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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의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5.14 22:43
최근연재일 :
2024.06.18 00: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206
추천수 :
35
글자수 :
119,640

작성
24.05.24 20:19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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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9회. 과거의 망령

DUMMY

9회. 과거의 망령


그가 가진 모든 기운을 폭발시킨 것도 아닌데.

이 지경이라니.

거북이처럼 기어 오듯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

그가 도착하기 전에

위험을 알리듯 우르르쾅 쾅!

귀가 찢어질 듯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콰자자자짜작!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


쿵, 떨어졌다.


“······!”


돌연 주변 공기가 서늘해졌다.

아니, 서늘하기보단 오히려 북해에 있는 것 같달까.

제갈현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냉기에 조금 전 고통은 까맣게 잊은 채,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매던 제갈현의 감각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사박사박

가볍다.


‘여자?’


아, 아냐, 고수라면 발소리조차 들릴 리가.

근데, 걷는 소리가 왜 이렇지?


“설빙환검(雪氷換劍), 제2 초식 빙유참(氷䂇斬)!”


마치 자기 초식을 알아달라는 듯 젊은 여성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 제갈현 주변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가볍고 차가운 뭔가가.

방안에 이런 게 떨어질 리 없건만.


쉬이이이잇!

아름다운 꽃잎들이 줄지어 춤추듯 제갈현의 몸을 휘돌고 있었다.

새하얀 꽃잎이 그와 사랑을 나누듯 어찌나 그의 몸을 훑어대는지.

남자가 부끄러움을 숨기려 하얀 꽃잎을 그의 피로 물들이는 것 같다.

모르는 이가 보면 장님이 연애하는 줄.

허나 실상은


스스스슷!

그에게 날아드는 꽃잎들을 피하려 몸을 이리저리 돌리기 바쁜 남자.

일반인은 절대, 들을 수 없는 그 작은 소리를 들은 제갈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미 제 살을 베고 난 뒤에야 움직이는 것뿐이었다.


사사삿!

휘리리릭!

실바람 같은 여린 소리와 함께 살을 베는 섬뜩한 파공음이 겹쳐 들렸다.


스슥, 흩날리는 눈 꽃잎에 붉은 피가 맺힐 때쯤


철퍼덕!

피범벅이 된 제갈현이 비틀거리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휘리리릭!

웅 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춤을 추듯 예리한 유검(휘어지는 검)이 제갈현 가슴을

푹! 찔렀다.


“으···윽윽! 푸-웃!”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제갈현이 신음과 함께 피를 토했다.

하지만 제갈현을 찔렀던 예리한 칼날은 멈추지 않았다.

깊게 더 깊게 그의 가슴팍을


푸푸푹! 쑤셔 박는 검.


“아아아악!”


제갈현이 이제 죽었을까?

불행히도 아니었다.


촤자자자착!

가슴 깊이 박혀 든 검날을 이제 좀 빼주면 좋으련만.


“아파?”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질러놓고 묻다니.


“아프냐고, 이 새끼야!”


제갈현은 어떤 경우에도 참으려 했다.

죽어도 자객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으···윽, 아아아아악!!!”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제갈현은 소릴 지를 수밖에 없었다.

연이나


“너 못 죽어. 절. 대. 쉽게는 못 죽어!! 내가 너희들 다, 죽이려고 했는데···. 어, 으으으으흐흐! ”


젊은 여성이 오히려 그보다도 더 울부짖고 있었다.


“으으윽! 아아아아악아악!!!!”


제갈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어도 참기 힘든 고통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가슴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몸으로 퍼진 듯 살을 찢고 베고, 또 찢고 베고.


무한 반복되는 괴로움에 제갈현의 몸과 정신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떨어지는 피가 거의 마를 때쯤, 여자가 피를 멈추려는 듯 남자의 몸을 얼려 버리는데.

문제는 얼음 조각상이 된 제갈현은 그 속에서도 고통이 계속된다는 거였다.

죽일 거면 그냥 죽이지.


무슨 원수 졌다고 사람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할까.

차라리 조금 전처럼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얼음 동상이 된 제갈현이 속으로 얼마나 비명 질렀는지 모른다.

너무나 아파서.

제갈현은 알고 싶었다.

그들이 누구길래 이리 당당히 왕궁까지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몰살하는지.

그의 뜻을 알았을까?


“흐흐흐흐흑! 할아버지, 왜 그랬어, 왜 그랬냐고?”


“전하! 이미 끝났습니다. 그분과 상관없는 자입니다.”


늙은 남자에게 안긴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두들기며 화를 내고 있었다.


“아니, 나는 아직 분풀이도 못 했어. 복수를 제대로 못 했다고!”


“전하! 제갈국은 이미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허니 이제 그만···.”


늙은 남자가 수혈(睡穴)을 짚자, 왕족인 듯한 여자가 기절했다.

젊은 여자를 조심스레 내려둔 늙은 남자가 얼음 속에 갇힌 남자를 건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벅저벅


“제갈현! 나는 빙설제국 천설전(千雪殿) 전주 ‘백리현’이다. 그 누구도 탓하지 마라. 정 원망하려거든 네 부모를 원망하고. 이게 다 네 애미 때문이니.”


‘······? 그게 무슨, 어머니께서 왜? 다시 말해봐.’


제갈현은 지금 백리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 벌레조차 죽이지 못하는 어머니께서 대체 뭘 잘못했단 말인가.


꼼짝, 달싹 못하는 얼음 조각상 처지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아픔에 고통스러웠으나, 제갈현은 속으로 묻고 있었다.

대체 어머니가 뭘 잘못했느냐고?

백리현의 얼굴이 보이기만 해도 어찌, 어찌 눈동자를 굴려서라도 물어볼 텐데.

이놈의 눈이 전. 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소리 없는 절규가 계속 울렸지만,백리현은 전혀 관심 없는 듯 쓰러진 여자를 앉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던 남자는 아무 짓도 안 했다.

그럼에도


콰자자작!

방 안에 있던 제갈현의 얼음 동상에 금이 가더니

콰직, 소릴 내며 그의 얼음 동상이 비산(飛散)해 사라졌다.


*


제갈현을 마주 보고 선 구자운은 첫째 왕자 눈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이 느껴져 기분이 묘했다.


“백리현 전주는 어떻게 아십니까? 전하! 전하···?”


“······.”


계속되는 침묵에 구자운도 입을 닫았다.

한동안 멍해 있던 제갈현의 눈빛이 돌아왔다.


“······아, 백리현 전주가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오다가다 들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무술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그렇겠군요. 그럼, 오늘부터 배우시겠습니까?”


“예, 그래서 이런 복장으로 왔으니.”


“자, 그렇담. 전하께선 검술 쪽에 재능있으시니 검술을 배우시고. 도영이는 진법을 배우게 하시죠.”


“아뇨. 도영이도 나와 함께 검술을 배울 겁니다.”


첫째 왕자의 말에, 옆에 있던 도영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저, 전하! 저··· 저는 진법을 배우고 싶지 말입니다.”


도영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었다.


“너는 무조건 검술을 배워야 한다.”


“전~하! 저는 진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될깝쇼?”


처량한 눈빛의 도영이 입꼬리를 한껏 올려 부탁했지만.


“갈! 이유 불문이다. 이건 명령이니까 무조건 따라.”


그러거나 말거나 제갈현의 명령은 단호했다.


‘어휴, 이제 죽었다.’


하기 싫고 잘하지도 못하는 운동을 하려니 도영이는 미칠 지경이었다.


도영은 이상했다.

그렇게 싫은 일을 하자면 분명 화나고 짜증 날 텐데.

그런데도 도영의 입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의 눈은 슬픈 티를 팍팍 내면서.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사람이 슬프면 당연히 입과 눈이 함께 슬퍼야 하거늘.

도영의 축 처진 어깨를 바라보는 제갈현의 표정이 어두웠다.


‘도영아, 너는 왜 그렇게 감정을 속이지? 그러니 내가 전생에서 너를 그리 멀리했지.’


이때만 해도 제갈현은 앞으로 저에게 닥칠 일은 꿈에도 몰랐다.

제갈현에게 검술을 권하던 구자운 대주는 그들 훈련을 주여현에게 맡기 뒤, 쌩 달아났다.

뭐 자기는 제군전(諸軍殿, 군총사령부) 일만 해도 바쁘다나.

이런 기초 훈련 시키기엔 제군전 부전주이자, 백한대 대주께서 너~무 고급 인력이라 아깝단다.


‘칫, 그럴 거면서 무슨 무술 가르쳐 준다고 그 난리를 쳤데? 아, 아니다. 그래 우리 대단하신 구자운 부전주께선 그럴만하지.’


제갈현은 애써 괜찮은 척 마음을 다지며 이번 생은 반드시 강해지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시진 뒤.

궁궐 뒤쪽에 있던 산을 오르던 제갈현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내 그때 그 영감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슨 첫날부터 이렇게 굴려? 게다가 길도 없는 곳을 가라니. 이 목검 하나면 뭐, 장땡인가?’


그나저나 이놈의 길은 또 얼마나 미끄러운지.

그래, 이틀 전에 비가 많이 와서 땅이 아직 마르지 않은 탓이렷다.

제갈현이 이 정도니.

저질 체력인 도영은 어쩔까.


“허, 허, 허헉! 아이고, 후 후훗!”


산을 오르는 도영의 숨이 거칠다 못해 다 죽어간다.

아이고, 저러다 도영이 잡지.

허나 이제 겨우 산을 다 올라왔다 싶으면 발이 미끄덩해서


쪼르르르, 미끄러지고.

도영이 또 다 올라왔다 싶으면 산 아래로 미끄러진다.

제갈현 역시 길이 미끄러워 연신 헛발길질하는데.


‘아, 이놈의 대주가 우리 훈련 시키려는 거 맞아? 그런데, 주여현 저놈은 또 왜, 눈에 불을 켜고 있어?’


제갈현은 정말 거의 다 올라왔다.

그런데, 산 정상을 한 걸음을 남기고.


미끄덩, 쪼르르르!

미끄러진다.


“아오, 참. 거기서 왜. 미끄러지는데. 와, 정말 미치겠다.”


상황이 이러니 이놈의 산을 언제 다 오를까.


‘하하, 오늘 전하 몸살 나겠군. 도영아, 네가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 많다.’




작가의말

빙설제국과 제갈국 사이에 무슨 일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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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회. 수련 지옥 +2 24.05.25 31 0 10쪽
» 9회. 과거의 망령 24.05.24 3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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