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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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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6
추천수 :
811
글자수 :
407,100

작성
19.08.0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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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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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외전2 - 먼 옛날의 이야기

DUMMY

"하아...하아...크으.."



데이안이 한참 초월자가 내뿜는 격노를 느끼고 있을때, 라디미르 황제는 심장부근을 움켜쥐며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아무리 처음부터 그릇이 완성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수련을 통한 단 한번의 성장을 해본 적도 없는 황제에게 지금의 초월은 꽤나 무리였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꾸준히 운동을 해오던 사람이 무리하는 것과, 한동안 안하다가 갑자기 무리하는 것과는 그 위험도가 천차만별이니까 말이다.

지금의 것은 그런걸로 따지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비슷하기는 할 것이었다.



"크으...흐흐흐..."



라디미르 황제는 어느정도 숨을 고른듯, 이내 입꼬리를 씰룩이며 웃기 시작했다.

실성한 사람처럼 서서히 웃음이 입술 틈새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어째서 이 상황에서 웃을 수 있을까,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병사들은 황제를 의아함과 두려움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세상천지 어디에도 이제 그를 위해줄 사람은 더이상 없던 처지다. 게다가 단지 그뿐이면 다행일 정도로, 사방 천지에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인간들이 자신을 향해 칼과 창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그 위대하다는 초월자라는 존재마저도 그를 적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딜봐도 부정적인 것들 투성이인데도, 그는 웃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이런 상황까지 몰고간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서? 어째서 폭군의 삶을 살았나 후회되어서?

나름 해봄직한 생각이기는 했다.


단지, 그 대상이 라디미르 황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게 맞을 것이었다.

황제는 결코 자신이 저질렀던 짓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궁지에 몰려있는 지금도 그럴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설령 죽어가면서도, 죽고나서도 그에게 있어서 악이란 자신에게 대항하는 반란군들 따위지, 자신 자체가 악이 아니었다.



"흐...흐하하하하!!!"



그런 황제가 웃는 이유는, 지금이라면 눈앞에 있는 그 '악'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결코 과대평가가 아니었다.


사람은 각자 체질에 따라 맞는 약이 있고 안맞는 약이 있다.

당연히 맞는 약을 복용한다면 효능은 높아질테고, 안맞는 약을 복용한다면 효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런 것을 놓고 보았을때, 라디미르 황제는 자신의 체질에 꼭 들어맞다 못해 자체의 효능마저도 천하에 둘도 없을 명약을 복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더욱이 그의 몸에 담겨진 힘은 선대 황제의 모든 정수가 담겨있는 일종의 비급이나 마찬가지였다.

초월자와 싸우면서 성장시키고 각인되어진 강력한 힘, 그것에 더해 몸과 뇌가 본래 기억하고 있던 것처럼 이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만한 경험이 그의 몸 속에 들어온 것이다.



"하하하하!!"



웃지않고 배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온몸에 힘이 충만한 기분, 힘이 너무 넘쳐흘러 당장이라도 어떻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들뜬 기분일텐데 어찌 웃지 않고 배길 수가 있을까.


심지어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듯 편안함마저 느낄 정도로 아주 익숙한 힘이기도 하면서, 더는 잔챙이가 두렵지 않을정도로 압도적인 강력함마저 지니고 있었다.

막 힘을 얻었을때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단순히 힘을 쓰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순식간에 칼날로 변환되더니, 종잇장을 뚫는 것보다도 더 쉽게 금속제 갑옷을 뚫어내고 살을 찢어발겼다.


적응하지 못했을때도 그정도인데, 지금은 어떨까?

공교롭게도 그는 눈앞의 '악'의 총수(總帥)와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기분...감히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고, 데이안! 어설픈 찬미의 미사여구 따위는 되려 이 감정을 해칠테니까! 하지만 어떤지 정말로 설명하고 싶은데...왜냐하면 이건 네놈도 느껴보지 못했을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느끼지 못할 기분일테니 정말 미치도록 알려주고 싶다고!"



그는 자신의 힘에 취해버린듯 광기어린 핏빛 안광을 사납게 번뜩이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는 손에 묻어있는 핏물은 이미 신경 껐다는 듯이, 양손으로 마른 세수를 해대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었다.

오로지 순수한 광기만이 남아 황제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데이안이 역겹다는 듯이 질색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거기서 더 미칠 구석이 남아있을 줄은 몰랐지만...정말 단단히 미쳐버렸군."



신랄한 비판에, 황제는 마른세수를 멈추고 그를 바라보며 긍정했다.



"그래...난 미쳤지, 하지만 너도 이 힘을 느껴본다면 미치지 않고는 못 배길거다!"



촤아아악--



황제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차갑게 숨이 끊어져 있던 병사들의 몸에서 불현듯 대량의 선혈들이 뽑혀져 나왔다.

뽑혀져 나온 피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일제히 황제의 옆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핏물이 둥글게 소용돌이치면서 구체 모양으로 한데 뭉쳤다.

그러는 순간에도 피는 계속해서 뽑혀나오고 있었고, 피가 뿜어져 나올때마다 병사들의 몸은 미라처럼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다.

어린아이 몸집의 2배는 되어보이는 선혈 구체가 완성되는 것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훌륭해...!"



라디미르 황제는 잠깐 꿇었던 한쪽 무릎을 일으키며, 더없이 아름다운 보석을 보는 것처럼 선혈 구체를 바라보며 황홀한듯한 감탄사를 흘렸다.

잠깐이지만 눈웃음을 짓는지, 붉게 빛나던 안광마저 살짝 초승달처럼 휘어진듯 보였다.

잠시 선혈구체가 가져다주던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하던 황제는 고개를 돌리며 데이안을 향해 묻듯 넌지시 말했다.



"그럼...데이안?"



호기심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데이안의 이름을 부른 그는, 손에 아직 가득 묻어있는 핏물을 느긋하게 한번 털어내었다.



"말로만 들어왔던 역사속의 전투를...우리가 여기서 직접 재현해보는 것도 나쁠 것은 하나 없겠지. 그렇지 않나?"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는 물음을 던지며 흩뿌리듯 털어낸 핏물이, 날카롭게 벼려진 단검의 형상을 이루면서 그를 향해 쇄도해갔다.

붉은 빛깔의 잔상이 길게 꼬리처럼 남아 마치 날벼락이 내리치는듯 하는 모습이었다.

데이안은 그저 가만히 서서 싸늘한 시선으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팅- 티팅-



붉은 벼락이 데이안의 가슴께와 어깨에 적중했으나, 별다른 힘을 발하지 못하고 가소롭게 튕겨져나갔다.

그건 애초에 위협도 뭣도 아닌 도발하려는 의도가 짙게 담긴 공격이었다.

데이안은 그것을 눈치채고 별다른 방어태세를 취하기는 커녕 황제를 묵시했던 것이었다.



"크흐...왜, 상대하기도 싫은 저급한 도발이라고 생각해서, 장단에 맞춰주지도 않은건가?"



"...네놈은, 지금 이 모든게 그저 허우대뿐인 장난이라고 여기는거냐?"



감탄하듯 조소를 흘리며 그를 조롱하는 라디미르 황제에게 데이안이 이를 바드득 갈며 말하자, 그는 붉은 안광을 불길하게 빛내면서 즐거운 기색이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난? 장난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릴! 난 지금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단 말이다. 너도 한때 귀족이었던 몸이니 잘 알텐데? 제국의 식사예법에는 언제나 처음에 입맛을 돋구는 요리가 나온다는 것을 말이야!"



"...식사예법...이라."



라디미르 황제의 대답을 들은 데이안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나지막하게 식사예법이라고 싸늘하게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서 깨지는 듯해서 심히 거슬렸다.

허나 황제는 그가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기 할말만 열정적으로 내뱉을 뿐이었다.



"이 압도적이고도 무시무시한 힘은 상차림으로 따지자면 메인요리 그 이상이란 말이다! 모든 코스의 중심이 되는 요리를 한번에 다 먹어치우자면 체하기 십상인법 아니겠나? 그러니 반드시 입맛을 돋구는 이번 단계를 거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의 열정적인 연설이 끝난 후, 홀에는 싸늘한 적막이 흘렀다.

데이안 뿐만이 아닌 좌중의 모두가 할말을 잃어버린듯 했다.

사람 목숨이 오가는 싸움을 한낱 식사 따위로 비교하면서 자신의 말에 동의하기를 바라며 열렬하게 말을 해대는 황제의 모습은 광기 그자체이며, 그가 얼마나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지 알 수 있게끔 해주었다.


말 그대로 밥먹듯이 사람을 죽고 살리던 황제의 입장에서, 지금 이 상황은 결코 싸움이나 명예로운 결투 따위로 여겨지지 않았다.

아니, 여겨질래야 여겨질 수가 없었다.

단순한 죽음과 피는 그가 살아온 일생에 빈틈없이 점철되어 있어서 지금껏 살아온 일상과 다를바가 없던 것이다.


더욱이 지금 초월의 힘과 비견되고도 남을만한 압도적인 초대 황제의 힘마저 몸에 품은 상태.

먼젓번에도 안하무인의 삶을 살아온 그의 눈에 뵈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초월의 힘을 갖고있는 데이안 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 데이안조차도 자신의 유흥을 위해 한편의 연극을 아주 잠시나마 담당하는 광대로 여기고 있을만큼, 그는 몸을 충만하게 채우는 이 강력한 힘에 제대로 미쳐있었다.




"그래...네놈에게는 그렇게 보일만도 하겠어. 하루에도 수십에서 어쩔땐 수백은 우습게 죽여버렸었으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황폐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데이안은 잠시 눈을 감았다.

살며시 눈을 감음과 동시에, 그의 심장 부근에서부터 짙푸른 기운이 흘러나와 온몸을 감쌌다.

이내 온몸을 감싼 기운이 완전히 보랏빛으로 물들어버리자, 데이안은 불현듯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타오르듯 위험한 이채를 발했다.



"...그렇다면 네놈이 더는 그런 빌어먹을 생각따윈 하지 못하게, 나 데이안은, 시피어시피츠 가문의 가주로써 황제에게 일대일의 공정한 결투를 신청하겠다."



데이안은 잔뜩 기대감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황제를 똑바로 마주 응시하면서 짓씹듯이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타오르듯 몸을 감싸던 보랏빛의 기운이 기둥처럼 솟아오르더니, 데이안과 황제를 제외한 모두의 머리 위쪽에 옅은 보랏빛 한줄기가 내려왔다.

이것이 순간이동의 전조임을 모르는 이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



황제는 말없이 출구쪽을 한번 바라보더니, 이내 구체를 이용해 그곳에 피로 이루어진 막을 생성해내었다.

비록 발작과도 같은 광기어린 말은 한마디도 없었지만, 그것이 결투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되지 않을 여지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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