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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흑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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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7.02 11: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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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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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42,468

작성
24.06.3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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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회. 재수 없는 놈

DUMMY

6회. 재수 없는 놈



“그나저나 그 천노괴란 놈 선 세게 넘었지. 아, 운상이 강호 경험만 더 쌓았다면 그딴 놈 다 처발랐을 텐데. 아깝다. 이런 천재를 그렇게 보내버리다니.”


제갈현은 운상이 사제의 죽음을 목격한 뒤 어찌할 수 없음에 울분을 토하며 폭주하던 순간,

그의 슬픔이 느껴져 마음이 무거웠다.

꿈에서 깬 지금도 제갈현은 운상이 잊혀 지지 않았다.

그의 모습에서 왜, 회귀 전 그를 지키기 위해 질 걸 뻔히 알면서도 강자에게 달려들던 주여현이 겹쳐 보일까?


“내게 이런 운상 같은 사람이 있으면 그 괴물 같은 백리현을 상대로도 조금은 버틸 텐데. 아 나는 언제 세질까? 운상, 빨리 운상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해. 그런 사람을 동료로 만들어야 나도 세져. 운상 같은 사람을 어디서 만나지? 아, 거기다.”


대체 무슨 일일까?

제갈현이 ‘운상’이란 이름을 처음 불렀을 때 뭔가 크게 흔들렸다.


운상이란 이름이 반복될 때마다 미세하게 일렁이는 기운.

그러고 보니 제갈현 주변에 있던 연한 잿빛 기운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촤라라락, 탁!

제갈현이 꿈에서 깨자,

할 얘기를 다 한 듯 ‘언가주몽(彦家祝夢)’의 마지막 장의 문구가 떠오른 뒤, 책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연자여, 내 그대에게 나의 잿빛······.]


제갈현의 시야에 마지막 문구가 떠올랐으나

그는 이런 걸 천천히 읽을 여유가 없었다.

그 길로 밖으로 나간 제갈현은 급히 제군전(諸軍殿, 군총사령부)의 부전주이자, 백한대의 대주인 구자운을 찾아 나섰다.


*


제갈현이 회귀하기 전.

제갈국의 최고 부대, 백한대(伯鷳隊)의 대주 ‘구자운(邱自雲)’은 요즘 걱정이 많았다.

제갈국의 왕자들이 학문에 관심이 많은 반면, 무공엔 전혀 관심이 없어서.

해서 그답지 않게 첫째 왕자에게 달려가 무술을 배우시라 권했다.

하지만 날아온 말이 기가 찼다.


“피차 바쁜 사이에 그리 무식하게 배울 필요 있습니까? 책에 다 적혀있는데.”


“······! 저하, 무술은 책으로 배울 수 없습니다. 몸을 단련해 가며···.”


“누가요?”


“예? 이는 예전부터 내려온···.”


“그럼, 시합해 볼까요? 대주님이 여기 있는 도영이에게 삼재검법(三才劍法)을 가르쳐 보시죠. 저는 책으로 배운 뒤 당장 시합해 보는 겁니다.”


“그건 힘들 겁니다. 삼재검법이 검술의 가장 기초 검법이긴 하나 검은 본시 꾸준히 수련하지 않으면.”


“그래서 시합하자는 것 아닙니까. 오늘부터 일주일 뒤, 정확히 이곳에서···.”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침 일찍부터 시합 준비를 하고 있던 구자운.

그는 어떤 책을 읽으면서 백한대(伯鷳隊) 연무장 쪽으로 느릿느릿 걸어오는 첫째 왕자를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삼재검법을 이제서야 읽으시는 건 아니겠지?’


제갈현 뒤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옛 수하를 본 구자운이 전음(傳音)을 날렸다.


<여현아! 혹시 저하께 삼재검법을 가르쳐 드렸더냐?>


<아니오.>


<그럼, 설마 정말 책으로만 배우셨단 말이냐?>


<······아직 배우신 게 아닙니다.>


<뭐?>


주여현은 옛 상사였던 구자운이 저리 당황한 표정을 짓자, 기분이 묘했다.

사실 여현도 무인은 하루도 빼놓지 않은 수련을 통해서만 강해진다고 믿던 터였다.

그래서 제갈현이 수련 따윈 필요 없다고 했을 때 약간 거북했는데.

호위무사는 그저 상전을 보호할 뿐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는 구자운의 충고를 떠올린 뒤,

무념무상의 마음을 가진 그였다.


<대주님, 저하께선 원래 독서하시는 것 외엔 관심이 없으시잖습니까.>


<······.>


<오늘 아침 도영이와 시합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아시고. 귀영전(營影展, 제갈현의 처소)에서 여기 연무장으로 오시는 동안 저리 책을 읽으십니다.>


<허허, 이거 참.>


주여현(朱與賢)의 말을 듣고도 구자운은 설마 설마 했다.

아무리 시합이라도 오늘 시합은 진검을 다루는 거였다.

사실 진검을 다루려면 목검으로 수련을 얼마간 거친 뒤에나 가능하건만.


이번 기회에 첫째 왕자가 이런 쪽으로 관심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무리수를 뒀다.

그런데, 시합을 위해 진검을 건넬 때 제갈현의 손을 본 구자운은 아차 싶었다.


‘이거 이러다 저하께서 다치시면···.’


손에 굳은살이라곤 없는 저 부드러운 손으로 검을 어찌 휘두를지.

걱정 가득한 구자운과 반대로,

연무장에 있던 대원들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한편 자운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도영과 제갈현.

연무장 한가운데 마련된 두 개의 수련용 짚단 앞에선 두 사람의 기도가 남달랐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도영과 다소 지루한 듯한 제갈현.

짚단 빨리 베기 시합을 진행하려던 구자운 대주는 검을 든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도영을 죽일 듯이 째려봤다.


‘저놈 저거, 검을 쥔 자세부터 틀려먹었다. 게다가 저리 떨어서야. 쯧.’


저놈은 무슨 녀석이 저리 겁이 많은지.

첫날 검을 쥐자마자 포기 선언했을 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무섭다는 놈을 달래고 달래 여기까지 왔는데, 도영을 보니 영 불안했다.


짚단 앞에선 첫째 왕자가 검을 빼지도 않은 채 검과 짚단 사이 간격을 재고 있다.

그리곤 검을 검집에서 뺐다가

척! 집어놓곤 손목을 몇 번 돌리더니 준비가 다 됐다는 듯 대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하는 양을 보던 구자운은


‘하, 저게 준비 끝?’


연습이라곤 한 번도 안 한 이가 저리 태연할 수가.

그에 반해 도영 딴엔 꽤 연습했음에도 저리 겁을 내니.

검을 쥔 자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와 같아야 하는 법이거늘.


삑!

시합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검을 쥔 도영이


“이~~얍! 얍 얍얍얍!!”


무슨 기합만 요란하고 전혀 잘리지 않는다.


퍽퍽퍽!

도영이 열심히 삼재검법의 가. 장. 기초인 세로 베기를 했건만.

형태만 약간 흐트러질 뿐 멀쩡한 짚단.


퍽퍽퍽!

때려 치는 소리가 무슨 짚단 100개는 써는 것 같다.

엥, 때려 친다고?

그래, 그랬다.

저건 베는 게 아니라, 무식하게 때리는 거였다.

도영은 그래도 한번은 베고 싶은지. 검을 옆으로 돌려 가로 베기를 시도했다.


퍽퍽퍽!

그러면 뭣하나. 검의 각도가 맞지 않는 것을.

그렇게 몇 번을 더 퍽퍽퍽, 헛손질만 하던 도영이


“허···허헉, 대주님! 이거 아무리 쳐도 안 되는데요. 더는 못···.”


뭘 잘했다고 다 죽어 가는 표정으로 휘청, 한다.


‘쯔쯧! 베야 하는 검을 저렇게 쳐대니 안 되지. 내 평생 검을 저리 쓰는 놈은 또 첨 봤다.’


도영이 못마땅해 구자운이 시선을 돌리던 그때.

도영이 하는 짓을 무감한 눈빛으로 보던 제갈현이 드디어 뭘 갈 할 듯 짚단 앞에 섰다.


그리곤 스윽, 검집에서 검을 뺀 그가 검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은 채 짚단을 죽일 듯이 째려본다.

하, 저 눈빛 좀 보소.

누가 보면 검을 한 십 년은 잡은 거 같다.


검을 잡은 이는 첫째 왕자건만 긴장감에 지켜보던 이들 몇몇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포식자로 변한 제갈현의 눈빛이 반짝 빛나더니 손목을 살짝 비틀어


스슥, 스 슥!

검을 사선으로 두 번 긋고, 횡으로 한번 베었다.

이게 뭐지?

그 이름도 유명한 삼재검법의 마지막 단계에서 한다는 ‘갈지(之)’자 베기.


짚단 세 번 베기에 마지막 찌르기까지.

이걸 오늘 검을 처음 잡은 자가 해냈다.

그것도 먼저 벤 짚단이 떨어지기 전에 이걸 다 했다니.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하지만 제갈현은 왠지 뭔가 못마땅한 듯했다.

검을 납검한 제갈현이 참았던 숨을 후, 길게 뱉었다.

그리곤 떨어진 짚단을 살피는데, 그 눈길이 어찌나 매서운지.

마치 시험 망친 아들 혼내려는 엄마 같다.

차가운 시선으로 마지막에 찔러넣은 짚단을 본 제갈현은 짜증이 나는 듯 한쪽 입매를 비틀었다.


‘아, 호흡도 조절했는데. 왜 거기서 힘이 빠져선. 그러니 마지막에 이 꼴이 됐지.’


그러나 이미 시합은 끝났다.

안 쓰던 근육을 써서일까?

약간 피로감을 느낀 제갈현이 언제 그랬냐는 듯 미련 없이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한편 제갈현의 깔끔한 삼재검법을 본 이들 얼굴에 의문이 깃들었다.


“첫째 왕자님께서 오늘 검 처음 잡아 본 거 맞아?”


“그렇다는데.”


에이 그럼, 절단면이 엉망이겠지 했으나.

떨어진 짚단을 살펴보던 구자운 눈이 놀라 커졌다.

어지간한 일엔 표정 변화가 없던 대주가 갑자기 움찔하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백한대(伯鷳隊) 대원들이 다가왔다.


“대주님! 뭣 때문에 그러···. 헉! 이···이거···.”


궁금함에 시선을 내린 대원들 입이 딱 벌어졌다.

사선으로 깔끔하게 베어진 짚단.

세 번째 가로 베기에서 짚단 끄트머리가 아주 약간 고르지 못했지만,

이건 칼 밥 좀 먹고 산다는 2류 무사들조차 쉽지 않으니.

그 정도야 뭐.


그런데.

그 부위가 삼재검법을 펼친 이들과 미세하게 달랐다.

제갈현이 찌른 부위는 가운데에서 왼쪽 좌하향.

이건 오른손잡이가 떨어지는 짚단을 급히 찔러 그럴 테지만.

문제는 그 찔린 부위가 그냥 찔린 게 아니라 찔릴 당시 회전각을 줬는지 짚단 일부가 말렸다는 것.


“야, 이거 오늘 우리가 연습한 거 아냐? 검을 찔렸을 때 상대의 뼈를 분질러 버리려고.”


“맞네. 상처를 최대한 크게 하려고 마지막에 회전을 줬잖아. 와, 이거 재능 없는 놈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야, 너는 언제 저렇게 ‘지(之)자 베기’ 할 수 있었냐?”


“그게 6개월은 넘었지. 아마? 그때 난 겨우, 찌르기만 했는데.”


“나는 1년이 다 돼서야 저렇게 벴다. 그때 회전각 주는 건 꿈도 못 꿨고. 당시 우리 아버진 무술 천재 나왔다며 동네방네 자랑하셨는데, 우리 아버지가 이 소식 들으면 날 두들겨 팰 거다. 식충이라고.”


끄덕끄덕.

옆에 있던 한 대원의 말에 동료 고개가 연신 움직였다.

제갈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이들만 모인 곳인데.

상상도 못 한 천재가 소금을 팍팍 뿌렸다.


그나저나 제갈현은 어디서 이런 걸 배웠을까?

배우긴.

그저 백한대 연무장에 오면서 봤다.

사실 제갈현은 한가지 비밀이 있었다.

남의 무공을 보기만 하면 복제한단 사실.


하지만 제갈현은 이런 초견복제(初見複製) 능력이 특별한 줄 몰랐다.

그의 좁은 인간관계 속 모두가 이런 걸 금방 잘 외웠으니까.


“뭐, 다들 한번 보면 다 하는 거 아냐?”


작가의말

이번 편은 제갈현이 아주, 재수 없었어요.


이런 제갈현 좀, 맞자!! ㅋㅋ


8~9화에서 사이다 팡! 터지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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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24.06.28 27 0 11쪽
2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24.06.27 26 0 10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6.27 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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