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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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음.. 냐.. 음.. “
이런 예쁘장하고 어려 보이는 여자애를 자는 채로 내버려 두고 갑판 위로 올라가 버리다니..
윌리는 조금 난감한 얼굴로 바깥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에서 계속 쿵쿵거리고 있으므로 분명 뭔가 일이 터진 게 아닐까라고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전투능력이 없는 윌리는 위로 올라가지 않았기에 이렇게 자는 춘향 옆에서 대기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흐음... “
할 수 있는 건 없고..
옆에서 새근새근 자는 춘향은 신경 쓰이..
음..
자세히 보니 참 특이하다.
남자와 여자와의 차이가 있는 걸까?
피부가 굉장히 부드러워 보이고 턱선 라인 자체도 굉장히 부드러운 것이..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과 함께 귀여운 코. 그리고 붉은 눈..
붉은 눈.. 눈..?
“ 너 뭐하냐? “
“ 으왓..!! 깜짝이야!! 언제 일어난 거야?! “
춘향이 가녀린 손으로 눈을 비비며 힘차게 몸을 일으켜 세운다.
“ 몰라! 뭔가 막.. 이상한 게 보이더니 기분이 좋아지고 막... 그러다 한번 정신을 잃은 느낌인데 그러고 나니까 기분이 나아지더라고? “
으음 크흠...
아무튼 뭐..
윌리는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 춘향과 거리를 벌리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우주를 바라본다.
“ 흐흐.. 아무리 내가 예뻐도 말이지? 그렇게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으면 네 목이 떨어질 거라구? 다음부턴 조심해~ 나한테 홀리지 않게 말이야~ 오호호~! “
“ ...참나. 네 친구들이나 찾아가라. 갑자기 쿵 소리가 나더니 모두 위로 올라갔으니까. “
“ 음? 그래? 흐음.. “
춘향은 천천히 발을 움직이며 윌리가 바라보고 있는 우주를 똑같이 바라본다.
그곳에서는 해체될 대로 해체되어버린 고래의 잔해들이 떠 있었다.
네이렌이 잡았던 고래다.
“ 흐음~ 지금 올라가봤자 고래 회수밖에 안 할 테고 말이지? 난 날로 먹고 싶으니까 안 갈래! 옷이나 갈아입을까나~? “
정말 무책임한 발언과 함께 춘향은 한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신나게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윌리는 그런 춘향의 뒷모습을 보며 참...
한심한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에휴... 정말.. 저런 동료를 두고 있다니.. 녀석들 꽤나 고생하겠군. “
그리고 다시 우주를 바라보았을 땐..
“ ..저게 뭐야. “
수많은 사람이 정자세로 서서 붉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너무나도 일정하게 서 있는 그 모습에 소름 돋았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안으로 들어가 춘향을 부른다.
“ 야! 춘향! 밖에 엄청나게 많은 붉은 눈이..! “
“ 옷 갈아입는데 어딜 들어와 변태야! “
“ 크아아아악!!! 야이자식이..!!! “
가볍게 춘향이 손을 들어 정확하게 윌리의 눈을 찔러버리는 탓에 윌리가 고통을 호소하며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 쯧쯧.. 그래서? 밖에 붉은 눈이 왔다고? 제이엘인가? “
“ 어욱..! “
춘향은 가볍게 윌리를 즈려밟고 나아가 우주를 바라본다.
음.. 상당히 위험하다.
제이엘이라는 붉은 눈의 전투능력을 보았을 때 저렇게나 많은 양의 붉은 눈은 네이렌이 처리하기에 불가능하다고 자연스레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 크윽.. 젠장..! 옷은 이미 다 갈아입어 놓고 긴급 상황에 눈을 찌르는 게 뭐 하는 짓이냐..! “
“ 야 야야. 그러지 말고 똑바로 일어나봐! 빨리빨리! “
아직 주저앉아있는 윌리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등을 세게 때려버리는 바람에 인상을 팍 쓰고 짜증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윌리가 짜증 내기 전에 얼른 방에 집어넣고 문을 닫는다.
“ 이게 무슨.. 너.. 이번엔 또 단둘이 밀실에 집어처넣었다는 식으로 날 죽이려고 그러는 거냐..?!! “
“ 내가 그렇게 불합리한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보이니? 사람 한~참 잘못 봤어! 그거 말고 이거 이거 어떻게 쓰는 거냐? “
춘향은 윌이 정보 전달 목적으로 사용하는 송수신기를 손바닥으로 팍팍 쳐보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고 흔들어보기도 한다.
“ 어어.. 야! 그거 때리면 안 돼! 빨리 내려놔! “
“ 그럼 어떻게 쓰는 건데! 아니다. 야 네가 써봐! 빨리! 네 정보망 그거 어디까지 닿는 건데? “
억지로 송수신기를 뺏어서 케트라시움을 건드려보며 고장 난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고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휴우... 어디까지의 범위가 뭔데? 뭘 하고 싶은 건데? “
“ 지금 밖에 상황은 너도 딱 봐도 위험한 건 알고 있지? “
붉은 눈이 수백.. 아니 수천일지도 모르는 숫자가 일정한 간격으로 이 우주선만을 바라보고 있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인지라 대답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 채 춘향을 바라보았다.
“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생각이야. 즉, 저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든다면 우린 죽을 수밖에 없어. “
“ ....그럼 어떻게 하냐. 나 차원 이동 장치 없는데 이제. “
“ 흐흐 협상 같은 건 위에 있는 우리 애들한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그게 뭔데? “
“ 상대는 실력도 우리보다 높고, 숫자도 상당히 많아! 그렇다면 우리도 실력이 충분하고, 경험도 많고, 숫자도 많은 수의 인원을 불러오면 되는 것 아니겠어? 흐흐흐흐.. 재밌겠다! “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신나게 웃는 춘향을 보며...
춘향의 붉은 눈을 바라보며 상당히 무서운 느낌을 받았다.
이 녀석.. 뭘 저지르려고 하는 걸까.
“ ...눈이 빨간 녀석들은 죄다 정상이 아닌 건가..? “
“ 저 녀석들.. 지금 우리를 놓고 토론하는 거야? “
“ 우리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거할 수 있다는 거겠지.. “
AI가 토론을 한다.
다른 인원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AI 인공지능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앨리스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들끼리 토론을 한다니..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는 건가?
아니 애초에 AI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한 결괏값이 개체마다 다르다고?
물론 AI라는 개념이 지구에 있었던 개념과 같다고 봐서는 안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 정도의 인공지능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연산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 레이첼씨.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도움받을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아는 정보를 최대한 간단하고 빠르게 알려줄 수 있나요? “
“ ..보이는 그대로다. 나라고 해서 너희와 별다를 건 없어. 다만.. 내가 아는 정보라고 한다면 저들에게 있어서 사람은 그냥 생물 하나일 뿐이야. 그리고 저들은 그런 생물을 연구하지. 그뿐이다. “
연구..?
레이첼의 말을 들은 아리나가 방금 전 가장 가까이 있던 붉은 눈이 했던 말을 떠올린다.
- [기쁨] 새로운 감정 추출 성공. 새로운 키워드 [짜증]을 확인.
이들은..
인간을 통해 감정을 배우고 있는 건가?
“ 대화는 통하나요? “
“ 가능은 하겠지. 다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들은 기억은 없다. “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여기서 공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 대화할 수는 있다는 거죠..? “
“ ..뭘 하려는 거냐? “
아리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 음.. 다들 따라와 줘. “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네이렌은 아리나를 믿는다.
아리나는 최대한 달려나가 마치 제이엘을 감싸듯이. 신의 언어 바로 밑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제이엘을 끌어안고 눈을 억지로 열어보자 붉은 눈은 사라지고 갈색 눈동자가 보였다.
“ 후우.. 좋아.. “
자기들끼리 한참 열띤 토론을 하면서도 여전히 눈은 우주선을 바라보고 있기에 아마 집중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이야기를 들어 줄 거라 생각한 아리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 당신들 우리를 어쩔 셈이죠? “
나름 크게 말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붉은 눈은 그냥 잡음이라고 생각했는지 여전히 자기들끼리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이봐요!!! 제 말 안 들려요?!!! “
이대로면 안 되는데..
“ ...잠깐만 아리나. “
어쩔 수 없이 번개를 내리쳐 모두를 주목시키려는 아리나를 앨리스가 저지한다.
언제나처럼 앨리스의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신의 언어를 바라보고 있는 그 눈동자에서 아리나가 하려는 행동을 전부 이해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 내가 할게. “
그런데 이건.. 말을 많이 해야 할 텐데..
물론 앨리스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 말수가 적은 앨리스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정말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수를 따지고 보자면 굉장히 위험한 자리다.
“ 어.. 그.. 그래도 내가 하는 게.. “
앨리스는 손을 들어 아리나의 뺨을 살짝 꼬집는다.
“ 괜찮아. “
...뭐.
모두가 아리나를 믿고 이렇게 따라와 주듯이
아리나도 앨리스를 믿어주는 것이 동료로서의 예의겠지.
“ 알았어. “
앨리스는 조심스레 꽃잎 한 장을 만들어 내 창조를 통해 원소를 바꾼다.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하나.
작은 원자 단위를 조합해 하나의 분자를 만들고, 무한히 복사해 물을 창조해낸다.
그리고 우주 높이 쏘아 보내 보호막 전부를 물로 뒤덮는다.
그리고 다시 지운다.
“ ...경고. 다가오면 신의 언어를 부숴버림. “
한순간 모든 붉은 눈의 목소리가 멎었다.
여전히 시선은 신의 언어를...
아니..
이제는 앨리스를 향한다.
“ [놀람] 변이 에너지 발견. 처음 보는 에너지. 수집 희망. “
“ [의심] 순수한 물이 변형되었을 가능성 있음. 주의. “
“ ..경고. 묻는 말에 대답할 것. “
“ [알 수 없음] 인간의 말. 실현 불가능. 신의 언어를 부술 힘 없음. “
알 수 없음.. 아마 조롱 같은 단어를 알고 있지 않은 모양이겠지.
그리고 머리 위에 떠 있는 언어는 이들이 [ ]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
아직 배우지 못한 키워드 중 하나.
[짜증]이라는 것을 앨리스는 이들의 토론에서 알아냈다.
그 짜증이 은하 신전에 퍼져나가 네이렌 전원이 짜증을 냈으며, 제이엘도 볼 때마다 짜증을, 심지어 레이첼까지도 짜증을 냈던 것이다.
그 감정들을 흡수하고 저장해서 이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이었겠지.
“ ...협박. 변이 에너지는 가능. “
“ ..[알 수 없음] 증거 부족. 이미 습득한 데이터와 대조 분석. [결론] 불가능. 데이터 부족. “
변이 에너지.
말이 좋아 변이 에너지지 사실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이 처음 보는 것.
마나.
과연 저 특이한 변이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 사용할 수 있을까?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그 마나에 대한 것에 호기심을 느낀 것이다.
여기서 앨리스는 결정타를 날린다.
“ ..알 수 없음. 미지. “
미지. 알지 못하는 것.
상대는 인간이다.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다는 말과 함께
‘ 미지 ‘ 라는 두 글자를 말한다.
그 순간 모든 붉은 눈은 자신의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미지를 탐색한다.
“ ....[에러] 계산 과부하. “
“ [에러] 무한한 가능성. 알 수 없음. “
“ [에러] 불가능에 가까움. 하지만 연구 가치는 있음. “
“ [에러] 표본 부족. 실험 데이터가 필요함. “
사방에서 붉은 눈이 깜빡인다.
그 화려한 불빛에 네이렌은 주위를 둘러보며 혼란스러운 느낌이다.
“ 뭐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
“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거다. 아직 결과가 좋다고는 볼 수 없어. 아직은 시간만 벌고 있다고 봐도 돼. 아직 다들 긴장해. “
앨리스는 침착하게 붉은 눈을 바라본다.
아니.. 그 너머 빛나는 별들을 바라본다.
“ [에러] “
“ ...거래. 이쪽에서 변이 에너지 및 신의 언어를 제공. 무엇을 제공 가능? “
일부러 생존을 걸지 않는다.
괜히 그런 말을 했다가 상대가 생존을 약점으로 역으로 협박할 수도 있다.
언제까지나 앨리스가 제공하는 것은 네이렌에게 크게 중요치 않은 것들.
그 중요치 않은 것들을 최고의 거래조건으로 속이고 상대에게서 생존을 보장받아야 한다.
“ ....[알 수 없음] 답은 하나. “
“ [결의] 전부 죽이고 모두를 가져감. “
“ [알 수 없음] 다른 개체 또한 변이 에너지 소유 가능성 다수. 포획 희망. “
앨리스는 곧바로 꽃잎을 휘몰아쳤다.
그리고 전부 물로 바꿔 보호막을 뒤덮는다.
이만한 변이 에너지를 쏟아내 조금의 관심을 끌기 위함이었다.
“ ...실패야. 미안. “
“ 괜찮아 앨리스. 정말 훌륭했어. 다만 상대가 인간이 아니어서 그런 거야. “
“ ...대단했다. 이 물도.. 엄청나군. 실제로 이렇게까지 대화를 이끌어나간 사람은 인도자 중에도 없었어. 훌륭했다. “
“ 자. 다들 전투 준비해! “
아리나가 외치고 손을 위로 내뻗... 으려 하는데 앨리스가 다시 한번 아리나를 붙잡았다.
“ 협상만 실패야. “
“ ...응? “
앨리스의 알 수 없는 말에 아리나가 바라보자 앨리스는 예쁘게 미소지어주며 우주를 가리킨다.
지금은 물로 한 겹 두르고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니.. 알 수 있었다.
이 근처에는 저만큼 가까이 있던 별이 없었다.
“ ...누가 온 거야? “
아리나의 말에 모두가 그 방향을 바라본다.
“ 저건.. 인도자들이다! 인도자들의 신호야! 어서 신호를 보내야 해!! 이런..! 아티팩트가 없는데..! “
“ 어떤 신호야? 얼른 말해줘! 우리가 어떻게든 전할게!! “
- 작가의말
삐삒.
아 이런소리는 안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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