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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리메르 공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그림/삽화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18.11.05 21:22
최근연재일 :
2019.07.28 15:06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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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7
추천수 :
237
글자수 :
421,154

작성
18.11.2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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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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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7.신전 방문 (1)

DUMMY

(1)




“그래서 이게 누구라고?”

“제가 찾던 에드쉬에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 귀한 손녀에게 병간호를 시키는 것이 저놈이라고? 에드쉬를 바라보는 눈빛이 곱지 못했다. 평소처럼 아침 운동을 마치고 나오던 볼테르 백작은 평소보다 소란스러운 저택 분위기에 지나가던 하인을 잡았다. 그 하인도 갑자기 대접해야 할 사람이 많아져 바쁜 상태였는데 자신을 잡은 것이 볼테르 백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공손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오늘 아침 갑자기 뛰쳐나간 공녀님께서 안색이 파랗게 질린 소년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오셨대요. 그런데 그 소년이 글쎄 공녀님이 몇 개월 동안 찾으셨던 소년이라네요. 오늘 아침 정문 앞에서 발견하셨다는데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었던 모양인지 몸이 펄펄 끓는다고···. 그래서 지금은 공녀님 옆방에 뉘고 의원에게 진철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냥 감기라는데, 이 소년이 황태자 전하,황녀 전하와도 관계가 있는지 황궁에서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지금 큰일 났습니다요. 어이쿠, 시간이 벌써! 죄송하지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용인이 자기 할 말 다 하고 후련한 표정으로 떠나고, 우두커니 자리에 서있던 백작은 서둘러 그 소년이 있다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방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손녀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수건을 짜 웬 비실비실하게 생긴 놈의 이마에 올리는 모습이었다.



“···.”



그가 입을 꾹 다물었다. 심지어 헤르시아까지 옆에 붙어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것을 보니 괜스레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리비와 뤼르시엔, 네르온은 헤르시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신기하다는 듯 소년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뒷짐을 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작이 크흠, 한 번 목을 가다듬고 병간호는 좀 더 숙련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낫지 않냐고 입을 열기 직전, 방 문이 벌컥 열어젖혔다.



모두의 시선이 그 시종에게로 향했다. 뛰어온 듯 상체를 굽히고 숨을 몰아쉬던 시종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르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황궁에서 황태자 전하와 황녀 전하께서 도착···,”

“에드쉬!”

“진짜 찾은 건가?!”



시종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우당탕탕 요란스럽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리나와 리안이 빠르게 시종을 지나쳐 에드쉬가 잠들어있는 침대까지 도달했다. 잠시 후 리나와 리안의 유모와 호위 기사들까지 들이닥치자 이 방이 작은 크기가 아님에도 좁아 보일 정도였다.



“황태자 전하와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리메르···! 아! 주신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앗, 진짜 에드쉬! 그런데 많이 아파 보이네요?!”



리메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숨을 고르던 리나가 후작 부부와 백작의 인사를 급하게 받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파리한 안색의 에드쉬를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리메르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호흡이 많이 괜찮아졌어. 다행히 엄청 오랫동안 있었던 것은 아닌가 봐.”

“그래요? 휴우, 다행이네요.”



어느새 리메르 옆에 높인 의자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은 리나가 리메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연스럽게 리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이 멈칫거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그녀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편하게 대했나.’



슬그머니 손을 내리던 리메르는 ‘왜 그래요?’라고 물으며 올려다보는 리나와 눈을 맞추고는 아무래도 좋단 생각에 다시금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택 입구에서 발견했다고?”

“네. 아까는 몸이 너무 차가워서 어떻게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엄청 일찍 오셨네요?”



시계가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면 시종을 보낸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겨울이란 것을 감안했을 때 거의 소식을 들은 직후 움직였어야 가능한 시간이었다. 같이 시계를 보던 리안이 뒷머리를 가볍게 긁적였다.



“항상 기다리고 있던 소식이었으니 말이야. 이렇게 누운 채로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리안이 말끝을 흐렸다. 항상 얄밉게 말을 받아치며 여유롭게 웃던 그가 아니던가. 이번에도 어디 좀 다녀왔다면서 말싸움을 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여유로운 웃음도, 자신을 제외한 모두에게 따뜻하게 보내던 웃음도 지금은 없었다. 파리한 안색은 둘째치고 왜 이렇게 야윈 건지.



저절로 드는 측은한 마음에 리안이 뒤에 서있던 시종에게 손짓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인 남자가 걸어 나와 의원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보따리를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



이것이 무엇인지 설명해보라는 눈빛이 리안의 얼굴에 꽂혔다. 리안은 괜히 느껴지는 민망함에 헛기침을 하고는 시선을 돌렸다.



“황궁의가 쓰는 약재다.”

“황궁에서 쓰는 약재···!”



의사가 눈을 빛내며 보따리에 달려들었다. 잠시 후 온갖 감탄사가 들리더니 한 방에 나을 수 있는 약을 지어오겠다며 의사가 떠났다. 그렇게 굉장한 건가 싶어 보따리를 뒤적거리는 리메르의 뒤로 그림자가 졌다. 네르온이 한시름 놓은 듯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에드쉬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불편할 테니 우리는 이만 가보마.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거라. 백작님도 저희와 함께 가시죠.”



네르온이 뤼르시엔과 리비, 볼테르 백작을 데리고 나가자 방 안이 한산해졌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파비안이 쭈뼛거리며 방 안에 들어와 에드쉬 주변에 모여앉자 예전 생각이 났다. 리메르는 고개를 숙이고 실업이 웃었다.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미룬 헤르시아와 리메르, 리나, 리안 그리고 파비안은 공작가에서 챙겨주는 식사를 먹으며 밤이 어둑해질 때까지 에드쉬 곁을 지켰다. 그 시간은 어둡지 않았다. 시르와 세실만 있었으면 완전체라며 두 사람의 부재를 아쉬워하기도 하고, 에드쉬가 이렇게 아파서 누워있다니 신기하다며 놀라기도 하고 왜 이렇게 야위었냐며 앞으로 맛있는 거 많이 먹여야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란도란 나누는 말소리에 에드쉬는 빠져 있었다. 끝내 모두가 갈 때까지 일어나지 못한 에드쉬를 뒤로하고 모두가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의사가 지어온 약을 먹고 건강하게 깨어난 에드쉬는 시르, 세실을 뺀 모두와 재회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




“으윽. 그마아안···.”



테이블에 엎어진 리메르가 앓는 소리를 냈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많은 드레스들이라니. 고작 일주일 입는데 왜 이렇게 많이 입어 봐야 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연신 ‘난 못해’를 중얼거리는 리메르를 보며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지은 에드쉬가 반대쪽을 보고는 말없이 등을 토닥였다. 리비가 따뜻한 손길에 눈물을 찔끔 내보였다.



“에드쉬···. 살려줘어···.”

“하하, 리메르랑 리비 둘 다 힘내요.”

“네가 골라주면 안 돼? 나 더 이상 못 입겠어!”

“으음···. 그치만 리비는 몇 벌 안되잖아요?”

“그래! 에드쉬 그만 귀찮게 해!”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통성명한지 하루 되었다- 살려달라고 칭얼거리는 사촌에게 기가 찬 리메르가 빽 소리쳤다. 무시무시한 얼굴로 째려보는 사촌에게 기가 질린 리비가 입술을 삐죽이며 에드쉬의 등 뒤로 숨었다. 두 사람 사이에 낀 소년이 볼을 긁적였다.



“으음. 그렇지만 이 연회 중요하잖아요. 두 사람의 열 살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그렇지.”

“그러면 좀 더 힘내보는 것이 어떨까요? 봐드릴 테니까요.”


방긋.



티 없이 맑은 미소에 리메르와 리비가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 뒤에 서있던 유모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에드쉬에게 물개 박수를 쳤다. 눈을 동그랗게 뜬 에드쉬가 양옆을 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리메르의 유모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에드쉬도 덩달아 웃음을 머금었다.



한 번 마음을 고쳐먹으니 옷을 입고 벗는 속도가 빨라졌다. 원래 귀족 아이들이 10살까지 무사히 잘 자라준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여는 이 연회는 4일 동안 여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생일이 열흘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리메르와 리비 덕분에 공작가는 이례적으로 7일 동안 생일 연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덕분에 필요한 드레스가 네 벌에서 일곱 벌이 되었다. 이상한 것은 입어봐야 하는 드레스의 양이 열다섯 벌 정도가 늘어났다는 것. 기적의 계산법이었다. 다행히도 봐 주는 사람들의 안목은 꽤 쓸만한 것이어서 잘 어울리는 드레스는 만장일치로 결정되곤 했다. 그리고 리메르와 헤르시아, 유모,시녀들, 리비, 에드쉬는 최종적으로 남은 열 벌의 드레스 중에서 일곱 벌을 추려내기 위해 고심 중이었다. 리비의 연회복은 옛적에 다 골랐다.



이렇게 진지할 수가 없는 표정으로 드레스를 하나씩 훑던 헤르시아가 천천히 진한 노란색 드레스를 가리켰다.



“연노란색이 있으니 노란색은 빼고, 저 초록색 드레스도 빼는 것이 어떨까?”

“그럴까요?”


끄덕끄덕-


“그리고 저 쨍한 주황색도 리리에게 조금 안 맞는 것 같은데···.”


끄덕끄덕-


멈칫. 턱을 쓸던 손이 진행을 멈췄다. 주황색 드레스를 뚫어질 듯 응시하던 눈이 모두를 향했다.


“왜 다들 아무 말 없이 긍정만···? 진짜 괜찮은 것 맞아?”


리메르의 유모가 긍정의 뜻으로 눈을 곱게 휘었다.



“타당한 말씀이시니까요.”

“마님이 저희보다 잘 보셔서 큰일 났습니다. 안목을 키워야겠네요.”

“아주머니, 나머지 드레스들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끄덕-



계속되는 칭찬 세례에 헤르시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자연스럽게 허리에 손을 올린 헤르시아가 미심쩍다는 듯이 물었다.



“다들 얼른 끝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죠? 리비와 리메르에게 굉장히 중요한 연회니까 최선을 다해야 해요.”



아니, 진짜 잘 어울려요 마님! 유모들이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리메르도 드레스를 하나하나 훑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취향의 드레스와 입어봤을 때 ‘오오’소리가 제일 많이 나왔던 드레스들만 남은 상태였다. 채도 높은 와인색 드레스에 달린 새하얀 프릴을 조심스레 쓸어보던 리메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예뻐, 엄마.”



불안함에 저가 빼자고 했던 드레스들을 하나하나 리메르에게 대입해보던 헤르시아가 눈에서 힘을 뺐다. 별을 박아놓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저 눈동자는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픽 웃고 리메르 앞에 주저앉은 그녀는 오랜만에 딸을 품에 안았다. 동그란 뒤통수를 쓰다듬다가 장난기가 발동해 볼에 쪽 소리 나게 뽀뽀를 하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꺄르륵- 기분 좋은 웃음 소리에 덩달아 싱글거리던 헤르시아가 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헤헤거리며 웃는 리메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에드쉬가 보였다. 헤르시아는 유모에게 눈짓을 했다. 미리 언질을 받았던 유모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고는 시녀에게 손짓했다.



미리 준비해놨던 옷가지들이 방으로 옮겨졌다. 새롭게 펼쳐지는 남성용 연회복에 새하얗게 질려 뒷걸음을 치던 리비가 ‘아’소리를 내며 히죽 웃었다. 역시나 전 소공작이었다. 리비는 단숨에 사태를 파악하고는 에드쉬의 왼팔을 꽉 잡았다. 에드쉬가 어, 하는 사이에 오른팔까지 리메르에게 붙잡혔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챈 에드쉬가 곤란하게 웃으며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어제까지 누워있던 사람이 두 사람의 악력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에···? 어···? 자, 잠깐,”

“이제는 네가 당해봐라!”

“아니, 저는 괜찮, 은데······!”

“이것부터 입어보자!”



시녀가 리비가 다급하게 가리키는 남색 정장을 가져오는 것으로, 에드쉬의 불행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와우 최신회차에 점점 가까워지네요ㅠㅠ

큰일났어요

격일 연재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핳


즐거운 점심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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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10.바할 후작 영식 (7) 19.05.14 105 0 12쪽
68 10.바할 후작 영식 (6) 19.04.25 113 0 12쪽
67 10.바할 후작 영식 (5) 19.04.24 122 0 13쪽
66 10.바할 후작 영식 (4) 19.04.20 100 0 13쪽
65 10.바할 후작 영식 (3) 19.03.31 147 0 15쪽
64 10.바할 후작 영식 (2) 19.03.29 135 1 14쪽
63 10.바할 후작 영식 (1) 19.02.18 142 0 13쪽
62 9.델리상트 공작령 (12) 19.02.17 133 0 8쪽
61 9.델리상트 공작령 (11) 19.02.08 141 0 15쪽
60 9.델리상트 공작령 (10) 19.01.30 150 0 17쪽
59 9.델리상트 공작령 (9) 19.01.27 163 0 12쪽
58 9.델리상트 공작령 (8) 19.01.11 189 0 12쪽
57 9.델리상트 공작령 (7) 18.12.29 180 0 11쪽
56 9.델리상트 공작령 (6) 18.12.26 161 0 12쪽
55 9.델리상트 공작령 (5) 18.12.24 169 0 13쪽
54 9.델리상트 공작령 (4) 18.12.21 153 0 15쪽
53 9.델리상트 공작령 (3) 18.12.19 177 0 14쪽
52 9.델리상트 공작령 (2) 18.12.16 174 0 13쪽
51 9.델리상트 공작령 (1) 18.12.14 195 0 13쪽
50 8.하이브리엄 (5) 18.12.11 195 1 12쪽
49 8.하이브리엄 (4) 18.12.09 174 1 12쪽
48 8.하이브리엄 (3) 18.12.07 187 1 12쪽
47 8.하이브리엄 (2) 18.12.05 194 2 10쪽
46 8.하이브리엄 (1) 18.12.03 194 1 12쪽
45 7.신전 방문 (2) 18.12.01 195 3 16쪽
» 7.신전 방문 (1) 18.11.29 20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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