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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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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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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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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038

작성
24.05.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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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공청석유(1)

DUMMY

무한의 황학루를 시작으로, 무현은 대대적인 학살을 이어나갔다.


제아무리 중원 전역에 악명을 떨치는 거대 세력이라 한들, 무현의 앞에선 좀 더 단단한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


"···조용하군."


소음이 잦아들면서 무현의 표정은 점점 안정을 되찾았다.

그렇게 다른 흑도들을 처리하러 가려던 도중.


후두두둑-!


그의 얼굴에서 거무죽죽한 피가 잔뜩 흘러나오곤, 이내 몸이 버티지 못해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괜스레 상단전을 무리해서 운용했나.’


자신이 독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무리해서 상단전만 운용한 탓에 과부화가 걸리고 만 것이다.


‘당가의 무형지독도 이러지 않았건만.’


조금 더 먼 과거, 무현은 당가의 추척을 피하는 과정에서 무형지독에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거의 죽다시피 했고, 다행히 마의(魔醫)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 수 있었다.


"···당분간 운신해야겠군."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무현은 자리에서 벗어났다.


달빛이 명멸하는 무한의 밤하늘에서.


사내의 모습은 마치 군림하는 절대자의 모습과도 같았다.


***


"···전부 죽었다?"


제갈천은 수하로부터 지금 막 보고를 받은 참이었다.

그런데 수하가 올린 보고서엔 믿기 힘든 정보들만으로 가득했다.


"목격자는?"

“은룡일미의 주방장이라고 합니다.”

“뭐라고 하던가?”

“단 일수에 한 줌의 핏물이 되어 산화되었다고 합니다.”

“그자의 용모파기는 알아봤나?”

"워낙 늦은 시간이었고, 긴 머리가 얼굴을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아···."

"허나, 목격자들의 진술이 하나같이 이랬습니다."

"뭐라고 하던가.“


수하는 잠시 머뭇거리곤, 이내 입을 열었다.


"검마(劍魔)가 재림했다."

"검마라고?"


불길한 별호가 수하의 입에서 툭 하고 튀어나오자, 제갈천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지금 당장 취걸개 어르신을···."

"됐다. 나도 들었으니."


문밖에서 취걸개와 한 사내가 함께 들어섰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취걸개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개방까지 전부 동원해 봤지만 실패했다."

"이쪽도 그렇습니다."


무림맹 비연각 소속 운서가 조용히 읊조렸다.


"마치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더군."

"문제는 검마의 행보가 예상되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사파와 흑도만을 골라 죽이고, 민간인들에겐 피해는커녕, 보상을 줬다는 진술이 전부 일관하니.”

“그자의 뒤에 제3의 세력이 끼어있을 가능성도 염두 해야 하네.”


모두의 의견인 한 차례 좁혀지던 그 순간.


"검마는 혼자일 겁니다."


이때, 볼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궁무애가 자리에 들어섰다.

그런 그녀의 의견에 취걸개는 의문을 표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나?"

"검마의 행보엔 목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없다?"

"이걸 보십시오."


남궁무애는 지도를 펼쳐 사건이 벌어진 지역을 전부 짚어 연결했다.


“검마의 뒤에 제3의 세력이 있다고 가정하면, 보통 세력권을 잃은 세력의 영역을 차지하려면 대놓고 움직이는 방향은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검마의 동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응?”


취걸개는 남궁무애가 그려놓은 동선에 시선을 집중했다.


"···제갈세가의 영역 밖에서도 움직였군."

"사파와 흑도를 골라 죽이는 건 이성이 아닌 감정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요컨데, 개인적인 원한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은 그렇습니다."


그녀의 말에 취걸개는 수긍한 듯한 자세를 보였다.


"···그럼 검마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어디라 생각하느냐?"

"사파나 흑도가 출몰하는 지역일 테지요."

"들었지?"

"비연각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나도 얘들한테 알아보도록 하마."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궁무애는 걸음을 멈추다 말고 취걸개에게 물었다.


"혹, 공청석유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응? 공청석유는 왜?"

"···아닙니다.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남궁무애는 고개를 숙이며 바로 나섰다.

그 모습을 본 취걸개와 제갈천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쯧쯧, 그 아이를 살리려는 건 알고 있지만···."

"공청석유라니. 그건 기록 속에서나 볼 법한 영약이 아닙니까?"

"나도 전전대 개방주 그 양반한테나 들었던 이야기다."


그들의 머릿속엔 남궁무애가 허상을 쫓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공청석유는 사실 존재하는 것이며.


그 소유자가 바로 형산파라는 것이다.


***


하루 전의 시점.


사파 조직 하나를 홀로 붕괴시키고 돌아온 남궁무애.

피와 뇌수로 점철된 백의를 벗어 던지고, 쉬려고 누우려던 찰나에.


"...누구냐.“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곧바로 몸을 일으킨 남궁무애의 시선에는 한 무리의 인영이 서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인의 목소리엔 적의가 없었다.

여인은 복면을 벗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는 잡티 하나 없는 고운 피부를 가진 미모의 여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성검련 소속 호북 지부장입니다."

"성검련···?"


그제야 눈앞의 인물이 누군지 깨달은 남궁무애는 곧바로 납검했다.


"성검련의 지부장께서 무슨 볼일이죠?"

"련주께서 당하신 독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그 말에 남궁무애의 두 눈이 지진 난 것처럼 잔뜩 흔들렸다.


"대체 그걸 어떻게···?"

"생사신의. 그분이 현재 성검련의 의약각주로 계십니다.”


생사신의의 위명은 남궁무애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과거 황제의 부름을 여러 번 받을 정도로 뛰어난 의술 실력을 갖췄으며, 세간에서는 그를 생사를 관장하는 신의라고 하여 생사신의(生死神醫) 혹은, 화타의 재림이라고도 불렀다.


"···독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짐조라는 새의 독이라고 합니다.”

“짐조요?”


중원사(中元史)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남궁무애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생물이었다.


"현경의 고수조차 사경을 헤매게 만든 독을 어떻게 살왕이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저희도 조사 중에 있습니다.”

"성검련에선 이 일의 배후에 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까?"

"······."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에서 찾은 추측이 지부장의 입에서 맴돌려고 하고 있었다.


"동창으로 추측됩니다."


동창(東廠).


환관들의 조직이자, 제국의 첩보기관.

유사시엔 황제의 명령을 대변하는 황실의 세력 중 하나다.

금위위가 황실의 양지를 담당한다면, 동창은 그에 대비되는 음지를 담당하고 있었다.


"동창에서 살왕의 뒤를 봐줬다는 소리입니까?"

"저희도 이 점에 대해서 추측하고 있으나···."


확신 없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지부장.

허나, 지금은 급한 사항이 있었으니.


"···일단 그 문제는 다음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죠. 그래서 생사신의께서 뭐라 말씀하셨죠?"

"아, 그래서···."


그 뒤로 지부장은 생사신의의 대답을 꺼내 간략하게 설명했다.


“지금 공청석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형산파입니다.”

"형산파···."


불행 중 다행으로 무현의 치료제를 찾았다는 발언에, 속으로 기뻐하는 남궁무애.

허나, 문제가 있었다.


“몇 달 전, 십이신장 백후의 습격으로 형산파는 현재 봉문에 가까운 칩거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신물을 훔치려다 들켰으니, 아마도 방비가 더욱 단단해졌을 겁니다.”

“······.”


허나, 그 생각도 잠시.


"···형산파의 장문인은 현재 어디에 있습니까?"

“현재 일부 장로들과 함께 무림맹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남궁무애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질문에 답했다.


뭐지?

왜 이런 질문을 던진 거지?


지부장의 마음속 한구석에 불안감이 조금씩 싹트고 있었다.


“지부장님,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조금 남아있긴 했습니다만···?”

“시간 있다는 걸로 알겠습니다.”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곤 복도를 나아갔다.

남궁무애의 뒤를 쫓던 지부장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대체 어디로 가시려는지···.”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남궁무애가 당당하게 채비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지금부터 형산파로 잠입할 겁니다.”


지부장은 속으로 잔뜩 경악해했다.

허나, 남궁무애의 목소리에는 거대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어차피 이 방법밖에 해결 수단이 없는 걸 알지 않습니까.”

“그래도 이건 너무 성급합니다. 차라리 형산파에게 연통을 넣어보시는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들어줄까요?”

“······.”


설령 남궁무애의 말대로 신물을 탈취한다고 치자.

문제는 형산파를 어떻게 뚫냐는 것이다.

장문인과 휘하 장로들이 대거 무림맹으로 갔다고해도, 아직 형산파엔 남은 고수들이 즐비하였다.

더구나, 신물 탈취 미수 사건으로 인해 형산파의 긴장도는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


은신술의 대가라도 찾아오지 않는 이상, 형산파의 침입은 불가했으니.


허나, 지부장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스승님께 은신술하고 보법 배웠습니다.”

“예? 대체 어떤···?”

“무영보입니다.”

“···어디까지 배우셨길래?”

“현재 9성 암영(暗影)을 앞둔 상태입니다.”


지부장은 속으로 경악했다.

불과 몇 달 도 채 되지 않아서 9성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건만.


“···혹시 련주께서 가르치셨습니까?”

“그렇습니다만?”


‘대체 어쩌자고 무영보를 가르치셨습니까?!’


허나, 원망의 대상은 현재 의식불명인 상태.

지부장의 원망 어린 외침은 그지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


‘···내가 스스로 무덤을 팠구나.’


***


"자네가 직접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맹주는 오랜만에 보는 친우를 반갑게 맞이했다.


자신과 같은 삼제의 일인이자, 차기 맹주 후보로서 가장 강력한 후보.

그리고 자신이 보기에도 드문 선한 인성의 소유자였으니.


"헌데 보고서는 이미 받았네만?"

"직접 전할 말이 있어서 그렇네."

"···심각한 사항인가?"

"사도천 따위 보다."


다른 이도 아니고 남궁혁이 그 말을 하자, 맹주는 기막을 펼쳤다.


"말해보게."

“살문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네.”

“그들이 누군가?”

“동창.”

"······!"

"그리고 살왕이 혈교의 무공을 사용한 흔적도 발견했네."

"그게 정말인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닐 세."


이제는 도저히 없겠지? 라며 맹주는 속으로 빌었으나.


“무림 오대금공이 황실의 손에 들어간 듯하네. 그중에 두 개, 혈천강기와 흡성대법이 살왕의 손에서 펼쳐진 것을 무현이 직접 목격했고···.”


남궁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어쩌면 황실은 무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걸 수도 있네."

"허나, 말이 되지 않는가. 대체 무슨 이유로 황실이···?"

"그건 이제 알아봐야겠지."


남궁혁은 맹주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친구, 상태가 심각한가?”

"살왕이 사용한 독의 정체도 밝혀내질 못했네."


남궁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문제는 황실인가."


황실의 무림 견제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전 왕조가 소림사를 견제하기 위해 포달랍궁을 끌어들여 국교로 삼았다는 일화는 무림사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

현재에 이르러서야 전 왕조가 현 왕조에 의해 멸망하고, 이 과정에서 무림맹의 도움을 받은 황실이 어느 정도 제약을 풀어두었지만···.


"이마저도 언제 풀릴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없지."


그 말이 비수가 되어 맹주의 폐부를 깊숙이 파고들었고.


"···동감일세."


그 뜻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듯.


맹주의 목소리는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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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지부 소탕(2) +2 24.04.09 1,744 30 13쪽
55 지부 소탕(1) +3 24.04.08 1,830 29 12쪽
54 형산파(3) +1 24.04.05 1,836 31 12쪽
53 형산파(2) +1 24.04.04 1,757 30 14쪽
52 형산파(1) +3 24.04.03 1,902 29 13쪽
51 태동(3) +1 24.04.02 1,930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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