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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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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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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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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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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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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Story. 3 It's our war now

DUMMY

본래 그 자리에 서있었다는 듯이, 어둠이 서서히 거두어지며 황금과 은으로 된 기둥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름다운 무늬들이 세공된 기둥들에는, 바닷물을 그대로 굳힌듯한 생김새의 푸른 사파이어들과 피를 한 방울 한 방울 떨어뜨려 만든 것처럼, 섬뜩한 찬란함을 간직한 혈석들이 박혀있었다.


그런 기둥들이 수십개는 더 되어 있었다. 아름답다고 한다면 그럴 것이었고, 찬란하다고 한다면 그럴 것이었다. 그 어떤 찬사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딱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전 내부인가...?"



이곳은 분명히 신전이 아니었다. 신전이라기엔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참람해서, 신전의 그 신성하고도 경건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당연한 사실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이 위엄과 위압감이 피부에 와닿아, 짜릿하고도 본래 의미와는 다른 의미의 소름이 돋아서, 무심결에 그렇게 말을 내뱉게끔 만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느껴졌다.



"...헉...!"



어느새 빠졌던 넋이 돌아왔다. 기둥을 하염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 정도로, 무의식에 빠져있던 정신이 돌아왔다. 그러는 동안 숨쉬는 것을 까먹었던 듯이, 본능적으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것을 반복할수록, 서서히 기둥에만 맞추어져있던 눈동자의 초점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깜빡일수록 선명해지는 시야에 점차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차라리 기둥에만 시선을 파는 것이 나았을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곳은 인간이 만든 장소가 맞는지부터가 의심이 들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미인에게 하는 최고의 찬사는 대개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이곳은 건물이라는 범주를 아득히 초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정신이 팔리지 않게끔 붙들으면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걸었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반질반질해서 윤이 나는 벽에 다가가 손으로 쓸었다.

그것에서부터 느껴지는 이질감에, 깜짝놀라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 대체...?"



눈앞의 벽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하자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대체 아까전에 느껴진 이질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의문에 사로잡혀 손을 다시 뻗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손바닥으로 벽을 쓸었다. 아까와 비슷한 부분에 이르자, 손가락 끝에서부터 아주 미세한 어긋남이 느껴졌다.



"이거...통짜가 아니야..."



벽은 바위 같은 것을 통째로 깎아내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전체적으로 반질반질한데다, 단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만큼 경계선이나 미세한 틈조차 보이지 않아 그렇게 보였을 뿐, 이 벽도 여느 벽처럼 층층히 재료들을 쌓아서 만들어진 것이다.



"..."



경외심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수를 썼길래, 층층히 쌓아올린 벽이 거의 바늘 하나를 집어넣을 틈조차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벽에는 물감을 덧칠한게 아닌, 재료의 있는 그대로의 색깔만을 이용한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다.



"...말도 안돼..."



신이 건물을 지어올렸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오로지 재료의 색깔만을 이용하며 그림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도, 서로간의 아귀가 정확하게 들어맞게 지어진 벽이라니.


이 벽의 아주 미세한 어긋남은 이것을 지은 존재가 신이 아님을 증명하는,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나타내는 것일까?

한참을 그렇게 벽만 쳐다보았다.


다시 주변을 돌아보고, 또 벽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반복하면서 쳐다봐도 질린다는 생각이 추호도 들지 않았다.



"...정말, 말도 안되잖아..."



보면 볼수록 또 새로워서, 그저 이 건물을 지어낸 존재를 향한 끝없는 감탄만이 입 밖으로 자꾸만 새어나왔다.


만일 신이 조형미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한다면, 이 건물을 예시로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마저 들정도로, 건축 같은 것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내가 봐도 훌륭했다.



쾅-!



그때였다.

저절로 격식을 차려야만 할 것같은 이 엄숙한 분위기의 건물에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소음이 들려온 것이.



우지끈- 콰앙- 쾅!



"...?!"



연속해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오는 쪽을 향해 귀를 한껏 기울이면서,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예의따윈 밥을 말아먹고도 후식까지 챙겨먹은 듯한 이 소음이 점차 가까워지는듯 했다.


쾅- 콰앙- 쾅-! 파캉-!


몇 분도 지나지않아 점점 더 가까이, 그리고 소음이 더욱 크게 들려오는 방향인 이 건물의 출입문 쪽을 계속해서 주시했다.

그로부터 머지않아서, 아주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출입구가 말그대로 아작났다.



콰과광-!



출입문을 이루던 그 모든 구성원들이 산산조각이 난채, 먼지구름과 함께 내 발밑까지 굴러왔다.


큼지막한 금속 파편은 내 복부쪽을 통과하면서 뒤쪽으로 굴러떨어졌다.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에, 다급히 시선을 내려 몸을 살펴보았다.



"상..상처가...?"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분명히 커다란 금속 파편이 복부를 관통하며 지나갔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당황스러웠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당황스러움에 나는 잠깐 어깨를 움찔하면서 연신 복부 쪽를 더듬었다.


그러던 중, 이곳이 현실세계가 아닌, 역사의 한 갈래, 책의 페이지 안이라는 사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안심이 되었다고 해야할까, 이곳이 너무나도 실제 같았기에 순간 착각하고야 만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뭐가 되었던지, 나는 무안하기 그지없었다.


창피함에 얼굴에 열이 올라 발갛게 달뜬듯했다.

그러는 와중에, 한 남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라디미르 23세, 네놈의 길고도 긴 억압은 이제 끝났다. 오늘 여기서, 나와 내 기사들이 그 저주받은 핏줄을 기필코 끊어낼 것이다!"



갑자기 들려오는 꾸짖는듯한 일갈에, 황급히 고개를 들어올려 그곳을 바라봤다.

파괴된 출입구 쪽에는 여러명의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들은 들고있던 무기는 다 달랐지만, 거의 다 중무장을 한채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아까 전의 일갈의 주인이라고 생각되는, 피와 흙먼지로 뒤범벅이 된 더러운 갑옷을 입은 남성은, 보기에도 남다른 기백을 뿜어내면서 어딘가를 쏘아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따라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아까는 정신이 팔려 미처 못봤었던 출입구의 정반대쪽, 건물의 맨 끝에선 아주 드높게 솟아오른 옥좌에 웬 사람이 한 명 앉아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이 어떤 생김새를 갖고있는지, 그건 정확히 구별이 가지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그는 보기만해도 무거운 장식들이 가득 달린 갑주를 두르고 있었단 것이었다.



"...그래, 억압이 끝났다라..."



노인의 기운없는 목소리와 뭔가를 긁어대는 듯이 까끌까끌한 목소리가 겹쳐서 울렸다.

얼핏 듣기엔 씁쓸한 것 같기도 하고, 비웃는 것 같기도 했다.


그건 비단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는지, 그에게 일갈한 남성은 인상을 한껏 찌푸리면서 말했다.



"왜 그러는건지는 몰라도, 네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접어두는게 좋을거다. 너의 친위대는 전부 죽었고, 섭정도, 장군들도 전부 죽었다. 네 편이 더 남아있다고 생각하나? 알아들었으면 항복해라, 적어도 예우는 갖춘채로 유폐시켜주마."



남성의 말은 내게 약간 회유하는 것처럼 들렸다. 어쩌면 그는 차마 노인을 죽이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렇군, 그래..."



그런 그에게 라디미르 황제는 중얼거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게 제안에 순순히 응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되는 의미였다.



"데이안, 혹시나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자네는 내가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대비를 전혀하지 않았다고 믿는건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보시다시피 나는 늙은 몸뚱아리에, 여기까지 네놈들이 밀고 들어온다면 내 편은 전부 몰살당한 후가 틀림없겠지, 그건 아주 간단한 추리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않은가? 안그래?"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옥좌에서 일어섰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그리 많지 않지. 나라에서 내게 남은 영토라고는 이제 황궁이 고작이고, 세상 천지가 내게 대항하는 자들로 뒤덮여져 있는데, 탈출은 너무나도 잃을 것이 많은 도박수지."



라디미르 황제는 그들을 등진채, 그대로 팔을 들어올려 옥좌 뒤에 박혀있던 큼지막한 보석 장식을 하나 떼어냈다.

그건 정말 새하얀 빛깔을 띠고 있었기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가 있었다.



"자네들이 직접 오지 않았다면, 만일 이곳에 온게 용병이었다면야...내가 어떻게든 돈으로 회유를 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그런 실낱같은 가능성만 믿고 살기에는 세상은 너무 가혹하지. 밑바닥까지 추락해봤던 자네이기에 그 사실은 더 잘 알지 않은가?"



그는 한손으로 그 보석을 들고 말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그의 표정에 미소가 지어진듯 보였다.


다시 시선을 돌리자, 데이안이라 불렸던 남성의 표정이 급속도로 창백해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저 보석이 어떤 것인지 아는듯 했다.



"그래, 자네도 이 보석이 뭔지 잘 아는 것 같군, 그럼 효과가 뭔지도 잘 알겠지?"



"...그걸 쓴다는 것이 네 해결책인가? 초월의 힘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네놈은, 단시간에 우리를 전멸시킨다는 것이 가능할거라고 보나?"



"어째 당연한 말을 하는군, 이것이 네놈의 해결책이기도 했지 않던가? 그렇다면 내게도 안되리란 법은 없겠지."



대화를 주고받던 라디미르 황제는, 단숨에 보석을 꽉 쥐어서 깨부수었다.

산산조각이 난 보석에서, 하얀 안개와도 같은 내용물이 흘러나오며 그의 몸을 감쌌다.


마치 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듯한 모습의 황제를 보면서, 데이안이라 불린 남자는 한쪽 손을 들어올리며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고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검집에서 검을 뽑아쥐었다. 채 마르지 않은 피가 묻어있어, 피가 번진듯 보였다.



이윽고, 점점 밝은 빛이 걷어내지기 시작했다.

밝은 빛이 황제의 몸에서 사그라들면 사그라들수록, 그의 입가는 점점 더 굳어져만 갔다.


이내 완전히 빛이 사그라들자, 황제는 확연하게 달라보이는 모습을 자랑하며 서있었다. 풍채가 노인이었을때보다 서너배는 더 커보였다.



"....그래,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온몸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고 하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일테지, 아, 그래...네놈이 쓴건 초월자의 힘이 담긴 보석이던가? 내가 쓴건 초대 라디미르 폐하의 힘이 담긴 보석이지만, 그래도 물어보고 싶군, 어때, 자네도 이런 기분이었나?"



그의 물음에 데이안이라 불린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모자라다는 듯이, 검 손잡이를 고쳐쥐며 일행에게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전부, 전투준비."



입구 밖에 빼곡하게 늘어선 병사들과, 그를 따르는 영웅들의 창과 칼, 화살과 마법이 전부 라디미르 황제를 향해 겨누어졌다.

그는 그 광경을 보면서, 위험하게 느껴지는 붉은 안광을 빛내었다.



"뭐,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다만...적어도 감상 정돈 알려줄만은 하지 않았나?"



짧은 정적이 흘렀다.

어느 순간 그의 손이 내려졌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엄청난 함성과 발구름 소리와 함께 입구에서부터 물밀듯 병사들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덮쳐라! 결사의 각오로 황제의 심장을 찔러라!"



데이안은 그들을 북돋으며 함께 달려나갔다. 그의 검에는 어느새 예리한 푸른색의 칼날이 세워져 있었다.



"아무리 초월자의 힘을 가졌다고 한들, 그를 죽였던 초대님의 힘에 대항할 수는 없을거다!"



순식간에 새빨간 핏물이 황제의 몸에서부터 뿜어져나와, 칼날처럼 병사들을 꿰뚫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불러왔던 책의 한 페이지가 끝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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