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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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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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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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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407

작성
23.07.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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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레퀴엠(6)

DUMMY

Episode 5 - 세계는 지금 4



초능력자.

그들에 대한 이야기나 썰은 공중파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숟가락을 휘게 하거나, 물체를 공중에 띄운다거나, 아니면 물 위를 자유롭게 걷는다거나 하는 아크로바틱한 행위들 말이다.


물론 그것들은 고도의 기술로 조작된 행위예술에 불과했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초능력자의 존재를 실로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일반적으로 물체에 적용되는 초능력이 아닌 실제로 마법이 구사되는 능력을.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묻고 싶은 질문들이 넘쳐났지만 그렇게 된다면 삼일 이상의 시간을 써야할 것이다.

윤찬을 위해서라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보였다.

그저 아주 큰 틀만.


몇 가지 큰 주제로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되었다.

"윤찬씨."

"네."

윤찬의 시선이 정혁에게로 이동했다.


"눈으로 직접 보이고 있기 때문에 거짓이라 단정할 수 없는 현상인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의 설명이 더 필요해요."

"......., 설명이요?"

윤찬의 눈매가 싸늘해졌다.


하지만 정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네, 사실 이 군막사를 지키고 있던 군인분들에게 얼추 듣긴 했습니다. 외계인이라느니, 게이트 포탈이라느니, 믿기지 않는 설명이었지만 대충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은 했습니다."

"그, 렇군요."

윤찬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정도로 알고 있다면 어차피 숨길 필요도 없으리라.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알고 계시는 정보만이라도 저희에게 알려주실 수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윤찬은 윤 설과 정혁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검지와 엄지 손가락으로 턱을 만지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흐음......, 알겠습니다. 어차피 벌어진 사태이니 정보를 아는 것이 후의 상황을 헤쳐나갈 대비책이 되겠지요."

윤찬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혹시 볼프 레이에별의 감마선 폭발이라고 아십니까?"

"네?"

천문학적인 발언이 튀어나오자 정혁은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 들어본 적 없습니다."

윤 설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흠, 아쉽네요. 이 이론을 알고 있다면 조금 쉬운 이해가 되었을 텐데."

과학적인 접근으로 설명하려 한건가?

정혁은 과학 지식을 몰랐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 전 쯤이었을 겁니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 부근에 우주에서 쏘아진 괴상한 빛이 처음 관측 되었던 것이."

"한 달 전에요?"

어째서 뉴스나 각종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는지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따로 질문 공세를 펼치지는 않았다.


"네, 물론 그 지역이 처음이 아니었을 수도 있죠. 해양이나 사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고지대에 발현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윤찬은 안쪽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언론쪽에 따로 보도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인류 역사를 따져보아도 그런 전례없는 사건은 처음이었거든요. 자칫 잘못 발설된다면 전세계적으로 크나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에 정부 측에서 미리 차단을 시켜 놨습니다."


'아, 그래서.'

정혁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윤찬은 반듯하게 접혀진 종잇 조각을 꺼내 펼쳐서 정혁에게 건네 주었다.

"그 이후로 관측된 섬광에 대한 자료입니다."

정혁이 종이를 받아들었다.


"이집트, 브라질, 캄보디아, 시베리아...., 엄청 많네요."

"네, 세계 각지에서 총 37번의 섬광 현상이 발현되었어요. 그리고 그 게이트가 열린 시점은."

"오늘이군요."


윤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윤 설이 입을 열었다.

"혹시, 그 게이트가 무슨 목적을 위해서 열린 걸까요?"

윤찬은 곰곰히 생각했다.


그의 반응을 보니 윤찬이 소속된 정부국이라는 단체에서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것 같았다.

"국장님과 저희 단체의 추측은....., 단순한 침략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요?"

정혁이 물었다.


"너무 신중하니까요, 지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무차별 공격이 진행중이지만 각국은 손 하나 쓰지 못하고 있어요. 그 말은 즉슨 그들의 힘이 우리의 상상을 극히 초월한다는 거에요."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과학력, 군사력, 심지어 병력의 차이까지. 어느 하나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거에요. 그런 자들이 어째서 한 달이 넘은 지금 시점에서 공격을 시작한 걸까요?"

정혁 역시 확실한 대답을 정의내릴 수 없었다.


그들은 과연 무슨 목적으로 지구를 공격하는 것일까.

"만약 우리쪽의 힘을 파악하려고 했다면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을텐데, 조금 아이러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윤찬의 말에 정혁은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생각에 잠겼다.

무언가 퍼즐 조각이 모여지고 있지만 맞춰지지 않는다.

'이 찜찜함은 뭐지?'


하지만 정확한 경위를 알기 전까지는 해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윤 설이 윤찬과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정혁은 그쪽에 전혀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머릿속이 답답해.'


그러다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현상에 대한 질문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저기, 윤찬씨."

"네?"


윤찬은 윤 설과의 대화 중에 정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결의에 찬 정혁의 눈빛이 보인다.

"혹시, 그 계수인가 뭔가 있잖아요."

"......, 네."


윤찬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정혁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아는 듯하다.

"혹시 제 몸 속에도 존재하나요?"

"네, 뭐, 그렇죠. 애초에 신체의 구성 성분 중 하나이니까요."

"그렇다면 혹시, 발현시키는 것도 가능할까요?"

'역시.'


예상대로의 질문이었다.

판타지나 SF 등을 자주 보는 요즘 세대들의 머릿속에는 환상이 있네, 라고 생각했다.

히지만 그럼에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닙니다."

정혁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음 질문을 이었다.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죠?"

'흐음.'


장난이 아니다.

이 소년은 진심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게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죠?"

"......"

정혁이 뜸을 들였다.


"저도....., 윤찬씨와 같은 정부국이라는 단체에 소속되고 싶습니다!"

"에, 에?"

옆에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윤 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었을 것이다.


괴물의 존재를 목격하고 그 놈들의 힘을 머리 안에 새겨넣었을 것이 분명한데 군대에 들어가겠다니!

정상적인 인간으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크흠, 저기 정혁씨."


윤찬의 목소리가 저음으로 돌변했다.

"저희 측에 도움을 주려는 그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다른 겁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발현자들은 평균적으로 15세 이하에서 계수의 발현 현상이 일어나지만 그 시기가 늦는다면 발현자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정혁은 고개를 숙였다.

딱히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발현자가 된다고 해도, 저희같이 오랫동안 기술과 훈련에 의해 단련된 신체가 아닌 이상 단기간에 제 힘을 발휘하는 것은 거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되면 괴물들의 상대는 커녕 인구수만 차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해요."


"알아요."

정혁이 입술을 깨문 채로 윤찬의 말에 응답했다.


"저도 알고 있어요. 지금 이 현실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발현자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제 몸이 윤찬씨와 같은 헌터들처럼 강인하지 않다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근데요....."

정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찬에게로 다가갔다.


정직한 일자 자세로 자리잡은 채 정혁이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가만히 넋 놓고 도망만 치고 싶지는 않아요. 저 말이에요, 오늘 오후에만 해도 피시방에 있었어요. 제일 친하게 지내는 친구랑 같이. 근데 피시방을 나가면서 보고 말았어요. 그 친구가 처절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괴물의 손에 들려 살갖이 찢어지는 그 광경을."


"정혁씨."

윤찬의 부름에도 정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생사도 확실하지 않아요. 아니, 이런말하기 조금 그렇지만 이미 잘못되었을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윤찬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처절하게 울부짖는 정혁의 하소연을 가만히 들어주고 있었다.

"저한테는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거에요."


"정혁씨,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제가 책임지고 당신의 가족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이번 사태는 일반인이 참여하기에는 너무 위험해ㅇ......"

"그럼 또!"


정혁의 목소리가 커졌다.

생활관 내의 공기가 싸늘해졌다.

윤 설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윤찬도 조금 놀란 듯했다.


"도망치는 거잖아요, 외면하는 거잖아요! 그냥 자신의 짐을 남에게 덜어둔 채 나몰라라 하는 거 아니에요?"

정혁이 거친 숨을 몰아 내쉰다.

자신도 긴장한 것인지 꽉 쥐고 있는 양 손이 떨리고 있다.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치지 말라고요. 할 수 있는 한계까지 끌어내 보는 것도 경험이라고 그랬어요. 특히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윤찬이 움찔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한 쪽 눈을 가리는 자세를 취했다.

'아, 뭐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


[ 민윤찬, 뭐해? ]

대 여섯 살쯤 되어보이는 윤찬의 모습이 뇌리에 아른거린다.

[야, 민윤찬! 뭐하냐니까? ]


밝은 미소를 보이며 달려오는 귀여운 소녀가 보인다.

윤찬은 고개를 올려 소녀를 응시한다.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소녀가 바닥을 쳐다보며 감탄한다.

[ 우와, 이거 뭐야? ]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모래성이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 잘 만들어낸.

윤찬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 아, 이거....., 심심해서 만들어봤어. ]


소녀의 얼굴에 홍조빛이 들어온다.

[ 우와, 너 진짜 잘 만들었다! ]

[ 헤헤. 3층짜리 대형 모래성이야. ]

윤찬의 얼굴이 빨개진다.


그는 부끄러운 듯 계속해서 머리만 긁적인다.

잠깐의 정적이후 소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 야, 민윤찬. ]

[ 응? ]


갑자기 내려앉은 목소리에 윤찬은 당황한 듯 소녀를 올려다본다.

[ 너는 네가 만든 이 모래성이 소중해? ]

[ 응, 소중해! 엄청, 어어엄청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

[ 그럼..... ]


소녀는 무언가를 생각한다.

[ 네 소중한 모래성을 누가 와서 부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

윤찬은 고개를 푹 숙이고 훌쩍였다.

[ 어, 어, 어?? ]


소녀는 당황한 듯 다리를 굽어 윤찬의 얼굴을 살폈다.

새빨간 눈매에 맺혀있는 눈물 방울.

[ 야, 야. 왜 울고 그래? ]


[ 모래성, 흑, 힘들 게 만든 거라. 부수면 안돼! ]

단호하게 말하는 윤찬의 목소리와 얼굴에 소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 푸, 푸흡! 푸하하하하하! ]

[ 왜, 왜 우서!! ]


소녀는 몇 초간을 더 웃다가 윤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 으이구, 장난이야 민윤찬. ]

소녀는 윤찬의 옆자리에 앉았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녀가 말한다.


[ 윤찬아, 너에게 있어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 ]

[ 응, 우리 누나 소중해. ]

[ 그렇구나. ]


애절한 눈빛을 가진 소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 그럼 윤찬아, 나중에 혹시라도 누나한테 위험한 일이 생기면. ]

소녀가 윤찬을 바라본다.

[ 나 꼭 지켜줘! ]


웃으며 말하는 소녀였지만 얼굴 한 구석에 어두운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윤찬은 알지 못했다.

그저 해맑게 웃으며.

[ 응!! ]

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


기억의 편린이 사라졌다.

윤찬은 부여잡은 머리에서 손을 떼어 정혁을 올려다 보았다.

"정혁씨."

"네."


아직까지도 열정적인 눈빛을 가지고 있는 정혁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결심을 했는지 윤찬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강렬한 한 마디를 뱉었다.

"시도해봅시다,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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