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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쇼 님의 서재입니다.

인생역전 재벌가 입성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건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0:03
최근연재일 :
2024.06.28 07:5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13,651
추천수 :
2,177
글자수 :
170,700

작성
24.06.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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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2화 나 오늘 집에 안 갈래···.

DUMMY

32화 나 오늘 집에 안 갈래···.




혼돈의 1997년도 이제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풍전등화 같은 대한민국의 상황은 이제 새롭게 출범한 정부와 국민들이 이겨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모두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려는 지금 무너지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 안에 은성유통의 직원들도 있었다.


“뉴코리 입찰 결과 나왔습니다!”


저 멀리서 달려오는 신 대리.

우울한 연말의 분위기 속에서도 기획 2팀은 뉴코리의 입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기획 2팀이라기보단 이미 신사업 팀이라고 봐도 무방한 그들.

가장 먼저 안 과장이 신 대리를 맞이했다.


“우리가 됐지? 이제 재오픈 준비하면 되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한 안 과장의 말에 신 대리가 기쁘게 화답했다.


“바로 준비해도 될 거 같습니다! 우리가 입찰한 매장 다 확보했습니다!”


“와아아아!”


조용히 듣던 유 대리가 환호하며 일어났다.

뉴코리의 알짜배기 매장을 확보한 은성.

이것만으로도 론도 그룹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순간인 거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론도와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앞으로 더 바쁘게 움직여야죠?”


뉴코리가 무너진 지금 유통 업계는 커다란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뒤늦게 마트 사업에 뛰어든 전통의 강호 론도 그룹이 백화점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과와 화학 등 먼저 손댄 사업에 치중하던 론도는 서서히 유통 쪽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백화점과 호텔 등 은성과 여러 가지로 겹치는 사업이 많아지고 있었다.


“마트는 우리가 한 수 위죠. 따라잡히지 않게 더 빨리 뛰어봐야죠.”


“맞습니다. 그러려고 신사업 팀이 생겨나는 거고요.”


“크으, 팀장님은 언제 쉬십니까? 매일 회사 생각밖에 안 하시고···.”


“회장님이 이런 직원이 있다는 걸 아셔야 할 텐데···.”


“맞습니다. 이제 결혼도···.”


안 과장은 흠칫하며 말을 흐렸다.

요즘 팀장이 편하게 대해준다고 선을 넘는 말을 할 뻔한 자신을 책망하면서.


“저도 쉬고 결혼도 해야죠.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면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하하하, 그렇죠. 뉴코리 마트 리모델링할 것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어색한 웃음과 함께 자리를 피하는 안 과장.

다행스럽게 예상한 결과가 나온 뉴코리 인수는 잘 마무리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자, 오늘 인수도 잘 끝났고, 연말엔 가족과 함께 보내시죠. 다들 시간 되면 칼 같이 퇴근하세요!”


“어? 팀장님은 어디 가세요?”


“저 전략 기획실 들어갔다가 거기서 퇴근하겠습니다. 저도 빨리 퇴근해서 연애를 해야 결혼을 하겠죠?”


난 자연스럽게 안 과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결혼이라는 단어에 약간 힘을 주면서.


“어···그게···맞습니다! 어서 다녀오세요.”


당황한 안 과장에게 살짝 웃어주고는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연애라는 말이 나온 김에 희주에게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할 생각이었다.


요즘 바쁘게 움직이느라 잊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였다는 사실 말이다.



****



1997년 12월 24일 퇴근 시간인 6시.

다음날이 크리스마스였지만 들뜨지 않은 분위기의 거리와 사람들은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어려운 주머니 사정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은 아쉬움을 가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깥에서 화려하고 시끄럽게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사람들.


은성의 직원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 팀장님? 아직 안 들어가시고 뭐 하세요?”


회사 로비에서 만난 2팀의 식구들.

먼저 퇴근하라는 말과 함께 오늘도 전략 기획실에서 이 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길이었다.


“이제 들어들 가시네요? 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다들 크리스마스 잘 쉬시고 금요일에 봐요.”


안 과장과 신 대리, 유 대리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엔 야근했던 기억이 있던 세 사람은 잡히지 않겠다는 각오로 빠르게 몸을 움직이고.


“네, 팀장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저희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추운 거리로 총총총 사라지는 2팀의 식구들.

거리의 분위기만큼 날씨도 추운 날이었다.

이런 날 회사 로비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단 하나.


‘악명만큼 사람을 쥐어짜는구나. 인사팀.’


희주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하려 연락도 없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21세기처럼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의 연애는 역시나 낭만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연락을 하는 것도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설레던 시절.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 연락을 안 하는 남자친구도 이해해줄 만큼 희주는 최고의 여자였다.


‘그땐 왜 몰랐을까···.’


로비로 내려오는 직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지난 생각에 잠긴 지금.

과거를 회상해보니 너무나 완벽한 아내였던 희주.


희주는 언제나 나에게 모든 걸 맞춰줬었다.

은성가에 홀로 들어온 날 위해 처음부터 장모님과 척을 져 내 편을 들었고, 혹여 내가 무시당할까 은성가의 사람들과도 날을 세워 반응했다.

그때마다 희주를 생각하기보다 은성가에서 인정받을 생각만 했던 나였다.


‘늘 가까이 있었기에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었네···.’


그때도 이런 걸 알았더라면 아프게 살아왔던 시간이 너무나 한스러웠다.

이제는 소중한 사람을 절대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


.


.


어느덧 뉘엿뉘엿 해가 저문 밤이 된 8시.

이제는 내려오는 직원도 없이 한산한 로비에 홀로 남아 바닥을 차고 있던 순간.

묘한 끌림에 고개를 돌려보니 로비로 걸어오는 희주가 보이기 시작했다.


-후다다닥!


아까 기다릴 때부터 봐놨던 곳으로 몸을 숨겼다.

인사팀으로 가서는 바쁘게 회사 생활했던 희주였기에 서로 잘 만나지 못했다.

정말 인사팀의 말단 직원처럼 힘들게 일하는 희주를 보면 은성가의 사람이 맞나 싶은 정도로 일하는 희주였다.

업무가 힘들었는지 고개를 한 바퀴 돌리며 내려오는 희주.

앞에 있는 경비원 아저씨에게 밝게 인사를 하며 로비로 나서는 희주에게 몰래 다가갔다.


“저···혹시 남자친구 있으세요?”


희주의 뒤에서 고전적인 멘트를 이상한 목소리로 낸 상황.

이런 일이 자주 있었는지 당황하지 않고 거절의 말을 날리는 희주.


“미안합니다. 저 남자친구 있···어!?”


고개를 돌려 날 확인하자 눈이 왕방울처럼 커진 그녀.

그리곤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내 팔을 강하게 후려쳤다.


“선호씨! 뭐야?”


“아악!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연락도 안 하고 말이야···.오늘 약속 있는 건 아니지?”


예상치 못한 등장으로 놀라움과 반가움에 놀란 그녀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약속 있는데···.이걸 어쩌지?”


“진짜? 누구랑?”


“은성유통에서 최고 잘생긴 남자랑?”


장난스러운 희주의 대답에 나 역시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

모두가 퇴근한 은성의 로비에서 바깥으로 나서니, 조용해진 거리가 눈 앞에 펼쳐진다.


“가자. 우리 희주 배고프겠다.”


택시를 잡아타고 향한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

건물의 탑층에 있는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서울의 야경과 한강을 동시에 볼 수 있었고 음식 역시 수준급이던 곳이었다.

이제 막 생긴 듯 화려한 외관과 다르게 내부엔 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


“예약하셨습니까?”


“네, 한선호입니다.”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르는 내부엔 미리 온 여러 커플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들어갔다.


“와아···.”


안쪽에 준비된 자리.

큰 창 앞으로 서울의 야경이 펼쳐지는 최고의 자리였다.


“여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더라.”


“너무 좋다.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어?”


“요즘 희주랑 너무 못 봤잖아···.크리스마스라도 챙겨야지.”


잠시 지나 준비를 위해 다가온 직원이 물과 함께 식기를 준비했다.


“음식은 코스로 준비했어. 여기 스테이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와, 스테이크? 가격도 꽤 나가겠는데?”


“은성 그룹의 따님에게 그런 말은 어울리지 않은데? 걱정하지 말고 맛있게 먹자.”


이어서 들어오는 음식들.

애피타이저를 시작으로 차례대로 음식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으음, 이거 스프 너무 맛있다!”


“입맛에 맞는다니 다행이네. 이제 시작이야.”


재즈풍의 감미로운 음악.

창밖으로 보이는 신비로운 서울의 야경.

고급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요리의 향연.

오감이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무르익은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직원은 큰 원형 뚜껑으로 닫은 접시를 싣고 들어오고 있었다.


“이건 특별히 숙녀분께만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자연스러운 멘트와 함께 원형 뚜껑을 여는 직원.

그곳엔 요리가 아닌 커다란 꽃다발이 들어있었다.


“어머! 웬 꽃이에요?”


“숙녀분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준비한 선물이라고 합니다.”


꽃다발을 전달해주자 꽃다발의 향을 들이키는 희주.

그녀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저기 편지도 있는 거 같은데?”


난 꽃다발 안을 가리키며 말했고.

희주는 손을 들어 꽃다발 안에 있던 편지를 천천히 꺼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읽던 희주가 어느새 입술을 깨물며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살짝 들었다.


“선호씨, 나 너무 행복하다. 고마워···.”


진심이 담긴 편지에 행복함과 함께 감동을 한 희주였다.

이 편지를 썼을 때 희주와 함께했던 33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었다.

그랬기에 진심과 후회가 담긴 편지가 되었고, 그 마음이 희주에게 잘 전달된 것.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우리 행복하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흐르는 희주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곤 흐르는 희주의 눈물을 가만히 닦아주며 희주의 눈을 바라봤다.

내 삶에서 처음이었던 온전한 내 편.

그랬던 희주에게 참 모질게 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당연하지. 언제나 선호씨 옆에 있을게.”


예전 희주와 오버랩되는 현재 희주의 말.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던 진실된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넌 정말···.”


그 순간 마음속에서 울컥하고 떠오르는 감정.

희주의 마음과 내 마음이 통하는 묘한 느낌에 어느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 눈에 먼지가 들어갔네···.”


테이블 냅킨으로 빠르게 눈물을 훔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금 우리에게 말이 필요가 없었다.

후식이 나온 테이블에 앉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웃음을 터트리며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좋다.”


“나도 너무 좋다.”


행복한 저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두 손을 꼭 잡은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와 함께 조용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춥지 않아?”


“아니, 선호씨가 손 잡아줘서 따뜻해.”


천천히 집으로 향하는 길.

집이 가까워지자 희주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선호씨···. 나 오늘 집에 안 갈래···.”


“집에 안 간다니?”


“나···오늘 선호 씨랑 함께 있고 싶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는 희주.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난 미소가 저절로 난다.


“그래. 우리 오늘 같이 있자.”


두 손을 꼭 잡은 우리는 왔던 길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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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인사팀장 연결해. +1 24.06.26 1,825 49 11쪽
30 30화 뉴코리를 잡아야 합니다. +1 24.06.25 1,956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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