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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의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5.14 22:43
최근연재일 :
2024.06.18 00: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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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추천수 :
35
글자수 :
119,640

작성
24.06.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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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회. 운상과 제갈현 사이

DUMMY

24회. 운상과 제갈현 사이


회귀 전 제갈현이 산 세월에 비해 경험한 게 별로 없어서일까?

바하강의 야경을 처음 눈에 담았을 때, 그의 심장이 어찌나 빨리 뛰는지.

눈이 보인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제갈현은 바하강 주변 산책로를 걷는 게 좋았다.

등이 달린 작은 배를 탄 연인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고.

은은한 조명 아래 손잡은 남녀가 함께 걸으며 웃는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는지.

제갈현이 그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다.


하긴 회귀 전 제갈현이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야지.

이전 생에선 빙설 제국 황태자 책봉식에 사절단대표로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자객을 만났다.

그때 실명한 뒤 암흑 속에서만 쭉 살았으니.

그게 그의 첫 외출이자 마지막이라 이런 아름다운 낭만을 알 리가.

그래서 남들에겐 당연하고 시시껄렁한 것조차 지금의 제갈현에겐 그저 신기할 수밖에.


사실 제갈현은 오늘 모든 게 다 좋았다.

야경도 그렇고 정보를 얻기 위해 유월루에 방문해 그답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해본 것도.

특히 유월루에서 자운을 봤을 땐, 그를 골탕 먹일 생각에 얼마나 짜릿했던지.


“잠시만요.”


“예?”


2층으로 올라가려던 점소이가 제갈현의 부름에 뒤돌아섰다.


“혹시 유월루에도 경장육사, 회과육, 어장육사, 어향장육 같은 요리가 돼?”


“예, 되긴 하는데. 이게 너무 비싸서.”


‘비싸면 더 좋지. 어차피 자운이 물 먹이는 건데.’

“그거 싹 다, 구자운 부전주님이 계신 방으로 보내 줘.”


“두 분이 드시기엔 음식이 너무 많을 텐데요.”


“많긴 저기 있는 사람들도 먹을 건데. 아, 음식값이 전부 얼마지?”


“음, 잠시만요. 주문하신 요리가 총 4개, 거기에 각 요리당 가격이 은자 한 냥(60만 원)이니까 요리값만 은자 네 냥(240만 원)입니다.”


“그럼, 백화로는 얼마?”


“백화로는 은자 스무 냥(1,200만원)입니다.”


‘은자 스무 냥. 하하하, 오늘 구자운 개털 되겠다.’


은자 스무 냥이란 말에 제갈현 입꼬리가 아주 신이 났다.

그래, 이 정도는 해야 자운이 혼낼 맛나지.


‘유월루 음식값, 접대비에 2층 경치 좋은 방까지 하면 최소 은자 154냥(9,240만 원)은 나가겠다. 이거 마누라한테 머리 쥐 뜯기는 거 아냐?’


부전주 연봉보다 많은 것 같은지.

아주 잠깐 자운을 걱정한 제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상쾌한 기분으로 자운이 있다는 방으로 찾아갔을 땐

캬, 자운이 그 양반 아주 제대로 화났다.


“뭐? 난 이런 주문 한 적 없네. 그놈을 당장, 내게 데려오게. 당장!”


자운이 평소 언성을 높이지 않는데.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의 목소리가 방 밖에까지 들렸다.

이후 자운이 문을 열 당시 표정을 박제해야 했다.

그전까진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던 표정이 제갈현 얼굴을 본 순간, 자운이 깨달았으니까.

하, 낭패감에 빠진 자운이라니.


‘흐흐흐, 이런 맛에 자운이 남을 그렇게 괴롭히나? 기분이 아주 상쾌한데. 능현이도 한번 괴롭혀 봐?’


이때가 제갈현이 가장 기분 좋았을 때였다.

이후 진법을 친 놈을 만난 순간 아주 잠시 분노가 일었으나 그것도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 일어났다.


*


자운이 있던 방에 온 제갈현은 회전 식탁에 있는 음식을 보며 흐뭇함에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자운이 못마땅해 불만을 토했지만, 그게 뭐 대수라고.

그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흘리며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욤욤욤, 먹었다.


‘음, 가격이 비싸서 그런가, 오늘따라 음식 맛이 더 끝내주네.’


제갈현은 궁에서 유명한 숙주가 만든 음식을 매일 먹었다.

그런 그에게 사실 이런 요리가 무에 특별할까마는.

자운이 사준다니.

음식에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더 넣은 듯, 요리가 입에서 아주 살살 녹았다.


“욤욤욤. 쩝쩝쩝!”


제갈현이 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이 자운을 쳐다보며 열심히 욤욤욤 거리고 있다.

거기다 소리까지 저리 쩝쩝내면서.

원래라면 1 왕자가 이렇게 먹을 리가.

제갈현이 갑자기 저러니 자운이 1 왕자가 얼마나 얄미울까.

이때만 해도 제갈현은 오늘 최고의 날이었다.


그렇지만

방안의 불이 꺼지고 소월이 음악에 맞춰 환상적인 춤을 추기 시작하자 공기가 급격히 달라졌다.


두~두~우우우웅!♪

처음 제갈현은 사내들이 아름다운 여성의 춤을 보고, 뜨거운 열기를 다스리지 못해 그러리라 여겼다.

하여나

그게 아니었다.

제갈현의 예민한 귀에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미염술(美艶術, 이성을 유혹하는 기술)!”


남들은 전혀 들을 수 없는 소리가

소월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미염술이 뭔가?

일종의 색공(色功)이었다.


‘아니, 이년이 감히 내 사람들을 건들려고!?’


제갈현은 소월이 남자들을 홀려 양기를 쪽쪽 빨아먹는 요부일 것 같아 잔뜩 긴장했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몰라, 온 감각을 초집중한 제갈현.

그래도 다행일까?

제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는 남자들이 매혹적인 여자를 눈에 담기 바쁠 뿐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휴, 착각인가?’


제갈현은 춤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런 그의 눈에도 소월의 춤은 남자들 혼을 쏙 빼놓다 못해 어질어질할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거기다 월아가 연주하는 비파 선율과 어우러지니까 절로 캬 소리가 나올 지경이었다.


‘하, 소월이가 요물은 요물이네. 어떻게 그녀 손짓 하나하나에 남자들 시선이 저리 따라가게. 쯔쯧, 하여튼 미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


이것도 일종의 영업 비밀이겠지.

그래야 이 유월루도 먹고 살 테니까.

해서 무시하려 했다.

소월의 입에서 절대 나와선 안 될 말이 나올 때까지는.


“최음공(催陰功)!”


제갈현의 예민한 귀에 또 소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들의 은밀한 욕구를 최대치로 올려서 안 하곤 미치게 만든다는 최악의 기술‘최음공’


‘미친,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이건 아니지. 어린아이가 있는데, 이런 기술을 여기서 쓴다고?’


눈이 왕방울만 해진 제갈현이 얼른 월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월아는 그의 신분을 알기에.

이런 일을 1 왕자 앞에서 할 리가 없잖은가.

요녀가 아니고서야.


‘월아, 야, 너 뭐해? 설마 못 들었다고? 지금 소월이가 최음공이라 했잖아!’


눈을 부라리며 그녀에게 눈짓해도.

여전히 비파연주에 심취한 월아.


떠러~어러어우으웅♪


‘이런 젠장. 이쪽 조명이 꺼져 있으니. 내가 아무리 눈을 부라려봤자 월아가 날 볼 수 없다.’


급한 마음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제갈현.

그나저나 제갈현이 들은걸, 어째서 무공실력이 훨씬 뛰어난 이들이 이걸 못 들었을까?

소월이 년이 감히 최음공까지 꺼내 들었다면.

이는 분명 누군가를 죽이려는 거다.

지켜야 한다.


‘지킨다. 꼭 지킨다. 오늘 이 자리에서 누군갈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내 사람을 반드시 지킨다.’


제갈현이 한껏 기운을 끌어올려 소월이를 죽일 듯이 쳐다보며 감시하기 시작했다.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날까?’


조용~.

책에선 ‘색공(色功)’이 마공의 일종으로 남자의 정기(精氣, 생기), 내공, 양기를 빼앗아 내공을 늘리는 무서운 무공이라 했거늘.

문제는 이 색공에 빠진 남자들이 하나같이 추한 몰골로 죽는단 사실.


당시 제갈현은 절대 색공으론 죽기 싫어서 그 용어만큼은 빠삭하게 외웠다.

그랬건만 어째서 아무 일 없을까?

제갈현이 잘못 들었을 리는 없다.

회귀 전 그는 모든 감각을 청각에서부터 먼저 받아들였으니까.


‘그동안 너무 시력에 의존했나? 다시 집중하자. 내가 들은 게 사실이라면 분명 최음공에 미쳐 날뛰는 자가 있을 거다.’


제갈현이 기감이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1장(丈), 2장, 3장, 2층 전체를 다 둘러봐도 최음공에 당한 이가 없었다.

그럼, 더 넓혀서. 1층, 전체를 다 훑었다.

없다.

그럼, 유월루 근처에 있는 바하강 주변을 훑는다.

어느덧 기감이 삼백삼십장(丈, 약 1km)까지 확장됐을 때


떵떠어어어엉~~떠러~어러어우으웅♪

왠 미친놈이 있었다.

바하강 산책로에서 벌거벗고 설치는 놈이.

순간 제갈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 미친! 황의석, 저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게 이제 곧 일 칠 것 같은데. 와 씨, 하필 제갈국에서 저러냐? 전음, 전음을 보내야 하는데. 이거 어떻게 하지? 해보자. 집중, 집중.’


떠~어어어엉♪


여현이처럼 전음을 보내려 시도하던 제갈현 눈에 이상한 기운이 포착되었다.


‘어? 쟤는 또 왜 저래?’


그때 연주를 끝낸 월아가 손에 비파를 들고 다가왔다.


“다 됐습니다. 이제 마셔보시죠. 아, 잠시만요.”


월아의 긴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현을 튕기려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윤지 월아의 손이 일순간 잠시 멈췄다.


‘뭐, 뭐야? 운상 저 녀석이 갑자기 왜 저래? 야, 방해하지 마.’


월아에게 살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그녀 주변에 퍼진 살기는 1 왕자 주변을 맴돌던 운상이 만든 살기였다.


▶<하지 마.>


‘······! 뭐, 뭐야? 말도 할 수 있었어?’


월아가 현을 튕기려는데, 운상이 왜, 못하게 할까?

월아가 현을 튕기려 할 때마다 운상이 그녀 행동을 막으려 애쓰고 있었다.


월아의 손을 쳐내고, 또 쳐내고 어떻게든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운상.

하, 누가 보면 자기 가족을 죽이려는 줄 알겠다.


퍼 퍼퍽!

그러면 뭐 하나?

운상이 아무리 공격해도 그녀에게 닿지 않는 것을.


‘운상, 야! 너 왜 그래?’


뭔가 익숙한 장면이었다.

운상이 죽기 전, 천노괴에게 당하던 동료를 살리기 위해 애썼던 그때처럼.


하지만, 죽은 자가 어찌 살아있는 자를 공격할 수 있을까?

운상의 공격이 모두 무로 돌아가자, 그의 몸에서 푸른빛 살기가 풀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제발···.>


보이지 않는 세상 속 운상의 목소리가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의 발악에도 월아의 손이 여유롭게 비파를


띵~~~~!♪

튕겼다.


그러자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어, 야, 진정해!’


제갈현은 미칠 지경이었다.

마음 같아선 운상을 붙잡고 어찌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사람들이 알아챌 테고.

제갈현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바하강 산책로 쪽에서


“꺄아아아악!”


몇몇 여성의 절규와 같은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얼마 뒤


쿵!

소리와 함께 황의석이 알몸으로 쓰러졌다.

운상이 황의석의 죽음을 느꼈을까?


‘어, 어, 큰일 났다.’


운상의 눈동자가 획 돌아갔다.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죽인다를 연신 부르짖던 운상이 월아에게 공격하던 걸 멈추고, 갑자기 제갈현에게 달려들었다.


‘어, 야야,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말란다고 운상이 안 오겠냐?

운상이 제갈현의 몸에 쏙, 제 몸을 집어넣었다.

콰아아앙!

영혼과 영혼이 부딪히는데 왜 이런 소리가 날까?

심하게 거부하던 제갈현의 영혼이 점점 밑으로 잠기기 시작했다.

몇 초 뒤, 재갈현의 잿빛 눈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다다탓!





작가의말

이번 편은 좀 늦었죠?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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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2) +2 24.06.16 10 1 10쪽
25 25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1) +2 24.06.16 18 1 13쪽
» 24회. 운상과 제갈현 사이 +2 24.06.14 23 1 11쪽
23 23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2 24.06.11 23 1 11쪽
22 22회. 색공과 음공(音功) 사이 +10 24.06.10 31 4 10쪽
21 21회. 저런 얼굴이 흔치 않지 +2 24.06.09 30 2 12쪽
20 20회. 꼬리 아홉 달린 여우 +7 24.06.07 32 2 10쪽
19 19회. 유월루의 루주 +2 24.06.06 22 2 10쪽
18 18회. 진주언가의 비밀 +3 24.06.05 21 2 10쪽
17 17회. 대련(2) 24.06.04 20 1 9쪽
16 16회. 대련(1) 24.06.03 26 1 10쪽
15 15회. 황제가 되겠다! 24.06.01 23 0 9쪽
14 14회. 천무지체(天武之體) 24.05.31 23 0 10쪽
13 13회. 환환전(幻幻殿), 이상한 방 24.05.28 24 0 10쪽
12 12회. 매화향의 주인은? 24.05.27 2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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