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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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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7.08 00: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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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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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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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과거의 망령

DUMMY

10회. 과거의 망령



“제갈주, 넌 왕이 되고 싶어 환장한 놈이니까. 하, 그래서 제갈주(諸葛主)의 ‘주’자를 주인주(主)로 바꿨냐. 미친 새. 끼!!”


“크으윽, 아아아악!!!”


지금 당장은 죽지 않으면서,

죽는 순간까지 고통스럽게 하려고.


제갈현은 일부러 제갈주의 몸을 나무에 박았다.

그래서 즉사할 곳을 피해 검을 박아 넣은 제갈현.


놈은 나무에 못 박힌 듯 검이 몸을 관통해 있는 까닭에.

무게를 못 이겨 조금씩 검에 베이는 고통을 견뎌야 할 거였다.


제갈주도 자신의 결말을 알았을까?


“크크크큭! 하하하하하!”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한동안 제갈주의 웃음이 계속되었다.

쏴아아아!


에너지가 방전되었을까?

할 일을 끝낸 제갈현이 쿵, 쓰러졌다.


*


제갈현이 죽기 전이었다.

그의 나이 21세.

초견 복제 능력도 있겠다, 타고난 무재(武才)가 있어 당연히 왕세자가 되었다?


천만에.

제갈현은 불행히도 왕세자가 되지 못했다.


그의 최전성기는 딱 열두 살 때.

빙설제국에서 있었던 황태자 책봉식(冊封式) 때까지였다.


이때만 해도 머리가 좋고 타고난 체력이 좋아서 그가 왕의 재목으로 꼽히던 때였다.

그랬던 그가 책봉식을 끝내고 돌아오던 날


“뭐라 했는가? 첫째 왕자의 눈을 치료할 수 없다?”


“저하! 송구하옵니다. 첫째 왕자님께선 이미 치료 시기가 늦었사옵니다. 조금만 일찍 짐새 독에 당한 걸 알았다면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왕의 벼락같은 호통에 납작 엎드린 어의가 진실을 고했다.

허나 아무리 이성적인 제갈국 왕이라도 제 자식이 앞을 못 본다는데, 제정신일 리가.


“뭐, 독에 당한 걸 왜, 아무도 몰랐어? 어의는 대체 뭘 했단 말인가?”


“전하! 짐새 독에 당하면 한 시진 내에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이 독이 갓 감염되었을 때 아무 증상이 없어서 대부분 치료 시기가 늦어 사망하게 됩니다. 다행히 주여현 호위무사가 그 즉시 지혈하고 나름 조치를 취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왕자님께선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운명하셨을 겁니다.”


“뭐, 치료를 잘했다? 잘했는데 그리 되었어! 이 일을 어째. 저 어린아이가 평생 앞을 못 본다는데, 왕인 내가 왕자를 위해 해줄 게 없다고. 정말 없단 말인가!? 하, 이를 어쩐단 말인가, 이 일을···.”


“죽여 주시옵소서, 전하! 제 의술이 미천하여 왕자님을 치료할 수 없사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송구하다며 머리를 쿵쿵쿵, 찧어대는 어의와 뒤돌아서 슬픔을 억누르는 제갈국 왕‘제갈승’.


왕께서 어의를 닦달하는 모습이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


눈에 붕대를 감은 채 의식을 차린 제갈현은 차마 그가 깨어났음을 알릴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시 울보 하도영이 없어서.

만약 도영이 있었다면 아마


“저하 아아아아아! 어떡합니까? 으흐흐흐흐흐! 저하, 앞으로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저하의 눈이 되어 평~생을 모시지 말입니다. 어어어어흐흑흑!”


눈물, 콧물 다 짜대서 정신없을 터였다.


안 그래도 슬픔을 홀로 묵새길 판에 제갈현은 그의 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어쩌면 도영을 달래야 했을지도.


이 사건으로 유력한 왕세자 후보였던 제갈현은 왕세자가 머문다는 귀영전(營影展)에서 물러나

아무도 찾지 않는 궁전 한쪽 구석에 처박혀 9년을 살았다.


가끔 왕세자가 된 제갈교인(諸葛敎寅)이 찾아와 그의 말동무를 해준 것 빼고는

제갈현의 처소를 찾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옆엔 항상 늘 침묵하는 주여현이 있었으나

그는 말이 없어 옆에 있어도 있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때부터였다.

제갈현이 남들과 다른 세상에 눈을 뜬 게.


그렇다고 그가 귀신을 보는 건 아니었다.

제갈현은 눈이 안 보이는 대신 세상을 오감(五感)으로 느낄 뿐.

아, 청각은 제외하고.


제3의 감각(?)까지 포함해서.

남들은 노을이 지면 밤이 되는 걸 알았지만.


그는 후각과 피부에 닿는 촉각으로 저녁이 되어감을 깨닫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엔 공기 중에 있던 습기를 느껴


“여현아! 거기 있느냐?”


“예, 저하!”


“그럼, 창문 좀 닫자. 이제 곧 비가 한차례 크게 쏟아질 거다.”


눈도 보이지 않는 제갈현의 말에 주여현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 서슴없이 창문을 닫았다.

그럼, 얼마 뒤


쏴아아아!

쏟아지는 빗줄기가 어김없이 창문을 때리곤 했었다.

한번은 여현이 어찌 비가 올지 아시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제갈현이 비가 오기 전엔 물비린내가 난다나?

그렇게 제갈현의 세상은 점점 예민해졌는데.


그날도 그랬다.

제갈국이 세상에서 지워지던 날.

그는 왠지 모를 한기에 시달렸다.


해가 저물 때쯤이었나?

비가 한차례 쏟아졌는데도 어쩐 일인지 제갈현은 창문을 못 닫게 했다.


주여현이 창문 근처로 다가가 문을 닫으려던 그때


“여현아! 오늘은 창문을 닫지 말거라.”


“······?”


평소와 다른 명령에 여현이 의문을 품었으나 그는 왕자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얼마 뒤.


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통에 주변의 소리가 잘 구별되지 않았는데.


“여현, 주여현! 어서 왕세자를 피신시켜라. 누군가 그쪽으로 간다.”


“······? 저, 저하! 그게 무슨?”


여현은 갑작스런 명령에 당황했다.


“아무 소리 말고. 어서. 급하다, 급해! 지금 누군가. 이런, 젠장. 늦었다. 당장 귀비, 아니 어머니께 가거라. 누군가. 젠장, 젠장!!”


대체 무슨 일일까?

귀를 쫑그리며 온 신경을 청각에 의지한 제갈현이 급히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허나 그의 말이 끝날 때쯤.

그의 말을 따르려던 주여현은 밖으로 나가려다 우뚝 걸음을 멈췄다.


쏴아아아아! 쏴아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속에서 미세하게 누군가의 발걸음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주여현은 그의 감각에도 누군가 잡히자,

심장이 철렁했다.


고수다.

그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절. 대.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고수.


그의 걸음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느리다 못해 오히려 기어 오는 듯한 발걸음.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곳에 도착한 순간.

아니 사실 그가 검을 한번 휘두르기만 해도 모든 생명체를 다 삼켜버리고도 남을 그런 인물임을 여현은 느끼고 있었다.


검을 잡은 여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직 이곳에 오지도 않은 누군가의 강한 기운 때문에 주여현은 점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파들파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힘주어 버티려 했으나

여현은 그도 여의치 않아 있는 내공을 다 끌어모을 판이다.


당시 주여현의 무공이 절정 극에 달했음에도 이런 강한 기운은 그의 범주 밖의 일이었다.

여현이 이러니 무공도 익히지 않은 제갈현은 어떨까?


심장을 압박하는 흉통에 제갈현이 온몸을 감싼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의 고통을 안타깝게 쳐다본 주여현이


“저···하! 으윽, 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부디, 부디 견디시어···옥체를 보존하소서.”


“아···안 돼! 여···으윽!”


쏴아아아! 타타탓!

강한 빗줄기를 헤치고 여현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 아···으으윽!”


허무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제갈현은 밖으로 나간 그의 호위무사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제갈국에선 나름 꽤나 실력 있던 호위무사였지만,

그는 빗속을 헤치고 온 괴물에겐 그저 파리만도 못한 존재였다.


사실 주여현은 그 괴물 근처도 못 갔다.

괴물이 주여현의 시야에 담겼을 때, 그의 몸은 이미 강기에 휩쓸려 터져버렸다.


사람의 목숨이 이리 허무할 수가.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


그가 가진 모든 기운을 폭발시킨 것도 아닌데.

이 지경이라니.


거북이처럼 기어 오듯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

그가 도착하기 전에


위험을 알리듯 우르르쾅 쾅!

귀가 찢어질 듯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콰자자자짜작!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

쿵, 쿵, 떨어졌다.


“······!”


돌연 주변 공기가 서늘해졌다.

아니, 서늘하기보단 오히려 북해에 있는 것 같달까.


제갈현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에 조금 전 고통은 까맣게 잊은 채,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던 제갈현의 감각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사박사박

가볍다.


‘여자?’


아, 아냐, 고수라면 발소리조차 들릴 리가.

그리고, 또 다른 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뭔가 아주 조심스레 내딛는 발걸음.

소리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여자인 듯한 소리보단 다소 무거운 그런 소리.

근데, 걷는 소리가 왜 이렇지?


“설빙환검(雪氷換劍), 제2 초식 빙유참(氷䂇斬)!”


마치 자기 초식을 알아달라는 듯 젊은 여성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제갈현 주변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가볍고 차가운 뭔가가.

방안에 이런 게 떨어질 리 없건만.


쉬이이이잇!

아름다운 꽃잎들이 줄지어 춤추듯 제갈현의 몸을 휘돌고 있었다.


새하얀 꽃잎이 그와 사랑을 나누듯 어찌나 그의 몸을 훑어대는지.


남자가 부끄러움을 숨기려 하얀 꽃잎을 그의 피로 물들이는 것 같다.


멀리서 보면 장님이 연애하는 줄.

허나 실상은


스스스슷!

그에게 날아드는 꽃잎들을 피하려 몸을 이리저리 돌리기 바쁜 남자.


일반인은 절대, 들을 수 없는 그 작은 소리를 들은 제갈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촤자자작!

이미 제 살을 베고 난 뒤에야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사사삿!

휘리리릭!

실바람 같은 여린 소리와 함께 살을 베는 섬뜩한 파공음이 겹쳐 들렸다.


스슥, 흩날리는 눈 꽃잎에 붉은 피가 맺힐 때쯤


철퍼덕!

피투성이가 된 제갈현이 비틀거리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휘리리릭!

웅 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춤을 추듯 예리한 유검(휘어지는 검)이 제갈현 가슴을

푹! 찔렀다.


“으···윽윽! 푸-웃!”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제갈현이 신음과 함께 피를 토했다.

하지만 제갈현을 찔렀던 예리한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깊게 더 깊게 그의 가슴팍을

푸푸푹! 쑤셔 박는 검.


“아아아악!”


제갈현이 이제 죽었을까?

불행히도 아니었다.


촤자자자착!

가슴 깊이 박혀 든 검날을 이제 좀 빼주면 좋으련만.


“아파?”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질러놓고 묻다니.


“아프냐고, 이 새끼야!”


제갈현은 어떤 경우에도 참으려 했다.

죽어도 자객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으···윽, 아아아아악!!!”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제갈현은 소릴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연이나


“너 못 죽어. 절. 대. 쉽게는 못 죽어!! 내가 너희들 다, 죽이려고 했는데···. 어, 으으으으흐흐! ”


젊은 여성이 오히려 그보다도 더 울부짖고 있었다.


“으으윽! 아아아아악아악!!!!”


제갈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어도 참기 힘든 고통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가슴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몸으로 퍼진 듯 살을 찢고 베고, 또 찢고 베고.


무한 반복되는 괴로움에 제갈현의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제갈현이 이 지옥과도 같은 고통에 시달릴 때


“크크크크큭!”


근처에서 아주 여린 웃음소리가 들렸다.

분명 자기 딴엔 웃음을 참느라 입을 가리고 웃는 것 같은데.


그런데도 새어 나오는 웃음이 참기 힘든 그런 웃음이렷다.


떨어지는 피가 거의 마를 때쯤,

여자가 피를 멈추려는 듯 남자의 몸을 얼렸다.


문제는 얼음 조각상이 된 제갈현은 그 속에서도 고통이 계속된단 사실.

죽일 거면 제발 좀 그냥 죽여라.


무슨 원수가 그렇게 졌다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할꼬.


차라리 조금 전처럼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얼음 동상이 된 제갈현이 속으로 얼마나 비명 질렀는지 모른다.

너무나 아파서.


제갈현은 알고 싶었다.

그들이 누구길래 이리 당당히 왕궁까지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몰살하는지.

그의 뜻을 알았을까?


“흐흐흐흐흑! 할아버지,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작가의말

그녀는 누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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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회. 수련 지옥 24.07.06 9 0 11쪽
» 10회. 과거의 망령 24.07.05 13 0 12쪽
10 9회. 복수(1) - 잡았다, 쥐새끼! 24.07.03 17 0 11쪽
9 8회. 쥐 새끼 사냥 24.07.02 19 0 11쪽
8 7회. 보이지 않는 적 24.07.01 18 0 11쪽
7 6회. 재수 없는 놈 24.06.30 18 0 11쪽
6 5회. 그곳에 더는 정파가 없었다! 24.06.30 26 0 10쪽
5 4회. 격돌! 정마대전(正魔對戰) 24.06.29 33 0 11쪽
4 3회. 사라진 책 24.06.29 32 0 12쪽
3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24.06.28 40 0 11쪽
2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24.06.27 38 0 10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6.27 6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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