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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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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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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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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14)

DUMMY

Episode 13 - 발현자 5



윤찬이 아레나 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정혁과 윤 설의 뒷모습이 보인다.

"정혁씨, 윤 설씨! 오래 기다리셨ㅇ......, 어??"


두 사람에게 다가간 윤찬은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정혁의 두 손에 고스란히 모아져 있는 백색의 계수.

윤 설 역시 마찬가지.


아직 완전한 구의 형태가 아닌 찌그러져 있는 모양이지만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발현에 성공했다.

"이걸 어떻게?"


윤찬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본래 극한의 훈련이라도 발현의 과정까지는 최소 네 다섯 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어야 하건데.

작전지에서 돌아오는 순간 동안 발현에 성공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 윤찬씨."

태연하게 웃고 있다.

마치 유원지에 놀러 간 어린아이처럼.

"저희 성공했어요!"


윤 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연붉은빛이 은은하게 맴도는 사각형 형태의 계수 응집이 보인다.

가능한건가.

기적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모호한 현상.

"아."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지금은 일말의 고통보다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떻게 성공한 건지 설명 좀 해주세요."

윤찬의 질문에 정혁이 회상한다.


------


1시간 전 백조전대 아레나 룸


찌지지지직!!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이 느껴진다.

얼마나 통증을 느꼈을까.


휴대폰에 발열이 이는 것처럼 몸 전체가 뜨겁다.

하나의 레이저를 몇십 번 맞았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중하세요."


싸늘한 조하나의 눈빛이 시야에 들어오자 하체가 중심을 잃는다.

바닥에 주저 앉음과 동시에 구에서 레이저가 발사된다.

퓨웅!

콰광!!


폭발음과 함께 정혁과 윤 설의 몸체가 날아간다.

"크윽!"

비명을 지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바닥에 손을 짚어 하나를 바라본다.


'뭐라고 했지, 윤찬씨가 뭐라고 했더라?'

기억을 곱씹어본다.

몸을 혹사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혹은 죽여야만 한다는 각오를 머릿속에서 폭발시켜야 한다고 했나?


흐릿한 기억들 속에서 한 가지의 실마리를 잡아냈다.

'이기고 싶어!'

떨리는 두 다리에 힘을 집중시켜 자리에서 일어선다.

힘이 빠졌기 때문인지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몸이 앞 뒤로 비틀거린다.

"호오, 아직도 일어설 힘은 남아있네요?"


태연하게 박수를 치며 정혁과 윤 설을 자극한다.

"정혁아."

정혁이 윤 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 저 년 얼굴 단 한 대라도 때렸으면 소원이 없겠다. 헤헤."

정혁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대 때려보죠."

"키킥, 그럴까?"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정혁이 머릿속 중얼거림을 되뇌인다.

'이기고 싶어, 이기고 싶어, 이기고 싶어, 이기고 싶어!'

심장이 뜨거워진다.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이번에는 하나가 직접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정혁과 윤 설의 앞으로 다가온 그녀는 손날을 들었다.

"그렇게 가만히만 있다가는 죽습니다."


한기 가득한 기운을 내뿜으며 정혁의 목을 가격한다.

팟-

"커헉!"

시야가 흐릿해지며 의식을 잃어갈 때 쯤.


'여기서 눈을 감으면 안 돼!! 그럼 끝이야!!'

필사적으로 몸의 힘을 손아귀에 집중시켰다.

머리가 바닥에 닿으려는 찰나 손을 얹어 머리를 보호했다.

'기절하지 않았어?'


하나의 뒷통수에서 스파크가 튄다.

"하앗!"

윤 설이 하나에게 돌진해 주먹을 휘두른다.

"처음으로 반격을 시도하네요, 윤 설씨."


하나는 윤 설의 주먹을 가뿐히 피하고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 내동댕이친다.

"헤헤, 아쉽네. 이번엔 한 대 때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의지가 대단하네요, 통증이 심한 것은 둘째치고 체력을 많이 소모해서 몸이 제 멋대로 움직이지 않을 텐데."


"아직 한참 멀었는데, 무슨 소리야?"

윤 설이 일어나 자세를 잡는다.

하나는 생각을 더듬는다.


'흐음, 역시 생각한 대로야. 이 두 사람은 이미 발현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벌써?'

의심이 확신에 가까워진다.

"지휘부대장님."


정혁이 일어나 몸의 먼지를 털어낸다.

"아직 테스트 안 끝난 거 맞죠?"

그리고 느껴지는 기운.


정혁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하나의 눈에는 보인다.

백색의 오라가 몸체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틀림없다, 발현에 성공했어.'


놀라운 광경이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최대한 덤덤하게.

'그리고 윤 설이라는 여자도 마찬가지야.'

연붉은빛의 오라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 더 이상의 신체 테스트는 필요 없겠지.'

조하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파란 액체가 든 반투명 앰플을 꺼낸다.

"자, 받으세요."


하나가 정혁과 윤 설에게 각각 하나씩 앰플을 던진다.

"이, 이건?"

앰플을 건네받은 정혁이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회복 포션입니다, 꽤나 상등품이라 작은 흉터까지 없애줄 거에요."

"저기, 아직 테스트 진행중 아니었나요? 갑자기 포션을 주시는 이유가......"

조하나의 미소가 보인다.


"그런 걱정은 넣어두시고 일단 드세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거부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진다.

정혁과 윤 설은 앰플의 뚜껑을 열어 푸른 액체를 한번에 들이켰다.

목구멍을 흘러 내려가는 청량함이 느껴진다.


곧이어 뜨거운 기운이 몸을 감싸며 상처가 회복된다.

타박상과 찰과상, 혈흔까지도 완벽하게 사라진다.

아주 작은 근육통마저 없어지자 몸을 움직이는데에 전혀 지장이 없어진다.

"가벼워."


정혁은 팔을 양 옆으로 휘두른다.

'뭐지,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훨씬 더 가벼운 느낌이야.'

발현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하나가 손뼉을 친다.


"자, 이제 다음 테스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축하드리게도, 정혁씨와 윤 설씨는 지금 막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섰습니다."

"첫 번째 관문이요?"


"그럼 발현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말씀인가요?"

심장이 두근거렸다.

"아니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신 것이지, 아직 완벽하게 발현에 성공하셨다는 뜻은 아닙니다."

김 샌다.


"그럼 다음 테스트는 뭔가요?"

윤 설이 질문한다.

하나는 그 말에 뒷짐을 지며 대답한다.


"여러분이 이제부터 치뤄야 할 테스트는 계수 실현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직접 본인들이 순수의 계수를 손에 생성시켜야 하는 발현의 마지막 관문이죠."

하나가 30 센티미터 크기의 구를 생성시켰다.


"계수가 실현이 된다면 여러분은 이 계수를 이용하여 공격, 방어, 이동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마법적 능력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럼 이 테스트만 통과한다면 부대장님처럼 마법 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뭐, 반은 맞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럼 저희가 어떻게 해야 그 계수라는 것을 생성할 수 있나요?"


"여러분들은 지금 이미 체내에 어느정도 수준의 계수가 작게나마 폭발하고 있어요, 그 증거로는 아마 본인들 스스로가 잘 느낄 수 있겠죠."


'아, 그럼 아까 몸이 그렇게 가벼웠던 이유가?'

정혁은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작게 폭발하는 것으로는 실제 계수를 실현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냐? 방법은 바로 한 가지입니다."


하나는 주변을 배회하며 검지를 들었다.

"내면에서 직접 끌어올리는 수 밖에 없죠."

'내면에서 직접 끌어올린다라......'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차피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따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우선 자세를 잡으세요, 여러분들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하는 자세. 앉아도 좋고, 일어서 있어도 좋습니다."


정혁과 윤 설은 똑같이 양반자세를 잡았다.

"자세를 잡으셨으면 이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뱉어내세요."


하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입을 얇게 벌리며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1, 2초 후.

""후우우우우.""


바람이 공중에 흩어진다.

가슴이 편안해지는 느낌.

마음이 안정되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상하게 실패할 것 같지가 않아.'


생각을 다듬다가 말한다.

"준비 됐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죠."

하나는 두 사람의 뒷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군화 소리가 귀를 스친다.


"마음을 안정시켰다면 이번에는 머릿속을 비워야 합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도록. 마치 자신이 공허를 헤엄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죠."

평정심.


그 뒤로 하나는 그래야만 제대로 된 체내 속 계수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혁은 머릿속을 희게 만들어보려 노력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방해꾼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잡생각 자체를 아예 지워버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힘든 것은 당연한 겁니다, 머릿 속을 아예 비우는 행동은 초보에게 쉽지 않죠."

하나는 주위를 걸어다니면서도 정혁과 윤 설의 얼굴을 응시했다.


'평정심이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야.'

집중을 거듭했다.

고난, 피로, 분노, 회의 등등의 모든 감정을 비워내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약간이나마 든다.


몇 분 정도 더 자세를 취했을까.

시간의 개념이 사라짐과 동시에 완전히 무의 상태가 되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마저 사라지고 완전히 공기의 흐름으로 변질된 듯하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하나가 하얀 결정을 작게 생성시켜 정혁과 윤 설의 머리 위에서 떨어트렸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집중이 단 1초라도 흐트러진다면 실패이니까 조심하세요, 뭐......"

'어차피 지금 내가 말하는 것조차 들리지 않겠지만.'


하나는 그렇게 말하고 아레나 룸의 문을 열어제꼈다.

"원래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은 본인의 역할입니다."

그녀는 아레나 룸의 문을 닫아 자취를 감췄다.



정혁은 마치 우주 공간에서 떠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이때까지 체험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이곳 저곳에서 푸른 결정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반응하고 있는 건가, 그럼 응해줘야지.'

현실과는 다른 가상의 공간 속이다.

애초부터 정혁은 그 가상의 공간 속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푸른 결정과 더불어 붉은 빛의 기류가 그의 몸체를 스쳐 지나간다.

정혁은 수많은 결정과 기류 중 백색의 무언가를 찾아냈다.

'저건가, 나의 힘이?'


정혁은 그 백색의 무언가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갔다.

확신이 들었다.

'이게 나의 힘이다.'


마치 한 몸처럼 편안하다.

손에 쥐었을 때에는 또 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이제 이걸 밖으로 빼내면 된다.'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정혁은 뇌의 상상력을 총동원해 눈 앞에 존재하는 계수를 손바닥으로 흘려보냈다.

최대한 천천히.


능숙해진다면 조하나와 민윤찬처럼 단 1초도 되지 않은 시간 내에 구를 생성할 수 있겠지만 정혁에게는 첫 시도였다.

서투를 수 밖에 없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백색의 기가 점점 오른손에 응집된다.


'좋아, 아직까지는 순탄해. 지금 이 상태로만 간다면 성공할 수 있어.'

대량으로 응집된 기가 뒤엉켜져 있다.

'이제 이것들을 구의 형태로 다듬어야 해.'


제일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는 부분에 도달했다.

가느다란 실처럼 이루어진 계수가 뭉쳐 완성되는 구.

약간의 삐뚤어진 모양도 조금씩 바로 잡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조금만 더!!'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이제 앞으로 조금.

그리고 점점 심장이 폭발하는 느낌이 든다.

쿠구구구구구구---


요란한 굉음이 들리며 구가 거의 완성되었다.

'좋아, 이제 됐어!'

폭발한다.

마음 속에 응집된 힘이.

정혁은 서서히 눈을 뜬다.


저도 모르게 모으고 있던 두 손 위에 올려진 백색의 구가 보인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숨이 차지만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성공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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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레퀴엠(20) 23.07.29 10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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