 말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당연스레 계속 초식들을 주고받았다.

움직임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물찬 듯이 초식들이 이어지니 오직 강만이 있었던 그들의 무술에 쾌와 변이 녹아들기 시작했고, 거기다 치우 또한 훨씬 조화롭게 녹아들어 위력도 더욱 강하게 내뿜을 수 있었다.

격한 움직임에 몸에서 땀은 비 오듯 쏟아졌지만 둘은 기분 좋은 웃음을 그리고 있었다.


“이젠, 에크까지!”


루안이 소리치며 다음 품에 후려차기를 시전하자, 희아도 부드럽게 품에 딴죽을 실었다.


파바바밧 깡깡


강의 묘리만 있다 쾌와 변의 묘리가 섞이니 서로를 스칠 때마다 생기는 파공음도 엄청나졌다.


깡!


여러 번 공과 수를 주고받은 둘은 마지막 돌개질로 공격을 나눈 후 거리를 벌렸다.


헉헉헉


땀을 비오듯 흘리며 숨을 몰아 내쉰 루안은 웃으면서 희아에게 엄지손가락을 내어보였다.

희아도 따라 웃으며 엄지를 내밀었다.


짝짝짝짝짝


갑자기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루카가 서서 손뼉을 치고 있었다.


“너희들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보아하니 한 계단 더 상승한 것 같은데? 애초부터 너희를 이기진 못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더욱 벌어져버렸네. 아무튼 축하한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루카. 축하는 감사히 받을게요. 근데, 언제부터 있었던 거예요?”


루카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뭐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어. 사실 너희들이 워낙 강하니까 조금이라도 실력을 늘려보려고 몰래 연습하러 내려왔던 건데, 이마저도 져버렸다 싶네.”

“에이,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아! 잘됐네, 그럼 루카도 껴요. 역시 대련만큼 수련이 되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루카는 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좋아, 오늘 아주 불살라보자!”


세 사람의 강함에 대한 열정으로 달아오르는 훈련장이었다.


##


“우왓! 이 냄새! 아주 딱 좋고만! 우하하하핫”


모드시를 떠날 채비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 점검을 하는 도중 갑자기 루안이 소리쳤다.

루안의 손에는 이틀 전 담가두었던 백김치가 들어있는 용기가 들려있었고 그 용기 안에서 새콤하기도 하고 콤콤하기도 한 묘한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게, 너희가 그렇게 난리치던 그 음식이야? 킁킁, 어우······. 이게 무슨 냄새야? 썩 유쾌하진 않다?”


루카가 용기에 코를 들이밀더니 코를 붙잡았다.


“지금에야 그러죠? 나중에 더 없냐고 매달리지나 말아요.”

“잘 익었어?”


마지막 짐을 자신의 말에다 잘 적재한 희아가 다가와 물었다.


“점심을 기대해 누이.”


루안이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자, 그런 건 나중에 식사하면서 얘기하도록 하고, 이제 출발하자. 졸지에 나도 많이 늦어버렸어.”

“아, 그렇지. 미안해요, 어서 갑시다.”


루안과 희아는 허겁지겁 말에 올라탔고 고삐를 당겼다.

모드시를 벗어나며 루안은 루카에게 말을 걸었다.


“일주일정도 가야 된다고 했죠?”

“말 타고 느긋하게 갔을 때 그 정도고, 좀 서두르면 5일가량이면 갈 수 있어. 근데, 우리는 여윳말이 없으니까 일주일 잡고 가는 게 편하지.”

“쭉 평지라고 그랬죠? 그럼 가는 동안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계속 지평성만 보일 거야. 큭큭큭, 그게 이 나라 국토의 특징이거든. 샤라 데저트 말고는 전부 끝없는 초원이지.”

“으아······. 그럼 일주일 무지하게 지겹겠네.”

“뭐, 틈틈이 수련이나 하면서 간다고 생각하면 돼지. 게다가 사이사이 유목민들을 만나면 또 재밌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거든. 여긴 유목민들마다 전통이나 문화가 다 달라. 손님을 반기는 곳도 있고 적대하는 곳도 있고, 뭐, 심심하진 않을 거야.”


이번엔 희아가 물었다.


“그래도, 마물은 없죠?”

“그렇지. 모골린은 사막 말고는 마물이 존재하지 않아. 대신 마적들이 많이 있지.”

“마적이요?”

“여행자들이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약탈해먹는 아주 못돼 먹은 놈들이야. 모골린에 상주하는 용병단원들이 수주하는 의뢰 대부분은 마적 소탕일 정도니까 정말 많다고 봐야겠지.”

“그래도 이렇게 탁 트여있으니까 도망치기는 쉽겠어요.”

“그만큼 발견되기도 쉬워.”


셋은 여러 대화를 주고받으며 바토르를 향한 여행길에 올랐다.


##


“어서 오시오, 경.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구려.”

“강녕하셨습니까? 전하. 여전히 차인의 기후가 청명하고 땅이 푸른 것이 전하의 은덕이 넘치는가 보옵니다.”


이 곳은 친나 국가 연맹의 중심에 위치한 차인 왕국이었다.

위치가 이러하다보니 연맹국의 정예들이 모여 결성한 젠시 연방 기사단과, 달리 연방 수도단의 본부가 자리한 곳이기도 했다.


“허허허, 제이프 제국의 재상이 그리 말해주니, 내 몸 둘 바를 모르겠소. 황제께서도 건강하시오?”

“차인과 제이프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니 그 덕에 폐하께서도 아직은 건강히 정세를 바라보시는 것 같나이다.”

“좋구려. 그래,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어찌하여 다급히 나를 찾아온 것이오?”


차인의 국왕 리·지·황은 통통하고 동글동글하게 생겨 얼핏 보면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생긴 것과 다르게 야망이 깊고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켄퍼도 돌려 말하지 않았다.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는 키이만 산맥에 볼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페르안이 바닷길을 내어주지 않더군요. 전하께서 이 점에 대해 페르안에 입김을 넣어주신다면 저희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지 않겠습니까?”


리·지·황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 잘 알고 있소. 하지만 모골린의 영향이 이미 크게 작용한 바, 페르안에 우리의 의견이 쉽게 전달되진 않을 것이요.”

“그렇습니다. 늘 모골린이 문제였습니다.”


켄퍼가 의미심장하게 답하자 리·지·황은 슬그머니 물었다.


“어째······. 경의 말이 모골린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들리오?”

“챠키즈를 죽일 것입니다.”

“뭐라? 챠키즈를? 그게, 가능하단 말이오?”

“물론, 쉽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불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친나는 주기적으로 서로 물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모골린에서 물자를 받을 차례라지요?”

“그렇소. 그것을 이용하려고 하는 거요?”

“물자 행단의 인원을 전원 저의 세메인 주술단원이 채우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저와, 새뮤린 기사단장도 포함될 겁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병력이었다.

제국을 대표하는 술사단체와 피프틴 마스터즈 중 두 명이 포함되는 전력인 것이다.


“하지만 챠키즈는 그래도 죽일 수 있을지 의문인 최강자입니다. 그러니 챙샹을 내어주십시오.”


챙샹은 젠시 연방 기사단의 단장으로써 차인 왕국 소속이며 역시 피프틴 마스터즈의 일원이었다.


“세메인 주술단과 피프틴 마스터즈 셋이라······. 생환 가능성은 높은 것이오?”


어마어마한 전력이긴 하나 상대는 글로리아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남자였다.

혹여 잘못 건드렸다가 차인 왕국의 유일한 마스터를 잃을까 불안한 것이다.


‘조금의 손해도 보기 싫다는 것인가······? 흥, 더러운 놈.’


켄퍼는 불쾌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걱정 마십시오. 이미 제이프는 많은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차인은 조금의 도움으로 친나의 맹주국만 되면 되는 것입니다.”


맹주국이란 단어에 순간 리·지·황의 얼굴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맹주국이라······. 좋소, 해 봅시다. 이 참에 차인이 친나의 맹주국 역할을 한 번 해보아야겠구려.”

“물론입니다, 전하. 금방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켄퍼는 미소를 띄우며 대전을 벗어났다.

켄퍼와 리·지·황은 각각 다른 이유로 회견을 만족스러워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제 슬슬 큰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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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16화 : 전조 - 1 +11 20.06.04 501 15 9쪽
21 제15화 외전 : 성을 나온 다델 +10 20.06.03 515 13 14쪽
20 제15화 : 다델과의 만남 +7 20.06.02 508 15 18쪽
19 제14화 : 위기를 기회로 +9 20.06.01 537 14 23쪽
18 제13화 : 타오를 향해 +7 20.05.29 538 15 16쪽
17 제12화 : 신검 +11 20.05.28 614 15 22쪽
16 제11화 외전2 : 사일라의 탄생 +5 20.05.27 579 16 19쪽
15 제11화 외전 : 혁거 +3 20.05.26 590 15 14쪽
14 제11화 : 노야의 정체 +10 20.05.25 615 15 18쪽
13 제10화 : 모골린의 별 +11 20.05.22 644 14 26쪽
12 제9화 : 소집령 +9 20.05.21 666 13 23쪽
11 제8화 : 바토르로 향하는 길 +7 20.05.19 695 16 22쪽
» 제7화 : 새로운 깨달음 +7 20.05.18 761 16 24쪽
9 제6화 외전 : 쿠빌린 +3 20.05.16 754 15 22쪽
8 제6화 : 돌리스 +1 20.05.15 784 17 20쪽
7 제5화 : 모드시에서 +1 20.05.15 867 19 23쪽
6 제4화 외전 : 용병왕의 탄생 +1 20.05.14 944 19 19쪽
5 제4화 : 보라매 +5 20.05.14 1,144 21 26쪽
4 제3화 : 준비 +9 20.05.13 1,354 25 31쪽
3 제2화 : 수련의 시작 +3 20.05.13 1,672 26 27쪽
2 제1화 : 새로운 삶 +11 20.05.12 2,150 37 26쪽
1 프롤로그 : 동화 속 만남 +37 20.05.12 4,019 67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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