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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의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5.14 22:43
최근연재일 :
2024.06.18 00: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216
추천수 :
35
글자수 :
119,640

작성
24.06.06 22:05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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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19회. 유월루의 루주

DUMMY

19회. 유월루의 루주


“혹시 천 년 전, 그 일 때문입니까?”


“그래, 천 년 전에 현이와 같은 자가 있었지. 언천강이라 했던가? 그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진주언가가 지도에서 지워졌다. 왜 그런지 아느냐?”


“혹시···초견 복제 때문입니까?”


“그래, 내 생각은 그것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니면 말이 안 돼. 어언 70년간 무림 7대 세가(勢家)였던 진주언가가 갑자기 채기법으로 사람의 영혼을 빨아먹는 사파로 몰렸지. 그리곤 하루아침에 멸문당했고.”


“그래서 이리 수련을 하시려는 겁니까?”


“그 일이 아니라곤 말 못 하겠다. 내 자식이 이리 잘났는데, 아비가 되어서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자네도 봤잖은가?”


“······?”


“그놈, 대련하면서 성장하더군.”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잘났는데, 싫어할까.

제갈승 그도 한 나라의 왕이기 전에 아비였다.

그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부여잡는 제갈승.


“아, 예.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내 아껴둔 공청석유를 그놈에게 먹이길 잘했어. 아침에 가보니 다 흡수했더군. 그래 놓곤 누가 눈치라도 챌까 봐 아비인 내 앞에서도 연기하던 놈이야. 아주 영악한 놈이지. 당분간 비밀이 새 나가는 건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전하, 그리 좋으십니까? 전하께서 이리 웃으시는 건 오랜만에 뵙습니다.”


“내가 웃었다고?”


“예.”


적(跡)이 제갈승을 따른 지 벌써 15년째.

왕의 그림자이자 낮엔 이부상서‘적서일(狄瑞一)’로 활동하는 적은 사실 두 얼굴의 인물이었다.


왕의 비밀 부대인‘적령(跡令)’의 수장이자 적가(狄家)의 가주.

편전에선 왕의 반대편에 서지만, 알고 보면 이 또한 제갈승의 명에 따른 것.

적(跡)은 오늘 본 제갈승의 표정이 싫지 않아 묵묵히 왕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흐흐. 음. 좋다마다. 싫을 리가 있겠나? 자네도 자식을 키워봐서 알잖은가.”


“예. 그 마음 압니다.”


“그 녀석이 벌써 1류 문턱을 넘었어. 조금 있으면 절정 초입에 들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자운이가 그렇게 영약 갖다 바치라고 한 게야.”


‘벌써 1류? 허 참.’


제갈승이 말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믿지 못할 얘기렷다.

적(跡)은 왠지 앞으로 엄청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제갈현이 궁을 나가겠다는 말을 하기 전날이었다.

태약방의 저녁은 여느 날처럼 한가했다.

신의 축복인지.

책만 읽는 범생이 집안이 다들 건강해서 사실 태약방을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찾는 이라곤 한 번씩 약 타러 오는 도영이뿐.


하지만, 그날은 여느 때와 달랐다.

평소처럼 여상스럽게 당직을 서던 태약방 최고참 태의‘이원석(李元奭)’은 해시(亥時, 오후 9시  ~ 11시)가 다 되어서 초주검이 된 1 왕자가 태약방에 업혀 오자 깜짝 놀랐다.

처음 그가 들어왔을 때 이원석은 그가 1 왕자인지 짐작조차 못 했다.

하긴 온몸이 피범벅이었으니 알 리가 없지.


“전하께서 혹시 자객이라도 만나신 겁니까?”


적(跡)에게 다친 경위를 들은 이원석이 놀란 표정을 억지로 숨겼다.


“······! 아, 예, 알겠습니다. 허나 이미 태약방으로 오는 길에 몇몇 이들이 봤을 겁니다.”


“상관없네. 자네가 굳이 다친 경위를 떠벌리지 말란 뜻일세.”


이부상서(적, 跡)가 나간 뒤,

이원석은 신속하게 침상용 천으로 1 왕자가 누운 침상을 분리했다.

왕족의 진료는 아무래도 비밀을 요하기에 다른 이들 시야를 차단한 거였다.

붕대와 각종 약을 가져온 원석은 지혈하기 위해 다친 부위 옷을 급히 가위로 잘랐다.


하여나.

왜 상처가 없을까?

분명 이부상서가 대련 중에 왼쪽 옆구리, 왼쪽 팔, 오른쪽 어깨에 검상을 입었다고 했는데.

당황한 이원석이 반대쪽 부위를 가위로 잘라봤으나 역시 다친 곳이 없다.

1 왕자의 옷 상태를 보면 심하게 다친 게 분명하거늘.

이상함을 느낀 원석이 제갈현의 손목 안쪽 동맥 쪽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눌러 진맥했다.


‘안색이 이리 창백한데. 맥이 규칙적이고 힘이 있다. 이건 결코 아픈 사람 맥이 아니다.’


태약방 태의가 된 뒤 의술에 자신했던 그였건만.

지금 상황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데.


‘아니, 오히려 맥이 펄떡펄떡 뛰고 있어.’

“후, 이건 마치···.”


답답함에 한숨을 길게 쉬던 이원석의 머릿속에 뭔가 번쩍.


“아, 그거다. 빨리 이부상서께 알···.”


좋은 소식을 이부상서에게 알리려던 이원석이 급히 자리를 뜨려던 순간.

덥썩! 누군가 이원석의 손을 잡아당겼다.


“헉!”


“가만히 계시죠. 내 누구에게도 내 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으니.”


주름진 태의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전···전하!”


“쉿! 목소리 낮추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부터 나는 중상을 입은 환자라. 아, 저기 피 묻은 옷에 붕대를 뒀다가 붕대에 피가 베기면 왼쪽 옆구리, 여기 팔, 오른쪽 어깨에 붕대를 감아주게.”


“전하, 그럼 더러울 텐데···.”


“상관없네. 앞으로 내가 이곳을 나갈 때까지 자네가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당직을 서시게.”


“예에? 저··· 전하! 아무리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당직 서는 것도 힘들 판에.

왕자가 태약방을 떠날 때까지 당직을 서라니.

원석이 난처해 말끝을 흐렸다.


“쉿! 목소리가 큽니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거네. 어떻게 할 텐가, 아니면···.”


살벌한 표정의 제갈현이 오른손을 들어 목 긋는 시늉을 했다.

억울하게 죽는 저를 상상한 원석의 낯빛이 점점 희게 질렸다.


“사···살려주십시오, 전하!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당직을 서겠사옵니다.”


정신을 번뜩 차린 이원석이 벌벌 떨며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그래, 내 믿지.”


“전하, 근데, 제가 당직을 얼마나 서야 할지 알려 주시면···.”


“딱 일주일.”


“예에? 일주일이나요?”


전하는 과연 알까?

지금 태의 나이가 벌써 60대 후반을 넘어 이제 곧 고희(古稀, 70세)가 다가온다는 것을.

20대도 이리 당직을 서면 죽을 텐데,

저 나이에 일주일이나 당직을 서라니.

1 왕자 앞에선 이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


제갈현은 오직 정보를 얻겠다는 일념뿐.

다른 건 관심이 없었다.

그때 제갈현의 눈에 주름진 손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승꽃도.

연세 드신 분들 피부에 있는 그 검은 반점.


“근데, 태의 나이가, 아니 연세가 어찌 되시나?”


“전하, 소인 나이가 예순아홉이옵니다.”


‘이런,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허리도 좀 굽었는데. 저 노인에게 너무 무리 아닌가? 음, 어쩐다?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어려 보인다고 하자. 어려 보인다고 해서 싫어할 사람 없으니까.’

“뭐, 예순아홉? 허, 큼, 음, 나는 그것도 모르고. 태의 연세가 전혀 그리 안 보입니다. 나는 이제 겨우, 쉰 정도 되었나 했지요. 그래서 그랬는데···.”


제갈현이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며 ‘쉰’을 강조하자, 깜짝 놀란 이원석이 갑자기 굽었던 허리를 억지로 쫙, 펴며


“하, 할 수 있습니다, 전하. 제가 이리 보여도 아직 창창하거든요. 제게 맡겨만 주십시오.”


이 태의 뭐지?

조금 전만 해도 죽을상을 하던 그 양반이 갑자기 할 수 있단다.

제갈현은 자칫하다간 노친네 잡겠다 싶어


“아이고, 정말 그렇게 연세 많으시다면 아무리 내가···.”


“아닙니다. 전하! 할. 수. 있. 습. 니. 다.”


아니, 이원석 이 양반 무슨 약이라도 잘못 잡쉈나?

저리 무리해서 허리 펴느라 뿌드득 소리까지 내가며 제 가슴까지 두드리고 난리다.


“정말 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병이라도 들면···.”


“전하, 제가 이리 보여도 제갈국에선 꽤 명의로 꼽히는 태의입니다. 헌데 제가 제 몸 상태도 모를까요?”


“아, 그럼, 나와 한가지 약조하시죠.”


“예, 무엇이든···.”


그날 두 사람은 가장 중요한 약속을 한가지 했다.

이원석이 매일 소천성공(小天星功) 방식대로 운기조식하기로.


*


다음 날 저녁, 사내 두 명과 어린 남자아이 하나가 제1문‘개문(開門)’을 통해 제갈국 왕궁을 빠져나갔다.


“전하, 제가 아무리 그래도···.”


통통한 체격의 사내가 어린 남자아이에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어허, 공손각, 자네는 궁을 나오자마자 내 신분을 노출할 셈인가?”


“전하, 아무리 그래도 제가 어찌···.”


공손각은 하늘 같은 왕자님께 하대하려니 여간 난처한 게 아니었다.


“쯧, 내 자네가 연기 좀 하는 것 같아 데려왔는데. 여현아, 안 되겠다. 돌아가자.”


공손각은 제갈현이 방향을 들어 궁궐로 돌아가려 하자


“네 이놈! 주인을 두고 어딜 그렇게 가느냐? 어서 앞장서거라. 내 유월루(流月樓)로 갈 것이다.”


“······!”

‘하, 이 인간 정말 연기 맞아? 근데 유월루가 어디지?’


그러자 옆에 있던 키 큰 남자가 은근슬쩍 전음을 보냈다.


<전하, 유월루는 육부 거리를 지난 뒤 왼쪽으로 트시면 바하강이 ···.>


끄덕.

제갈현이 여현의 지시에 따라 차근차근 처음 와보는 길을 안내했다.

아이의 안내에 따라 공손각이 윗사람 인양 ‘어흠, 어흠’하며 뒷짐 진 채 천천히 따르고, 그 뒤를 여현이 따랐다.

그로부터 얼마 뒤.


“루주, 이걸 보시죠.”


나른한 눈빛의 여자가 긴 곰방대를 붉은 입술로 한 모음 길게 빨았다.


“저, 루주 중요···.”


재촉하는 말에 귀찮은 표정의 루주가 흑의 입은 사내를 향해 가늘고 긴 손가락 하나를 까딱였다.

그러자 조심스레 다가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쪽지를 건네는 남자.

옆으로 누워 있던 여자가 몸을 일으키던 순간, 입은 듯 안 입은 듯 속살이 비치던 나삼(裸衫)이 흘러내리면서 여자의 가녀린 어깨가 드러났다.








작가의말

중요한 인물이 곧 등장할 거예요.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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