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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라이트 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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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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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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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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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8)

DUMMY

Episode 7 - 발현 테스트



'이곳이 바로 사이드펑커?'

정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건물 자체의 화려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푸른 빛의 결계가 매우 눈에 띄었다.

"이, 이게 뭐에요?"


윤 설이 오라를 가리키며 윤찬에게 물었다.

"저희 전대를 보호해주는 보호막입니다, 보통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죠?"

'그런데 우리 눈에는 왜 보이는거지?'


약간의 기대를 품었다.

혹여나 발현자의 가능성이 있는 자들도 이 오라를 볼 수 있다, 라는 답변이 나올지도 몰랐으니.

하지만 그런 바람과 무색하게 윤찬이 곧바로 정혁의 환상을 깨트렸다.


"정혁 씨와 윤 설씨가 이 결계를 볼 수 있는 이유는 저희가 두 분들에게는 보일 수 있도록 결계의 제약을 풀었기 때문입니다."

아.

'좋다, 말았네.'


김이 팍 새는 발언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윤찬이 압장선다.

그 뒤를 근육질 헬창 몸매인 한석이 뒤따른다.

'와, 이건 도대체.'


3채의 건물 옆면에 그려져 있는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연보랏빛의 백조' 그림.

매우 정교함과 동시에 예술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진짜 잘 그렸네, 이 정도면 피카소 아니야?'


잡생각을 일, 이분동안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을 숨겼던 허름한 막사에 비해 고급진 장식품들이 가득했다.

중세시대 기사의 갑옷과 게르니카 그림.


물론 진품은 아닐테지만.

은으로 치장된 날카로운 장검과 벽면에 걸려있는 여러 초상화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백조전대를 방문한다면 거의 박물관으로 알아볼 수도 있을 정도였다.

"지하로 갑시다."


카펫이 깔린 바닥을 밟으며 일행은 계단을 통해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적적한 군화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얼마 안있자 지하 2층에 도달한다.

'공간이 약간 넓어진 것 같은데.'


장식품이 없는 단조로운 느낌의 복도가 그들을 맞이했다.

양 옆으로는 여러 방들이 존재했지만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팻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찬은 복도 끝에 위치한 문 앞에서 발을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정혁씨와 윤 설씨의 발현 테스트를 치룰 곳인......"

윤찬이 문을 열자 새하얀 타일로 바닥과 벽면을 가득 채운 넓은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레나 입니다."


정혁과 윤 설이 방 내부에 들어섰다.

'뭐지, 이 기운은?'

청량하고도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

몸이 가볍고 동공이 탁 트이는 기분을 받는다.


그것은 아마 윤 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원해요."

윤 설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찬은 아레나 룸 정 가운데에 서서 양 팔을 벌렸다.


"이 공간은 가상의 계수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공기가 흐르지 않는 무공(無空)의 방이죠."

"공기가 흐르지 않는다고요?"

정혁은 자신의 목덜미를 잡아 어루만졌다.

'그럼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 거지?'


의문점이 들었지만 곧바로 윤찬이 설명을 이었다.

"공기의 존재가 전혀 없는 방이지만 여러분이 숨을 쉬는 데에 지장이 없는 이유는 이 체내에 존재하는 계수라는 성분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계수인가.


어려운 말들에도 대충은 이해할 수 있었다.

계수는 윤찬이 보여준 초능의 힘 뿐만 아니라 공기처럼 우리의 호흡에도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완전 만능의 성분이 아닌가.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지금 호흡에 불편함이 없는 이유도 납득이 가지.'

"제가 말씀드린 발현이라는 것은 체내에 축적되어있는 그 방대한 계수의 힘을 깨워내는 것이라 정의내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 여러분들의 임무이고요."

"방법이 있을까요?"


윤 설의 물음에 윤찬이 미소를 보였다.

"간단합니다, 저와 싸우면 되죠."

"네?"


뭐라고요, 씨발?

정혁과 윤 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하긴 반응이 그런 것도 이해가 될 것이다.

윤찬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니.


그것은 완전한 자살행위가 아닌가.

고작 일반인 고등학생과 갓 성인이 된 여자 둘이서 어떻게 초능력자를 상대로 싸운단 말인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모, 몰래카메라 인가요?"

윤찬은 정혁의 물음에 오른손으로 푸른 구를 작게 만들어 벽면에 투척했다.

곧이어 쾅- 하는 굉음이 귓속을 덮쳤다.


"아, 걱정마세요. 이 아레나 룸은 백조전대 2관에 포함되어 있는 방이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벽체가 일반 타일처럼 보여도 모든 게 다 계수의 힘을 정교하게 조절해서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니까요. 그러니 이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구를 계속해서 던져도....!"


이번에는 여러 개의 구를 한꺼번에 생성시켜 터트렸다.

폭발음이 거세게 두 사람의 귀를 파고들었지만 역시 룸에는 어떠한 흠집도 남지 않았다.

"이렇게 보시는 것과 같이 멀쩡할 수 있는거죠."


그래서 어쩌라고요, 씨발.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윤찬이 말하는 것은 일반인의 상식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말이었다.

'그 전형적인 설명은 당신들 같은 초능력자들한테만 범용되는 말이라고요!'


정혁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윤 설도 마찬가지였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니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표정을 지닌 윤 설이 보였다.


'지금이라도 농담이었다고 싹싹 빌면서 몸이나 숨겨달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마치 머리의 양 옆에서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 각자 유혹의 말을 내뱉는 것처럼 정혁의 머릿속에서 두 가지의 혼란이 일어났다.


도망가야 한다.

아니다, 그래도 시도는 해야한다.

짧은 몇 초 동안 정혁은 그 생각들을 수백번 반복했을 것이다.


윤찬은 어리둥절하며 고개의 각도를 약간 돌렸다.

"흐음, 이상하네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걸 몰라서 묻냐.


자신의 말에 대해서 이상한 점을 전혀 찾지 못한 것인가.

얼마나 미치도록 순수한 양반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아니면 그냥 우리를 놀리는 건가?'


애초에 발현 테스트 따위 해줄 생각이 없었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저희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윤찬 씨를 이기기는 커녕 손끝도 닿지 못할 것 같은데요.....?"

윤 설의 발언으로 윤찬이 당황하는 듯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 이런 오해가!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존나 다행이다, 진짜.'

정혁은 오해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약간 긴장을 풀었다.


"제 말은 정혁 씨와 윤 설 씨가 저를 이겨보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단기간 내에 체내에 있는 계수를 끌어내려면 극한의 상황에 도달해야 하거든요."

"극한의 상황이요?"


정혁이 물었다.

뭔가 불길한데.


"네, 쉽게 말해서 몸을 혹사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원래 죽을 위기를 느끼게 되면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게 되죠. 저희같은 자연적인 발현자들은 저절로 체내에서 계수가 폭발하여 발현자가 되지만 정혁 씨와 윤 설씨 같은 경우는 억지로 끌어내야 하거든요."


......, 그 말은 저희를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팬다는 거 아닌가요?

봄날에 먼지 나듯 쳐맞는 상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신체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정신을 집중해서 저를 쓰러트리고 싶다, 또는 죽여야만 한다를 반복해서 생각해보세요. 물론 그 전까지는 많이 아플겁니다."

"......, 죄송하지만 윤찬 씨의 '대충 만들어 던지는 공'으로도 일반인들은 즉사할 것 같습니다만."

윤찬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심성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윤찬의 표정은 마치 이제껏 머리에 남아있는 스트레스를 풀 녀석들이 생겼군, 과 같았다.

"그것도 걱정마십쇼. 저는 계수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이 두 주먹으로만 상대할 테니까요."

그것 참 고오오오맙습니다.


"예, 바로 시작해주세요."

윤 설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마음을 다잡은 듯 보였다.


하지만 긴장을 숨기고 있는 것 뿐이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후우, 그래.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한번 부딪혀보자.'

정혁은 목을 왼쪽으로 돌리며 관절 소리를 내었다.


"저도 준비됐습니다."

윤찬이 안쪽 주머니에서 얇은 장갑을 꺼내 손에 씌웠다.

"흐음, 걱정마세요. 죽지는 않을 테니까."

진짜 존나게 안심되네요.


곧이어 윤찬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라졌어!"

"어디로 간거지?"

두 사람은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이쪽입니다."


정혁의 뒷쪽에서 오싹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려나 찰나.

빡!

"커헉!"


정혁은 이미 바닥을 몇 번 굴러 5미터 정도의 거리를 날아 벽에 쳐박혔다.

"끄악!"

입 속에서 분비물이 튀어나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으며 동시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신음을 뱉어냈다.

"꺄악!"


이번에는 윤 설이 바닥에 쓰러졌다.

'뭐야, 이거. 장난 아니잖아?'

진짜 몇 대라도 더 맞는다면 눈 앞에 지옥이 보일 것만 같은 고통이었다.


평생 이런 강도의 아픔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적잖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뭘 이정도 타격으로 엄살을 부리십니까. 그래봤자 원래 힘에 5퍼센트 정도인데."

'이, 이게 5퍼센트라고?'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달아 벌어지자 이제 곧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단계에 다다랐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그렇다고 반격할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지?'

도무지 머릿속으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옆에서 윤 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최정혁, 고작 한 대 맞고 쓰러질거야?"

그녀는 떨리는 다리를 일으키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호오, 대단한 정신력이로군요."


윤찬이 대단하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거 맞고 탈진하려고 이런 결정 내린 게 아니잖아, 멍청아."

'그래, 맞아. 여기서 포기하면 안돼!'


정혁은 바닥을 두 손으로 집으며 몸을 일으켰다.

떨리는 손가락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듯 제대로 쥐어지지 않았다.

흐릿한 시야였지만 그는 정신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누나는 괜찮아요?"


정혁의 물음에 무슨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냐는 듯 윤 설이 콧방귀를 뀌었다.

"하, 너 뭔 개소리를 하냐. 아파 뒤지겠는데."

그럼 그렇지.


저 정도의 힘으로 가격당했으니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거 영화에서나 보던 마동× 형님 펀치보다 배는 더 쎄보이는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야, 조심해. 다시 온다."


윤찬이 정혁과 윤 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말 그대로 한계를 체험할 수 있는 발현 테스트가 이제 시작되었다는 불안감이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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