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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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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6.26 23:08
최근연재일 :
2024.07.02 11: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90
추천수 :
1
글자수 :
42,468

작성
24.06.27 23:44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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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DUMMY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다다다닷!

다가오는 혈군단을 죽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연합군.

이들이 차마 도망칠 생각조차 못 한 채, 그저 죽음을 기다리던 때였다.


그때


“깨어나라!”


‘······?’


‘······뭐지?’


감정이라곤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들었다.

지금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말에 사람들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싸늘한 눈빛으로 전장을 쭉 훑어보는 남자.

빙설 제국의 상징과도 같은 은발에 잿빛 눈을 가진 젊은 남자가


“깨어나라! 너희들의 시간이다!”


이게 주문이었을까?

번쩍,

눈을 뜬 이들이 반대편에서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첨가된 투명한 얼음 인간들(?)이 흰색 아지랑이를 일렁이며 자기들보다 어린 남자를 짙푸른 색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

얼음 군단은 살아생전 모습, 복장 그대로 전장에 섰다.

얼음 군단이 전장에 서자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가라! 적들을 섬멸하라!”


다다다닷!

우와아아아!

아군 진영에선 그들을 도울 푸른빛을 머금은 얼음 군단이 나타나자,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살았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가라!!”


짙은 붉은빛 혈군단과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 군단이 전장에서

콰콰콰쾅쾅!

크게 맞부딪쳤다.


타탓, 다다다탓!

대규모 얼음 군단과 혈군단의 맞부딪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굉음을 울렸다.


초고수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휘두르는 검의 파장이

우우우웅!

검명을 울리며 퍼져나갔고 그럴 때마다


쿠쿠쿠쿠쿵!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리고,

수십 그루의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가는가 하면.


휘이이잉!

몇십 리나 떨어진 아군이 갑자기 몰아친 회오리에 죽을힘을 다해 근처에 있는 나무를 붙잡아야 했다.


운석이 떨어진 듯 초토화된 땅은 이전 땅 모습을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뒤죽박죽 뒤엎어진 땅이 어찌나 푹 푹, 파였는지.

군데군데 초대형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아군 진영에 얼음 군단이 당당히 섰다.


얼음 군단의 군단장급으로 보이는 얼음 군사가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뭔가를 중얼거리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수천의 혈군단이


콰자자자작!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온몸이 얼었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 보려는 듯 뒤늦게 기운을 끌어올린 혈군사도 여지없이 얼었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혈군사의 검은 눈동자가 맞은편에 선 얼음 군단장을 주시했다.


얼음 군단장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뒤돌아서자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혈군단이 일시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 이길 수 있다!!”


그 많던 혈군단이 사라지자, 아군 진영에 있던 군사들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라는 듯.

아군 진영에 있던 제갈현이 혈군단을 이끄는 언천강을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반대편에 있던 언천강의 붉은 눈이 잿빛 눈의 제갈현을 눈에 담았다.

언천강과 제갈현이 서로 마주 보며


“눈을 떠라! 복수 할 시간이다!”


“깨어나라! 적을 섬멸하라!!”


두 사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루가 됐던 혈군단이 검은빛을 일렁이며 무섭게 다시 일어났다.


제갈현의 명에 혈군단을 섬멸하려 경공을 펼치며 나아가는 얼음 군단.

다다다탓!


*


이 일이 있기 전, 제갈현이 이제 막 회귀했을 때였다.

회귀 전, 암흑 속에서 살았던 제갈현은 눈이 다시 보이자,

이게 꿈인가 싶어 한동안 넋 놓고 있었다.

그러다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 제갈현은 시야가 흔들리는데도 좋아서 궁궐 안 곳곳을 걸어 다녔다.


강줄기를 따라 궁궐 안을 산책하던 제갈현은 시력이 돌아온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궁궐 안이 이러니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제갈현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구름, 하물며 귀영전(제갈현 처소)에 있는 평범한 창문인 ‘아자창살’마저 마음에 들었다.

예전이었으면 신경도 안 쓸 그런 것까지 오늘따라 더 시선이 가는 그였다.


그때 제갈현의 시야에 낯선 것이 잡혔다.

흐릿하게 보여 특정하긴 힘든데, 그의 주변을 배회하는 뭔가가.

며칠이 지났다.

여직 주변에 뭔가가 서성이고 있다.


“이게 뭐지?”


“······?”


탁자 위에 찻잔을 내려놓던 하도영(河到英)이 창문 쪽을 바라보며 혼잣말하는 제갈현(諸葛矎)을 보곤 의아해했다.

조용히 밖으로 나가려다 되돌아온 도영은 참다 못해 조심스레 물었다.


“······저하, 대체 뭣 때문에 그러십니까?”


“응? 너 혹시 이거 보여?”


보이지도 않는데, 뭐가 보이냐니.

왕자께서 하문하셨으니 확인해야 했다.

제갈현이 바라보던 창문 쪽으로 몸을 옮긴 도영이 뭔가 손에 닿나 싶어 손을 휘저었다.


“······저하, 여기 말이 신지요? 여···여기··· 뭐······.”


왕자에게 질문하려던 도영은 갑자기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순간 줄곧 올라가 있던 도영의 입꼬리가 어느새 멈춘 듯, 두려움에 도영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너는 이게 안 보이냐? 나는, 음, 아··· 아니다. 내가 요즘 피곤해서 그래.”


제갈현은 겁먹은 표정의 도영을 보곤 얼른 말을 돌렸다.


“어휴, 놀래라. 저는 또···저하께서 뭐가 보이시는 줄 알고.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다신, 다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야, 넌 무슨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도영이 왕자에게 푸념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러게 제가 저하께 좀 쉬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이도 어리신 분이 책만 읽으시니 탈이 나지 말입니다.”


“그만! 잔소리가 많다. 눈에 좋은 탕약이나 가져오거라.”


“넵!”


웃는 낯으로 쪼르르 밖으로 나가는 도영을 본 제갈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남들은 저걸 볼 수 없다. 그럼, 저게 뭐지?’


저게 뭔지 알아야 했다.

제갈현은 고심 끝에 동생이 있는 신혜전(新慧展, 학문연구소)에 들려 의학 관련 서적을 찾았다.

근데 그와 유사한 증상에 대한 언급이 없어 답답한 참이었다.

해서 세상의 책이란 책은 다 있다는‘언서각(彦書閣, 제갈국 왕실 서고)’에서 답을 찾으려는데, 어째 파면 팔수록 영 기분만 잡쳤다.


탁!

책을 덮은 제갈현이 나이답지 않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 진짜! 뭐, 도인이나 승려가 아니면 무당만 본다고? 이게 신기(神技) 있는 사람들 전조 증상이라니. 나 참, 우리 국왕님 아시면 큰일 나겠구만.”


입술을 깨문 제갈현이 앞으로 닥칠 일을 예상하곤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제갈국의 왕자가 신기(神技)가 있다니. 이거 완전 경을 칠 일 아닌가.


제갈현이 깍지 낀 손을 턱에 괸 채 건너편에 있는 뭔갈 죽일 듯이 째려봤다.

연한 회색빛이 도는 사람 비스무리한 형체에 주변이 연한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게.

어떻게 생겼는지 당최 구별할 순 없지만, 선명하다 해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귀신같다기엔 좀···.’


그동안 예지몽도 없었고 말도 걸어오지 않는데. 이게 정말 뭔가 싶다.

그때 뭔가 뇌리를 팍 스쳐 지나갔다.


‘설마··· 그때 그건가?’


9년 전이었나?

회귀 전 그는 스무 살이 넘게 살았지만,

이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회귀 전 기억을 더듬던 제갈현은 ‘언가주몽(彦家祝夢)’이란 책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회귀한 시점과 같은 것 같다.


*


회귀 전, 그의 나이 12살 때였다.

제갈현은 언서각에서 신기한 책을 잠깐 읽었었다.

처음‘언가주몽(彦家祝夢)’을 발견했을 때 제갈현은 딱히 흥미를 끌지 못했다.

언가(彦家)가 어떤 가문이던가? 진주언가는 천 년 전에 멸문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언가의 저주 얘기라니.

실리를 추구하던 제갈현에겐 관심 밖의 얘기였다.

그렇다고 책을 버리기엔 뭣해서 언서각에 대충 던져두었다.

그렇게 까맣게 잊었건만.

우연히 제갈량의 병법서를 찾으러 간 언서각에서 제갈현은 또다시 ‘언가주몽(彦家祝夢)’을 접하게 되었다.


‘제갈량집(諸葛亮集)이 어딨지? 음···.’


서가(書架, 책장)에 꽂힌 책들을 눈으로 대충 훑으며 제갈량집을 찾던 때였다.


‘제갈, 제갈, 음, 제갈량···. 어, 이 책은?’


세 번째 줄에 있던 ‘언가주몽(彦家祝夢)’이라 적힌 책을 눈에 담은 순간, 책이 번쩍이며 그의 손에 쏙 빨려 들어왔다.

고수들이 펼친다는 그 능공섭물(綾空攝物)처럼 제갈현 손에 턱 얹어진 책에 그는 어리둥절했다.


‘언가주몽(彦家祝夢)’

언천강(彦天綱) 저(著)


어디서 듣지도 못한 언천강이라니.

제갈현이 다른 책들과 함께 언가주몽을 탁자 위에 올렸다.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제갈현이 원래 읽으려던 책을 잡으려 제갈량집(諸葛亮集) 쪽으로 손을 뻗은 순간.


촤르륵!

누가 펼친 것도 아닌데, 자동으로 펼쳐진 언가주몽이 제갈현 손에 턱 잡혔다.

제갈현이 놀란 것도 잠시.


‘하, 이거 참. 무슨 책이 이렇게 읽어달라고 난리야? 그래, 딱 한 장만 읽어보자.’


[연자(緣者)여! 자네가 이 책과 연이 닿았다는 건 자네 또한 나와 같은 처지일 터···.]


‘뭐래?’


탁!

시작부터 헛소리 같아 제갈현이 책을 덮었다.

그리곤 책장에 책을 꽂아놓고 돌아왔다.


그. 런. 데...

왜, ‘언가주몽’이 탁자 위에 있을까?

자리에 앉으려던 제갈현이 그도 모르게 움찔했다.

이놈의 책이 귀신 씌었는지.

읽던 페이지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연자여!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내 장담할세. 자네에게 곧 감당키 힘든 일이 일어날지니 그때를 대비해 이 책을 읽게. 그럼, 자네는 나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 테니.]


와, 취존 안 하는 거 좀 보소.

읽기 싫은 책을 강제로 읽으라 한들 읽을 리가 있나.

짜증스레 책을 툭 던지듯 밀어둔 제갈현이 언가주몽(彦家祝夢)을 탁자 위에 둔 채, 제갈량집을 챙겨 언서각을 나갔다.


제갈현이 나가자, 탁자 위에 있던 언가주몽이 누군가 삼매진화(三昧眞火)를 펼친 듯 책이 불타 사라졌다.

그날 밤,

처소로 돌아온 제갈현이 악몽에 시달리는지 끙끙 앓고 있다.




작가의말

제갈현과 언천강의 관계가 참!!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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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회. 사라진 책 24.06.29 19 0 12쪽
3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24.06.28 28 0 11쪽
» 1회. 잿빛 저주의 시작 24.06.27 27 0 10쪽
1 서(序). 혈군단 vs 얼음 군단 24.06.27 4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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