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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리메르 공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그림/삽화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18.11.05 21:22
최근연재일 :
2019.07.28 15:06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5,070
추천수 :
237
글자수 :
421,154

작성
18.12.05 00:50
조회
195
추천
2
글자
10쪽

8.하이브리엄 (2)

DUMMY

(2)



“어이구, 잘 먹네.”



리메르가 그릇까지 씹어먹을 기세로 정신없이 밥을 탐하는 아기늑대 옆에 쭈구려앉았다. 산더미같이 쌓인 밥이 빠르게 줄어들어 가는 것이 신기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꼬리를 한차례 바라본 소녀가 늑대의 보드라운 털을 살살 쓰다듬었다. 등에 얹어지는 손길에 잠시 몸을 굳히던 늑대가 주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밥그릇에 코를 박았다.



“리리."



불룩 튀어나온 배를 보고 슬쩍 웃은 리메르가 고개를 들었다. 어깨에 독수리를 달고 있는 트레비안이 보였다. 그는 독수리가 떨어질까 불안한지 조심조심 걸으며 다가와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가야 할 시간이야.”

“으음. 벌써 그렇게 되었나.”



어느새 배를 발라당 까고 누워 재롱을 피우는 에쉬의 배를 살살 긁어주던 리메르가 아쉬운 얼굴을 했다.



“그래도 지금부터 준비 안 하면 늦을 테니까 얼른 오라고 백모님이 그러셨어.”



엄마가 그렇게 말했다면 어쩔 수 없지. 아쉬워하면서도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난 리메르가 마카롱 조각을 독수리에게 주고 있는 리비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야. 그거 계속 주면 어떻게 해. 살쪄서 못 날면 네가 책임질 거야?”

“책임이야 질 수 있······, 음. 이제 그만 줘야겠다.”



뒤뚱뒤뚱 걷는 독수리를 상상한 리비가 묘한 얼굴로 마카롱을 바라보다가 손을 뒤로 뺐다. 어쩐지 어제보다 조금 무거워진 것도 같았다.



갑자기 먹을 것이 사라져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카롱이 분노한 듯 날개를 쭉 펴고 몸을 털더니 리비의 머리에 달려들었다.



“으아아악!”

“어···어어···.”

“리, 리리! 얘 좀 어떻게 해봐!”



날카로운 부리가 와인색 머리를 사정없이 헤집었다. 옆에 서있던 기사들이 달려와 독수리로부터 트레비안을 보호했다. 리비를 박차고 날아올라 그의 주위를 배회하는 독수리를 보며 기사 하나가 칼을 뽑아들었다가,



“마카롱 다치면 가만 안 둬!”



기겁하여 소리치는 리비의 말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버둥거리는 리비의 손에서 마카롱을 발견한 독수리가 잽싸게 그것을 낚아채고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입을 헤 벌리고 굳어있던 트레비안이 씩씩거렸다.



“이 씨··· 씨이. 마카롱 이 바보야!”



독수리는 그를 놀리듯 주위를 배회하다가 트레비안의 볼에 발자국을 새기고는 시종이 들고 있던 새장 위에 내려앉았다. 하지만 한쪽 다리로 지탱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는지 퍼덕거리며 미끄러져 밑에서 미리 대기 타고 있던 기사의 품에 안착했다.



벌써 미운 정이 든 모양으로, 잔뜩 놀라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트레비안이 얼른 다가가 독수리를 받아들었다. 독수리도 놀란 모양인지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다리를 사정없이 떨기에, 조심스럽게 새장 안에 밀어 넣었다. 다행히 독수리는 새장 안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작은 새장에 밀어 넣은 것이 못내 미안했는지 트레비안이 주머니를 탈탈 털어 마카롱 조각을 모아 독수리 앞에 내려놓았다.



독수리가 기다렸다는 듯 마카롱에 달려들었다.



“사, 살은 다리 다 낫고 나서 빼면 돼!”



이쪽 눈치를 보며 하는 말에 리메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거 분명 나 들으라고 한 말이렷다.



“···내가 책임지고 같이 운동할 테니까!”



···도대체 어떻게 운동시킬 건데?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곱게 씹어삼킨 리메르가 에쉬와 눈을 맞추고 빙긋 웃었다.



“우리 에쉬는 쟤한테 가까이 가면 안 된다?”


끼잉-


“응, 왜냐고? 왜냐면요~ 바보균이 옮거든요.”



바보균이 뭔지는 몰라도 욕임을 확신한 트레비안이 잔뜩 볼을 부풀렸다. 굳이 제 앞까지 와서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을 무시하고 에쉬를 바닥에 내려놓은 리메르가 리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자. 준비하러.”




***




회장에는 10년 전 비극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모여있었다. 새로운 공작 부부의 탄생을 축복하러 왔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닥친 비극은 쉬이 잊히지 않아 아직도 가신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주제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새롭게 던져진 이슈는 엄청난 파급력을 몰고 와, 이 회장에 와 있는 무리의 대부분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리메르 로시에나 드 델리상트.



10년 전 비극으로 인해 사라졌던 전 공작 부부의 딸. 그리고 이번에 전 공작부인과 함께 돌아온 공작가의 새로운 후계자.



설마 전 공작 부부에게 아이가 있었을 줄이야. 이 소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하지만 믿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공작가를, 그리고 전 공작을 누구보다 끔찍하게 생각하는 네르온이 전 공작 부부의 결실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혜성같이 나타난 소녀가 델리상트 공작가의 적통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대놓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작가의 가신 모두가 그녀의 등장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전 공작 부부를 쏙 빼닮았다는 말에 호기심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전 공작이 없는데 공작부인과 공녀의 생환이 무슨 소용이냐는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소수 있었다. 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녀의 등장 이후 트레비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이미 소공작으로 발표하여 속으로만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지만.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아이브 자작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운을 떼었다.



“크흠, 공작님은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군요. 공작부인과 영애께서 돌아오셨다곤 하나 정작 전 공작님은 돌아오지 않은 것을···.”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동조했다. 그중 한 명이 주변 눈치를 보며 한껏 목소리를 낮췄다.



“지금까지 잘 이끌어오셨지 않습니까. 트레비안님도 네르온님을 닮아 어엿한 공작으로 성장 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번 겨울 사냥 때 보니 정말 듬직하시더군요.”

“저는 공작가의 미래를 트레비안님께 걸었었지요. 겨울 사냥에서 동물을 귀하게 여기시는 것을 보며 이분께는 공작가를 맡겨도 되겠다,라고 느끼기도 했고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사람들이 서로의 눈치만 봤다. 그들도 전 공작을 가슴 깊이 믿고 따랐었고 지금도 공작가가 최우선인 사람들이었다. 굳이 네르온의 뜻에 반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쉬울 뿐이었다. 네르온도, 트레비안도 그들의 지지에 보답하듯 너무나 잘해줬기 때문에.



“하아···. 정말이지······, 공작각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하셨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무슨 생각이긴요. 어여쁜 조카 생각뿐이던데요.”



한숨 섞인 말에 느긋한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눈을 내리깔고 각자의 생각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휴스티안 백작님.”

“어어,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잘 지냈습니다만··· 백작님은 잘 자고, 잘 드시고 계신 거지요?”

“아니요. 졸리고 배고파 죽겠네요. 실례지만 좀 먹겠습니다.”



아이브 자작이 안타까운 눈으로 휴스티안 백작을 훑었다. 소문을 듣기로, 일이 하도 많아 집에도 가지 못하고 밤낮으로 서류만 붙잡고 있다더니 진짜인 모양이었다. 퀭한 눈이며, 대충 빗은 것 같은 머리하며, 볼 때마다 야위어가는 볼 하며······.



하지만 휴스티안 백작은 그런 시선을 모르는지 연신 와인을 들이킬 뿐이었다. 정신없이 와인과 과자를 입에 쑤셔 넣던 백작이 어느 정도 성이 찼는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와인잔에서 입을 땠다. 백작이 빙긋 웃었다.



“걱정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흠!”



자작이 시선을 비꼈다. 낭패였다. 분명 이야기를 다 들은 것이 틀림없었다.



“걱정이라기보다는··· 아, 그래! 호기심이지요. 공녀님이 얼마나 잘 해주실지. 아, 그런데 조카 생각뿐이란 것은 무슨 말이십니까?”



뻔히 말을 돌리는 것이 보임에도, 휴스티안 백작은 마지막 스콘을 입에 마저 밀어 넣고는 씩 웃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아주 조카에게 끔뻑 죽는 통에, 제 일거리가 두 배, 세 배로 늘어나고 있군요.”

“허어···. 처리할게 있습니까?”

“처리라기보다는, 조카에게 예쁨 받고 싶은 몸부림이랄까요. 뭐, 입단속도 제 업무 중 하나지요.”

“입단속··· 말입니까?”

“예. 뭐, 다른 것은 별문제 될 것이 없는데. 우리 네르온 각하께서 조카님 방어한답시고 공녀님이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것을 다 말하고 다녀서 말입니다.”



신의 축복. 사람들의 눈이 깊어졌다. 처음 공작저에 도착해서 전달받은 소리는 허무맹랑하기 그지없었다. 공녀가 신의 축복을 받았다니. 교황에게 의례적으로 축복을 받는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잠시 눈치를 보던 아이브 자작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신의 축복. 진짜란 말입니까···?”

“진짜라니요?”



백작의 웃음이 짙어졌다. 와인잔을 느긋이 돌리다 붉은색 와인이 만들어낸 느릿한 소용돌이에 눈을 고정시킨 백작이 입을 열었다.



“우리 네르온님이 설마 신을 가지고 공갈을 치겠습니까?”

“네에? 아니, 전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하하. 압니다. 알지요. 저도 처음엔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했으니까요.”

“···.”

“자작님이 얼마나 공작가를 위하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뭐 이게 보통 일이랍니까? 역시 네이디르 각하의 비범함이 어디 가진 않는구나 싶을 뿐이죠. 같이 비범해서 자랑스럽네요. 아, 그래서 말인데 공작가를 위해 이 사실은 함구해주시길 바랍니다. 추가적으로 덧붙인 휴스티안 백작이 벙 쪄서 굳어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눈에 담고는 사람들 틈으로 사라져갔다.


작가의말

1.늑대 이름은 에쉬, 독수리 이름은 마카롱입니다! 마카롱이 마카롱을 먹는다....!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네이밍 센스가 부족하여 이런 결과물이 나온 관계로 ㅠㅠㅠㅠㅠ 혹시 좋은 이름 생각나시면 추천해주세요!!)


2.지금은 써놓은걸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브리엄 5가 남아있는 비축의 끝이라 조금 연재속도를 늦춰야 할 것 같습니다ㅠㅠ 격일,혹은 3일에 한번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수요일  되세요!!


3.저는ㅋㅋㅋ아직도 연재시간을 정하지 못해 이것저것 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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