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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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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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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32)

DUMMY

Episode 31 - 왕의 사자


"그렇군요,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왕'께서 개입을 허락하신 이유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정혁은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남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남성은 혼자서 몇 마디를 더 중얼거리더니 손가락 스냅으로 따악- 소리를 내며 손을 내밀었다.

예술가의 손처럼 가느다랬고, 고왔다.

그는 인위적인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요청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그 분'을 섬기는 왕의 사자, 뱅크시라고 합니다. 뱅크시 브록슬랜 데토네이터."

정혁은 당황한 듯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했다.

뱅크시의 손을 쥐었을 때.


'윽, 이건......?'

느껴진다.

강력한 계수의 기운이.

지금까지 정혁이 느끼고 경험해왔던 그 누구보다 복잡하고도 강력했다.

잠깐 손을 터치한 정도만으로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뱅크시는 정혁의 손을 놓은 후 가늘게 뜬 눈으로 그의 전신을 훑었다.

"흠......, 확실하군요."

오싹한 미소가 뱅크시의 입가에 지어진다.


"뭐, 뭐가 말이에요......?"

"왕의 힘이 느껴집니다."

뱅크시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미천하고도 무색무취한 일반적인 힘이 아닌, 진정한 왕의 힘인 헥토마 펑션이......! 당신의 육체안에서 느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헥토마 펑션에 대해 알고 있는거야?'

점점 뱅크시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고 살아온 인간이기에 헥토마 펑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인가?

아니, 애초에 인간이 맞기는 한 것일까?


겉모습만 인간으로 위장한 또 다른 존재가 아닐까.

정혁의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저, 정체가 뭐에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뱅크시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의문점을 가득 품은 얼굴을 보여주었다.

"흠, 이상하네요. 본명은 분명히 밝혔을 터인데."


"이름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요, 어떻게 헥토마 펑션에 대해 알고 있는 거죠?"

"알고 있을 수 밖에요, 헥토마 펑션은 저의 '왕'께서 창조하신 힘이니까요."

뭐?


'헥토마 펑션을 창조했다고?'

혼란이 일어났다.

뱅크시의 말에 의하면 헥토마 펑션은 본래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힘이 아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그럼 그 조작된 힘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건가?'


퍼즐 조각이 흩날리며 그림이 완전히 분해되어 버렸다.

뱅크시는 혼란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정혁에게 말했다.

"자, 일단 당신의 머릿속이 버거워하는 것 같으니 제가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뱅크시는 양 손을 펼쳤다.

"여기는 바로 헥토마 스피릿! 펑션의 소유자가 내면에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헥토마 스피릿? 또 다른 세계?'

이해가지 않는 발언들이 속수무책으로 정혁의 귀를 찔러대었다.


뱅크시는 검지를 들어 정혁의 얼굴에 들이대었다.

"쉽게 설명해서, 이곳은 바로 헥토마 펑션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는 당신의 내면 속 세계라는 겁니다."

'내면 속 세계라고? 이 공간이?'


정혁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랏빛의 은하수와 함께 아름다운 결정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

마치 예술가의 작품과도 같은 모습인데.


'이 아름다운 공간이 내 내면 세계라니.'

믿겨지지 않았지만 뱅크시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의식을 잃거나 깊은 수면에 빠질 때, 혹은 헥토마 펑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그 단계'에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지요."


그렇다면 그 '누구나'라는 표현을 쓰면 안되는 것 아닌가?

애초에 전재조건이 붙는다는 것 자체가 백중 백의 논리를 깨트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인데.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토를 달 이유는 없었다.


뱅크시는 경건히 경청중인 정혁에게 말을 이었다.

"즉, 당신은 지금 의식을 잃었거나 깊은 수면 중이거나 '그 단계'에 접한 사람들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군요, 물론."

그가 혀를 낼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헥토마 펑션은 당연히 보유 중이시겠구요."


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헥토마 펑션을 지닌 사람입니다."

뱅크시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아아아, 이렇게나 젊고도 잠재력의 크기가 거대한 분이 '왕'의 염원을 이끌어 줄 자라니. 저 뱅크시, 감격하다 못해 울음이라도 터트릴 지경입니다!"

뱅크시는 그렇게 말하고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어 오열하는 시늉을 했다.

'미친 사람인가?'


점점 무서워졌다.

텐션이 과하게 높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또X이인 것인지 불분명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헥토마 펑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아.'


자신의 힘에 대한 정보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뱅크시의 등장은 정혁에게 복권과도 같았다.

'지금이 아니라면 확실하게 알 수 없어.'

정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뱅크시씨."

눈 앞에서 완전한 쌩쑈를 펼치고 있던 뱅크시가 그의 말 한 마디에 곧바로 동작을 멈췄다.

"네, 부르셨습니까?!"


정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음?"

뱅크시는 한 쪽 눈을 치켜뜨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각해보니 제 소개를 드리지 않았었군요, 저는 최정혁이라는 사람입니다."


뱅크시는 정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이 어찌 신사적인 분이십니까? 손수 자신의 본명을 밝히는 젠틀함까지 지니고 있으시다니!"

'윽, 반응이 너무 과한데?'


MBTI 조사가 절실해 보인다.

"처음 이름을 불러보게 되겠군요, 최정혁씨!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꽉 움켜잡은 그의 두 손에서 거대한 계수의 힘이 흘러나온다.

'윽, 감당하기가 힘들어......!'

정혁이 눈을 질끈 감으며 고통을 호소하자 뱅크시는 당황한 듯 두 손을 뒤로 빼버렸다.


"이런, 맙소사! 오랜만에 이 세계에 들어온 인기척때문에 제가 조금 흥분했나 봅니다!"

뱅크시는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놀란 나머지 정혁이 두 손을 앞으로 내민다.

그나저나.


'흘러나오는 계수의 양이 장난이 아니야.'

그 짧은 순간에도 느낄 수 있다.

이제 그도 일반인이 아니기 때문에.

'윤찬씨? 아니면 부대장님? 아니야. 그 두 분과 비교해서도 차원이 다르다.'


아직 신생아 수준의 전투력을 지닌 정혁마저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거, 내가 지금 엄청난 분을 만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혁이 침을 꿀꺽 삼키며 질문을 시작했다.

"저, 뱅크시씨. 질문이 있는데요."


뱅크시가 몸을 360도 회전시키며 양팔을 펼쳤다.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젠틀맨!"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의 텐션이다.

'본래 성격이 이런건가?'


정혁은 잡생각을 집어넣었다.

"혹시, 헥토마 펑션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정혁의 질문을 들은 뱅크시의 표정이 굳었다.


"뭘 알려달라고요?"

'무, 뭐지?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

"헥토마 펑션에 대해......, 가르쳐달라고 물었는데요......?"

정혁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내었다.


"어째서 헥토마 펑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죠?"

그야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이 양반아.

"어,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그닥 없어서라고 할까요?"


긴장되는 숨소리가 정혁의 코와 입을 타고 흘러나온다.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다.

"정보가 없다니, 그것은 꽤나 흥미로운 답변이군요."


뱅크시가 고개를 푹 떨구며 몇 초 간 동작을 멈췄다.

'왜이러는 거지?'

영문을 알 수 없으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말도 안됩니다! 당신은 '왕'에게 선택받은 자가 아닌 것입니까? 펑션의 이해도가 없다니! 없다니!!"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듯 몸을 베베 꼬며 소리쳤다.

'이 사람이 가야할 곳은 정신병동이 아닐까?'


점점 소름이 끼친다.

정상적인 범주 내에 있는 생명체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아니야, 아니야!!"

뱅크시가 정혁의 어깨를 잡으며 앞뒤로 흔들었다.


"당신은 '왕'의 염원을 이끌 남자가 아니야!!"

뱅크시는 미쳐버린 듯 자해를 시작했다.

손톱으로 몸 이곳저곳을 꼬집거나 찔러대며 광기를 보여주고 있다.


정혁이 뒷걸음질쳤다.

"으, 으으으......!"

그로테스크한 뱅크시의 행동을 두 눈 앞에서 목격하자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정혁이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뱅크시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달렸다.

거대한 결정들을 피해가며, 두 다리가 버텨주는 한계 내에서 멀어지려 애썼다.

'뭐야 저 인간, 다짜고짜 질문 하나 했다고 자기 몸에 자해를 하다니?! 미친거야! 분명히 미친거라고!'

콰과과광!!


십여미터 크기의 거대한 결정 하나가 폭파되며 파편들이 정혁에게로 낙하했다.

"으아아악!!"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피하지만 수 백 개의 결정을 다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크악!"

등 쪽에 가격되는 묵직한 결정에 의해 정혁이 쓰러졌다.

"어......, 딜 가려고!!"

뱅크시가 손을 펼쳐 정혁에게 조준한다.


"제, 젠장!"

다가온다.

무서운 괴물이.

미쳐버린 광인이.

조하나와 민윤찬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생명체가.


"당신은,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가!!!"

흑의 기운을 내뿜으며 정혁에게로 다가오는 뱅크시.

'제, 제발 누가 좀 살려줘!!!'

충격에 빠지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곧이어 뱅크시가 달리기 시작한다.

그의 타겟은 최정혁.

자신을 분노케한 괴상망측한 자를 죽이기 위해 다가간다.


"자, 이제 그 가면을 벗겨보시지!!!!"

뱅크시가 정혁에게 점프한다.

정혁이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는다.

'이, 이제 다 끝났어!!!'


뚝-


"허억!!!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눈을 뜬다.

하얀 빛의 다운 라이트 조명이 정혁의 눈을 밝힌다.

전신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이, 이곳은......?"

정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드득- 하며 관절 소리가 들려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각종 약품들과 치료제가 구비되어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정혁은 두 손을 심장 부근에 얹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 살았다......! 살았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꿈과 현실은 다른 것임을 알고 있는데도.

정혁은 약간의 트라우마를 얻었다.


그는 지친 몸을 일으켜 병상에서 내려왔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아킬레스건을 이끌고 차근차근 한 발을 내딛었다.

다리가 상체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후덜거린다.


"전신이 아파......,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야."

정혁은 벽에 걸려있는 벽걸이시계를 바라본다.

시간이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다.

'몇 시간을 잠든거지?'


육체의 시계가 전혀 돌아가고 있지 않았으니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고 윤 설이 들어왔다.

"어, 엇?!"

그녀는 정혁을 바라보고는 무슨 귀신을 본 듯 뒤로 나자빠졌다.


"우왓!!!"

테이블 위에 놓여진 약품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너, 너......?"

"아, 누나. 괜찮아요?"


정혁이 손을 내밀며 윤 설을 일으켰다.

"나, 난 괜찮은데......, 너 괜찮은 거 맞아?"

"네, 저요? 사실 괜찮지는 않은데. 그런데 왜 그래요, 누가 보면 못 볼 사람이라도 본 줄 알겠어요."

윤 설이 정혁의 어깨를 잡았다.


"놀라는 게 당연하지! 너, 지금 일주일만에 깨어난 거 알아??!!"

"네?"

순간 정혁의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일주일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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