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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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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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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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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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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한편, 아서가 떠난 뒤 창궁에 남은 지그하르트가 생각에 잠겼다.


“흐음.”


잔을 넘긴 지그하르트의 얼굴에 짙은 흥미가 어렸다.


‘길들어지지 않은 짐승.’


가끔 그런 이들이 있다.

역량 이상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들이.


수인들로 이루어진 무황성과 조금 달랐다.

그들은 제 본성을 억누르기보단, 짐승의 감각을 키워 무(武)를 수련한다.


‘하지만 녀석은 달랐다.’


지그하르트 스스로도 아서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본신의 무력은 미약하나, 아서처럼 판단력, 의지력만큼은 가진 이는 보기 드물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모자라.’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역시 아서의 발자취 때문이었다.


마치 새하얀 대리석을 두고 조각을 시작하려는 초보 조각가와 비슷했다.


그때.


“가주님, 아론입니다.”

“새턴입니다.”

“들어와라.”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총교관이 가주님을 뵙습니다.”

“창천검대의 대주가 가주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이냐.”

“교류회 때문입니다.”


총교관 아론이 서류 하나를 지그하르트 앞에 내밀었다.


“성국 테미스, 무황성. 이 두 곳만 교류회를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람누시아와 상아탑은 거절했습니다.”

“그 음침한 것들은 내버려두거라. 그보다 교류회에선 누가 온다고 하지?”


아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테미스엔 템플기사단장 <파앵>의 후계자가 온다고 하고, 무황성에선 <청랑>과 <홍랑>이 오기로 했습니다.”

“저번의 치욕 때문인가.”

“저번 교류회에서 된통 당했으니, 이를 갈고 오겠죠.”


아론이 씩 웃음을 지었다.


10년 전에 있었던 교류회에서 무황성과 테미스는 마이어의 후계자에게 패배한 전적이 있었다.


그것도 압도적인 패배.


그들을 패퇴시킨 마이어의 후계자는 그 당시만 해도 고작 14살이었다.


차녀, 브라다만테 마이어.


이제 스물네 살이 된 그녀를 세간에선 ‘업화검(業火劍)’이라 불렀다.


수백 년이 넘은 가문의 역사에서, 그녀는 마이어의 평균을 상회했다.

그레듀에이트의 영역을 고작 열다섯 살에 이뤘고, 마스터의 영역을 그녀가 고작 스무 살에 이룬 업적이었다.


현재는 8성.


마이어의 평균을 상회한다는 건, 곧 세간에서 ‘천재’라 불리는 이들보다 우수하다는 의미였으니.


“‘그 아이’는 어떻게 하고 있나?”

“장녀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현재 성혈의 귀족 지부 하나를 소멸시키고 돌아오는 중이라 합니다.”


새턴이 미소를 지었다.


“어린 짐승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현재 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놈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지?”


아론이 손을 내저으며 허심탄회했다.


“살면서 현자들이 그렇게 무방비한 모습을 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주 간이고 쓸개가 다 줄 생각이던데요.”

“그런가.”

“주도권은 그 아이에게 있으니까요.”

“그렇군.”

“그렇습니다. 다만······.”


아론이 눈을 빛냈다.

뭔가 흥밋거리가 생길 일을 발견했을 때 보여주는 눈빛이었다.


“이번에 교류회를 앞당기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가 알기론 본래 수련생들이 3년 차가 되었을 때 하는 걸로 아는데.”

“궁금해서.”


궁금해서.


지그하르트와는 도통 어울리지 않은 말에 아론과 새턴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역시 그놈인가.’

‘가주님께서 이 정도로 흥미를 느끼시다니. 제법이군요.’


극도로 말수가 없던 지그하르트는 요새 제법 대화를 자주 했다.

그게 아서가 영산에서 살아 돌아온 이후로부터라는 걸 두 사내는 알고 있었다.


“한데, 아서 그 아이만 홀로 보내실 겁니까?”

“짐승 놈에게 이미 말해두었다.”

“무황(武皇)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가주님밖에 없을 겁니다.”


아론이 미소를 지었다.


“하면, 교류회는 가주님의 말씀대로 정하겠습니다.”


***


텐트에 몸을 맡긴 채, 아서는 이번 임무에서 얻은 수확들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우선 시에라 파벌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수련생들 가운데 잠재력이 높은 아이들이 많았다.


시에라의 파벌들이 그랬다.


‘일이 잘 풀렸군.’


수련생들을 구한 건 계산적인 행동에 들어간 부분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아서가 험난한 삶을 살았다지만, 눈앞에서 어린아이들이 험한 꼴을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심장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 오늘 수련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면, 아서는 한동안 자괴감에 빠져 살았을 거다.


무력함은 전생에서 차고 넘쳤다.

이제는 다른 걸 누려야 할 때였다.


“으음.”


아서는 손바닥 위로 말랑거리는 검은 구슬을 만지작거렸다.


‘이게 영약이라는 건가.’


아라크네 여왕의 내단으로 만든 영약.


현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정화한 내단을 각종 영초와 섞어 효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확실히 대단하군.’


눈앞의 영약은 과거보다 한 차례나 더 좋은 상품(上品)의 영약.


영약의 등급이 하품(下品)부터 특품(特品)까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눈앞의 영약은 거금을 주고도 사기 힘든 고가의 영약이었다.


‘태산격 6성까지 머지않았군.’


태산격 6성.


흔히들 1성에서 3성을 초보, 4성에서 5성은 평범, 6성을 한계선이라고 분류한다.


마술사의 등급 또한 이와 비슷하다.


7성부터는 ‘고수’의 반열이었다.


이 넓은 세계엔 고수는 무수하다.

대륙 전체 인구가 50억에 육박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7성은 일반인 기준으로 초인으로 분류될 뿐, 무인들 사이에서 ‘규격 외’로 분류되는 건 9성 이상부터다.


9성부터 그 경지를 달성한 자가 현격히 줄어든다.


10성은 전 세계의 은거 기인들까지 전부 뒤져도, 고작 천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세상에 단 여덟.


초월의 경지, 초월자.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반신의 영역.


손짓만으로 대륙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존재들은, 현재 오황과 삼악에 하나씩 존재한다.


‘이번 생엔 초월에 올라야 한다. 아니, 그 이상이어야만 해.’


외부 신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 위해선, 초월자들과 동수를 이룰 경지에 도달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우선 당장 교류회와 동시에 시작될, 형제자매들의 방해 공작부터 되받아쳐야 할 것이다.


아서는 이미 형제자매들이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대충 대비를 해둔 상태였다.

전생에서 그들의 성격과 세력들을 모조리 파악해 두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전생에선 낙오자로 단단히 찍혔기 때문에 교류회를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 갈 장소에 따라서 앞으로의 방향성이 결정될 거라는 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먹자.’


아서는 영약을 입에 넣었다.

엄지손가락 한마디만 한 영약이 혀 위에서 녹아내리며 자연스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혀가 마비될 정도의 쓴맛과 함께 영약에 담긴 기운을 제어하려 가부좌를 틀었다.


“······!”


아서의 뱃속이···아니, 몸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심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처음엔 몸이 녹을 만큼 뜨거웠다.


한참이 지나고, 점차 고통이 줄어들었다.


마침내 영약의 기운을 모조리 장기로 흡수했을 때쯤.


아서의 눈이 번쩍 뜨이며 안구에서 진한 금빛의 섬광을 토했다.


“후우······.”


아서는 다시 눈을 감은 채로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외형적으로는 큰 변화는 없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있었다.


‘혈도가 확장되고, 넓어졌다.’


혈도는 피가 지나다니는 통로다.

그리고 피는 생명의 원천.


두근, 두근···!


활력이 샘솟고 있었다.

격렬한 대련을 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았다.


거기다···.


‘심장이 튼튼해졌다.’


물론 눈에 띄는 수준으로 튼튼해진 것은 아니지만, 거인의 혈통을 지닌 아서에겐 이 정도도 큰 발전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아서는 뜬 눈을 부릅 세우며 텐트 밖으로 얼굴을 내비쳤다.


“으허헉-!”


이때, 아서가 걱정되었던 3조의 조원들이 화들짝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조, 조장. 일어났습니까?”

“내가 며칠 정도 있었지?”

“들어간 지 하루 정도 지났습니다.”

“하루?”


생각보다 영약이 대단했는지, 흡수하는데 만 하루가 걸릴 줄은 몰랐다.


‘많아도 반나절은 되는 줄 알았는데.’


그때.


“아서!”


시에라가 종종걸음으로 뛰어왔다.

그녀 역시 내심 걱정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소식 들었어? 이번에 탈락자가 무려 절반 이상이나 된다는 거?”

“탈락자?”


그녀의 말에 아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데?”

“세르타가 소속된 2조랑 4조, 5조, 8조. 이렇게 네 개의 조.”


그 말에 아서는 놀란 눈빛을 자아냈다.


설마 절반이나 되는 인원을 바로 탈락시킬 줄은 몰랐다.


특히 세르타는 단순히 탈락한 게 아니라, 마이어 수련생 자격을 완전히 박탈시켰다.


그러나 수련생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세르타와 그의 파벌들이 쫓겨나는 진짜 이유는, 그들의 도를 넘어선 언행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세르타가 벌인 짓이 워낙에 컸으니까. 솔직히 이 자리에서 면박을 줘도 할 말은 없는 수준이었지.”

“반발은 없었나?”

“처음엔 좀 있었는데, 얼마 안 가서 잠잠해졌다고 하더라고.”


‘아론이 손을 쓴 모양이군.’


반쯤 은퇴한 인물이지만, 아론의 무력은 본가의 기사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아, 그리고 이번 교류전 소식도 들었어?”

“총교관님이 공지 해주셨나?”

“응, 이번에 테미스하고 무황성에서 아이들이 온다고 하더라고.”

“너희들은 어디로 가기로 했어?”


아서가 묻자, 3조의 조원들부터 차례대로 대답했다.


“저희는 테미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나도 테미스. 파앵의 제자랑 한번 대련해 보고 싶거든.”

“조장은 어디로 가실 겁니까?”


조원들과 시에라는 아서가 대답을 기다렸다.


“무황성.”


수련생들은 그런 줄 알았다며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무황성도 내심 궁금하긴 하네.”

“육체 능력만으로 오러를 쓰는 기사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직 수인만이 쓸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이 있다며?”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군요. 오러조차 막을 수 있는 신체 능력이라니.”


저마다 무황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대화의 꽃을 피워나갈 때쯤.


콰앙-!


“자자, 모두 주목해라, 이 무쇠대가리들아!”


아론이 문을 부술 듯 발로 차며 들어왔다.


그 뒤로 교관들이 양손에 하나씩 목함을 들고 함께 들어섰다.


“설마···?”

“또 딱딱한 주먹밥이랑 마른 빵이야?”


수련생들의 얼굴 위로 절망이 내려앉았다.


한동안 빈곤한 식사에 시달린 탓인지, 몇몇은 잔뜩 울상이었다.


“총교관님! 저게 뭡니까?”


수련생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일단 받기나 해.”


수련생들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교관들이 내민 목함을 받아 들었다.


목함 안에는···.


사아아아.


청량한 향을 내뿜는 환단 형태의 영약이 들어있었다.


“청심단(淸心丹)이다. 너희들의 마력 회로를 깨끗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 그리고 너희 다섯 명은 이거 받아 가.”


아론은 아서를 포함한 다섯 명을 불러 영약이 든 목함을 건넸다.


“허어어어억!!”

“처, 청홍단!”

“평생을 구경도 못 해 볼 영약이 내 손에 들어오다니!”


특히 5위권에 오른 수련생들의 경우, 청심단과 청홍단을 받게 되니 그 기쁨은 배가 되어 되돌아왔다.


그리고 아서의 차례가 돌아왔다.


“···아서는 일단 보류다.”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수련생들이 놀라 질문을 계속 던지니, 아론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서는 체질 때문에 영약을 먹어봤자 크게 소용이 없거든.”

“아···.”


순간 정내는 숙연했다.

그리고 소연해졌다.


반면 아서는 이미 짐작이라도 한 듯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때, 아론이 개구쟁이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를 대비해서 미리 다른 걸 준비해 놓았지.”


아론은 아서 앞으로 곱게 싸인 보자기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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