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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의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5.14 22:43
최근연재일 :
2024.06.18 00: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205
추천수 :
35
글자수 :
119,640

작성
24.05.16 13:05
조회
140
추천
4
글자
9쪽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DUMMY

2회. 일촉즉발(一觸卽發)


“복수의 시간이다. 이제 눈을 떠라!!”


어디서 말하는지도 모를 육합전성(六合傳聲)의 목소리가 웅장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의 말에 응답하듯


번쩍!

눈을 뜬 짙은 붉은빛 혈군사들이 검은빛을 일렁이며 하나, 둘, 아니 수십만 명의 군사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아아아아악!

적(赤)빛 혈군사들이 휘두르는 칼에 그나마 살아있던 이들이 무당산 일대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


촤르륵!

어두운 밤, 불 꺼진 제갈현의 방에서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책을 읽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 대체 누가 책을 읽을까?

새근새근 잠든 제갈현이 무슨 일인지 끙끙 앓고 있다.


“으···으, 아 안 돼. 으으으, 내 팔···.”


잠을 자던 제갈현이 자기 팔을 더듬으며 안심하더니 갑자기 온갖 인상을 쓰며 괴로워했다.

그러다가 소름 돋는 뭔갈 본 듯 몸을 부르르 떨고 소릴 지르고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뭔가 화가 난 듯 씩씩대기도 했다.

혼자서 온갖 영혼이 들락날락하는 모양새가 이게 정녕 제갈현이 맞나 싶은데.


촤르륵 촥착착착!

언서각(彦書閣, 제갈국의 왕실 서고)에서 사라졌던 ‘언가주몽(彦家祝夢)’이 제갈현이 누워있는 방 한가운데 나타났다.

누군가 일부러 책을 태운 것처럼 가루가 됐던 책이 제갈현에게 들려줄 얘기가 많은 양 그가 잠을 자는 내내 책장이 넘어가고 있었다.


촤르륵 착 착 착 착착착착착!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때론 느리게 또 때론 빠르게 넘어가는 게, 마치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처럼 진도를 쑥쑥 빼고 있었다.

꿈을 꾸던 제갈현은 사실 이게 꿈인지 어느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꿈이 계속될수록 나이가 어린 제갈현에게 다소 끔찍한 장면이 연출되었지만.

얘기가 뒤죽박죽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해서 그답지 않게 늦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 누구도 제갈현을 깨우러 오지 않았다.

마치 모두가 제갈현을 잊은 듯.

하물며 그를 늘 따라다니던 제갈현의 배동(陪童)이자, 전속 시종인 하도영(河到英)조차 그를 찾지 않았다.

누군가 이런 말 하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하겠으나 사실이었다.

그날 제갈현의 방 근처엔 진법이 펼쳐진 것처럼.

여상스럽지 않은 제갈현의 하루가 몽땅 사라져 있었다.


*


촤르르르륵!

새로운 책장이 펼쳐졌다.

.

.

정마대전이 일어나기 전,

천산(天山) 왼쪽 끝자락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평소처럼 전서구 발에 달린 쪽지를 본 거지가 급히 무림맹(武林盟)으로 향했다.

무슨 일일까?

오늘따라 거지들이 유난히 허둥댔다.

뛰어가느라 신발이 벗겨진 거지가 있는가 하면, 맨날 다니던 길을 서두르다 엉뚱한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또 어떤 거지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는데.

그들이 어찌나 서두르는지,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 같았다.

마라톤하듯 이어진 쪽지가 몇몇 거지들의 수고로움을 더한 뒤에야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해시(저녁 9시에서 11시)가 넘은 시각.

타다다다 터 터 터 턱!


“군~사~님! 총···군···사님!!”


이제 막 정군당(무림맹 내 군사 집무실)을 나가려던 제갈준(諸葛俊)은 숨을 헐떡이며 다가오는 이를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이 늦은 시간에 개방도가 죽을 듯이 뛰어올 일이 뭐가 있을까.

큰일이 터진 거다.


“허···허헉! 허! 총···군사님, 이···이거 좀···.”


얼마나 급했으면 숨도 고르지 못한 거지가 쪽지를 건네기 바빴다.

쪽지를 넘기던 제갈준은 마지막 피 묻은 쪽지에서 멈칫했다.


「천산파 인근 마을에서 실종자 다수 발생.」


「천산 일대를 감시하던 법개(疺丐, 육결)님 실종.」


「피 묻은 육결 매듭 발견」


‘이게 대체···, 걸룡(乞龍)이 그리 쉽게 당할 리가. 천산에선 대체 무슨 일이···?’


얼마나 손에 힘을 줘야 종이가 이렇게 구깃구깃해질까?

이 소식을 전하느라 분명 많은 이들이 죽었을 터.

혈흔(血痕)이 묻은 쪽지를 바라보던 제갈준의 걱정이 깊어졌다.


*


타가닥 타가닥 타가닥타가닥!

낙양에서 천산까지 자그마치 7,453리(약 2,927 km).

법개(疺丐)는 졸리는 잠을 쫓아가며 개방 지부에서 제공한 한혈마(汗血馬)를 타고 한 달이나 달린 뒤에야 천산에 도착했다.


“쳇! 한혈마가 뭐 하루에 천 리를 간다고? 하, 총군사 영감이 아주 뻥만 늘었어.’


천산까지 오느라 개고생한 걸 생각하면 쉬고 싶었으나 법개는 곧장 개방 신장 1 지부로 향했다.

개방 고수의 급작스런 방문에 분타주(삼결)‘문양규’가 버선발로 나와 법개를 맞았다.


“어, 어서 오십시오, 법개 소협!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분타주 문양규입니다.”


“아, 예. 잠시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저는 법개입니다.”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이곳까지 오셨으면 사막의 상징이자 최고 술인 타마주(駝馬酎, 사막 지역의 명주)를 마셔봐야죠. 자, 사향루로 가십시다!”


수더분하게 생긴 분타주가 웃는 낯으로 법개를 술집으로 이끌었다.

그러자 예의를 갖추던 법개 표정이 일순 차가워졌다.

법개는 다정스레 그의 팔을 잡으려던 문양규의 손길을 슬그머니 피한 채, 그와의 선을 딱! 그었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닙니다. 그보다 이 일대에서 실종자들이 많다구요?”


“······예. 그건 어떻게?”


“오다가 들었습니다.”


“그 일도 있지만. 얼마 전부터 일월신교(日月神敎)와 백혈교(白血敎)가 갑자기 세력을······.”


그로부터 얼마간 설명을 들은 법개는 잠시 쉬고 가라는 문양규의 말을 무시한 채, 또다시 고비 사막과 천산 왼쪽 끝자락 사이에 있는 마을로 향했다.

문양규가 급히 던져준 히잡을 머리에 두른 법개가 얼마나 말을 타고 사막을 달렸을까?

날이 저물자, 오늘도 또 사막에서 밤새우게 된 법개가 추위를 이기려 모닥불을 피웠다.


‘아, 무슨 놈의 사막이 낮에는 그렇게 덥고, 저녁엔 이렇게 춥냐? 그놈의 분타주는 술을 권할 게 아니라 사막 날씨나 가르쳐 줄 것이지. 에이, 쯔쯔쯧!’


헤실헤실 웃던 문양규를 떠올린 법개가 눈살을 찌푸리며 절레절레했다.

그때


휘이이이이!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겨우 불을 붙여둔 작은 모닥불이 꺼졌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모닥불이 꺼지자


“아, 진짜! 오늘 재수 옴 붙었네.”


인상을 구긴 법개가 다시 불을 붙이려 손을 뻗은 순간


뚜두둑, 뚜두둑 뚜. 뚜. 두둑!

이게 무슨 소릴까?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뒤 휘이이이! 스산한 바람과 함께 알 수 없는 뭔가가


스 스 스스슥, 다가오고 있었다.

분명 뭔가 있는데, 어두우니 제대로 보일 리가.

기감을 열어 주위를 느끼려던 법개는 안력(眼力)에 힘을 줘 시야를 오리(五理, 약 2km) 밖으로 확대했다.

그제야 뭔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법개는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에 힘을 준 뒤 힘차게 솟구쳤다.


파밧!

새가 날 듯 가볍게 모랫바닥을 살짝살짝 디디며 소리의 진원지로 향하는데.

그의 경공이 어찌나 신출귀몰(神出鬼沒)한지 모래에 발자국도 없다.

다닥, 타닥!

어느덧 진원지에 도착한 법개가 가볍게 바닥을 디뎠다.

그러자 좀 더 선명한 소리가 들렸다.


뚜두둑, 뿌드득!

이건 뭐지? 뭔가 뼈가 부딪히는 것 같기도 하고.

쁘. 드. 득! 소리와 함께 터벅터벅,


꺼그덕꺼그덕!

움직이는 하얀 뼈다귀들.

엥, 뼈다귀?

그래, 그랬다.

조금 전 그 소린 사막에서 스스스 올라오는 뼈다귀만 남은 유골이었다.

유골, 살이라곤 없는 그것이 움직이며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기운을 풀풀 풍기며


꺼그덕꺼그덕! 다가오는 백골들.

법개가 처음 본 백골은 스무 개.

그저 걸어 다니기만 하는 백골은 법개에게 딱히 위협이 되지 않았다.

내공을 실지 않은 법개가 녹죽봉을 횡으로 휘두르자, 빡! 소리를 내며 주변에 있던 백골 머리가 두어 개 날아갔다.


‘할만 해. 이렇게 쉽게 박살이 난다면 어쩌면 내가 다 처리할 수···.’


잠시 긴장했던 법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리 쉬이 해치울 존재라면 굳이 봉에 기(氣)를 두를 필요도 없을 터.

학살이 시작되었다.

때리고 후려칠 때마다


빡 빠박! 퉁, 떼구르르 떨어지는 뼈다귀들.

장난삼아 쿡! 찍어도 그저 나가떨어진다.

두더지 게임처럼 때리는 손맛이 끝내줬다.

하지만 걸룡(법개)의 헛된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조금 전 법개에게 박살난 목 없는 백골이 꺼그덕 소릴 내며 바닥에 떨어진 두개골을 제 몸에 뚝 얹었다.

그리곤 법개를 향해 다시 걸어오는 목을 붙인 백골들.

맙소사! 죽여도 또 살아나는 최악의 적이 나타났다.

반대쪽 사구(沙丘, 모래언덕)에서 개미 떼같이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는 백골들.





작가의말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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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2 24.06.11 2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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