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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중원의 흑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반반무도사
그림/삽화
반무
작품등록일 :
2024.05.14 22:43
최근연재일 :
2024.06.18 00: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1,207
추천수 :
35
글자수 :
119,640

작성
24.05.23 17:46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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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8회. 괴물‘백리현(百里賢)’

DUMMY

8회. 괴물‘백리현(百里賢)’


<다 압니다. 그저 제가 하는 대로 반응하시죠.>


끄덕.

제갈현의 끄덕임에 자운의 얼굴이 미세하게 밝아졌다.


<단, 이제 제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와 주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죠.>


“······!”


제갈현은 자운의 전음입밀(傳音入密)에 얼른 긍정하려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느낌일까?

왠지 싸한 게 쉬이 끄덕일 수 없었다.


<전하, 어찌하시겠습니까? 이만 물릴까요?>


자운의 재촉에 제갈현이 무겁게 고갤 저었다.


“전하, 이 늙은 무사 충심을 다하여······.”


그 뒤로 자운이 뭐라고 계속 설명했으나 제갈현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음흉하게 웃는 자운의 미소가 제갈현의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저 영감, 설마 이 핑계로 내게 복수하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꺼림직한 기분을 애써 지운 제갈현이 어느새 무사의 눈빛을 장전한 자운을 마주 바라봤다.


“전하, 어떤 무술을 배우시겠습니까? 제갈가의 진법 쪽입니까, 아니면 검술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진법과 검술 차이가 뭡니까?”


“아무래도 진법 위주는 체력이 약한 이가 적합하고, 검술은 체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합니다.”


자운의 말에 회귀 전 백리현(百里賢)을 떠올린 제갈현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혹시 제갈국에 빙설제국의 백리현 같은 무공을 구사하는 이가 있습니까?”


“백리현이요? 그 빙설제국의 천설전(千雪殿) 전주 말입니까?”


“예, 아마 그럴 겁니다.”


“전하께서 어떻게 빙설제국 최고수 ‘백리현’ 전주를 아십니까? 제국 내에 있는 현역 그 누구도 그의 무공을 본 자가 없다는데.”


“······.”

‘알지요. 알다마다요. 그가 바로 우리 제갈국을 파멸시킨 이니까. 다만 그때 난······.’


*


제갈현이 죽기 전이었다.

그의 나이 21세.

초견 복제 능력도 있겠다, 타고난 무재(武才)가 있어 당연히 왕세자가 되었다?


천만에.

제갈현은 불행히도 왕세자가 되지 못했다.

그의 최전성기는 딱 열두 살 때.

빙설제국에서 있었던 황태자 책봉식(冊封式) 때까지였다.

이때만 해도 머리가 좋고 타고난 체력이 좋아서 그가 왕의 재목으로 꼽히던 때였다.

그랬던 그가 책봉식을 끝내고 돌아오던 날,


“뭐라 했는가? 첫째 왕자의 눈을 치료할 수 없다?”


“전하! 송구하옵니다. 첫째 왕자님께선 이미 치료 시기가 늦었사옵니다. 조금만 일찍 짐새 독에 당한 걸 알았다면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왕의 벼락같은 호통에 납작 엎드린 어의가 진실을 고했다.

허나 아무리 이성적인 제갈국 왕이라도 제 자식이 앞을 못 본다는데 제정신일 리가.


“뭐, 독에 당한 걸 왜, 아무도 몰랐어? 어의는 대체 뭘 했단 말인가?”


“전하! 짐새 독에 당하면 한 시진 내에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데. 문제는 이 독이 갓 감염되었을 때 아무 증상이 없어서 대부분 치료 시기가 늦어 사망하게 됩니다. 다행히 주여현 호위무사가 그 즉시 지혈하고 나름 조치를 취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왕자님께선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운명하셨을 겁니다.”


“뭐, 치료를 잘했다? 잘했는데 그리 되었어! 이 일을 어째. 저 어린아이가 평생 앞을 못 본다는데, 왕인 내가 왕자를 위해 해줄 게 없다고. 정말 없단 말인가!? 하, 이를 어쩐단 말인가, 이 일을···.”


“죽여 주시옵소서, 전하! 제 의술이 미천하여 왕자님을 치료할 수 없사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송구하다며 머리를 쿵쿵쿵, 찧어대는 어의와 뒤돌아서 슬픔을 억누르는 제갈국 왕‘제갈승’.

왕께서 어의를 닦달하는 모습이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


눈에 붕대를 감은 채 의식을 차린 제갈현은 차마 그가 깨어났음을 알릴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시 울보 하도영이 없어서.

만약 도영이 있었다면 아마


“전하 아아아아아! 어떡합니까? 으흐흐흐흐흐! 전하, 앞으로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전하의 눈이 되어 평~생을 모시지 말입니다. 어어어어흐흑흑!”


눈물, 콧물 다 짜대서 정신없을 터였다.

안 그래도 슬픔을 홀로 묵새길 판에 제갈현은 그의 마음 추스를 새도 없이 어쩌면 도영을 달래야 했을지도.

이 사건으로 유력한 왕세자 후보였던 제갈현은 왕세자가 머문다는 귀영전(營影展)에서 물러나 아무도 찾지 않는 궁전 한쪽 구석에 처박혀 9년을 살았다.


가끔 왕세자가 된 제갈교인(諸葛敎寅)이 찾아와 그의 말동무를 해 준 것 빼고는 제갈현의 처소를 찾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옆엔 항상 늘 침묵하는 주여현이 있었으나 그는 말이 없어 옆에 있어도 있는 줄 몰랐다.


그때부터였다.

제갈현이 남들과 다른 세상에 눈을 뜬 게.

아, 그렇다고 그가 귀신을 보는 건 아니었다.

제갈현은 눈이 안 보이는 대신 세상을 오감(五感)으로 느낄 뿐.

남들은 노을이 지면 밤이 되는 걸 알았지만.

그는 후각과 피부에 닿는 촉각으로 저녁이 되어감을 깨닫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엔 공기 중에 있던 습기를 느껴


“여현아! 거기 있느냐?”


“예, 전하!”


“그럼, 창문 좀 닫자. 이제 곧 비가 한차례 크게 쏟아질 거다.”


눈도 보이지 않는 제갈현의 말에 주여현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 듯 서슴없이 창문을 닫았다.

그럼, 얼마 뒤


쏴아아아!

쏟아지는 빗줄기가 어김없이 창문을 때리곤 했었다.

한번은 여현이 어찌 비가 올지 아시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제갈현이 비가 오기 전엔 물비린내가 난다나?

그렇게 제갈현의 세상은 점점 예민해졌는데.


그날도 그랬다.

제갈국이 세상에서 지워지던 날.

그는 왠지 모를 한기에 시달렸다.

해가 저물 때쯤이었나?

비가 한차례 쏟아졌는데도 어쩐 일인지 제갈현은 창문을 못 닫게 했다.

주여현이 창문 근처로 다가가 문을 닫으려던 그때


“여현아! 오늘은 창문을 닫지 말거라.”


“······?”


평소와 다른 명령에 여현이 의문을 품었으나 그는 왕자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얼마 뒤.

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통에 주변의 소리가 잘 구별되지 않았는데.


“여현, 주여현! 어서 왕세자를 피신시켜라. 누군가 그쪽으로 간다.”


“······? 전, 전하! 그게 무슨?”


여현은 갑작스런 명령에 당황했다.


“아무 소리 말고. 어서. 급하다, 급해! 지금 누군가. 이런, 젠장. 늦었다. 당장 귀비, 아니 어머니께 가거라. 누군가. 젠장, 젠장!!”


대체 무슨 일일까?

귀를 쫑그리며 온 신경을 청각에 의지한 제갈현이 급히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허나 그의 말이 끝날 때쯤.

그의 말을 따르려던 주여현은 밖으로 나가려다 우뚝 걸음을 멈췄다.


쏴아아아아! 쏴아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속에서 미세하게 누군가의 발걸음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주여현은 그의 감각에도 누군가 잡히자, 심장이 철렁했다.

고수다.

그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절. 대. 상대할 수 없는 엄청난 고수.

그의 걸음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천천히.

느리다 못해 오히려 기어 오는 듯한 발걸음.

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곳에 도착한 순간.

아니 사실 그가 검을 한번 휘두르기만 해도 모든 생명체를 다 삼켜버리고도 남을 그런 인물임을 여현은 느끼고 있었다.

검을 잡은 여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직 이곳에 오지도 않은 누군가의 강한 기운 때문에 주여현은 점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애써 힘주어 버티려 했으나 여현은 그도 여의치 않아 있는 내공을 다 끌어모을 판이다.

당시 주여현의 무공이 절정 극에 달했음에도 이런 강한 기운은 그의 범주 밖의 일이었다.

여현이 이러니 무공도 익히지 않은 제갈현은 어떨까?

심장을 압박하는 흉통에 제갈현이 온몸을 감싼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의 고통을 안타깝게 쳐다본 주여현이


“전···하! 으윽, 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부디, 부디 견디시어···옥체를 보존하소서.”


“아···안 돼! 여···으윽!”


쏴아아아! 타타탓!

강한 빗줄기를 헤치고 여현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 아···으으윽!”


허무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제갈현은 밖으로 나간 그의 호위무사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제갈국에선 나름 꽤나 실력 있던 호위무사였지만, 그는 빗속을 헤치고 온 괴물에겐 그저 파리만도 못한 존재였다.

사실 주여현은 그 괴물 근처도 못 갔다.

괴물이 주여현의 시야에 담겼을 때, 그의 몸은 이미 강기에 휩쓸려 터져버렸다.


사람의 목숨이 이리 허무할 수가.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

그가 가진 모든 기운을 폭발시킨 것도 아닌데.

이 지경이라니.

거북이처럼 기어 오듯 천천히 걸어오는 괴물.

그가 도착하기 전에


콰자자자작!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 쿵, 떨어졌다.





작가의말

백리현과 제갈현의 악연!

오감이 발달한 제갈현의 활약상을 기대해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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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1) +2 24.06.16 1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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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2 24.06.11 23 1 11쪽
22 22회. 색공과 음공(音功) 사이 +10 24.06.10 30 4 10쪽
21 21회. 저런 얼굴이 흔치 않지 +2 24.06.09 2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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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회. 매화향의 주인은? 24.05.27 2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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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회. 괴물‘백리현(百里賢)’ 24.05.23 4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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