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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흑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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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7.05 00: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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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52,797

작성
24.07.0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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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회. 보이지 않는 적

DUMMY

7회. 보이지 않는 적



제갈현은 이런 초견복제(初見複製) 능력이 특별한 줄 몰랐다.

그의 좁은 인간관계 속 모두가 이런 걸 금방 잘 외웠으니까.


“뭐, 다들 한번 보면 다 하는 거 아냐?”


허나 그 누가 수련하지 않고 남의 무공을 따라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아쉽다면, 제갈현은 이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도 노력하지 않는단 사실.

‘운기조식’엔 전혀 관심 없고, 이런 건 아예 싫어해서.


제갈현이 어쩌다 남의 무공을 따라 해도 내공이 눈꼽만큼도 없으니.

그동안 그의 능력을 아무도 모를 수밖에.

이런 이가 각 잡고 수련한다?

적수가 없지.

그러나 회귀 전 우리의 주인공은?


“미쳤냐? 책 보고 요리조리 움직이면 다 되는데. 흙먼지 뒤집어쓰고, 땀나는 그런 불쾌한 일을 하게.”


와, 재수 없다.

몸을 움직이면 다 된단다.

회귀 후의 제갈현은 절대 이런 생각하지 않겠지만, 회귀 전 이 시절의 제갈현은 정말 이랬다.


*


제갈국의 궁궐은 넓다.

물론 다른 나라의 궁궐도 넓겠으나.

특히 제갈국의 궁궐은 기문진법에 특화된 궁궐이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곳곳에 숨은 공간도 많았고.

주기적으로 진법을 바꿨기 때문에 거의 요새와 같았다.


진법을 모르는 허락되지 않은 이가 함부로 궁에 들어왔다간,


평생 진법에 갇힐 수 있는 미로 같은 곳이었지.

이런 제갈국이 회귀 전 저항 한번 못 해보고, 너무 쉽게 하루아침에 멸망한 건 여전히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상한 조짐이 있었다.


“야, 들었어? 1 왕자님께서 글쎄, 삼재검법 ‘지(之)’자 베기를 성공하셨데.”


“뭐, 저하께선 검술 수련을 한 번도 안 하셨잖아. 근데 어떻게?”


“그러니까 지금 난리지. 안 그래도 1 왕자님께서 보위에 관심도 없고, 책만 읽으셔서 말이 많았는데. 저하께서 그런 재능을 보이셨으니.”


“그런 분이 제대로 수련하면, 이제 왕세자 자리는 확. 고. 해지는 거야.”


“와, 이러다 제갈주(諸葛主) 공(公)께 줄 선 놈들 큰일 나겠다.”


제갈현의 무서운 재능에 대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소문이 백한대 무인들을 통해 사실로 인정되었다.


그래서일까?

제갈승(현왕)의 이복형이었던 죽은 제갈산(諸葛山)의 아들이자, 왕위 서열 3위인 제갈주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이러다 제갈주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겠다고.


그동안 제갈현은 사실 말만 왕위 서열 1위였지.

왕재(王才)로서의 면모를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어서,

사람들 사이에서 제갈주가 다음 보위에 오르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긴 단 한 번도 정치 모임이나 왕족이라면 다 한다는 무술단련조차 한 적 없으니.

그런 소문이 돌 수밖에.


이에 반해, 제갈주는 난놈이었다.

어릴 때부터 관료들에게 눈도장을 팍팍, 찍는 건 기본이요, 학문의 깊이도 깊었고.

무엇보다 현왕의 자식들이 그 하기 싫어하는 체력 단련.

그것도 무술을 어릴 때부터 배워, 이제 겨우 16세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일류라는 소문이 허다했다.


게다가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신혜전(학문·무기 연구소)에서 수석 연구원 자릴 떡하니 차지했으니.

제갈주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그런 노력파가 제갈현이 겨우 기지개 한번 켰다고, 왕위와 멀어졌단 소문이 퍼졌으니.

그 속이 오죽할까?

제갈현의 정보를 주시하고 있던 제갈주는


‘하, 재밌네.’


그저 코웃음을 칠 뿐.

제 할 일만 열심히 하고 있어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


평소 제갈현의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이 넓은 궁궐에서 제갈현이 가는 곳이라곤 신혜전, 언서각(왕실서고)일 뿐.

이런 루틴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았다.


그런데,

오늘 경천동지(驚天動地, 세상을 몹시 놀라게 할 일)할 일이 생겼다.

뭔갈 결심한 듯 굳은 표정으로 백한대 연무장에 온 제갈현.

연무장에 있던 무인들이 그런 첫째 왕자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하를 뵈옵니다.”


무인들이 예를 갖추려 하자


“됐다. 구자운 대주님께선 어디?”


제군전(諸軍殿, 군총사령부)에서의 일을 끝내고, 백한대 연무장으로 오던 구자운은 앞서가던 이들이 왠지 낯이 익었다.


하지만 자운은 갈지(之)자 베기에 성공한 첫째 왕자가 다시는 이쪽으로 올 일이 없을 거라 여겼다.

하긴 앞서가던 이들 복장이 첫째 왕자가 평소 즐겨 입던 옷도 아니고.

키 큰 사내와 다소 어린 남자 아이 2명이 무복을 입었으니.

누가 이들이 첫째 왕자네 무리라 여길까.


‘음, 어디서 천재가 나타났나? 키 큰 놈은 분명 백한대 놈일 거고. 어린애들은 딱 우리 왕자님 또래 같은데. 아, 우리 저하께서도 무복을 입고 함께 수련하시면 좋으련만. 에그, 도영이 그놈이 그렇게 져서는. 저하께 다시는, 수련하란 말씀도 못 드리니. 쯔쯧.’


앞으로 닥칠 일은 상상도 못 한 구자운이 연무장으로 막 들어설 때였다.


“도영아, 넌 저기 가서 목검을 가져오너라. 내 여기서 수련할 터이니.”


‘응, 도영? 설마···.’


자운은 도영이란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저질 체력에 겁보가 여길 왜?

게다가 도영에게 저 하대하는 모습은, 에이 설마... 그 대단한 첫째 왕자께서 이곳에 올 리가.


하지만

뒤돌아선 주여현이 그를 보고 고갤 숙인 순간,

자운은 놀라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제갈현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정신 차린 구자운.


“저, 저하!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급히 제갈현에게 다가온 자운이 예를 갖춰 인사한 뒤, 궁금함을 물었다.


“어쩐 일이다뇨. 내가 연무장에 오면 안 됩니까?”


첫째 왕자가 사흘 전 일을 잊었을까?

사흘 전, 갈지(之)자 베기에 성공한 제갈현이 분명


“대주님! 이제 내게 무술의 무(武)자도 꺼내지 마시죠. 내 이런 건 다신 하기 싫으니. 아, 이거 못 할 짓 아닙니까. 손이 이렇게 아픈데.”


“······예, 약속은 약속이니까 제가 다시는······.”


“됐습니다. 대주님, 저 믿고 갑니다.”


저 싸가지하곤.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어디 말을 딱 잘라?

하여튼 이놈의 신분제 사회가 문제지.


버릇없는 제갈현이 어른을 놀리듯 한쪽 손을 흔들며 뒤돌아갔다.

그래 놓고 갑자기 제갈현이 연무장에 오면 안 되냐니.

자운은 어이가 없었다.


“······예? 분명 저하께서 다신 무술 따윈,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만. 어째서 이곳에···.”


굳은 표정의 자운에게 사정을 들은 제갈현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그게 사흘 전 일이었어? 나는 그 일이 몇 달 뒤에나 생길 줄 알았는데. 무공을 빨리 배우고픈 마음에 서둘렀더니. 아, 이거 난처하게 됐네. 그때 내가 왜 그랬지?’


제갈현은 어떻게든 무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그가 한 일이 있어서.

입을 뗐다 말았다 달막대던 제갈현이 구자운의 눈치를 봤다.


‘왕자님께서 왜 저러시지? 가만, 무복을 입으신 걸 보면 어쩌면···.’


순간 구자운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올라갔다.

주여현에게 전음이 날아든 건 그때였다.


<주여현, 네가 말해 봐라. 저하께서 마음이 바뀌신 게냐?>


<······! 예, 그러신 것 같습니다.>


주여현에게 확답을 들은 자운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어째서?>


<그건, 저도 잘···.>


<그래, 분명 저하께서 무술을 배우고 싶단 말이렷다?>


<예, 그건 분명합니다.>


슬금슬금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화난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자운.

그의 눈에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어린 왕자의 작은 입이 보였다.


‘난처하시겠지. 이제 서야 무술을 가르쳐달라고 하긴.’


늙은 능구렁이 머리가 팽 돌아갔다.


“저하! 황송하옵니다. 이리 늙은 무사의 말을 들어주셔서.”


“······?”


한쪽 무릎을 꿇은 자운이 오른손에 잡은 검을 옆으로 세운 채 주군에게 하는 예를 취했다.

갑작스런 자운의 행동에 제갈현은 당황했다.

그때 그에게 날아든 은밀한 속삭임.(傳音)


<저하, 무술이 배우고 싶어 오신 게지요?>


“······!”


<다 압니다. 그저 제가 하는 대로 반응하시죠.>


끄덕.

제갈현의 끄덕임에 자운의 얼굴이 미세하게 밝아졌다.


<단, 이제 제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와 주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죠.>


“······!”


제갈현은 자운의 전음입밀(傳音入密)에 얼른 긍정하려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느낌일까?

왠지 싸한 게 쉬이 끄덕일 수 없었다.


<저하, 어찌하시겠습니까? 이만 물릴까요?>


자운의 재촉에 제갈현이 무겁게 고갤 저었다.


“저하, 이 늙은 무사 충심을 다하여······.”


그 뒤로 자운이 뭐라고 계속 설명했으나 제갈현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1 왕자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음흉하게 웃는 자운의 미소가 제갈현의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저 영감, 설마 이 핑계로 내게 복수하려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죽이진 않겠지.’


꺼림직한 기분을 애써 지운 제갈현이 어느새 무사의 눈빛을 장전한 자운을 마주 바라봤다.


“저하, 어떤 무술을 배우시겠습니까? 제갈가의 진법 쪽입니까, 아니면 검술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진법과 검술 차이가 뭡니까?”


“아무래도 진법 위주는 체력이 약한 이가 적합하고, 검술은 체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합니다.”


자운의 말에 회귀 전, 백리현(百里賢)을 떠올린 제갈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혹시 제갈국에 빙설제국의 백리현 같은 무공을 구사하는 이가 있습니까?”


“백리현이요? 그 빙설제국의 천설전(千雪殿) 전주 말입니까?”


“예, 아마 그럴 겁니다.”


“저하께서 어떻게 빙설제국 최고수 ‘백리현’ 전주를 아십니까? 제국 내에 있는 현역 그 누구도 그의 무공을 본 자가 없다는데.”


“······.”

‘알지요. 알다마다요. 그가 바로 우리 제갈국을 파멸시켰으니까. 다만 그때 또 다른······.’


제갈현을 마주 보고 선 구자운은 첫째 왕자 눈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져 기분이 묘했다.


“백리현 전주는 어떻게 아십니까? 저하! 저하···?”


“······.”


계속되는 침묵에 구자운도 입을 닫았다.

한동안 멍해 있던 제갈현의 눈빛이 돌아왔다.


“······아, 백리현 전주가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오다가다 들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무술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그렇겠군요. 그럼, 오늘부터 배우시겠습니까?”


“예, 그래서 이런 복장으로 왔으니.”


“자, 그렇담. 저하께선 검술 쪽에 재능있으시니 검술을 배우시고. 도영이는 진법을 배우게 하시죠.”


“아뇨. 도영이도 나와 함께 검술을 배울 겁니다.”


첫째 왕자의 말에, 옆에 있던 도영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저, 저하! 저··· 저는 진법을 배우고 싶지 말입니다.”


“갈! 이유 불문이다. 이건 명령이니까 무조건 따라.”


1 왕자의 명에 어쩔 수 없이 검술을 배우게 된 도영이 어깨가 축 처졌다.


‘에그, 이제 나는 죽었다!’


*


그날 밤.

쏴아아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퍼붓고 있었다.


그때


“쳐라!”


작가의말

세상에 보이지 않는 적이 제일 무섭죠?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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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회. 사라진 책 24.06.29 27 0 12쪽
3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24.06.28 38 0 11쪽
2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24.06.27 35 0 10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6.27 5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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