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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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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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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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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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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7. 맞춤 수업

DUMMY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우주는 우주고

춘향은 춘향이다.

“ 으아아아... 싫다 진짜.... 벌써 며칠째 이러고 있는 거야?! “

벌써 오시리스의 시간으로 일주일. 그것도 날마다 스무 시간 정도 테이블에 둘러앉아 은하의 역사에 관해 공부나 하고 있으니 확실히 춘향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느낌이다.

아니.. 이 정도는 춘향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어서 고문이다.

“ 어허. 참아라. 수업을 잘 듣기로 약속하지 않았나? “

춘향의 옆에 앉아있던 레이첼이 통쾌해하며 자세를 똑바로 바로잡도록 직접 머리를 돌려주었다.

“ 으으.. 애초에 이것도 불편하다고..! 차라리 책으로 주지 무슨 테이블에 책을 박아놨어?! “

30명도 거뜬히 앉을 수 있을 만한 거대한 원형 테이블에 주황색 글씨들이 떠올라 있었으며,

한가운데에는 은하의 전체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 글자다.

글자라고.

이 세계의 글자라고.

읽을 수가 없다.

그저 읽는 척만 하고 있다는 것이 훨씬 더 수업이 지루하게만 느껴졌으며, 레이첼이 읽어주면서 설명해주는 것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만 있었다.

게다가.. 하필 역사라니..

솔직히 라티안도, 피렌도, 카린도 이런 역사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미야는 일단 가르쳐주니까 듣는듯한 느낌이고...

공부라면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아리나마저도 괴로워 보이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다른 은하의 역사 따위..

고래를 잡기 위한 기술을 배우러 왔는데 그런 역사가 중요한지 모르겠다.

“ 그래서 이 케트라시움이라는 발견은 굉장히 위대한 발견으로써 이것을 가지고 우리 인류의... 하아.. 이 자식들... “

“ 아니~ 솔직히 남의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 거야? 우린 현재를 살고 있는데 말이야! “

그렇게 말하는 춘향도 과거의 경험에 빗대어, 과거의 것들을 교훈 삼아 오시리스를 발전시켰으며 지금의 춘향이 뛰어난 것도 그 과거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인데도 그냥 그렇게 말한다.

물론 춘향도 알고 있을 테지만 지금 하는 불만은 단순히 수업 내용 때문이리라.

레이첼은 마치 자라나는 나무처럼 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다른 이야기로 뻗어 나가고, 그 이야기에서 쭉쭉 또 다른 나뭇가지로 뻗어 나간다.

예를 들면 지금 이렇게 케트라시움의 발견을 이야기하면서도..

“ 그 케트라시움을 최초로 발견한 세리는 은하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과학자로서... “

고래를 잡는 기술을 배우러 왔는데 왜 우리가 그런 케트라시움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의 업적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

확실히 지금의 수업 방식은 굉장히 잘못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 그런 거 말고 조금 재밌는 이야기 없어? 첫사랑이라든가. “

춘향이 아주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손을 휘둘러 글자들을 꺼버리고 레이첼을 바라본다.

첫사랑이라는 말에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레이첼과는 달리 춘향의 죽어가던 얼굴이 조금 살아나 버린다.

“ 이 자식들.. 내기에서 졌으면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

“ 하지만~ 너무 주제가 재미없는걸? 케트라시움을 발견한 녀석의 남자친구가 누군지 우리가 알 필요는 없잖아? 아 여자친구인가? 아무튼! “

흐음..

이런 집중력이면 아무리 수업을 재개해도 안 될 모양이다.

그렇다고 배울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정말.. 이 역사는 무조건 배워야 하는 항목 중 하나인데...

레이첼은 머리에 손을 짚으며 생각한다.

주제라..

재미없는 주제라고 했지..?

“ 그래. 네 녀석들이 원하는 주제는 뭐냐? 그거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교육해주마. “

“ 오! 당연히 고래 잡는 거! 가능하면 실전형식으로! 우린 머리가 나빠서 몸으로 익히는 걸 더 잘하거든~! “

춘향은 아주 영리하게 이 세계의 글자를 안 써도 되는 방식으로 수업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 유도에 걸려든 듯이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교육방침을 정한다.

“ 좋다. 일어나라. 너희에게 고래 사냥에 대한 지식을 ‘ 코앞에서 ‘ 주입해주마. “

“ 크.. 이거지~! 우리가 원하는 게 이거야! 가자 얘들아! “

춘향이 모두를 향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아리나는 여전히 앉아만 있었다.

“ 으음.. 어딘가 불안한데.. “

“ 응? 불안해? “

“ 아.. 응... 코앞에서 주입해준다는 말이.. 뭔가 조금 걸리지 않아? “

아디나는 그런 아리나의 말을 듣고서는 하얀 눈동자를 천천히 굴려보다 여유롭게 답한다.

“ 뭐 저번에 시뮬레이션한 것처럼 벽에다가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는 게 아닐까? “

“ 책상에 쓰여 있는 것도 쳐다본다면 코앞은 코앞이지. 가자 아리나. 춘향이 또 뭐라 할라. “

마지막으로 피렌이 일어나며 아리나를 일으켜 세우자 아리나는 걱정을 접어두고 따라가기로 한다.

뭐.. 그래.

수업이니까.

괜찮겠지.




레이첼은 그렇게 교실을 벗어나 거대한 훈련장에서 멈.. 추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 어느 우주선 앞에 도착했다.

이 은하의 기초적인 우주선 형태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렌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앞뒤로 길쭉한 형태에 가장 위쪽에는 마치 함선의 갑판처럼 평평하며 한 겹의 테두리가 공중에 떠 있는 특이한 구조의 함선이 있었다.

조금 더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굉장히 낡았다.

어딘가 찌그러지고 부서졌는지 온갖 수리한 흔적들이 이곳저곳에서 발견된다.

“ 자. 모두 훈련용 우주선에 타라. “

“ 엑.. 뭐 하려고? “

“ 뭐하긴 수업이지. 얼른 타라. 시간 없다. 빨리! “

레이첼의 다급한 손짓에도 다들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자 아예 한 명씩 등을 떠밀며 억지로 우주선에 태운다.

불길한 기분이 더욱 강하게 든 아리나였지만..

춘향은 이미 우주선의 위에서 손을 흔들며 타라고 하는 바람에 일단 올라탔다.

“ 자. 이것을 받아라. 아마 너희가 실전에서 사용하던 거랑은 많이 다를 테니 한 번씩 껴보고 작동하는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을 거다. “

레이첼은 가방에서 9개의 장갑과 9개의 팔찌를 꺼내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남은 한 세트는 본인의 오른손에 끼고서는 모두가 착용할 때까지 기다린다.

“ 음.. “

평범한 갈색 가죽 장갑.

왠지 꽉 끼는듯한 느낌의 작은 장갑인 데다 손등에는 케트라시움이 박혀 있으며, 손가락 끝부분에는 정체 모를 얇은 육각 판들이 손등의 케트라시움과 연결되어 있었다.

“ 그 장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시뮬레이션에서 경험한 포대를 조작하는 짧은 막대 형태의 콘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손을 펴고 포대의 밑에서 이렇게 돌리면.. “

-지잉.

레이첼이 우주선의 끝에서 손을 돌리자 레이첼의 손 앞에서 육각형 모양의 홀로그램 여덟 개가 떠오른다.

“ 이 홀로그램으로 말하자면 이 위치의 아래에 있는 모든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하나의 패널이다. 여기서 포대 부분을 선택하면 우주화면으로 돌아가고, 여기서 원하는 곳을 찍은 뒤에 원하는 출력을 설정해서 케트라시움에 담긴 빛과 열에너지를 공격 형태로서 쏠 수 있지. 이것으로 너희는 고래의 포대를 부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공격당할 테니까. “

뭔가 손가락을 통해서 이리저리 움직여서 조종한다니... 조금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춘향과 미야는 이미 마음에 들었는지 손을 마구잡이로 돌려보며 포대가 있는 부분을 찾고, 제어권을 가져오기 위해 이리저리 만져보기 시작한다.

으음... 그러나.. 음..

아직 에너지라는 것에 대해 활용하는 것이 어색한 탓일까.

아니면 조작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일까.

손을 돌려 홀로그램을 띄우기부터가 쉽지 않다.

“ 그거 쏘지는 마라. 애써 충전해둔 함선 내 에너지를 허투루 소모하는 게 습관 되면 나중에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고래의 밥이 되어버릴 거다. 게다가 여기서 쏴버리면... 피해는 너희가 물어내야 할 거다. “

레이첼의 말에 미야가 얼른 손에서 떼자 옆에서 춘향이 킥킥대며 미야를 대신해 손을 뻗어보며 어떻게 하는 거지? 이렇게 움직여볼까? 하며 열심히 사고 칠 준비를 한다.

“ 그리고 이 팔찌는 너희가 낀 장갑에 에너지를 받을 수 있도록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변환하며, 주입하는 용도다. 그래. 내가 만약 이 팔찌를 이용해 너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 “

레이첼은 팔찌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아주 조용히 말을 한다.

-이렇게 내 음성을 에너지로써 변환해 근처의 케트라시움에 흩뿌리고, 변환하고, 받아들여서 너희에게 들리게 되지.

오호라.

이 넓은 우주선에서 따로 떨어져 있더라도 빠르게 정보전달이 가능한 훌륭한 도구다.

물론 근처에 특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다른 사람이 있더라면 그 사람에게까지 우리의 대화가 들리겠지만 고래를 사냥하는 데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많은 사람을 한 번에 통솔하기에는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 자. 대략적인 사냥 방법은 배웠고. 그 이후에 추가적인 장비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 부분은 너희가 성운 추적자로서 활동하면서 추가하면 되는 부분이다. 이 정도 설명이면 이제 준비는 끝났겠지? “

“ 응? “

“ 준비?? “

“ 설마.... “

“ 무슨 준비를? 엥? “

-쿠쿵.....!

갑자기 우주선이 움직인다.

우주선이 움직이면 어디로 움직이겠는가.

당연히 우주로 간다.

“ 에..?! “

“ 너희들이 그토록 원하는 교육방식 아닌가? 전투에 필요한 기초는 배웠으니 실제로 고래에게 써보면서 실전경험을 익혀보라지. 아. 뭐 애초에 이미 한번 싸워봤으니 쉬우려나? 후후후. “

고래를 잡는다는 것은 이미 두 번이나 잡아본 네이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그 두 번은 전부 마나라는 이 은하에서는 미지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듣지도 보지도 못한 근접 사냥 방식으로 무식하게 때려잡은 것이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네이렌에게는 이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나 지금

인도자인 레이첼 앞에서 마나를 사용했다간 만약 이것에 대해 보고가 올라간다면 반드시 네이렌을 죽이러 올 것이기에 마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즉, 이쪽 은하의 장비와 기술들로 고래를 잡아야 하는데...

“ 가능하겠냐..?! 이거 봐..! 아직 조작하는 것도 어색한데..! “

춘향이 억지로 손을 들어 비틀어보지만..

포대를 조작할 수 있는 패널이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다.

지금 레이첼의 앞에 떠 있는 수많은 육각 패널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 쯧.. 그래서 열심히 수업을 들으라 하지 않았느냐. 가장 먼저 발명한 그들의 삶과 생각을 알아야 이 케트라시움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건데 말이지? “

감정을.. 조절해?

이 돌덩이가

에너지를 흡수해서 변환하는 돌덩이가

감정을 이용해서 움직인다고..??????

뭐 그런 게 다 있어...?

“ 너.. 너.. 이거 이러다 우리 다 죽는 거야!! 멋대로 움직이지마!! “

“ 흥. 아까까지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어디 갔지? 상관없다. 나는 비상 탈출용 케트라시움이 있으니까. 너희는 알아서 살든 죽든 해라. “

이미..

레이첼에 의해 우주선은 우주로 날아와 버렸다.

그리고 마치 고래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처럼 레이첼은 우주선의 방향을 꺾지 않고 그대로 쭉 나아간다.

“ 미친 거 아냐..?! “

“ 저 자식 말려야지...! “

다들 당황하고 있다.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 다들 집중해! 지금부터 최대한 그 ‘ 감정을 담는 ‘ 연습을 해보자! 고래를 만나기 전까지 우리가 최대한 알아내야 해!! “

아리나의 외침에 춘향을 제외한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각자 우주선의 끝에 자리 잡고 이리저리 손을 움직여가며 시험해보기 시작한다.

“ 으으... 싸우는 법을 가르쳐 달랬지 싸우고 싶댔냐 이 자식아! “

“ 음? 네 녀석이 원한 딱 좋은 방식이 아닌가? 글자도 안 읽어도 되고, 싸우는 것만 할 수 있고, 속성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 말이야. 큭큭.. 열심히 해보라고? “


작가의말

뭔 돌덩어리가.

그런기능이있어?

어이없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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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320. 아니 벌써 왔다고? 23.10.10 244 0 13쪽
327 319. 이제는 떠날 때 23.10.09 246 0 13쪽
326 318. 진지한 수업 23.10.08 247 0 16쪽
325 317. 우리는 한배를 탄 거야 23.10.07 244 0 12쪽
324 316. 이 녀석 대체 뭐야 23.10.06 245 0 12쪽
323 315. 찾았다 범인 23.10.05 246 0 14쪽
322 314. 다른 사람 아니 기계 아니 사람 23.10.04 247 0 13쪽
321 313. 붉은 눈 23.10.03 245 0 13쪽
320 312. 나한테서 제발 신경 꺼 23.10.02 246 0 15쪽
319 311. 의외의 수확 23.10.01 249 0 14쪽
318 310.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냐 23.09.30 247 0 13쪽
317 309. 이 나이에 공부를 23.09.29 246 0 13쪽
316 308. 일류 길잡이 23.09.28 245 0 13쪽
» 307. 맞춤 수업 23.09.27 246 0 12쪽
314 306. 시험의 결과 23.09.26 246 0 15쪽
313 305. 낯선 세상에서 만난 익숙한 물건 23.09.25 246 0 14쪽
312 304. 계약하지 않은 신입생 23.09.24 248 0 13쪽
311 303. 오해로 시작된 첫 만남 23.09.23 245 0 13쪽
310 302. 오점을 처리하는 간단한 방법 23.09.22 245 0 15쪽
309 301. 진짜 살인자는 23.09.21 247 0 16쪽
308 300. 외계인 토벌 23.09.20 246 0 15쪽
307 299. 찝찝함밖에 남지 않은 23.09.19 247 0 13쪽
306 298. 일생일대의 도박 23.09.18 246 0 14쪽
305 297. 윌의 인형 23.09.17 247 0 13쪽
304 296. 어디계세요 정보상씨 23.09.16 246 0 14쪽
303 295. 정보수집이라는 이름의 관광 23.09.15 247 1 13쪽
302 294. 실패를 통한 연습의 결과 23.09.14 248 0 13쪽
301 293. 급할수록 돌아가자 23.09.13 249 0 12쪽
300 292. 벌써 그리운 그 사람 23.09.12 249 0 14쪽
299 291. ..으음.. 23.09.11 24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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