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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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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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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100

작성
19.07.2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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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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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tory. 3 It's our war now

DUMMY

허나, 그것은 꽤나 안일한 생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사벨레인이 책에 흥미와 관심이 많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도 책은 책 나름, 덜컥 창세 신화가 기록되어 있는 책의 내용들이, 전부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덥썩 믿을 수 있을리가 없는게 당연했다.



"사실...이라고요? 전부? 그 책에 쓰여져있는게 모두 사실이라고요?"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한 투로 재차 그에게 물었다. 아예 믿을 수 없다는 것보단, 믿기 힘들다는 쪽이 더 확실할 것이었다.


평범함과는 영 동떨어진 내면의 공간, 그 안에서 자신에게 말을 걸며 몸소 고대 유적지까지 안배를 해준 존재가 있다고는 해도, 최근에 벌어졌던 일들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일들 뿐이라고 할지라도. 믿기 힘든건 힘든 것이었다.



"진짜...사실인가요?"



-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는 자신만만하게 답하며 눈을 부릅떴다. 커다란 동공은 일체의 미동조차 없이,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고 있단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지금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알고서 한 말이죠?"



그녀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한번 더 물었다. 아무리 그가 진실만을 말한다고 해도, 사안이 사안이다보니 좀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신은 명확한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다는 아주 일관된 태도로 대답을 계속 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에서 한 술 더 뜬 대답이었다.



- 당연하지, 거기서 조금 더 보태자면...태초에 세계가 창조되었을때, 창조된 세계에 초월자라 불리우는 이가 내려왔을때, 초월자가 인간 종족을 자신의 대리인으로 임명했을때, 인간 종족중에 가장 빼어난 일곱명이 그의 힘을 받았을때와 같은, 아주 깊은 발자취들이 책에 쓰여진다.



- 그런가하면, 세계가 돌아가는 것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일들도 책에 쓰여지지, 123번째 나무가 베어졌다. 50483985번째 개미가 발혀죽었다. 184932번째 생쥐가 굶어 죽었다...와 같은 그런 하찮게만 느껴지는 것들도 페이지의 한자락을 차지한다.

그런 모든 과거의 발자취는 가장 앞페이지에 쓰여지지.



- 과거 뿐만이 아니다. 책에는 미래에 벌어질 일들도 예외없이 쓰여진다. 이번 시대에는 두 명의 검성이 태어난다던가, 이번 시대에서 찢겨진 과거가 다시 부활한다던가, 머지않아 과거의 잔재들이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일들이....그런 미래에 새겨질 각인들은 뒷페이지에 쓰여진다.



- 중간 페이지에는, 현재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쓰여진다. 너와 내가 대화를 나누는 것들도, 지금 스러져가는 나무와 꽃들도, 한창 검에 핏물을 먹이는 사람이 벌이는 일들마저도 전부. 여과없이 기록되지.



- 그래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과거에 벌어졌던 모든 사건들이 담긴 역사서이자,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담긴 예언서, 그리고 현재를 기록하는 서기관, 정작 물건엔 망각의 축복이 걸린 주제에 안은 기억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기록을 해놓은 모순 덩어리. 그게 바로 '책'이라는 거다.



지금 그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벨레인은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쓰여있는 모든 것들이 진실이고, 그 모든 것들은 세계의 모든 기록에 대한 것, 그것들을 전부 담고 있는, 그런 물건을 신화와 전설에서 무엇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명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고양된 감정으로 인해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든 더듬거리지 않고 말하려고 애를 쓰면서 그에게 대답했다.



"아..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 그..그, 책의 다른 이름이, 혹시 아카식 레코드인가요...?"



- 아카식 레코드...? 그건 또 뭐지? 한번 말해봐라.



그녀는 곧장 자신이 알고있는 전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사벨레인이 말한 아카식 레코드라는 것은,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고, 꽤나 인상깊게 읽었던 전설들이 기록된 책에 중간중간에 짧게나마 서술되어 있었던 물건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먼 옛날, 그때 당시의 용사가 적의 계략에 빠져 궁지에 몰렸을때, 이름없는 한 신이 내려와 용사에게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담은 도서관이 있는 곳으로 인도해주었다고 했다.



"그 도서관에서 용사는 아카식 레코드라는 이름의 한 책을 찾았는데, 그 책에서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기록과, 미래의 자신이 어떻게 궁지에서 빠져나갔는지에 대한 기록이 적혀있었고, 그렇게 용사는 무사히 궁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까 당신이 책에 대해서 설명한 내용하고 꼭 들어맞잖아요?"



사벨레인은 그때 읽었던 전설을 다시 없을만큼, 보다 자세하고 선명하게 떠올려내고 있었다. 전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설명이 거의 일치하는 책에 대한 대목에 이르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라올 지경이었다.


도서관에 대한 내용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분명, 용사가 읽었던 그 책에 대한 내용만큼은 이 설명과 더할나위없이 꼭 들어맞고 있었으니까. 허나, 눈탱이는 이제 전설에 대해선 흥미가 팍 식었다는 듯이, 영 시큰둥하게 반응할 뿐이었다.



- 그래...들어보니, 꽤나 설득력 있는 전설이기는 한 것 같군, 하지만 아쉽게도 책의 이름은 한결 같이 '책', 오직 이 하나 뿐이었다. 아카식 레코드니 뭐니 하는 거창한건 없었다.그리고 앞으로도 죽 '책' 하나 뿐일테고.


왜냐하면 그건 나조차도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어서, 마음대로 제목을 바꾼다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아마도 그 용사였던 인간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발한 계책을 생각해냈던 것을, 후대의 인간들이 좀 많이 거창하게 각색했나 본데...



그의 대답은 듣는 사람을 꽤나 맥빠지게끔 만드는 종류여서, 사벨레인은 약간 기운빠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비록 전설이라는 것이 수많은 허구들과 아주 약간의 사실만으로 점철된 것이라고는 해도, 방금은 어쩌면 그 전설이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생겨났던 찰나였다. 그런데 한순간에 부정해버리니, 갑자기 김이 빠질 수밖에 없는건 당연한 현상일 것이었다.



"하긴...전설대로라면 그 책인가 뭔가는 도서관에 박혀있어야 했겠죠."



그 말을 끝으로, 처진 기분과 짧은 침묵이 자아내는 어색한 공기의 하모니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그동안 그는 온통 검은 색뿐인 땅바닥만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만 있는 사벨레인의 얼굴,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서 보이는 금빛 눈동자를 그저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그는 동공을 가늘게 좁히고, 그녀에게 느릿한 목소리로 물었다.



- 좋아, 아까 내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었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책의 한 페이지를 통해서 한번 널리 알려졌던 역사의 한순간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오는건 어떨 것 같나? 내가 아까 말했던 일곱 황제들 중 한 명을 한번 보고 온다면 더욱 괜찮을 것 같군.



그 말에 사벨레인은 곧장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게 될까?' 라는 의심과 '도대체 어떻게?' 라는 의문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반신반의도 아닌, 그저 의문뿐. 그가 무슨 수로 역사 속에서 벌어졌던 그 일을 보여준단 것인지는 몰라도, 눈탱이는 아주 자신만만한 기색을 전혀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걸 대체 어떻게 볼 수 있다는거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책 속에 들어가는 건가요?"



지극히 당연한 의심이었다. 말 그대로 역사 속에 뛰어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그저 정신병자의 헛소리나, 과대망상증 환자의 그럴듯한 개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었다. 이미 새겨져 버린 과거를 향해 간다는 것은,그정도로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소리였다.


허나 그런 의심을 품었음에도, 사벨레인의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강렬한 호기심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눈탱이는 눈웃음을 살짝 짓고는, 그저 재밌다는듯 낄낄대듯 말할 뿐이었다.



- 물론 진짜로 보내는건 아니지, 아무리 책이라고 해도 이미 과거를 거스르지는 못해, 간단하게, 먼젓번에 그 바스티드 평원과 비슷한 종류라고 보면 되는거다. 그저 기억을 통해 실제와 같은 환상을 보여줄 뿐이다.



"환상...?"



- 왜, 환상이라는 말에 신뢰도가 뚝 떨어지나? 딱히 총칭할 말이 없어서 환상이라는 단어를 택하기는 했지만, '책'은 이미 기록된 사건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이니, 조작이라는 것은 없어, '책'에 그 사건을 기록하는 주체도 '책'이니까.


- 그리고 조금 더 걱정을 덜어주자면, 이곳은 내가 얹혀 살고있기는 해도, 어디까지나 너의 마음 속이다.

오로지 너만의 것이지, 아까 내가 마음은 너라는 존재 자체가 가장 확실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었지? 그 말의 뜻은, 이곳에서 네게 침입자나 이방인이 만들어낸 환상이나 암시 따윈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거다.


- 너 스스로가 네게 건 강력한 암시정도가 아니라면...내가 보건데, 아마 그정도의 암시는 웬만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풀리지 않을거다. 가령, 너가 평범한 여자아이라던가.



"...전 평범한 여자아이 맞잖아요?"



- ...



사벨레인이 뺨을 긁적이며 스스럼없이 대꾸하자, 그는 뭐라 대꾸하려고 하는 것처럼 하더니, 이내 말해봐야 뭐하겠냐는 듯이 포기하고는 눈을 슬며시 감았다. 그렇게 그들 사이에서 낡은 종이가 하나 두둥실 공중에 떠오른채로 나타났다.



- 지금은 내가 이런 꼴이라서, 책을 제대로 불러오지는 못하지만...딱 한 페이지 정도라면야, 문제없이 불러올 수 있지.



그는 그렇게 중얼대듯 말하고는 사벨레인을 향해 톡 쏘아붙이듯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 그러니, 이걸 보고나서 너가 책을 온전히 불러올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한단 소리다. 내가 매번 한페이지씩 불러오기에는 너무 효율도 좋지 않으니까...에휴, 원래대로라면 그런 연습은 필요없었을텐데...



"..."



계속 그가 투덜거렸지만, 사벨레인은 듣는둥 마는둥, 그저 눈앞의 낡은 페이지에만 온 신경을 쏟아붓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먼젓번과는 달랐다. 먼젓번에는 한 문장에 여백 대부분이었다면, 지금 이 페이지는 수많은 기록들이 빽빽한 글씨로 적혀져 있었다.



- 그래, 어디 한번 느긋하게 감상해봐라.



그 말과 동시에 주변의 어둠이 서서히 걷혀가며, 눈탱이의 모습도 점차 희미해져갔다.

꽤나 놀랄법도 하건만,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 그대로일뿐, 그리 놀라지 않아보였다.


눈탱이의 말대로 이것은 먼젓번에 겪었던 현상이기도 해서 그런듯했다. 하기야, 실제는 아니어도 이미 세상이 한번 부서져내리는 광경을 봤었던 그녀이니, 세상이 서서히 생겨나는 모습 정도야 놀랍지도 않을 것이었다.


어둠을 걷어내며 솟아오른 광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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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Story. 3 It's our war now +2 19.07.25 18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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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Story. 3 It's our war now +1 19.07.24 209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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