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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리메르 공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그림/삽화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18.11.05 21:22
최근연재일 :
2019.07.28 15:06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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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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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글자수 :
42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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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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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델리상트 공작령 (7)

DUMMY

(7)




카이린 헤이젤. 키이첸 헤이젤.


뒤르벵 기사단장의 아이들이자 공녀의 호위기사인 리드비 헤이젤의 동생. 헤이젤 가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듯 채도 높은 주황색 머리를 지닌 두 아이들의 위치는 꽤나 특별했다.


그리고 그 귀여움도 특별했으니, 리메르는 제 앞에서 호감어린 눈빛을 보내는 쌍둥이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이미 며칠간 이 아이들로 인해 받았던 스트레스는 죄다 기억속에 묻어버린 후였다.


“그래, 린이랑 키이. 이거 먹고 뭐하고 놀까?”


홀린 듯 중얼거리는 말에 트레비안이 혀를 찼다.


“얼씨구.”

“뭐. 왜.”


‘저거저거, 지가 속고 있는지도 모르고.’


트레비안은 남매를 볼 때와 자신을 볼 때 극명하게 나뉘는 온도차에 입술을 삐죽였다.


“야! 너 활 계속 안 쏠거야?”

“아, 맞다. 활.”


바닥에 내려놓은 활을 힐끗 바라본 리메르가 곤란한 듯 중얼거렸다.


“이 활을 어쩐다···.”


마치 귀찮은 것을 보는 듯한 눈빛에 헛웃음을 뱉은 트레비안이 제 활을 호위기사에게 건넸다.


“안할거면 난 들어간다.”


‘저렇게 물러날 애가 아닌데.’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트레비안의 뒷모습을 훑었다.


리메르의 예상은 맞았다. 하지만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예상과는 달리, 리비는 서운함에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왈칵 치민 화를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아무렴, 내가 쟤네보다 세 살이나 많은데 속 좁게··· 속 좁게···,


“이리와요, 리비.”

“크흡. 에드쉬!”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던 리비는 양 팔을 활짝 펼친 채 손짓하는 에드쉬에게 달려들었다. 그 기세에 놀라 눈을 크게 뜬 소년이 이내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리비를 품에 안고 토닥였다.


“크흥, 에드쉬. 너도 봤지? 저게 인정사정없이 나 버린거.”

“어···음. 그러게요. 리리가 나빴네요.”

“아니··· 내가 언제.”


어처구니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올린 소녀가 눈썹을 치켜 떴다.


“야! 그래도 애들 놔두고 활을 쏠 수는 없잖아!”

“··· 나 활.”

“잘 쏘는데.”


리메르가 시선을 내렸다. 셔츠를 살짝 잡아당긴 쌍둥이가 소녀를 올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두 쌍의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소녀가 두 아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살포시 눈을 감은 남매가 기분 좋은 듯 작게 웃었다.


“활 쏠 수 있어?”

“응. 나 잘 쏴.”

“나 맨날 칭찬 받아.”


굉장히 여린 음성이었다. 거기에 더해 창백한 피부색과 그만큼이나 가녀린 팔,다리는 이 꼬마들이 과연 활을 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렴 뭐 어떤가. 어차피 재미로 하는건데.


리메르는 시원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 내기에 두 명 추가!”





그리고, 소녀는 의외의 결과에 눈을 크게 떴다. 눈을 아무리 비벼보고, 제 옆에 서있는 리드비와 에드쉬에게 저 점수가 맞는 점수냐고 재차 물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지금 계속 10점 쏘고 있는 거 맞아?”

“···그런가 봅니다.”


리드비조차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듯 얼떨떨한 음성이었다. 그 와중에도 카이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과녁을 응시하며 자세를 잡고 빠르게 활을 놓았다.


쩌적-


“···.”


새로 쏘아진 화살이 기존에 꽂혀있던 화살의 정 중앙을 파고들어 두 동강을 내버렸다. 리메르는 이미 같은 이유로 바닥에 널브러진 화살 쪼가리들을 눈에 담았다.


휘잉- 강한 바람이 소녀의 볼을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활로를 방해하는 바람은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카이린이 쏘아보낸 화살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의도한 경로에 정확히 안착했다.


“10개 날려서 10개 명중이라···.”


이런 정확도를 보이는 것은 키이첸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다른 가정을 떠올린 리메르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카이린을 올려다보았다.


“린, 키이. 나한테만 솔직하게 말해봐. 아, 리드비하고 유모는 저 멀리 떨어져 있어봐. 자··· 그래서, 아저씨들이 막 싫다는데도 연습시키고 그러는거야?”


도리도리-


“나한테는 솔직해져도 돼. 누가 막 너네 이거 못 쏘면 벌 준다고 그랬다던가···.”

“아냐.”

“그냥 재밌어.”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진하게 반짝이는 눈망울을 보고 ‘그럼 다행이고’라고 중얼거린 리메르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가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냥 내가 못하는건가···?”


쐐액- 타악!


“10점!”


에드쉬의 과녁 또한 세 개의 화살이 아쉽게 9점에 가 있었을 뿐, 나머지는 죄다 10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 작은 원 안에 어떻게 다 안착시키는지 궁금할 정도.


현재 점수는 리메르 89점, 에드쉬 97점, 카이린 100점, 키이첸 100점이었다. 나름 활을 쏘는데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리메르였기에 충격이 컸다.


리비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시작지점에 섰다.


“에베베. 리리. 저게 뭐냐? 내가 진짜 창피해서 살 수가 없다! 집에 가면 연습 열심히 해야겠네!”

“저게···!”


으득- 이 가는 소리가 살벌했다. 그 소리에 움찔 몸을 떤 리비가 등 뒤에서 화살을 하나 빼내며 리메르를 등졌다.


“뒷통수가 따가운데···.”


작게 항의를 해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더욱 더 강하게 느껴지는 시선에 리비가 눈을 꽉 감았다가 이내 느리게 심호흡을 했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진보라색 눈동자가 과녁 한가운데를 향했다.


쐐액-


“8점!”

“으악! 뭐야!”


리비가 펄쩍 튀었다. 그럴리가 없다며, 바람 때문이라며 시끄럽게 굴던 리비는 ‘환경 탓을 하다니 아직 어리구나.’라는 리메르의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두,두번째에는 10점이야!”


잔뜩 힘을 주고 대결에 임한 보람이 있는지, 두 번째 화살은 과녁의 정 중앙을 관통했다. 자신감을 얻은 리비가 화살을 쭉 당겼다가 손에서 놓았다.


“이번에도··· 어? 으악? 야! 너 뭐해!”


푸드덕-


‘잘한다, 마카롱.’


독수리가 화살을 낚아채서 날아올랐다. 과녁에 꽂히기 전에 낚아채서 몇 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힘껏 고개를 쳐들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던 리비는 리메르의 ‘한 번 더’라는 말에 간신히 진정하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마카롱은 리비가 자신과 놀아준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라, 리비가 날리는 화살은 족족 마카롱의 발에 잡혀 하늘을 배회하다가 리비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일쑤였다.


“쟤는 왜 나한테만 그래···?”


리비가 울먹였다. 벌써 7번째 화살이었지만 리비의 과녁에는 2개의 화살만이 꽂혀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입술을 삐죽이는 것이 딱했다. 소녀는 과녁 주위를 배회하는 독수리를 향해 한쪽 팔을 내밀었다.


“이리와, 마카롱.”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카롱이 단숨에 리메르 곁으로 다가와 천천히 팔에 내려앉았다.


“옳지. 착하다.”


재빨리 품에 안고 날개를 쓰다듬은 리메르가 리비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자, 이제부터 해봐.”

“크흥, 리리이이···!”

“얼른 하기나 해! 배고파!”


리비가 살짝 눈물을 매단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간신히 진정하고 다시 자세를 잡았으나 이미 페이스가 무너진 영향인지 리비의 점수는 75점으로 형편이 없었다.


시합이 끝나고, 따뜻한 담요를 두른 아이들이 리메르의 응접실에 모여 앉았다. 리비가 간절함을 담아 리메르를 바라보았다.


“나,나도 한입만!”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리메르가 한 쪽 입꼬리를 올렸다. 묘하게 고양된 목소리가 에드쉬를 향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지. 그렇지?”

“그렇다네요. 리비.”


사과 타르트를 우물거리던 에드쉬가 어색하게 웃었다. 믿었던 에드쉬마저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듯 하자 리비가 제 살길을 도모했다. 소년이 손가락을 척 내밀었다.


“저거 가져와, 마카롱!”

“뭐?”

“···!”


마카롱은 진짜로 리비가 지목한 타르트를 낚아채왔다. 리비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지만 이내 이전보다 더 구겨졌다.


“어디가냐!”

“쯧.”


한 조각 정도는 줄 생각이었던 리메르는 독수리를 시켜 디저트를 훔치려 했던 행태에 분노했다. 결국 리비는 제 꾀에 넘어가 디저트를 한 조각도 먹지 못한 채 티타임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




두 쌍둥이와 친분을 쌓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러 토벌단의 귀환일이 되었다. 리메르는 고생하고 온 네르온과 뒤르벵 기사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리리. 그동안 잘 있었니?”

“어어···, 네!”

“응? 왜 그러니?”


네르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살기가···.’


본인은 못 느끼는 듯했지만, 온 몸에서 지우지 못한 살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살짝 확장되어있는 동공을 물끄러미 바라본 리메르가 살짝 미소지었다.


“잘 돌아오셨어요.”


나중에 듣기로는, 몬스터가 3박 4일동안 계속 나와 쉴 새 없이 칼을 휘둘러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부상자는 있을지언정 경미한 부상 정도였고, 사망한 사람들은 없었다고.


그저 조금 신경이 거슬리는 상황이 많았다며 네르온이 가볍게 웃었다.


예상보다 긍정적인 성과였기 때문에 네르온은 계획했던 일정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일정은 리메르의 영지 순찰로, 정확히 토벌단의 귀환 3일 후에 이루어졌다.


승마를 할 수 있던 리메르와 리비는 각자의 말을 잡아서 탔다. 에드쉬는 말을 못 탔기 때문에 리메르의 뒤에 몸을 맡겼다.


영지는 광활했고 아름다웠다. 겨울이라 눈이 소복하게 쌓여 온통 흰 땅이 어떻게 아름다운가, 하면 할 말이 없었지만 리메르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풍경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지나가며 보이는, 묘하게 굽어진 흰 나무들이 신비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변두리를 쭉 돌고 영지의 중앙으로 나아갔다. 무엇이 가장 인상깊었나 하면, 모두가 웃는 표정인 것이 인상이 깊었다. 모두의 표정이 온화했다. 추워서 입김이 뚜렷하게 보이는데도 따뜻한 미소는 그칠 줄을 몰랐다.


어쩌면 소공작임을 알아서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감사했다. 있는지도 몰랐던 공녀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는데도 오직 짙은 자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넘치도록 환영해주니 몸둘 바를 몰랐다.


“흐아, 배불러······.”

“나도. 이제 그만 먹어도 될 것 같아.”


의자에 미끄러지듯 기대앉아 배를 통통 두드리던 리메르가 아직도 겹겹이 쌓여있는 디저트의 산을 질린 듯이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 신나서 도넛을 구워 온 제빵사가 쟁반 하나를 더 내려놓아 기겁한 아이들이 두 손을 내저었다. 결국 아이들은 그 모든 디저트를 마차에 싣고서야 제빵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공작령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신년 축제였다. 원래부터 새로 시작되는 한 해를 기념하여 매년 개최되는 축제였으나, 올해는 소공작의 첫 영지방문을 기념해서 더 성대하게 열린다고 했다.


리메르는 잔뜩 기대어린 표정으로 마차에서 내렸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는지 거리는 사람으로 가득차 있었다. 눈을 반짝거리며 천막들을 바라보던 리메르가 입을 헤 벌렸다.


“어!”


눈을 비벼보았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사람이었다. 리메르는 잠시 닮은 사람인가, 고민했지만 이내 들리는 목소리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작가의말

이게 올해 마지막 업로드가 되겠네요...!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가족,친구,연인들과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비축분을 푸는 방식으로 연재를 하고 있었는데 비축분이 다 떨어져서 연재 텀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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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9.델리상트 공작령 (5) 18.12.24 170 0 13쪽
54 9.델리상트 공작령 (4) 18.12.21 155 0 15쪽
53 9.델리상트 공작령 (3) 18.12.19 178 0 14쪽
52 9.델리상트 공작령 (2) 18.12.16 17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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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8.하이브리엄 (1) 18.12.03 19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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