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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근력 만렙 둔재는 영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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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5.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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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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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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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화

DUMMY

대륙엔 수많은 마수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짐승과 별 다를 바가 없는 녀석부터, 존재만으로 먹이 사슬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놈까지.


그리고 그런 수많은 마수 가운데 유독 이질적인 존재가 바로 곤충형 마수다.


현 세계를 잇는 마수종 ‘곤충형’과 ‘짐승형’.


그리고 그런 곤충형 마수 가운데 가장 이질적이라 할 수 있는 존재가 눈앞의 여왕.


불완전변태를 이룬 진화종.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 재앙이며 또 이질적인 존재들이다.


‘하지만 완전한 건 아니지.’


아서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왕을 바라보았다.


검은과부거미 여왕의 불완전변태.


놈은 분명 초인 수준이지만, ‘고정’은 아니다.


따라서 아서를 죽인다고 해도, 자연스레 힘을 잃고 쇠락할 것이다.


검은과부거미 여왕이 초인급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5분.


그 안으로 어떻게든 여왕과 멀리 떨어져야 한다.


“후우.”


아서는 두근대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고, 온몸에 근육을 잔뜩 긴장시켰다.


‘앞으로 두 번.’


그 이상은 심장에 무리가 가며 그대로 터져버릴 수가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


여왕의 등에 달린 다리가 움찔거렸다.


파앙-!


아서는 전력을 다하여 반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멀리서 달려오는 여왕에 맞서, 아서는 마수가 사는 지역으로 발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여왕이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을 다해 모든 힘을 다리에 쏟았다.


오-오오오오-!!


여왕의 폭주는 마치 산 전체를 쓸어버릴 듯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아서는 전신을 두들기는 여왕의 살기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집착 많은 유부녀는 좀 별론데.”

“크아아아-!!”


영혼마저 벨 듯한 날카로운 다리가 왼쪽 어깨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서걱-!


스치기만 했음에도, 왼팔이 뼈가 드러날 만큼 깊게 상처가 생겼다.


“크윽!”


아서는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깨물었다.

초인적인 인내로 고통을 견디며 즉각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놈을 유인하기 위해 좀 더 깊은 숲으로 녀석을 초대했다.


“흐읍!”


우드드득-!


잘린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다만 여왕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쾅, 쾅, 쾅, 쾅!


여왕은 가는 길마다, 잡초 하나도 남기지 않고, 그대로 아서를 뒤쫓았다.


“후우.”


뜨거운 숨을 뱉어내며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입안에 단내가 날 정도였지만, 끝끝내 어느 이름 모를 장소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어떤 능력을 쓰지 않은 걸 보면, 순전히 육탄전을 걸어올 텐데······.’


아서는 어떻게 하면 여왕의 공격에 저항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때.


“저곳이라면···.”


아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뛰쳐나가 그대로 저 멀리 도약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과광-!


여왕의 지면을 향해 운석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예상대로의 결과가 일어났다.


“······!”


여왕은 땅에 온전히 착지할 수 없었다.


부그르르르르-!


여왕은 그대로 지면을 뚫고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곳은 지면이 극도로 무른 곳.


불완전변태로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지만, 그래도 무거운 건 매한가지였다.


풍-덩!


물 첨벙이는 소리와 함께 여왕은 그대로 천천히 늪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행히 늪지대가 있었군.”


아서는 정말 진심으로 놀랐다.


이 지역이 그나마 따스한 곳이지만, 그렇다고 늪지대 지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크아아아아아악!”


늪 아래, 부글거리는 늪지대 밑에서 여왕의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늪지대 특성상 한번 빠지면 바로 기어 올라올 수 있는 지형은 아니다.


주변에 아무것도 짚은 구석도, 지형도 없었기에 되짚어 올라오는 건 정말 어렵다.


아서는 여왕이 빠진 늪 구덩이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시간은 벌었다.”


그때.


한 발 앞으로 내딛던 아서는 갑자기 휘청이는가 싶더니.


“어···?”


쿠웅-!


그대로 방향감각을 잃고 순간 털썩 쓰러졌다.


“···미치겠군.”


이윽고.


늪 속에서 격류가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여덟 개의 다리가 튀어나왔다.


이윽고.


전신이 진흙 범벅이 된 여왕이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아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여왕이 아서를 향해 거대한 다리를 휘둘렀다.


‘빌어먹을···.’


자신의 최후를 직감하던 그때.


일순간 주변의 모든 공기가 멈춘 듯한 모습을 보며 눈을 감았다 떴다.


회색의 장발, 오른 소매를 펄럭이며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 늦으셨습니다.”


아서는 눈앞의 사내를 보며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지었다.


“···수고했다.”


회색의 검사, 아론이 뒤를 돌았다.


“여기서부턴 내게 맡겨라.”


***


아론은 교관들과 함께 멀리서 수련생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연히 이 모든 사태를 파악했고, 그들을 지켜보며 고민했다.


위험 요소를 치워야 하는가 아니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지켜봐야 하는가.


하지만 유일하게 아론의 의견은 달랐다.


‘지켜보도록.’


마이어의 기사들은 이런 과정 따윈 수도 없이 넘어오며 자라왔다.


당연히 이런 시련 정도는 가볍게 넘어야지만, 진정한 기사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아론 역시 내심 불안한 매한가지였다.


본래 스승된 자로서 제자들이 성장할 수 있다면 그 길을 열어주는 게 맞다.


하지만 아론의 시선에는 유독 눈에 띄는 수련생이 있었으니.


‘아서.’


사실 아서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위험 요소를 제거했을 것이다.


여왕이라는 존재는 아직 수련생들이 상대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서라는 존재는 자신조차 파악할 수 없는 부류였다.


그런데.


아서는 무언가를 느낀 듯 테론에게 지휘권을 넘겨버리고, 아라크네가 왔던 길을 돌아보며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허!’


아론은 깜짝 놀랐다.


마력도 없이 순전히 육체의 감각만으로 흔적을 쫓고 있었다.


아론이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왕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예상과 달리, 처음엔 팽배한 전투 양상으로 이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급변하게 달라진 아서의 반격에 여왕이 밀리기 시작했다.


‘저건?’


아론의 시야엔 찰나지만, 아서의 몸에 맺힌 벼락 줄기가 있었다.


‘분명 마력을 쓸 수 없다고 들었는데?’


분명 가주님에게 들었던 대로, 아서는 마력을 쌓을 수 없는 체질의 소유자였다.


헌데, 눈앞의 벼락은 대체 뭐란 말인가?


‘허···.’


헛웃음이 나왔다.


보면 볼수록 양파 같은 녀석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반적은 무구로는 여왕의 외골격을 부술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 하물며 아서는 마력을 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외골격을 간단하게 부숴나갔다.


“허, 이런 미친.”


아론이 참지 못하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짐승.


아서 마이어는 기사의 길을 걷고 있는 존재이자, 짐승과도 같은 사내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녀석을 키워야 한다.


‘굳이 걱정 안 해도···.’


아론은 아서를 확인한 뒤 오렌 마을로 돌아갔다

은밀하게 몸을 숨기며 마을로 향할 때 산 깊숙한 곳에서부터 강렬한 기운이 폭발했다.


‘뭔···?’


아서가 있는 방향이었다.

0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제길!”


아론이 전력을 끌어올려 산으로 달렸다.

어마어마한 속도였지만, 그의 마음은 조급했다.


그렇게 달리고 있을 때 아서와 갑자기 달라진 여왕이 보였다.


그러자.


“많이 늦으셨습니다.”


아서는 마치 자신이 올 줄 알고 있었던 듯 웃고 있었다.


“···수고했다.”


아론 역시 씩 웃으며 대꾸했다.


“여기서부턴 내게 맡겨라.”


그렇게 말하고서 여왕의 다리를 베어냈다.


서걱-!


일격에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가자, 여왕은 그제야 뒤로 물러섰다.


“키이이익-!!”


여왕은 아론의 흉포한 살기 앞에서도 적의를 잃지 않았다.


“오랜만에 마수 사냥인가!”


아론이 쏜살같이 튀어 나가서 검을 위에서 아래로 올려 쳤다.

세찬 바람이 일어나서 여왕의 새하얀 나신에 붉은 혈선을 만들었다.


푸슉-!


여왕의 어깨에서 핏줄기가 터졌지만, 여왕은 이에 개의치 않고 등 뒤의 다리를 검처럼 사방으로 아론을 포위했다.


“제법 앙칼진걸?”


아론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 여왕의 칼날 다리 벽을 뚫어버렸다.


“그리고 멍청하고.”


그 말과 함께 발검 자세를 취하다, 이내 순식간에 검을 뽑아 내리쳤다.


카가가가각-!


여왕은 그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지 못하고, 다리를 회수했다.

톱날처럼 돌아간 다리가 두터운 방패가 되었지만, 아론의 오러를 버티지 못했다.


파앙-!


여왕의 다리 하나가 튕겨져 나가고 아론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여왕은 그 자리에 없었다.


“크아아아아-!!”


여왕이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다리를 십자 형태로 잔뜩 교차하자, 놈의 심장을 뚫으려던 아론의 검이 우뚝 멈춰 섰다.


“칫!”


아론이 혀를 차면서 검을 뺐다.

강기를 두른 검이었음에도, 여왕의 다리 하나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오-오오오오!!”


여왕이 괴성을 내지르며 다리를 휘둘렀다.

더욱더 강해진 일격이 몰아치자, 숲이 제 모습을 잃기 시작했다.


여왕의 다리에 단단한 고목도, 바위도 두부처럼 잘려 대지 위로 나뒹굴었다.

여왕이 움직일 때마다 숲은 어느새 황량한 벌목의 현장으로 모습이 변해갔다.


‘강하다.’


눈으로 간신히 쫓을 만큼 빠르고 우아한 격전.


한때 그가 마어어의 검귀라고도 불리던 이유가 바로 이런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놈은 힘을 방출하려다 말고 멈칫했다.


그리고는 전신을 늘어트린 상태로 갑자기 아론을 쳐다보다, 이내 아서로 시선을 옮겼다.


처음엔 여왕이 대놓고 아서를 노린다고 생각했던 아론이 자세를 취한 순간.


“됐습니다.”


아서가 일어서며 그를 제지했다.


쩌저적-!


5분이라는 시간이 넘어서 여왕은 예전만도 못한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힘이···.”


가슴을 부여잡는 아라크네 여왕과 눈을 마주쳤다.

저녁의 노을을 그대로 담은 듯한 붉은 눈동자에서 생기가 서서히 빠져나갔다.


“···날 너무 원망하지 마라.”


원망과 분노, 그리고 후회의 물결이 물밀려 들어오듯 했으며 혹은···.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앞날을 이미 예견한 듯한 체념의 눈빛 같기도 했다.


“이게 약육강식의 법칙이니까.”

“···그런···가···.”


여왕은 눈을 감았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후우우···.”


아론이 다시 검을 세웠다.

여왕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목을 베려고 할 때, 여왕의 눈빛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왕···으로서···마지막은···추하게 갈 수 없지.”


마지막까지 싸우려는 듯 등 뒤의 다리를 치켜세우고 여인의 두 다리로 당당하게 섰다.

마지막으로서 장렬하게 전사하려는 여왕의 고고한 모습이었다.


“···진심을 받아주마.”


아서는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크아아아아-!!!”


여왕이 포효와 함께 달려들었다.

그 의지가 빛 바라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 일격을 내질렀다.


쿠르르르르릉-!!


뇌천파쇄.


진천노호(震天怒號).


호랑이의 울음처럼 뇌명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이내 여왕의 숨통을 끊었다.


“크륵!”


여왕의 자애로운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잘 가라.”


아서는 여왕답게 죽은 녀석이 헛되지 않도록, 바르게 눕혀주었다.


그러자.


“나의 패배다. 짐승이여.”


여왕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폭주한 상태와 정반대의 여왕과도 같은 고고한 모습이었다.


숲 안으로 바람이 불었다.


모래처럼 휘날리며 이내 여인의 나신마저 사라져 버렸다.


“하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오렌 마을에 군림하던 여왕이 사라지고, 이제 막 각성한 짐승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하룻밤의 악몽이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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