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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흑마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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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7.02 11: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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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468

작성
24.06.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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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회. 사라진 책

DUMMY

3회. 사라진 책



휘이이이!

스산한 바람과 함께 알 수 없는 뭔가가 스 스 스스슥,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뭔가 있는데, 어두우니 제대로 보일 리가.

기감을 열어 주위를 느끼려던 법개는 안력(眼力)에 힘을 줘 시야를 오리(五理, 약 2km) 밖으로 확대했다.

그제야 뭔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법개는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에 힘을 준 뒤 힘차게 솟구쳤다.


파밧!

새가 날 듯 가볍게 모랫바닥을 살짝살짝 디디며 소리의 진원지로 향하는데.

그의 경공이 어찌나 신출귀몰(神出鬼沒)한지 모래에 발자국도 없다.


다닥, 타닥!

어느덧 진원지에 도착한 법개가 가볍게 바닥을 디뎠다.

그러자 좀 더 선명한 소리가 들렸다.


뚜두둑, 뿌드득!

이건 뭐지? 뭔가 뼈가 부딪히는 것 같기도 하고.

쁘. 드. 득! 소리와 함께 터벅터벅,


꺼그덕꺼그덕!

움직이는 하얀 뼈다귀들.

엥, 뼈다귀?

그래, 그랬다.

조금 전 그 소린 사막에서 스스스 올라오는 뼈다귀만 남은 유골이었다.

유골, 살이라곤 없는 그것이 움직이며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며


꺼그덕, 꺼꺼···그덕! 다가오는 백골들.

법개가 처음 본 백골은 스무 개.

그저 걸어 다니기만 하는 백골은 법개에게 딱히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내공을 실지 않은 법개가 녹죽봉을 횡으로 휘두르자, 빡! 소리를 내며 주변에 있던 백골 머리가 두어 개 날아갔다.


‘할만 해. 이렇게 쉽게 박살이 난다면 어쩌면 내가 다 처리할 수···.’


잠시 긴장했던 법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리 쉬이 해치울 존재라면 굳이 봉에 기(氣)를 두를 필요도 없을 터.

학살이 시작되었다.

때리고 후려칠 때마다


빡 빠박! 퉁, 떼구르르 떨어지는 뼈다귀들.

장난삼아 쿡! 찍어도 그저 나가떨어진다.

두더지 게임처럼 때리는 손맛이 끝내줬다.


하지만

걸룡(법개)의 헛된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조금 전 법개에게 박살난 목 없는 백골이 꺼그덕 소릴 내며 바닥에 떨어진 두개골을 제 몸에 뚝 얹었다.

그리곤 법개를 향해 다시 걸어오는 목을 붙인 백골들.


맙소사! 죽여도 또 살아나는 최악의 적이 나타났다.

반대쪽 사구(沙丘, 모래언덕)에서 개미 떼같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는 백골들.


*


많다.

딱 이만큼만 있다면 그래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다면···.

얼마나 백골이 많은지 확인해야 했다.


타다닷!

급히 바닥을 박찬 법개가 해골 머리를 계단 삼아 초상비(草上飛)를 펼치며 또 다른 모래언덕, 아니 꽤 높은 모래 산에 올라섰다.

그 순간 법개는 말문이 막혔다.

굳이 되지도 않는 안력을 십리(十里, 약 4km), 이십리(二十里, 약 8km)까지 확대할 필요도 없었다.

밤이지만, 새하얀 뼈다귀라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이 있어 아주 잘 보이는 뼈다귀부터 너무 멀리 있어 흐릿해 보이는 것까지, 그것들 모두 유골일 터.

시야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지평선(地平線) 저 끝에나 닿을 듯 그렇게 먼 곳까지, 새하얀 백골 무덤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이 무슨 귀소본능(歸巢本能)도 아니고 서로 뒤엉키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죽여도 또 살아나는 최악의 적이 나타났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적이.


“······아, 난 왜 쉬운 게 없나? 이거 힘들겠구만. 그래, 니들이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해보자!!”


긴 한숨과 함께 법개의 난투가 시작되었다.


타다다탁 타다탓!

구결에 따라 물 흐르듯 펼쳐지는 타구봉법의 초식들.

취팔선보(醉八仙步)와 비천무영보(飛天無影步)를 섞어가며 요리조리 따닥 거리는 백골들을 피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그래도 그동안의 수고가 적지 않았는지, 법개는 백골들과의 전투 중에 점점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드는데.


사방으로 휘둘러지던 녹죽봉에 어느덧 강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녹죽봉에 깃든 강(罡)의 기운이 선명히 깃들면서 그의 손에서 타구봉법의 마지막 초식 ‘천하무구(天下無狗)’가 펼쳐졌다.


타 타타타타탁!

타 탓 슈슈슈 슛!

법개와 녹죽봉이 하나가 된 듯 그가 휘두르는 녹죽봉을 따라 넓고 튼튼한 강기(罡氣)의 그물이 형성되고 있었다.

그의 주변 반경 오십 장(丈)이 법개의 영역이 되면서 그 아래에 있던 백골들 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타다 탓 슈슛!

미친 듯이 타구봉을 두드리며 넓게 더 넓게 죽음의 그물망을 만들던 법개는 깨달음의 순간이 영원하길 빌었다.


어둡고 추웠던 밤이 지나고 살갗을 태울 듯한 태양이 작열했을 때.

자신의 한계를 한 단계 뛰어넘은 법개가 무아지경에서 빠져나왔다.

밤새도록 그 치열한 전투를 벌였건만.

법개 주변엔 여전히 백골이 바글바글했다.


뚝뚝 뚝

땀을 비 오듯이 흘렀다.

땀 닦을 시간이 없어 머리를 흔들어 대충 땀을 털어낸 법개.

그런데도 시야를 가리는 땀에 눈을 찡그린 법개가 조금이라도 더 저것들을 없애기 위해 호흡을 짧게 짧게 쉬며 봉을 고쳐잡았다.

이제 한곈가?


“허··· 허 허 어헉!”


가빠진 호흡에 허리를 굽힌 법개가 손에 힘이 빠져 녹죽봉을 툭 떨어뜨렸다.

그는 다시 잡은 봉을 놓치지 않으려 건(巾, 머리를 묶는 끈 종류)을 풀어 봉과 손을 꽉 묶었다.

그리곤 전의를 다진 법개가 다가오는 백골들을 향해 힘겹게 쑤셔 박았다.


빠~악!

다소 힘 빠진 소리와 함께 부서진 뼈다귀들.

그렇게 또 얼마간 버텼다.

마지막 일격을 날린 법개가 또다시 재생되는 뼈다귀를 보곤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리 초절정 고수가 되었다고 한들, 다굴엔 장사가 없다.

게다가 혼자서 그렇게 오랫동안 전투를 했으니, 내공이 버틸 리가 있나.

녹죽봉이 더는 움직이지 않았을 때, 사막의 백골들이 개방의 영웅을 벌떼처럼 집어삼켰다.


*


작은 영웅이 죽은 뒤, 강호(江湖)는 마(魔)의 세상이 되었다.

.

.

.

촤르르—륵! 뚝!

책장이 넘어가려다 뭔가에 뚝 걸렸다.

그 후로도 넘어갈 듯, 넘어갈 것처럼 하던 책장은 뚜둑 뚝,

뭔가에 걸려 넘어가질 않았다.

아, 이거 무슨 절단 신공도 아니고.

사람이 말하다가 뚝 끊으면 정말 짜증 날 거 아닌가.


1초, 2초, 3초.

잠에서 깰랑 말랑하던 제갈현은 그러고도 일각(15분)을 더 버텼지만.

계속 이어지지 않는 꿈에 눈썹이 꿈틀꿈틀했다.

잠시 뒤

벌떡 일어난 제갈현이 짜증 나는지 온갖 인상을 찌푸렸다.


“아, 진짜! 뭘 보여주다가 말아? 옷은 또 왜, 젖었어?”


그러다 온몸이 샤워한 듯 땀이 흠쩍 젖은 옷에 그는 화가 치밀었다.

그때 이후로 제갈현은 다신 이런 꿈을 꾸지 않았다.

그렇게 까맣게 잊었는데.


*


아주 잠깐 전생의 기억을 더듬던 제갈현은 여직 보이는 저 흐릿한 형상이 영 찝찝했다.


‘그, 법개였나? 그 사람 참 어리석다.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데, 연락이나 빨리 취할 것이지. 그렇게 죽으면 그 일대 다 박살 났을 거 아냐. 거 참 정의로운 바보네. 근데 그때 그 꿈은 대체 뭐지?’


제갈현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 왠지 전생과 연결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지금 이게 말이 안 되어서.

흐릿한 형상을 쳐다보던 제갈현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가만, 혹시 지금도 그 책이 있는 거 아냐?’


회귀 전 이맘때쯤 제갈현은 ‘언가주몽(彦家祝夢)’을 발견했다.

어쩌면 그 책에 해답이 있을 거란 생각에 급히 책을 찾아 나섰다.


‘어딨지? 여기가 ‘서’자로 시작하니까 아, 저쪽이‘언’자 겠다.’


‘언’자 쪽 서가(書架, 책장)를 둘러보던 제갈현이 문득 떠올린 과거의 기억에 어이없어했다.


‘하, 바보. 그때 난 제갈량집(諸葛亮集)를 찾고 있었잖아. 근데 여길 찾으니 없지. ‘제’자로 시작하는 곳, 아 여기다. 여기서 세 번째 줄에 ‘언가주몽(彦家祝夢)’이 있었는데···.’


없다. 분명 여기 그 책이 있어야 하거늘.

어딨지? 누가 치웠나?

서가 쪽을 둘러보던 제갈현이 책을 치울 만한 사람을 찾던 그때.

때마침 뱃살이 통통하게 나온 학자풍의 옷을 입은 사내가 손에 든 책을 책장에 꽂고 있었다.


1년을 하루 같이 매일 언서각을 드나들던 제갈현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처음 보는 낯선 얼굴에 경계심이 들었다.

제갈현이 낯선 이를 보곤 성큼 다가가자, 배 나온 사내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


“누구지? 처음 보는데. 이름은?”


그의 인사를 무시한 채 제갈현이 이름을 묻자 놀란 사내가 움찔했다.

평소 타인에게 관심 없고 인사도 받아 주지 않던 제갈현이 말을 걸다니.

죽을 때가 됐나?

아, 그건 아니겠다. 나이가 아직 어리시니.

사서 표정이 가관이었다.


“······예? 제···제가 뭐,···뭐를······.”


작은 눈을 파르르 떨던 공손각이 말까지 더듬었다.


‘왜 저래?’

“이름이 뭐냐니까?”


어딘가 못마땅한 듯 한쪽 눈썹을 삐뚜름히 올린 제갈현이 무섭게 물었다.

안 그래도 서늘한 눈빛의 제갈현이 저렇게 물어대니 공손각(公孫覺)은 가슴이 철렁했다.


“저···저하! 죽을죄 지었사옵니다. 허니 제발···.”


바닥에 머리를 쿵쿵 찧어대며 벌벌 떠는 사서.

뒤늦게 차(茶)를 내오던 하도영이 낯선 풍경에 고개를 갸웃했다.

성격 괴팍한 왕자가 오늘 날 잡았나?


그동안 남의 말을 무시해도 이렇게 혼내는 일은 없었다.

근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

도영이 첫째 왕자와 사서를 번갈아 쳐다보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내가 뭐 잡아먹나?’

“그만! 이름이 뭐냐고 했다. 내 오늘 그쪽을 처음 봐서 말야.”


“······예에? 저, 저하! 소인이 언서각에서 일한 지 벌써 오 년째···.”


큼, 도영이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아, 맞다. 자네가 도영이가 말한 그 친구 구만. 얼마 전에 딸을 얻었다고 해서 내 도영이 편에 선···.”


공손각이 통통한 체격이라 큰 착각을 했다.

그가 아저씨라고.

해서 썰렁함을 벗어나려 제갈현이 말을 돌렸는데, 이거 어쩔?

공손각 옆에 선 도영이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잘게 흔들었다.

아, 이건 또 아닌가 보다.


“아, 딸 얻은 친군 그··· 공손후승(公孫厚承)이었지, 아마?”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을 대충 둘러댔건만.


“저, 저하! 공손후승님은 저희 가문 가주시옵니다. 가주님 연세가 벌써 고희(古稀, 70세)가 넘으···.”


“······!”


어디서 까마귀 까악~! 날아간다.

큭큭큭! 어디선가 옅은 신음에 가까운 웃음이 들렸다.


“음, 음! 네 착각을 했네.”


웃음을 흘린 도영을 죽일 듯이 째려본 제갈현이 헛기침하며 말을 돌렸다.


“저하, 제 이름은 공손각이옵니다.”


“······어, 그, 그래. 그 이름 내 기억하지.”


얼굴이 화끈거린 제갈현이 아무렇지 않은 듯 책을 챙겨 슬그머니 나가려다 되돌아왔다.

그래도 알 건 알아야겠기에.


“음, 혹시 여기 ‘제’자 쪽에 있던 언가주몽이란 책을 자네가 치웠나?”


“예? 언가주몽이요, 저하?”


“그래, 분명 여기 ‘제’ 자 쪽 세 번째 줄에 언가주몽이란 책이 있었을 텐데.”


“자, 잠시만요! 제가 여기 있는 책을 오 년째 정리하고 있는데 한 번도 그런 책을 본 적 없사옵니다, 저하.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찾아보겠사옵니다.”


“그래, 혹시 찾게 되면 늦더라도 내게 꼭 연락하게.”


귀영전(營影展, 제갈현의 처소)에 돌아온 제갈현이 저녁을 먹은 뒤, 평소처럼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평소 자시(子時, 오후 11시~ 오전 1시)가 넘어도 잠들지 않던 제갈현이 겨우 술시(戌時, 오후 7시~9시)에 꾸벅꾸벅 존다.

그때 제갈현 처소 주변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쏴아악! 감싸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다음 회차에선 제갈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 나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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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회. 격돌! 정마대전(正魔對戰) 24.06.29 24 0 11쪽
» 3회. 사라진 책 24.06.29 19 0 12쪽
3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24.06.28 27 0 11쪽
2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24.06.27 26 0 10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6.27 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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