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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흑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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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7.05 00: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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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52,797

작성
24.07.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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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회. 쥐 새끼 사냥

DUMMY

8회. 쥐 새끼 사냥



“저, 저하! 저··· 저는 진법을 배우고 싶지 말입니다.”


도영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너는 무조건 검술을 배워야 한다.”


“저~하! 저는 진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면 안 될깝쇼?”


처량한 눈빛의 도영이 입꼬리를 한껏 올려 부탁했지만.


“갈! 이유 불문이다. 명령이니까 무조건 따라.”


그러거나 말거나 제갈현은 단호했다.


‘에그, 나는 이제 죽었다!’


어쩔 수 없이 검술을 배우게 된 도영이 어깨가 축 처졌다.

도영은 이상했다.

싫은 일을 하면 분명 화나고 짜증 날 텐데.

도영의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눈은 저렇게 슬픈 티를 팍팍 내면서.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사람이 슬프면 입과 눈이 함께 슬퍼야 하거늘.

도영의 처진 어깨를 바라보는 제갈현의 표정이 어두웠다.


‘도영아,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 그렇게 감정을 속이게. 네가 그러니까 내가 전생에서 너를 밀어냈지.’


“저하, 그럼, 오늘부터 여현이에게 배우십시오.”


“응? 대주가 가르쳐 주는 거 아니었나?”


“에헤이, 저하. 제가 이리 보여도 제군전(諸軍殿, 군총사령부) 부전주이옵니다. 백한대 대주도 겸해서요. 근데, 이제 겨우, 체력 단련하는 ‘수. 련. 생.’을 제가 지도해야겠습니까?”


“······허, 음, 알았네.”

‘칫, 그럴 거면서 무술 가르쳐 준다고 그 난리를 쳤어. 아, 아니다. 구자운 부전주는 그럴만하지.’


능글능글하게 웃던 자운이 굳이 수련생을 강조하자,

제갈현은 그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자운이 연무장을 막 빠져나가려 던 그 순간.


우르르 쾅쾅!

하늘이 노한 듯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자운이 뒤돌아와선


“저하, 오늘은 쉬시고 내일부터 하시죠.”


“예, 대주도 어서 비를 피하시죠.”


도영은 훈련을 안 하게 된 게 기뻐 자기가 아랫사람인 걸 잊은 채 얼른 앞서 걸어갔다.

그러다 실수를 깨달은 도영이 얼른 되돌아와선 제갈현 머리 쪽으로 두 손을 가볍게 올렸다.


“야, 겨우 그거로 비가 가려지겠냐?”


“헤헤헤! 죄송했습니다, 저하!”


“됐다. 빨리 가자. 이러다 생쥐 되겠다.”


연무장을 빠져나가는 왕자 일행을 본 자운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쯧, 아쉽게 됐구만. 오늘부터 빡세게 굴리려 했더니.’


그리곤 기분이 좋은 듯 자운 눈이 웃고 있다.


*


대체 무슨 일일까?

귀영전(제갈현 처소)으로 돌아온 제갈현 표정이 심각해졌다.


‘회귀 전 이맘때쯤 폭우가 쏟아지던 날, 그 일이 있었지. 그렇담. 오늘···. 아직 낌새도 없는데. 기다릴까?’


제갈현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빗줄기를 보며 생각에 빠졌다.

그때


우지직, 콰콰콰쾅!

따뜻한 찻잔을 내려놓던 도영이 천둥소리에 깜짝 놀라

쨍그랑, 찻잔을 떨어뜨렸다.

그의 모습에 제갈현이 절레절레하며


“쯔쯧, 남자가 겁이 그리 많아선.”


“저, 겁 없습···.”


콰 콰쾅!

겁이 없다고 말하려던 도영은 또다시 귀를 때려대는 소리에 거의 울기 직전이다.


“야, 그거나 치우고 가서 쉬어. 오늘은 이불 뒤집어쓰고 아침까지 나오지 말고.”


“······예? 그래도 제가 직속 시종이지 말입니다. 그런데···.”


쿠르르르 콰콰쾅.!!

깨진 잔을 치우려다 뇌성(雷聲)이 들리자, 풀썩 주저앉은 도영.

낯빛이 창백해진 도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저, 저하···! 그, 그럼, 허락하셨으니, 저 갑니다요.”


후다닥, 달아났다.

여현은 도영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쳐다보는데.


“여현아, 혼자 있고 싶다. 아, 혹시 검 좀, 빌릴 수 있을까?”


“······예? 그건, 왜, 아···아닙니다. 저하. 연습용 검이면 되겠습니까?”


“아니, 진검이 좋겠다. 손에 감각 좀 익히게.”


스릉, 검을 뽑아 든 제갈현의 눈이 매서워졌다.

제갈현이 검 손잡이를 잡은 채,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다.


‘이제 곧 해시(亥時, 저녁 9시~11시). 기다릴까? 아냐. 여기 있으면 놈이 올 리가 없지. 그렇다면 네놈이 오게 해 주마.’


제갈현 성격이 바뀌었다.

이전이었으면 자기 일이 아니라 무관심해서, 이런 일을 절대 벌이지 않았을 제갈현.

그가 직접 일까지 꾸미려 했다.

어차피 터질 일인데,

이왕지사 함정 팔 거면 확실하게 옭아맨다.


회귀 전, 제갈현은 이 시기에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다.

당시 여현이 곁에 있어서 살았지.

아니었으면 죽었을 그런 일이.


그땐 왜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당시 여현이 자객과의 실력이 비슷해서, 그놈을 죽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증거를 놓쳤다곤 해도 사실 조금만 들쑤셨으면 범인을 찾을 수도 있었다.


당시 1 왕자를 공공연히 위협한 견제 세력이 있었으니까.

1 왕자의 목숨이 위험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싸잡아 추궁할 수 있을 사건이었다.

이번 생엔 그런 기미만 보이면 무조건 잡는다.


*


쏴아아아!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퍼붓고 있었다.

회귀 전 그날 밤처럼.


끼이익!

늦은 저녁, 제갈현이 궁궐에 있는 제1문 ‘개문(開門)’ 앞으로 왔다.

남들에게 알려진 바론 ‘개문(開門)’은 그저 궁궐을 통과하는 첫 번째 관문이지만.

사실 개문은 말 그대로 진법의 시작이었다.

궁궐을 드나드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도, 이 비밀을 아는 이는 오직 각 문당 수문장과 진법을 만든 이들뿐.


아, 또 있다.

주기적으로 진법을 바꾸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셋이다.

수문장들도 각 문에 해당하는 것만 알지 다른 문에 대한 건 알 수 없었고,

수문장은 죽을 때까지 진법에 대한 비밀을 말할 수 없는 주술이 걸려 있어,

수문장들이 배신할 리가 없었다.

이들이 비밀을 말한 순간, 죽게 될 테니까.


게다가 제갈국 수호를 위한 이 진법은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는 기문진법의 스승이자, 제갈국 태조였던 ‘제갈준(諸葛俊)’이 만든 진법이었다.


‘1000년 전, 무림맹 총군사셨던 태조께서 심혈을 기해 만든 진법이 쉽게 뚫릴 리가. 근데, 뚫렸다. 누구지?’


그놈이 누군지 알아야 했다.

제갈현이 개문 근처로 오자, 개문(제1문) 수문장이 놀라 달려왔다.

하긴 누가 생각할까?

폭우가 내리는 이 늦은 저녁에 어린 왕자가 나오리라고.


“저하,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어쩐 일이십니까? 어서 들어가시지요. 이러다 고뿔에 걸리실까 저어됩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와서 눈조차 제대로 못 뜨는 수문장이 1 왕자를 걱정해 말했다.


“아, 미안하네. 내 잠깐 수문장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하문하십시오. 저하.”


“진법···.”


“저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진법에 대해선···.”


진법이란 말에 수문장이 경기하듯 정색했다.


“내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다. 각 수문마다 진법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이가 있지?”


“예, 저하.”


“그 담당자가 누군가?”


“그는 신혜전의···.”


쏴아아!

빗줄기가 이전보다 더 거세졌다.

그나마 천둥, 번개는 치지 않아, 다행이지만.

보통이면 비를 피할 텐데.

제갈현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이 비가 좋은지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머리가 맑아졌다.’


늦은 밤, 빗소리와 함께 제갈현이 홀로 걷고 있다.

수문장이 호위로 데려가라는 병사도 거절한 채.

천천히, 느긋하게.

세월아 네월아 하듯이 그렇게 걸었다.


주르륵, 주르륵.

빗소리가 친구가 되어 주는 듯한 느낌에 제갈현이 피식 웃었다.


‘하, 그날은 이 빗소리가 그렇게 싫었는데. 오늘은 이게 또 흔적을 지워 주니까. 좋네.’


궁궐 앞 개문(제1문)에서 미문(迷問, 제2문)을 거쳐, 물길을 따라 여유롭게 걷던 제갈현.

그의 민감한 청각에 몇 명의 발걸음 소리가 잡혔다.


저벅, 저벅저벅.

아무리 비가 내려도 저 정도로 소릴 죽일 정도라니.

분명 무인일 터.

제갈현의 발걸음이 더욱 느려졌다.


투투둑, 두두둑

쏴아아아-!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뒷짐까지 쥔 채, 제갈현이 물길을 따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그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최대한 궁궐 안에서 무인들이 있는 곳과 가장 거리가 멀고.

특별한 국가 행사 때나 찾는 곳.


북서쪽에 있는 제사 공간으로.

제갈현의 덫이 넓게 더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


한편, 제갈현을 뒤쫓던 자객 중 일인은 오늘 정말 이상한 의뢰를 받았다.

궁궐 안에서 1 왕자를 죽이라니.

왕자가 궁 밖에 나온 것도 아니고 궁 안에서 죽이란 말에 황당했다. 이게 말이 돼야 말이지.


다행히 오늘 날씨까지 협조했다.

궁에서 누구 하나 죽어도 모를 폭우가 쏟아졌으니.

게다가 저 철없는 어린 왕자가 자기 제삿날인 줄도 모르고.

이 늦은 시간에 호위무사도 없이 저리 여유롭게 걷고 있다.

그것도 사람들이 없는 곳만 찾아가면서.


하기야 비가 이렇게 오니 사람이 나올 리가.

지금 1 왕자가 검을 갖고 있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이제 겨우 삼재검법이나 배운 왕자가 1류~절정 초입으로 구성된 자객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은가.


‘어린 왕자라 그런가? 겁이 없네. 호위무사도 없이 다니게. 궁에서도 죽을 수 있는 것을. 설사 호위무사가 있다고 해도. 훗, 우리가 몇 명인데.’


지금은 저 쬐끄만 생쥐 사냥을 시작해야 할 때.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오던 자객들의 행동이 빨라졌다.


타다탓!

슈슈슈슛!

자객들의 보법 소리가 이전보다 더 커졌다.

이렇게 외진 곳에 왔으니 자신 있어서겠지.

열 명쯤 되는 복면 쓴 자객들이 순식간에 아이를 둘러싸며 다가왔다.


급작스레 나타난 복면인을 본 1 왕자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저 표정을 보니 알겠다.

궁에서 자객이 나타나리라곤 짐작조차 못 했음을.


“끌끌끌! 저하, 이리 야심한 시각에 어딜 그리, 가십니까?”


‘미래가 바뀌었다. 회귀 전엔 자객을 겨우 한 명만 보냈는데. 오늘은 열 명이나 오다니. 아, 어쩌지? 여현이 이 많은 수를 처리할 수 있나?’


사실 제갈현은 알고 있었다.

여현이 계속 그를 따라온걸.

여현 딴엔 거리를 두고 왔으나,

유독 섬세한 청각을 가진 탓에 모를 수가 없었다.


“으음, 어딜 가긴 산책하고 있었지.”


잠시 당황한 제갈현이 연기를 가장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을 때였다.


“쳐라! 저놈을 죽여라!”


쏴아아아-!

빗소리와 함께 섞인 목소리가 귀에 꽂힌 순간.

검을 뽑으려던 제갈현의 손이 우뚝 멈췄다.

그리곤 잽싸게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 서늘한 눈.

찾았다.

죽는 순간 들었던 그 목소리.


작가의말

복수는 확실하게 해야겠죠?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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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회. 사라진 책 24.06.29 27 0 12쪽
3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24.06.28 38 0 11쪽
2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24.06.27 35 0 10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6.27 51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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