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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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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최근연재일 :
2024.06.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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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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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화

DUMMY

아서는 단련을 하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창궁으로 향했다.


‘새삼스럽군.’


전생엔 그렇게 가고 싶었던 창궁을 이번 생에 두 번이나 가게 되었으니.


“긴장할 필요 없어. 오늘은 참고인 자격으로 가는 것뿐이니까.”


새턴 옆에 나란히 함께 걸어가던 아론이 씩 웃으며 어깨를 두들겼다.


저 능글스러운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를 편안함을 선사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새턴의 인사를 시작으로, 아론과 아서 역시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지그하르트는 늘 그렇듯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일어서라.”


지그하르트가 위엄 서린 목소리로 손을 저었다.


“트롤을 잡았다고 들었다.”


‘역시 관심사는 그쪽이었나.’


“···운이 좋았습니다.”

“고작 10살이, 그것도 마력을 쌓지 못하는 체질로 트롤을 잡은 걸 운으로 치부한다니.”

“······.”

“아론에게 전해 듣기는 했다만, 네 입으로 자세히 말해보거라.”

“히페리온 산 초입에 트롤을 발견한 저는, 수련생들을 탈출시키고 놈과 싸웠습니다. 그리고···.”


아서는 모두의 앞에서 트롤과 싸운 과정을 모두 말해주었다.


그는 이미 펜을 내려놓은 상태로 아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그하르트의 무거운 입이 열렸다.


“만약 수련생들과 합동할 생각을 했었으면, 트롤을 금방 쓰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았지?”


아서는 잠깐 생각하는 척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공포입니다.”

“공포라?”

“죽음 앞에서 명가의 자제든, 일반인이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설령 그들이 마력을 다룰 수 있다고 해도, 이제 첫 실전을 치른 이들입니다.”

“너는 그들과 다르다는 것이냐?”

“저는······.”


아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미 숱한 죽음을 넘나들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의미를 담은 함축적인 표현이지만,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한마디였다.


태어날 때부터 직계의 견제를 받고 자라왔으며, 이 과정에서 숱한 암살 위협을 당한 아서라면 능히 저런 말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음식에 독을 넣거나, 암살자를 보내 자신을 죽이려 했었지.’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가문 내에서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긴 이들은 여전히 많았다.


“···그렇군.”


지그하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는지,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비록, 네 말대로 운이 작용했을지언정, 트롤을 쓰러뜨렸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무심한 표정이 된 지그하르트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트롤의 심장은 어떻게 섭취한 것이냐?”


‘역시 본론은 그건가.’


아서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가죽 주머니에서 스파릴라스를 꺼냈다.


“으음?”

“호오, 제법 좋은 향이 나는군요.”


꺼내자마자 창궁 내부에 상쾌한 향이 은은히 감돌았다.


아론과 새턴 역시 그런 향에 제법 좋은 반응을 보였다.


지그하르트는 스파릴라스를 지그시 보다가 설명하라며 턱을 주억거렸다.


“스파릴라스라는 식물입니다. 마수의 독기를 정화하는 효능을 지녔습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입니까?”


아론과 새턴이 놀란 눈을 번뜩 뜬 채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그하르트가 물었다.


“이걸 어떻게 알았지?”

“···독에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게워 내기 위해 아무거나 집어먹다가 우연히 효능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은 거짓말이다.


실제로 독에 당한 건 맞지만, 스파릴라스를 알게 된 건 전생에서 한참 후에나 알게 된 사실이었다.


“섭취 방법은?”

“그대로 뿌리째로 씹어먹거나, 영약과 함께 넣고 끓여서 독을 중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후자를 추천합니다.”


그 말을 듣던 지그하르트가 신중히 고심하듯 턱을 쓸어내렸다.


“···새턴, 그것을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새턴이 부리나케 문을 열고 나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하게 봉인된 목함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다.


“···저건?!”


새턴의 손에 들린 목함을 보고 아론이 경악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저게 대체 뭐길래 저렇게 놀라는 거지?’


아론의 격한 반응에 궁금증을 자아내던 중.


“열어라.”


새턴이 목함을 열자.


사아아아아-!


목함 안에서부터 끔찍한 독기가 창궁 내부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 흉험함은 전생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매우 흉포하고, 숨쉬기 힘들 만큼의 농밀한 독기를 내뿜고 있었다.


“설마 카리브디스의 내단을 꺼내실 줄은 몰랐습니다.”


‘···카리브디스!’


3대 마경(魔境) 중 하나인 흑해(黑海)의 지배자이자, 신화시대 때부터 살아남은 강력한 마수.


카리브디스.


과거부터 지금까지 흑해를 지배했던 마수의 왕으로서, 녀석을 지칭하는 단어는 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소용돌이를 몰고 오는 자.

바다의 패왕.

폭식의 군주.


이처럼 하나같이 흑해의 지배자에 어울리는 이명으로 알려져 왔으니.


‘10성의 기사조차 생사를 장담할 수조차 없는 괴물 중의 괴물.’


기록상으로나 볼 법한 카리브디스를, 그것도 내단(內丹)의 형태로 마이어에서 볼 줄은 몰랐다.


“먹어라.”

“······예?”


무슨 뜻인지 몰라, 한참이나 고민하던 중.


“자, 잠깐. 가주님, 설마 꼬맹이에게 내단을···?!”

“언젠가 처리했어야 했다. 그 효능 때문에 쉬이 버리지 못했을 뿐이었지.”


아서의 표정이 뜨악하게 굳어졌다.


역사 속에서나 봤던 매우 귀한 영약인데, 설마 자신에게 줄 줄은 몰랐다.

허나, 카리브디스의 내단은 현재의 아서로선 절대로 섭취할 수 없는 영약이었다.


“···받을 수 없습니다.”


아서는 고개를 숙이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거절 의사를 확고히 밝히지 않으면, 직계들의 견제가 심해질 게 뻔했다.


‘아직 그들을 상대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영약이 탐나는 건 사실이다.


허나,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


“네 형제자매들 때문이냐?”

“···지금의 저로서는 아직 이걸 온전히 섭취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아서는 지그하르트를 올려보며 손끝을 떨었다.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창궁에서 지그하르트와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입안이 바싹 말라갔다.


“확실히 네 상태론 내단을 온전히 흡수할 수도 없고, 대부분을 버리게 되겠지. 마력을 익히지 못한 몸으론 그게 한계일 테니.”


그의 무거운 음성이 아서의 심장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예.”

“네가 또래들보다 강한 건 맞지만, 대륙엔 너보다 강한 자들이 수두룩하다. 네가 온전히 그들을 상대하기에 네 경험과 무력은 미천한 건 사실이다.”

“···맞습니다.”

“다만 네가 지금이나마 재능을 깨닫고 끝까지 밀고 가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


지그하르트가 턱을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위협과 전장에서 보낸 나 역시, 출중한 재능을 지닌 이들을 수도 없이 봐왔지만, 대부분이 그 재능을 썩히고 있었다.”

“······.”

“자신의 재능을 모르는 자는 우매하다. 나는 우매한 자를 경멸한다. 하지만 본인의 재능이 무엇인지 알고 있음에도, 안주하는 놈들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지. 그런 면에서 너는 스스로 재능을 깨닫고 나아가는 이에 속한다.”


지그하르트가 옆으로 턱짓하자, 새턴이 내단이 든 목함을 가지고 아서 앞에 섰다.


“직계들의 야망은 알고 있다. 검을 쥐고 태어나 기사로서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야망을 떨치고 있는 것도. 하지만 그 누구도 내게 흥미를 주지 못했지. 반면 넌 내 예상을 벗어났다. 고로 네게 이걸 주는 건 합당하다.”


지그하르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며 말을 이었다.


“기사의 가문으로 태어나서 검을 쥐는 것을 거부한 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넌 네 재능을 일찍이 깨닫고 기사의 삶을 거부하고 매 순간 변화하고 성장하지. 그러니 넌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니···.”


글렌의 위엄있는 목소리가 아서의 귓가를 타고 심장을 잔뜩 울렸다.


“결과를 감내하는 것 역시 너의 책임이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이만 가보거라.”


그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아서는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질로 창궁을 나갔다.


***


세 사람만 남은 창궁에 잠시 침묵이 일었다.


“···어째서 도련님에게 내단을 주셨습니까?”


새턴이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지그하르트를 쳐다보았다.


“저 아이로부터 가능성을 봤습니까?”

“······.”


아론의 날카로운 지적에 지그하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를 볼 뿐이었다.


‘능구렁이 같은 녀석.’


한편, 지그하르트는 조금 전 떠난 아서를 떠올리며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렸다.


아론으로부터 보고서를 봤기에 지그하르트는 이번 임무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


‘보고서엔 트롤의 머리가 박살 났다고 적혀 있었지.’


하지만, 트롤은 5성 그레듀에이트급 기사가 생사를 각오하고 달려들어야지만, 간신히 처치할 수 있는 마수.


고작 10살에 불과한 아서가 처리했다고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처음 녀석을 이곳으로 불렀을 때.’


지그하르트는 아서의 내면에서 피어올랐던 붉은색의 투기를 떠올렸다.


그것은 기사의 오러나 마술사들의 서클이 아닌, 미지의 힘이었으니.


‘재밌구나.’


지그하르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말년에 얻은 아들 녀석 덕에 오랜만에 흥이 돋는군.’


***


아서는 창궁에서 나오자마자, 연무장으로 향했다.


바로 수련을 할까도 했지만, 그의 주머니에 있는 카리브디스의 내단을 숨기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설마 가주님이 내게 관심을 가질 줄이야.’


전생에서 그는 아서에게 어떤 관심도 주지 않았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쳐다보는 것처럼 무심했고, 당시의 아서는 그 눈빛이 너무도 두려웠다.


하지만 회귀 이후는 달라졌다.


처음으로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고, 권위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한 인간의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연무장 앞에 도착하자,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군.’


연무장은 언제나 시끄럽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좀 전에 창궁으로 갔다 왔다고?”

“가주님이 왜 저 반푼이를 부른 거지?”

“설마, 직계라고 감싸고 도는 건 아니겠지?”


연무장으로 가는 내내 수련생들의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그가 창궁으로 갔다는 소식이 가문 전체에 퍼진 것 같았다.


‘어차피 당장 달라지지 않겠지.’


그러니 남이 뭐라 하든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아서는 수련생들의 중얼거리는 말을 흘려들으며 내부 수련장에 들어갔다.


가볍게 몸을 풀고, 눈앞의 성인 남성 크기 정도 되는 허수아비 앞으로 다가섰다.

언제든 주먹을 내지를 자세를 유지한 채로 지난 싸움을 복기했다.


‘육체가 버티지 못했어.’


트롤의 머리를 부순 건 순전히 운이 작용한 탓이 컸다.


수준에 맞지 않은 무술을 쓰느라,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지금이라도 깨우치면 되는 일이었다.


‘육체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태산격은 6성부터 본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아서의 태산격은 5성.


5성과 6성을 가로지르는 단 하나의 차이는, 능동적으로 작용했던 재생 능력이 6성 이후론 수동적으로 적용된다.


즉, 6성 이후론 재생 능력이 상시 발동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리제네레이터, 혹은 재생자(再生者)의 경지라고도 불린다.


후우우우.


아서가 숨을 고르고, 천천히 주먹을 내뻗었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지만,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허수아비가 움푹 패었다.


아서는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격투술을 연마했다.


허수아비가 완전히 부서지면 새로 꺼낸 뒤 다시 나와 또 격투술을 수련했다.


그렇게 복귀 첫날 그의 열정은 좀처럼 식을 줄도 모르고 한참이나 불타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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