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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내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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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2.02 13:42
최근연재일 :
2021.11.20 13:35
연재수 :
1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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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32
추천수 :
1,024
글자수 :
99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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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3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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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8화 결단

DUMMY

살만큼 산 내 목숨 따위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없어진다면,

황자님이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


지금도 어떻게 해서든 황자를 제거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를 보호하고 있던 내가 사라진다면.



황자는 암살당할 것이다.



‘바보 같은 놈. 복수에 눈이 멀어서...’



결행의 시간이 다가오니 내 목숨이 아까워, 대충 합리화를 하며 도망가려는 것이 아니다.



내 사후에 황자의 안위가 진심으로 걱정됐다.


‘황자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어야 했는데.’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분노와 복수심에 눈이 멀었었다.




제일 중요한 황자님을 뒤로 밀쳐두고 복수라는 감정에 휘둘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내가 죽는다면...’


‘안돼. 나는 죽으면... 아니, 나는 죽어도 되지만 황자님만은...’


황자님을 살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황자를 죽이려고 하는 놈들에게서 황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경고를 날려야 한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그러는 사이 그 놈은 돌아왔고, 시급한 직고가 시작되었다.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한 가지 만은 분명했다.



‘황자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둔다.’



“대왕폐하. 저는 왕비의 시중을 들던 자입니다. 제가 비록 신분이 하찮은 자이긴 하나 대왕 폐하에게 고할게 있습니다.”


폐하는 그날 일을 문제 삼지 않으셨다. 내가 남아 있는 말을 하려던 차에 그놈이 입을 열었다.



“대왕폐하.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전 왕비 치릴리님의 시종이 방금 전 목을 매어 자결했다고 합니다.”



번개가 내리쳤다.



청천벽력.



심장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순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


분명히 완벽한 계획이었다.



코차이가 왕비를 음해하고 지금 남아계신 황자를 살해하려 했다는 증거도 확보했었다.


‘시나리오도 완벽했는데...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머리를 맨 땅에 전속력으로 받은 느낌.


그 시녀가 자결을 하다니.


코차이 말의 진위가 의심이 되었지만, 그는 왕에게 거짓 보고를 할 만큼 어리석은 자는 아니다.


도리어 그는 굉장히 총명한 자로, 개인적인 피해도 입지 않고 왕비를 죽음으로 몰고 간 놈이다.



그 시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자는 아니다.

더군다나 나를 배신할 작정이었다면, 진즉에 했을 터.


이 일이 미리 새어나간다면 가장 먼저 목숨을 잃을 사람 역시 시녀 자기 자신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타살이다. 저 놈이 늦게 나타난 이유가...’



“그래 알겠다. 섭섭지 않게 대우를 해주어라. 그리고 너. 직고를 하겠다고 했으니 어디 직고를 시작 해 보거라.”


“예. 폐하.”


급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지만, 내 목표는 확고하게 정해졌기에 금방 정신을 다시 잡고 직고를 시작했다.


“폐하 직고를 해도 되겠습니까?”

“해라.”



“폐하도 아시다시피 왕비님의 죽음으로 불시에 예정치 못한 황자께서 출생하셨습니다. 황자는 처음 세상을 만났을 때 작고 아주 연약하여, 다들 그날 하루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여기었습니다.”



폐하는 큰 관심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시었다.


무릇 왕이기에 그러하신 태도는 당연했지만, 내심 황자에 대한 무관심으로 비쳐줘 마음이 쓰렸다.


어찌됐든 그런 것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황자는 약하기는 하나 아직까지 살아있습니다. 물론 보통의 또래와는 달리 여전히 병약하고, 지금 당장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옵니다.”


황자의 이야기에 신하들은 왕과는 다르게 행동했다.

내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


“그런 황자가 어렵게.. 아주 가늘고 얇은 생명의 끈을 겨우 붙들고 있는 상황에서, 황자를 암살하려는 계획이 꾸려졌습니다. 그 계획은 실제로 실행으로 옮겨졌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미수로 끝이 났습니다.”


황자의 암살을 언급하자 신하들은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꽤나 놀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황자 암살에 대해 알고 있던 고투니님 뿐 아니라 코차이 그 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리하여 제가 대왕께 직접 직고를 올리려 했으나, 그 주범인 시종이 방금 자결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폐하. 오늘 자결했다는 그 시녀가 황자를 독으로 암살하려 했사옵니다.”




대왕은 심드렁한 태도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죽었다지 않는가?”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부관참시를 하자는 주장을 하려던 것이 아니옵니다. 지금 황자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약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그러니 황자를 보호하고 요양을 허락해 주실 것을 감히 직고 드립니다. 폐하.”


“그러니까 걔가 아직도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 말이더냐?”


“아닙니다. 폐하. 주범인 시녀가 자결하여 현재는 위험이 해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달라는 것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대왕은 귀찮다는 듯이 물으셨다.


“이름이 무엇인가?”

“예?!”


“네가 지금 말하는 걔.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다는 걔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럼 그렇지.

대왕께서 나 같은 하찮은 놈의 이름을 물으시지는 않으셨을 터.


“그... 네..."


"네.... 네루트입니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황자께서 출생하신지도 꽤 되었는데 이름이 없었다.


‘바보 같은 놈.’


왕이 이름을 묻지 않았다면 황자는 이름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삶이 다한 사람도 갖고 있는 게 이름일 지언데.



“네루트. 신기한 이름이군. 그래 관심 없다. 구석진 곳 자리를 줄 테니 거기서 지지든 볶든 알아서 하여라. 신하 몇은 붙여주마.”


네루트.

이어받았다.


어머님의 뜻과 형님의 이름을.


이제 황자는 네루트다.


“폐하 감사합니다.”


구했다. 네루트 님을.

참으려 했지만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아직 완벽하게 네루트님을 구해낸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시녀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지 아니하고 사력을 다해 코차이 놈을 제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네루트님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과 같은 일.



그래서 나는 선택한 것이다.

속이 쓰리도록 아프지만 과거는 접어두고 미래로 향하기로.



‘네루트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했으니까.’



대왕께서 이름을 물어보셨을 때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인물은 왕비님과 불우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네루트님이었다.


왕비님이라면 뭐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그 짧은 순간에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네루트라는 이름을 빼고는 황자에게 붙여 줄 이름은 없다는 것을.


내가 네루트님을 병약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말 한 것도 전부 네루트님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네루트님의 생존.


어떻게 해서든 네루트님을 살려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 짧은 시간 안에 수를 내게 만든 것이다.



시녀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으로.




이제 다른 후처세력들이 네루트님은 더 이상 후계구도에서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네루트님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이다.



운이 좋게도 대왕은 네루트님에게 별 관심을 보이시지 아니하셨다. 그랬기에 내 계획에 더 힘이 실렸을 것이다.




왕의 섭정은 무사히 끝났다.



내 몸은 어느 곳 하나 빠짐없이 제자리에 붙어있었다.



“어떻게 그 시녀가 황자를 해하려고 했는지를 알았는가?”




분명 코차이 이놈이 시녀를 죽였다.




시간을 꽤나 줬는데도 시녀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자 죽여 버렸을 수도 있고, 시녀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무심결에 코차이에게 실수로 말을 흘렸을 수도 있다.



어쩌면 코차이 놈이 시녀를 죽이기 전에 시녀를 고문해 내 계략을 알아냈을 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코차이 이놈이 시녀를 죽였다는 것.


직접 보지 않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예. 그 시녀가 자꾸 이상하게 행동하여 닦달을 조금 했더니, 저에게 사실 코차이 님이 자신에게 황자를 죽이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아들이 붙들려 있어 어쩔 수 없었다면서요.”


코차이는 태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내가 진실을 말했으니 놀랄 법도 한데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러면서 코차이님을 대왕께 직고하자고 저를 꼬드겼습니다. 왕비의 복수를 하자고 말하면서요.”


“크하하하. 그런데 왜 아까 왕에게 직고할 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


“그건 그 시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설령 시녀의 말이 사실일지라도 왕비의 복수 따위보다 이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지 않은 네루트님이 제겐 더 소중합니다.”






“네루트님이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습니까? 사사로운 감정에 신경 쓸 바에, 네루트님의 안전에 신경 쓰며 살아가는 것이 제가 선택한 방법입니다. 또한 그 시녀는 워낙 거짓말을 잘하기에 그 시녀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시녀의 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저도 믿지 않았고요. 코차이님 이 정도면 충분하십니까?”




“크크크크. 네루트라. 그 이름은 왕비와 운명을 함께한 황자의 이름이었지 아마? 작명 솜씨가 제법이군. 크크크. 그 네루트도 네루트란 이름에 걸맞게 어린 나이에 죽을 테니 말이야. 크하하하하.”


‘건방진 놈. 감히 황자에게...’


“표정이 왜 그런가? 불만이 있는가?”

“아닙니다.”



“이건 비밀인데 아마 왕도 왕비가 몸을 함부로 이리저리 놀리고 다녀서 그 네루트란 놈에 대한 신뢰가 없는 모양이야. 길에서 주은 똥개마냥 구석에 쳐 박아 놓으시려는 걸 보니 말일세. 크하하하하.”


속에서 천불이 올랐다.

마치 내 내장들을 다 태우다 못해 녹여버릴 것 같은 천불이.


‘참아야 돼. 참아야 돼. 참자. 참자.’


겨우 여기까지 왔다.


코차이 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네루트님의 생존에 최선을 다했다.


코차이 이 쓰레기 같은 놈이 감히 왕비를 능멸하는 말을 입에 올렸다.


그래도 참아야한다.



“후. 후우.”


머리론 알고 있는데 몸의 반응은 따라주지 못했다. 거친 숨을 계속 몰아쉬었다.



이 더러운 놈은 나를 처형할 명분을 찾기 위해 일부러 이러는 것이 분명하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은 왕에게 고하기도 전에 내 태도를 문제 삼아, 내 목을 가차 없이 베어버릴 것이다.



‘이 더러운 놈. 일부러 왕이 섭정 자리에서 물러나 자리를 뜨기 기다렸겠지.’


코차이 놈은 나를 보고 비열하게 웃고는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

“더럽게~ 몸을 놀린~~~ 더러운 것은~ 그에 걸 맞는 최후를 맞이~~ 했다네~~”



그리고 곧 표정을 바꿔 내게 물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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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5화 생사 21.07.18 61 0 12쪽
154 154화 사생 21.07.17 59 0 11쪽
153 153화 황자 21.07.11 6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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