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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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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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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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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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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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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DUMMY

“허···.”


파앵과 라바윈은 아서의 대범함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허, 저렇게까지 당돌한 녀석일 줄이야.’

‘이게 고작 열 살짜리가 맞다고?’


주도권을 뺏은 것도 모자라, 상대방에게 흥정하는 모습은 아예 상상도 못 하던 모습이라 머리가 쉬이 돌아가질 않았다.


‘허,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탐욕스럽게 나오다니.’

‘직계라서 조금은 나은 줄 알았더니, 역시 아이라서 아직 분간을 못 하는 건가?’

‘대체 어떻게 교육을···.’


대표단들도 당황한 나머지, 아서에게서 눈을 떼질 못했다.


특히 테미스 같은 경우엔, 금욕주의를 바탕으로 교리를 펼치기에, 아서의 행동이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크, 크흠. 얼마면 되나?”


반면 라바윈은 달랐다.


아서의 제안은 라바윈에게 달콤한 유혹처럼 느껴졌다.


이는 수인의 수련방식 때문이었다.


루나틱.


수인 고유의 힘이자, 기사로 따지면 오러와 같은 미지의 힘.


기사들이 마력을 단전에 쌓는다면, 수인들은 달의 힘을 육체 내부에 쌓는다.


하나, 육체 내에 루나틱을 담을 수 있는 양은 한정되어 있기에, 무황성은 갖은 방법을 통해서 육체를 성장시켜 왔다.


하지만 눈앞의 아서처럼 폭발적으로 육체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없었다.


“흐음···.”


아서는 씩 웃었다.


그 모습은 코 묻은 아이들의 돈을 갈취하는 뒷골목 양아치와도 같았다.


“금화 백 개 정도면 적당할 거 같습니다.”

“백, 백 개?!”


라바윈은 그 말에 잔뜩 경악했다.


참고로 금화 한 개의 값어치는, 4인 평민 가구의 일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저는 이 정도도 싸게 먹힌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서는 오히려 영문을 모르는 눈빛을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얄밉지만, 누구보다 절실한 건 라바윈이지 아서가 아니었다.


“끄응! 자, 여기 있네!”


결국 라바윈은 자신의 금화 주머니를 내밀었다.


“자, 이제 말해보게!”

“예,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 뭐냐면···.”


아서는 라바윈의 귓가에 자그맣게 속삭였다.


“···마수입니다.”

“이 자식이 어딜 어른을 놀려?!”


라바윈이 거칠게 발을 굴렸다.


짜증과 분노가 그대로 담긴 울림이 연무장을 뒤흔들었다.


“일단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파앵이 한숨을 내쉬며 라바윈 옆으로 다가갔다.


“아서 군. 마수는 본래 독기로 오염되어 있어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마수 고기를 말했다는 건, 해독 방법이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죠?”

“그렇습니다.”


아서는 파앵을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후우, 후우···.”


라바윈이 심호흡을 하면서 화를 가라앉혔다.


조금 진정할 수 있게 되자 입을 열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말해봐라.”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으아아아아아!!”

“자, 장로!”


옆에 있던 파앵이 나와 날뛰는 라바윈을 뜯어말렸다.


그 외의 대표단들 반응도 비슷했다.


다들 아서가 한 말에 어이없거나 불쾌해하는 모습이었다.


“아서. 사람들 앞이라서 참고 있지만, 더 이상 저희를 능멸하려 하지 마십시오.”


파앵이 엄중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으음.’


한편, 곤란한 건 아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륙에 대격변을 일으킨 수준이니까.’


대륙에서 잡초로 치부되는 풀이 알고 봤더니, 마수의 독기를 말끔하게 정화할 수 있다?

심지어 마수의 내단도 포함해서?


문제는 그 해결 방안을 이곳에서 함부로 공개할 수 없었다.


“큼큼.”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주변을 정리하던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붉히며 죽일 듯이 외치는 라바윈도, 서로 수군거리던 대표단들도 모든 걸 멈췄다.


“일단 보는 시선이 많으니, 연무장에서 슬슬 벗어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대표단 분들도 여독도 풀지 않으셨는데, 괜찮겠습니까?”


그 물음에 좌중은 침묵에 잠겼다.

그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했다.


그 고요를 깬 것은 화를 간신히 누른 라바윈이었다.


“···알겠소.”


***


그렇게 찝찝한 상태로 마무리된 논의는 새턴의 중재로 끝났다.


아니, 끝난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서 위치만 바뀌었고, 그 수가 네 명으로 줄어들었을 뿐 이제 시작이었다.


그렇게 새턴의 중재 아래, 아서와 라바윈의 대화는 끝났다.


서로 정보의 가격을 논의한 뒤에서야 독기의 정화 방안에 대해서 물어봤다.


“일단 가격 흥정부터 해보실까요?”

“끄응!”


라바윈은 신음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보가 워낙 고급 중의 고급이라, 아서의 말에 반박할 구석도, 명분도 없었다.


“···그래 얼마면 되느냐?”

“사···.”

“사백 골드 정도면···.”

“사천 골드입니다.”

“···크흠! 크흐흠!”


라바윈이 일부러 헛기침을 하면서 뜸을 들였다.


무언가 눈치를 주었으나, 아서는 시치미를 뗐다.


“···아무리 그래도 사천 골드는 너무 많다.”

“저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만?”

“···일천 골드만 하자.”

“사천 골드.”

“···미치겠네!”


라바윈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천 골드, 무려 두 배야. 이 정도면 평생을 펑펑 써도 삼대가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야!”

“사천 골드,”


아서는 떨리는 라바윈의 눈동자를 보며 씩 웃었다.


“···삼천 골드! 지금 세 배까지 올랐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인상이야!”


그러나.


“사천 골드.”


아서는 끝끝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모습에 라바윈이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 돈 귀신 같으니!”

“이 정도 가치면 차라리 돈 귀신이 되겠습니다.”

“이이익!”

“자 선택하십시오, 사천 골드입니까. 아니면 이대로 포기하실 겁니까?”


아서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듯 팔짱을 낀 채 눈을 내리감았다.


“이런 우라질···좋아. 더러워서 주고 만다, 사천 골드!”


결국 라바윈이 백기를 들고 나서야 아서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감사합니다.”

“···이 육시랄 놈 같으니.”


라바윈은 얼굴이 홍당무처럼 잔뜩 붉어졌다.


“파앵님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서는 라바윈으로 향했던 시선을 돌려 파앵에게 옮겼다.


“···좋습니다.”


파앵은 쓴웃음과 함께 주머니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


‘이걸로 초기 자금은 벌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아서는 성년이 되는 해에 가문을 나서 자금을 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물주가 무려 두 명이나 있는데, 이걸 지나칠 수는 없었다.


물론 저들의 입장도 고려해 보면 이번 거래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특히 테미스의 경우 자체적으로 정화자를 양성하고 있지만, 그 수가 현저히 적어 부담이 커지고 있었다.


‘이거라면 계획을 앞당길 수 있겠군.’


아서는 씩 웃으며 금화 주머니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럼, 이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에 아서는 자신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답했고, 파앵과 라바윈은 왜 사천 골드나 되는 엄청난 가격을 불렀는지 이해했다.


“스파릴라스라고?”


라바윈은 화들짝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가, 헉! 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내 이 주변이 인적이 드문 장소임을 깨닫고 안도했다.


“과연,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가는군.”


라바윈은 아서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눈길은 조금 전과 다르게 확연히 부드러워졌다.


마수의 독기를 정화할 수 있는 잡초.


만약 이 사실이 대륙 곳곳에 알려지게 되면?


그 파장은 대륙 전체를 뒤흔들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마수의 독기를 정화하는 방법은 실력이 뛰어난 정화사나, 연금술사들이 해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파릴라스라면 달랐다.


만약 이 정보가 퍼진다면 오황과 삼악은 물론이고 은거 기인까지 나설 수도 있다.


아무런 부작용도 없이, 고작 단 한 뿌리만으로 마수의 독기를 정화할 수 있는 풀.


그게 바로 잡초 스파일라스였다.


“도대체 이 정보를 어떻게 알게 되었습니까?”


파앵이 출처부터 물었다.


“영산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마수가 어떤 풀을 주워 먹고 있는 걸 봤습니다.”

“영산? 마수?”

“예,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고했다.


흔들린 하나 없는 목소리, 경련 하나 없는 표정, 정직하게 빛나는 눈동자는 숙련된 사기꾼 그 자체였다.


물론 저들이 이를 알 방도가 없었다.


설령 거짓이라고 해도, 눈앞으로 마수의 독기가 실시간으로 정화되는 걸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과연, 그렇게 된 거군요.”

“이제 됐습니까?”

“함부로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아서 군. 아무래도 민감한 사항이었다 보니.”


파앵이 사죄의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끄응, 나도 멋대로 화를 냈으니 사과하마.”

“아닙니다. 저라도 무조건 화를 냈을 겁니다.”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서는 씩 웃으며 금화 주머니를 소중하게 매만졌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바윈과 파앵은 그 모습에 헛웃음을 삼켰다.


한편 옆에서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새턴이 씩 웃었다.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을 상대로 정보를 흥정하다니.’


남존권왕과 천검성을 상대로 흥정에 성공한 것도 모자라,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유도한 모습은 마치 한 명의 지략가라고 봐도 무방했다.


‘재미있군.’


새턴은 수첩을 꺼내서 방금 전에 있었던 협상 과정을 모두 적기 시작했다.


‘이런 귀한 장면을 눈으로만 보고 즐길 수는 없지.’


최근 들어서 새턴은 한 가지 취미가 생겼다.


바로 아서의 행동을 관찰하여 기록하는 것이었다.


‘삭막한 마이어에 나타난 이단아.’


이것이 새턴이 평가하는 아서의 모습이었다.


‘가주님께 보고드려야겠군.’


***


사각, 사각.


마이어의 창궁 깊은 곳에서 펜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곁으로는 창천검대가 있었지만, 아무도 입 하나 뻥끗도 하지 않았다.


그때, 창궁의 문이 울렸다.


“가주님, 새턴입니다.”

“들어와라.”


문이 열리고 새턴이 안으로 들어섰다.


“창천검대의 대주 새턴 마이어가 가주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인가?”


새턴이 씩 웃으며 대꾸했다.


“아서 도련님께서 협상에 성공하셨습니다.”

“···설명해라.”


지그하르트는 그 말에 펜을 내려놓고 새턴을 주시했다.


“가주님도 아시는 마수의 독기 해독 방법을 권존과 천검성을 상대로 가격을 흥정했습니다. 가격은 총 팔천백 골드. 창궁의 유지비용이 일 년에 만 골드 정도 되는 걸 감안하면, 무려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협상만으로 벌어들였습니다.”

“그런가.”


지그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라면 협상을 말리려고 했던 새턴이었다.


한데 아서가 그들과 부딪쳐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주도권을 잡아 거금을 벌어들였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는군.”

“사실 아서 도련님을 보는 맛에 제가 삽니다.”


새턴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막내 공자, 당신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입니다.’


제 자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지그하르트가 요새는 제법 관심을 가진 사내가 바로 아서였다.


“아서는 어디에 있지?”

“현재 별관에 있습니다. 뒤뜰에서 스파릴라스를 기르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가.”


지그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물러나도록.”

“예.”


새턴은 고개를 숙이며 창궁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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