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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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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최근연재일 :
2024.07.05 12:3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378
추천수 :
84
글자수 :
209,683

작성
24.07.05 12:30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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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7화

DUMMY

석문이 열리자 나타난 건 공동이었다.


바닥에는 대리석을 깎아 만든 타일이 규칙적으로 배열해 있고, 검이나 도, 창과 같은 냉병기들이 꽂혀 있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것들로만 가득했다.


또한 이 공간은 어떠한 원리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하 특유의 케케묵은 냄새 같은 것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피부가 시원할 정도로 상쾌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타일을 따라 들어간 곳엔 제단이 있었다.


그리고 뭔지도 모르는 이상한 문자와 석화가 새겨져 있었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군.’


문자는 읽을 수 없지만, 벽에 새겨진 그림들로 봐선 고대인들이 무언가에 내쫓기듯 숨어 지내는 모습이 보였다.


석화에 다가서려던 그 순간, 뒤에 있던 석문이 닫히면서 제단 위에 있던 무언가가 움직였다.


“설마···?”


사르칸이 불안한 눈빛으로 제단 위에 선 존재를 바라보았다.


골렘이라기보단, 마치 사람과 유사한 모습을 지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녀석이 멀쩡히 일어나고 있었다.


문제는 거기까지의 행동이 뻣뻣하지 않고, 무척 자연스러웠다는 것이었다.


보통 저렇게까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려면 단 하나밖에 없었다.


‘강령술.’


죽은 자가 외부 신의 힘에 의하여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보통 강령술이라고 한다.


주로 삼악이 쓰는 방법이다.


“흐으읍!”


일행이 재빠르게 기둥 뒤로 숨었다.


“설마 강령술인가요?”


사르칸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문제는 녀석의 움직임이다.


녀석은 지금까지 싸워 왔던 골렘들과 차원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보통 강령술로 만들어진 녀석들은 사후경직 탓에 관절이 뻣뻣해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기 마련이다.


그런 녀석들은 마력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기사나 마술사들도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녀석들에게도 등급이 나뉜다.


그중에는 생전의 강함을 그대로 보유한 채 태어난 녀석도 있다.


그걸 ‘레버넌트’라 하는데, 삼악 내에서도 극소수만이 보유한 전력 중 하나였다.


“아니, 강령술이라기엔 오염된 마나의 흔적이 없어.”


아서는 기수식을 펼치면서 레버넌트를 경계했다.


“만약 그 이상의 개체였으면, 여기서 우린 반드시 죽었겠지.”

“일단 자극하지 말고 전부 뒤로······.”


파앗!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름 모를 레버넌트가 몸을 날렸다.


무서운 건 그 몸놀림에서 그 어떠한 군더더기도 묻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서가 일행에게 물러서라고 하기도 전, 레버넌트 공간을 접듯이 접근해 태산과도 같은 일격을 담은 주먹을 내질렀다.


“흐음!”


콰아앙-!


건틀릿과 주먹이 부딪치면서 금속음을 내뱉었다.


다행히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덕에 공격을 간신히 막았지만, 부딪친 부분이 욱신거렸다.


‘제길!’


무위로 치면 최소 그레듀에이트급이었다.


그것도 마스터의 벽을 앞둔.


과거 아라크네 여왕을 쓰러뜨렸을 때와 비교해 보면, 눈앞의 레버넌트가 더 위험했다.


여왕은 마수라서 그나마 대응이 가능했지, 저 녀석은 인간이었다.


“크윽!”


아서가 팔을 교차하여 머리를 찍으려던 녀석의 공격을 막았다.


불꽃이 튀면서 쇠 부딪치는 소리가 고막을 마구 때렸다.


공격에 실린 근력도 근력이지만, 움직임이 범상치 않았다.


카가각-!


아서와 레버넌트가 다시 부딪쳤다.


‘움직임을 도저히 쫓을 수가 없다.’


마치 숙련된 격투가를 보는 것처럼, 민첩하고 재빨랐다.

그렇다고 해서 근력이 약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실제로 아서는 녀석의 공격을 막을 때마다 양팔이 욱신거리는 걸 참아가며 버티고 있었다.


파앙!


그 사이에 주먹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 치는 일격이 아서의 턱을 노렸다.


“어딜!”


아서는 턱을 치켜들며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반격도 잊지 않았다.


지면을 박차고 오르면서 녀석의 턱을 향해 반달 모양을 그리며 발로 후려치며 회전했다.


공중으로 한 바퀴 돌다가 이내 착지한 뒤, 발끝에 힘을 줘 그대로 녀석을 향해 돌진했다.


아서가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 몸놀림은 번개와 혼연일체가 되었다.


동시에 레버넌트도 뛰쳐나갔다.


둘이 다시 격돌했다.


아서는 다리를 힘껏 걷어찼다.


파앙-!


다리와 다리끼리 부딪쳤으나, 금속끼리 충돌한 특유의 마찰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무언가 부서졌다.


레버넌트의 다리였다.


“타앗!”


아서가 일보 내디디면서 정권을 내질렀다.


정권을 내지른 자리엔 레버넌트는 없었다.

이미 뒤로 멀찍이 물러서며 영향권을 벗어난 뒤였다.


“태어나다 만 놈이 재빠르기는!”


불평을 뒤로, 아서는 다시 한번 정공법을 감행했다.


쐐액!


순간 얼굴 옆으로 강한 압력이 느껴졌다.


시선을 돌렸을 때 레버넌트가 어느새 접근해 주먹을 날렸다.


아서는 고개를 뒤로 젖혀 주먹을 황급히 피한 다음, 허리를 비튼 회전력을 실어 팔꿈치로 녀석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레버넌트라고 해도 저렇게 빠르다고?”


아서와 레버넌트의 싸움을 지켜보던 드웨인이 의아해했다.


“조건이 까다로울 뿐이지, 강령술로 생전의 능력을 복구시키는 건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사르칸이 대꾸했다.


“저희가 조장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넌 저기에 끼어들고 싶냐?”

“방해야.”


아서이기에 버틴 거지, 다른 이들이었으면 진작 죽었다.


사르칸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리를 내주며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창술과 달리, 거리 조절만 잘하면 되는 격투술과 상성이 좋지 않았다.


“이런 미친!”


한편, 정신없이 날아오는 공격에 짜증이 왈칵 솟구쳤다.


그 정도로 매우 성가셨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인다면 좋을 텐데, 레버넌트 특성상 외부 신의 힘이 충만하다면 무한정으로 전력을 쏟아 낼 수 있었다.


‘이래서는 진다.’


그도 사람인 이상 한계가 있었다.


불행하게도 30분 정도가 지나가 싸움에 변화가 일었다.


밀리는 쪽은 아서였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불리한 건 나다. 여기서 한 방으로 승부를 봐야 해.’


레버넌트의 내구성은 강철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제단. 제단을 노려야 해.’


심장과 머리를 파괴해도 재생하는 게 레버넌트다.


힘의 매개체가 되는 제단을 파괴해야지만, 레버넌트를 이루는 모든 힘이 일시에 차단된다.


“후우-!”


뜨거운 숨을 내뱉으면서 신체 내의 혈액을 가속했다.


이제부터 할 건 일격 승부다.


여기서 지면 죽는다.


죽음을 각오하니, 그만큼 정신도 맑아졌다.


아서와 레버넌트의 시선이 동시에 맞닥뜨리고.


거리를 벌린 레버넌트가 다시 달려왔다.


“후우우-!!”


아서는 가만히 서서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았다.


쐐애애액-!


레버넌트가 허리를 비틀면서 주먹에 회전력을 담아 힘껏 내질렀다.


권풍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앞으로 쇄도했다.


주먹의 끝은 정확히 아서의 머리를 노렸다.


그 순간, 아서는 무릎을 꿇을 기세로 주저앉은 뒤, 양발 끝에 힘을 잔뜩 주어 놈의 옆구리 사이로 돌진했다.


그리고 그대로 지나쳐 제단이 있는 곳까지 도달한 아서.


녀석은 뒤늦게 제단을 향해 다가왔지만.


두근, 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를 맴돌며 귀를 마구 어지럽혔다.


내기가 혈도를 타고 흘러 양팔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건틀릿에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백색의 벼락 줄기가 솟구쳤다.


쿠르르르릉-!


건틀릿에 실린 벼락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뇌천파쇄 – 제2식.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르는 핏물을 애써 삼킨 뒤 그대로 양 주먹을 내질렀다.


‘무뢰(武雷)!’


콰과과과과-!!


천지가 뒤흔들릴 것만 같은 굉음과 함께.


“으아아아아!!!”


아서가 고함을 내지르며 주먹을 내질렀다.


건틀릿에 실려 있던 기운이 제단을 부수며 나아갔다.


제단은 엄청난 굉음에 묻히며 벼락의 폭풍과 함께 집어 삼켜졌다.


“아······!”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방금 전 일어난 일이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싸움, 그리고 승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단은 부서져 있었고, 매개체를 잃은 레버넌트는 무릎을 꿇고 그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우웨에에엑-!!”


침묵을 깬 건 아서였다.


그는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바닥에 피를 잔뜩 토해 냈다.


“조, 조장!”


그제야 일행들이 뒤늦게 그를 향해 뛰어갔다.


“약이란 약은 전부 다 꺼내!”


사르칸이 다급히 외쳤다.


“끄으으으-!!”


치료약으로 치료하려 했지만, 아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심장의 생명력을 연로 삼아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쏟아 낼 수 있었지만, 이 또한 한계에 봉착했다.


“조장, 조장!”

“정신 좀 차려 보쇼!”

“아이 씨. 회복제도 다 떨어졌어!”


일행이 다급히 외치며 아서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할 때.


“···비켜라.”


뒤에서 들려오는 중저음의 목소리.


일행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소멸을 기다리던 레버넌트가 서 있었다.


“미, 미친!”

“저리 안 꺼져!?”


일행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치켜들었다.


레버넌트가 덤덤한 표정으로 아서를 바라보자.


자리에서 일어난 사르칸이 녀석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사르칸은 언제든 창을 휘두를 수 있도록 녀석과 거리를 벌려둔 상태였다.


레버넌트는 사르칸의 질문에 대답을 해줬다.


“···거인의 마지막 핏줄이 찾아왔구나.”


레버넌트의 표정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열두 영웅에 의해 전부 사라진 줄로만 알았건만······아직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건가.”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사르칸이 창을 치켜들며 물었다.


“너희는 알 자격이 없다.”

“뭣······!?”


사르칸이 입을 열려던 찰나에.


레버넌트가 손짓으로 일행들을 전부 기절시켰다.


“잠들어라.”


사르칸이 급하게 방어 자세를 취했을 때.


레버넌트는 이미 사르칸의 코앞에 다가선 상태로, 그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커억!”


사르칸은 명치에서 전해져 오는 엄청난 고통과 함께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방해꾼은 전부 사라졌군.”


레버넌트가 창백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간질 환자처럼 잔뜩 발작하는 아서에게 품에서 자그마한 약병을 꺼내 그의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거인의 마지막 후예여, 너는 쓰러져선 안 된다. 아직 네겐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아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측은함이 담겨 있었다.


“거짓된 열두 영웅이 만든 가짜 역사를···네가 직접 무너뜨려야만 한다······.”


말을 하는 내내 레버넌트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제단이 무너지면서 그의 소멸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아직 남겨야 할 말이 있었다.


“라에가른으로 가라. 그곳에서 최후의 거인의 왕이 남긴 유산을······.”


모래가 휘날리는 것처럼 그의 몸은 점점 사그라들어만 갔다.


그렇게 얼굴만 남았을 때.


“하늘···이시여···.”


레버넌트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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