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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7.14 20:1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539
추천수 :
5
글자수 :
102,016

작성
24.07.0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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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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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DUMMY

12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우리 왕자님 괜찮은 거 맞지?


‘아이코, 이번 건 꽤 아프겠다.’


안력에 힘을 준 주여현이 엉덩방아 찧은 왕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더러운 거라면 질색인 왕자가 오늘 진흙탕에서 뒹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 잘생긴 얼굴엔 흙이 안 묻었달까?


어린아이 둘이 저렇게 최악인 상태의 산을 오르는 모습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주여현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


쿵, 쪼르르르르

자꾸만 미끄러져 내려오던 제갈현은 이제 악에 받쳤는지.


“주. 여. 현! 야, 이거 언제까지 해야 돼?”


“······.”


“주여현! 야!!”


“저하! 반말하지 마시죠. 저 이제 스승입니다.”


여현은 좀 전까지 걱정하던 모습을 애써 지운 채 담담히 말했다.


“그래, 잘난 스승님아! 어어어어!”


주여현에게 짜증내며 올라가던 제갈현은 앞서가던 도영이 미끄러져 내려오자, 그를 붙잡으려다

또다시


“어어어, 저, 저···저 저하!!”


“아, 씨! 야, 도영···.”


쿵!!

데구르르르!

두 아이가 한 덩어리가 되어 떼굴떼굴 굴러간다.

질어빠진 땅을 어찌나 굴러가는지.


어느새 커다란 공이 되어 데구르르르 굴러오는 모습에

이 정도면 여현이 달려갈 법한데.

하지만,

여현은 그저 굴러 내려오는 아이들의 위협 요소를 확인할 뿐.

당최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떼구르르르르 떼구르르르르

구르고, 구르고 또 구르고.

또 굴러서 드디어 산 밑 맨 아래쪽 여현이 있는 곳까지 내려왔다.

질퍽해진 두 몸이 경기하듯 멀찍이 뚝 떨어졌다.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두 사람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그려지는데.

하지만, 워낙 진흙을 덮어쓴 탓에 그런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저··· 저하!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시지요?”


도영이 뒤늦게 진흙이 묻은 이를 드러내며

제갈현의 안부를 물어왔다.

그것도 웃으면서.

저놈은 알까?

저 이에 진흙이 잔뜩 묻었다는 걸.


‘또또, 저 표정이다. 지금 이게 웃을 상황인가?’

“야, 입 좀 닫아라. 흙 묻었다.”


“합!!”


이 녀석이 또 말은 잘 듣는다.

그래놓곤 제갈현은 그도 모르게 슬쩍 웃었다가 얼른 표정을 바꿨다.


“스승님~! 이제 좀 그만하면 안 될까요?”


씨이익!

까매진 이를 드러내며 웃는 도영이 다리를 절뚝이며 부탁하는데.

저 나이에 갑자기 왠 애기 목소리?

여현은 그를 슬쩍 쳐다보곤


“자, 다시 올라갑니다. 실시!!”


저 인간이 또다시 올라가란다.


“야, 이건 너무 심하잖아. 저기 도영이 다리 저는 거···.”


“스승님이라 불러야죠.”


차가운 표정의 여현의 말에


“아, 스. 승. 님! 도영이 다리 절잖습니까?”


제갈현이 말을 꽉꽉 씹으며 말했다.


“음, 그럼, 도영은 열외. 저하는 또 올라가시죠. 오늘 반드시 저기 정상을 찍는 겁니다.”


“아, 그래. 올라간다. 나, 간다고. 대신 이거 끝나기만 해봐.”


쁘드득.

이가 부서질 듯 꽉 깨문 첫째 왕자가 등반을 다시 시작했다.

오전부터 시작한 그의 등반은 유시(酉時, 오후 5시 ~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힘들게 산에 오른 제갈현이 숨을 헐떡이며 호흡을 골랐다.


“어휴! 어우씨, 이제야 끝났네.”


산을 하나 오른 게 이렇게 기쁘다니.

제갈현이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짝다릴 하고 섰다.

순간 뿌듯한 감정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주. 여. 현! 야, 봤~냐? 봤. 냐. 고!?”


제갈현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에 취해, 그답지 않게 아래쪽으로 소릴 질렀다.


<네, 봤습니다. 자, 이제 조심해서 내려오시죠.>

‘저하, 훌륭하십니다. 제가 그 나이라면 저하처럼 못했을 겁니다.’


산 아래쪽에 있던 여현이 내공을 실어 전음입밀(傳音入密)을 날렸다.

그날 산 정상을 찍은 게 큰 도움이 되었을까?

첫째 왕자는 어떤 체력단련에도 절대 군소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애먼 사람이 죽을 지경이지만.

그 저질 체력 녀석도 나름 열심히 한 덕분에 이젠 아~주 조금 따라 올 정돈 되었다.


*


어두운 밤, 빛이 잘 들지 않는 방에서 누군가 은밀하게 편지를 쓰고 있다.

작은 촛불의 빛이 새 나갈까 봐 뭔가 덮개를 씌워 둔 채 쪽지를 쓰는 남자.


「제갈현 왕자에게 희귀점 발견. 좀 더 관찰할 필요 有」


쪽지를 접은 작은 손이 전서구에 묶어 날리는데.


푸드득!

날아가는 전서구를 바라보는 눈에 초점이 하나도 없다.

잠시 뒤

초점 없던 눈에 빛이 돌아오더니


‘아, 우리 저하 좋아하시는 차를 갖다 드릴 시간이네.’

“저~하!”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오는 모습에 제갈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다리도 아픈데, 굳이 이런 건 왜 챙겨? 너 없어도 차 마실 수 있으니까. 어서 가서 쉬어.”


“에~이, 저하! 저 없으면 심심해서 어쩌시려구요? 제가 이래 보여도 저하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시종이지 말입니다.”


‘친구? 친구라···.’


친구란 말이 왜 이리 씁쓸할까?

전생의 도영은 그의 친구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너에게 내가 진짜 친구가 맞냐?’


웃는 입에 어두운 눈빛이라니.

도영을 바라보는 제갈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속을 알 리 없는 도영은 그저 차를 마시지 않는 제갈현이 이상할 뿐.

헤실헤실 웃으며 상전의 기분을 살피기 바빴다.


“저하, 오늘 훈련이 너무 힘드셨지요. 제가 다리라도 주물러 드릴까요?”


“······.”


도영이 왕자의 다리를 향해 손을 뻗었을 때.

탁!


“아!”


제갈현이 의도지 않게 도영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됐다. 이만 나가서 쉬어라.”


“넵!”


잠시 미안했던 제갈현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도영은 언제 당황했냐는 듯 입만 웃으며 나갔다.

그것도 다리를 저렇게 절면서.


도영은 자기가 이상하게 웃는 걸 알까.

저 밝은 목소리에 저런 표정이라니.

누가 좀 저 녀석에게 웃는 연습 시켜줬으면.


제갈현이 도영의 어둠을 전생에서부터 느꼈으나,

궁궐 안 그 누구도 이런 걸 느끼지 못했다.

이는 제갈현이 오감이 발달해서인데.


귀영전을 나온 도영이 걷기 불편한데 어딘가 가고 있다.

수라간을 지나, 왕의 최측근 호위대가 있는 곳으로 간 도영은 누군갈 보곤 얼굴이 환해졌다.


“아저씨~!”


작은 아이가 잰걸음으로 달려가 푸근한 인상의 사내에게 안겼다.


“어이쿠, 무슨 일 있었어? 안 하던 짓을 다 하게.”


“아이, 아저씨는.”


도영이 아저씨의 가슴에 안겨 얼굴을 부비부비했다.

남자는 그런 아이가 안쓰러운 듯 아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데.


“그래 오늘 훈련하다가 다리를 다쳤다고? 어디 한번 보자. 어떻게 약은 발랐누?”


도영이 절레절레하자, 입매를 비트는 남자.


“아니, 왜 치료를 안 받았어? 어서 내 방에 가자. 금창약(金瘡藥)이라도 발라줄 테니.”


남자의 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그의 처소에 온 도영이 밝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다리에 정성스레 약을 발라준 남자가 차(茶)에 뭔가를 넣은 뒤, 도영에게 건넸다.

도영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공손히 받아 든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잠시 뒤,

푸근한 인상의 남자 눈빛이 순간 돌변했다.

그리고 마주 앉아 있던 도영은 뭔가 혼이 나간 듯 초점이 없는데.


그때 전음(傳音)을 보내듯 소리가 나지 않지만,

남자의 입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제갈현에게 발견된 희귀점이 뭐지?>


“······!”


<하도영, 어서 말해. 그게 뭐지?>


도영이 말하기 싫은지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러자 도영에게 바짝 다가간 남자가 탁탁! 혈을 짚어

약 기운이 빨리 돌게 했다.


<하도영, 그게 뭐지?>


“······저하께선 한번 보신 무공을 외우십니다.”


<그건 뭐, 특별할 게 없잖아. 제갈가 사람들이 워낙 머리가 좋아서······.>


“아···뇨, 무공초식만 외우는 게 아니라. 곧장 무공을 펼치십니다.”


<뭐? 아니, 뭐 그런···. 휴, 그래 알았다. 또 보고 할 게 있으면 찾아오고.>


“······.”


약발이 다 됐을까?

몇 초 전만 해도 나불나불 대던 도영의 입이 지퍼를 단 듯 꽉 잠겼다.

그의 반응에 미소를 장전한 남자가 도영을 다정하게 바라봤다.


“도영아, 기분이 울적하거나 아플 땐 언제든지 와라. 내 다른 건 몰라도 차는 줄 수 있으니. 혹 다른 음식 먹고 싶은 건 없고?”


“네.”


“그래, 조심해서 가라.”


아저씨와 헤어지고 밖으로 나온 도영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어찌나 희게 질렸는지.


창백하다 못 해 곧 쓰러질 것 같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든 늦은 시각

전서구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올랐다.


*


한편 구자운이 오랜만에 연무장에 왔다.

지금쯤 꼬맹이들이 죽네 사네 할 거라.

잔뜩 기대했는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적응 잘하고 있다.

궁전 외곽으로 크게 두 바퀴 돌고 온 제갈현이 호흡을 고르며, 아직 보이지 않는 도영을 기다렸다.


“한 바퀴 더 돕니다. 실시!”


“아, 좀. 도영이 오면 같이 가겠습니다. 스. 승. 님!”


“수련은 그렇게 쉬엄쉬엄하는 거 아닙니다. 저하는 몸을 계속 움직여서 근육과 인대를 단련한 뒤, 골격을 완성해야 하죠. 게다가 며칠 전에 경험···. 음, 자 어서, 저기 궁궐 밖에 있는 뒷산 두 개를 뛰어갔다 옵시다.”


“아니, 이제 겨우 산을 오를 정돈데. 뛰어 갔다 오라니. 도영이는 뒷산에도 안 가지 않습니까? 스승님!!”


“도영이와 저하는 체형부터 다르고. 사실 도영이가 저하보다 1살 어리잖습니까? 그러니 도영이는 좀 더 단련한 후에······.”


첫째 왕자와 여현의 실랑이를 들었을까?

능구렁이 영감이 슬며시 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이고, 우리 저하~! 연습이 고되시군요. 그래서 어떻게 이제라도 그만둘까요?”


“아, 누가 그만둔답니까!? 구자운 대주는 공사다망하신 분이 왜 여기 오신 거죠?”


“그거야 우리 저하께서 혹 필요한 게 없나 하고 왔지요.”


눈꼬리가 흐드러지게 미소 짓는 얼굴이 어쩜 저리 미울까?


‘하, 저 영감 무슨 이상한 짓 시키려고 저렇게 웃지? 괜히 소름 돋게.’


사실 제갈현은 알고 있다.

저 능구렁이가 왔다 간 순간부터 또 새로운 엽기적인 수련이 시작될 거라는 걸.


하지만,

구자운이 생각해 낸 그 기 똥찬 수련법은 힘들긴 해도 사실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안 그래도 요즘 첫째 왕자가 그 효과를 톡톡히 봐서 오히려 반길 정돈데.


문제는 뭘 좀 설명해 주고 하면 좋겠건만.

그것도 없이 요상한 방법을 쓰니.


당하는 입장에선 여간 힘들고 불안한 게 아니었다.


‘아니, 무슨 영감이 약점이 하나도 없어? 그런 게 있어야 저 짓거릴 못하게 하는데. 쳇, 저 대주 자기애가 정의인 인간이구만.’


제갈현은 공손각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누군가의 트라우마가 보였다.

이 능력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게 아닌지.


자운의 약점을 찾으려던 제갈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짜증이 났다.


처음엔 뭔가 잘못됐나 했다.

그런데 다른 이들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알게 되었다.


자운이 트라우마 자체 없다는 걸.


상황이 이러니.

어느샌가 제갈현이 구자운 눈치를 보며 이들이 또 뭔 작당할까, 귀를 기울 수밖에.


<저하, 안 가십니까? 그럼, 제가 직접 훈련시켜 드리구요.>


작가의말

도영에겐 어떤 비밀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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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흑마검사 무림에 떨어지다'->'무림 흑마검사' 24.07.09 7 0 -
21 20회. 유월루 루주 24.07.14 5 0 12쪽
20 19회. 진주언가의 비밀 24.07.12 6 0 11쪽
19 18회. 대련(2) 제갈승 vs 제갈현 24.07.11 7 0 11쪽
18 17회. 대련(1) 제갈승 vs 제갈현 24.07.11 10 0 10쪽
17 16회. 황제가 되겠다! 24.07.10 12 0 11쪽
16 15회. 천무지체(天武之體) 24.07.09 14 0 11쪽
15 14회. 매화향의 주인은? 24.07.08 13 0 10쪽
14 13회. 이상한 ‘하도영’ 24.07.07 19 0 10쪽
» 12회. 누구나 비밀은 있다 24.07.06 16 0 11쪽
12 11회. 수련 지옥 24.07.06 13 0 11쪽
11 10회. 과거의 망령 24.07.05 17 0 12쪽
10 9회. 복수(1) - 잡았다, 쥐새끼! 24.07.03 21 0 11쪽
9 8회. 쥐 새끼 사냥 24.07.02 22 0 11쪽
8 7회. 보이지 않는 적 24.07.01 22 0 11쪽
7 6회. 재수 없는 놈 24.06.30 20 0 11쪽
6 5회. 그곳에 더는 정파가 없었다! 24.06.30 31 0 12쪽
5 4회. 격돌! 정마대전(正魔對戰) 24.06.29 41 0 11쪽
4 3회. 사라진 책 24.06.29 41 1 12쪽
3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24.06.28 51 0 11쪽
2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24.06.27 54 2 10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6.27 9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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