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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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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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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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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글자수 :
955,407

작성
23.07.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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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레퀴엠(18)

DUMMY

Episode 17 - 펑션 메모리 1


리셸의 붉은 창이 드러난다.

하지만 일반적인 창의 크기가 아닌 집채만한 사이즈를 지니고 있다.

발현된 창은 공중에서 아랫 방향으로 조준되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민호를 향해.

"당신을 위해 엄청 섬세하게 다듬어줬어, 이번에는 부상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리셸의 거대하고도 붉은 창.


'하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지.'

혈흔이 완벽하게 멈췄다.


자체 회복만으로도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는 회복 계열의 계수가 실전에서는 엄청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다니.


'주마등이라도 스치려는 건가?'

지금의 시간까지 꽤나 훈련을 열심히 거듭해왔다고 믿어왔는데, 역시 실전과 훈련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게다가 상대가 좋지 않다.

어느정도 강한 수준이 아니다.

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 놈들은 원래 이리도 강한건가?'

생각을 거듭하며 힘을 쥐어짜낸다.

두 손과 발, 상체, 하체.


몸 전체에 퍼져있던 계수를 양 손으로 모아 응집시킨다.

지이이이이이잉-.

동그란 원으로 이루어진 계수 덩어리가 발현됐다.


그 크기는 작을 지 몰라도 내포되어 있는 에너지는 가히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

'이 한 방에 모든 힘을 쏟아넣는다.'


혈관이 부풀어오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혈이 흘러나온다.

고통스럽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통증이 덮쳐온다.

하지만 멈출 수 있겠는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적을 보고도 목숨을 구걸할 수 있겠는가.

죽더라도 장렬하고 전사답게 죽는 것이 사후세계에 도착했을때도 마음이 편할 것이다.

"뭔가 대단한 걸 준비하고 있나보네, 그럼."


리셸의 손가락 튕구기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붉은 창이 낙하한다.

'지금이다!'


민호가 오른손으로 구를 잡아 붉은 창을 향해 던지려한다.

자세를 잡고 손을 앞으로 뻗으려는 순간.

파악-.

콰과과과과곽!!


리셸의 붉은 창이 반으로 갈라져 터져버린다.

창 안에 응집된 계수들이 공중에서 흩어져 비산한다.

거의 모든 계수가 소멸될 때 쯤 리셸이 동공을 키운채 외친다.

"뭐야, 어떻게 한거지?"


당황한 듯 자세를 비틀거린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민호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된거지?"


도민호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을 때 쯤.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

신형 제복을 입고 있는 조하나가 공중에서 착지하며 민호의 계수 뭉치를 빼앗아든다.

"이거 저 년한테 던질 거 아니었어?"


계수 뭉치를 집어든 조하나가 있는 힘껏 리셸을 향해 직구를 날린다.

파아아앙-!!!

빠른 속도로 일직 궤도를 그리며 발사된 계수 덩어리에 리셸이 급하게 방어벽을 생성한다.

"크윽, 어디서 저런 쥐새끼가!"


방어벽과 맞닿은 계수 뭉치가 레이저처럼 대로를 일직선으로 붕괴시킨다.

그야 말로 엄청난 파괴력이 눈에 목격된다.


푸른 작열과 함께 서서히 소멸되는 수십 채의 건물과 빌딩들.

"와, 굉장히 쌔네."


조하나가 감탄하며 박수를 친다.

당연히 강할 수 밖에 없다.

지휘관들 중 최강이라 불리우는 도민호의 마지막 동귀어진 비기였으니.

대로의 일자 기준으로 수십미터가 소멸했다.


이 정도면 거의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한 방 공격이었다.

"너, 예전보다 더 강해졌었네."

"놀고 먹지만은 않았으니까요, 그나저나."


도민호가 곁눈질로 조하나의 뒷통수를 응시하며 말을 잇는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겁니까."

"아."


조하나가 얼굴을 뒤로 돌려 민호를 바라본다.

어두운 하늘이었지만 그녀의 눈, 코, 입이 선명했다.

"이거 말이야."


조하나가 주머니에서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데이터창을 꺼낸다.

모든 지휘관들의 생체 신호가 표시되어 있다.


그 중 민호의 데이터만이 새빨간 불빛으로 반짝인다.


"정찰하러 간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네가 돌아올 생각을 안하길래 데이터를 살펴봤더니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같더라, 그래서 위치추적하고 진명대장님 수락으로 냅다 달려온 거지."

민호가 피식 웃음을 선보인다.


"타이밍 한 번 기깔나네요, 조금만 더 일찍 와줬으면 좋았으련만."

"허, 누구 생각해서 기껏 여기까지 와줬는데 찬밥 신세네?"

"알았어요, 알았어. 고맙습니다."


민호가 왼손을 하나에게 뻗어 진정하라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어머, 나를 제쳐두고 둘이서 아주 신나게 놀고 있네?"

리셸의 목소리에 조하나의 표정이 굳는다.


평소에 선보이던 날카로운 눈매로 돌아와 리셸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체를 튼다.

"아직 안죽었어?"

조하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럼, 고작 그걸로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렇다면 조금 자존심 상하긴 하네."

아무런 생채기도 없다.

공격이 옷깃에 닿지도 못했다는 건가.

민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도 처음이었어, 내 방어벽을 부순 남자는. 이쪽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리셸은 아까 민호의 공격을 막아낸 방어벽을 보여준다.


망치로 여러번 내려친 유리처럼 완전히 산산조각나 부숴져있다.

곧이어 결정으로 변화하더니 공중으로 사라진다.

"더 할거야?"


조하나의 기가 발산된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힘이 리셸의 가슴을 압박한다.

'호오, 이 여자. 저 도민호라는 남자보다 더 쌘 거 같은데?'

흥미로움이 두 배.


인류의 존재를 연구할 가치가 늘어났다.

그저 군사력과 과학력으로만 승부를 두는 집단이라 생각했는데 진짜는 따로 있었다.

리셸은 두 손을 약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아니야, 오늘은 이쯤 하고 물러나도 될 것 같네. 굳이 더 힘빼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장난하냐?"

오싹한 오라가 발산되며 하나의 동공이 공포스럽게 변질된다.

오니.


고대 전설의 그림에서만 보았던 오니의 형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더 싸워봤자 의미도 없고, 난 힘 빼는건 딱 질색이란 말이지."

"그게 지금 네가 할 소리라고 생각하냐?"


조하나의 분노 게이지가 절반쯤 차올랐다.

놀리는 것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년의 머리채를 붙잡아 바닥에 찍어버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남의 행성을 멋대로 침략해 더럽히는 야만인 종족들인데 그런 행동을 보여봤자 도덕적으로 질타는 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박수를 받았으면 받았지.

"그냥 덤벼."

조하나의 오른 손이 붉은 화염에 휩싸인다.

'귀찮네, 참.'


리셸이 한숨을 쉰다.

기가 쎈 여자를 상대하는 것은 예전부터 여러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골치아픈 일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야."


뒷쪽에서 들려오는 소름끼치는 목소리.

"뭐해?"

붉은 계수가 묻어있는 손날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조하나.

리셸이 유연한 몸으로 하나의 공격을 흘린다.


손이 바닥과 맞닿자 엄청한 참격이 일어난다.

콰과과과과과--!!

흡사 작은 어스퀘이크.

지진과도 같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덤비라니까?"


공격을 흘린 것도 잠시.

하나가 빠른 움직임으로 리셸의 명치를 조준한다.

"하, 진짜."


리셸이 한숨 소리와 함께 두 손을 모아 거대한 폭풍을 일으킨다.

용솟음치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하나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다음에 또 보자."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딜 가려고!!"

하나가 계수를 하늘 위로 폭발시켜 소용돌이를 소멸시킨다.

연기가 걷어지고 난장판이 되어버린 강북지역이 드러난다.

하지만 리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다.


"쳇, 쥐새끼 같은 년. 도망가는 건 왜 이렇게 빨라?"

허탈한 한숨을 내뱉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그나저나 넌 괜찮냐?"


널브러져있는 민호의 육체가 숨을 헐떡인다.

"힘들어 죽을 것 같습니다."

백조전대 인물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과묵한 사람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여러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하, 이거 뭐라고 보고를 드려야 하나?"

하나가 강북대로를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골치아픈 사건들이 여러차례 발생했다.

게이트 사건.


민윤찬의 일반인 난입 사건.

그리고 침략자와의 직접적인 전투.

"일단 자세한 건 전대에 가서 얘기해보자, 곧바로 대장님에게 보고드리러 가야겠어."

"알겠습니다."


민호가 상체를 올려 일어선다.

"자."

하나가 몸을 웅크린다.

"뭐, 뭐하시는 겁니까?"


민호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힌다.

"에, 너 뭐 이상한 상상같은 거 하냐? 계수도 싸그리 다 써버린 녀석이 어떻게 체공을 하려고?"

아, 업히라는 뜻이었구나.


"아, 빨리 타. 급하게 오느라 헬기도 안타고 그냥 왔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민호가 하나의 등에 몸을 맡긴다.


그녀는 두 다리에 힘을 주어 한쪽 무릎을 굽힌다.

"꽉잡아."

다리에서 계수의 발현이 일어나며 하나가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


백조전대 아레나 룸.


"하앗!"

윤 설이 계수로 이루어진 1미터 크기의 창을 집은 채로 윤찬에게 돌진한다.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둔탁한 공격.


신체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윤 설의 공격이 손쉽게 막혔다.

"아직 느려요, 더 빠르게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윤찬이 윤 설의 팔을 잡으며 멀리 내던져버린다.

"꺄악!"


콰당탕.

순식간에 바닥에 나뒹굴어진 윤 설의 이마에서 혈흔이 흐르고 있다.


"계수의 발현 능력을 높여 검과 같은 무기를 만들어낸 것은 칭찬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잘 다루느냐는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나뉘어집니다."

맞는 말이었다.


제아무리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위협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면 거의 무용지물과도 같은 수준이었음이 분명하다.

윤찬이 윤 설에게로 다가가며 상체를 숙이며 말했다.


"뇌에 기억을 새겨두세요. 고통, 움직임, 적응도. 그 모든 것들이 동일하게 성장하여 일정 구간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과부하 탈피가 가능한 겁니다."


물론 그것을 일깨우는 것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이었지만.

윤찬이 윤 설의 몸체를 일으켜 복부에 계수를 밀어넣는다.

"커헉!"


통증이 몰려온다.

"지금 제가 당신에게 주는 이 고통마저도 하나하나 빠짐없이 뇌리에 새기길 바라겠습니다, 그래야 탈피가 빠르게 일어나거든요."


머릿속에 통증을 새겨넣어라.

반은 이해했지만 정확하게 무슨 뜻을 전달하려는지 알 수는 없었다.

"헤헤, 진짜 존나 아프네요."


윤 설의 떨리는 두 손을 잠시 응시한 윤찬이 정혁을 바라본다.

"정혁씨, 당신 차례입니다. 아까 윤 설씨에게 했던 조언은 잘 들었겠죠? 제가 주는 고통을, 정혁 씨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모두 머릿속에 넣어두는 겁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하하, 또 시작이다.

또 쳐맞겠다.

PTSD 현상이 급격히 몰려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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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레퀴엠(22) 23.07.31 99 1 13쪽
21 레퀴엠(21) 23.07.30 102 2 12쪽
20 레퀴엠(20) 23.07.29 107 2 12쪽
19 레퀴엠(19) 23.07.28 10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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