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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내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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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2.02 13:42
최근연재일 :
2021.11.20 13:35
연재수 :
190 회
조회수 :
87,323
추천수 :
1,024
글자수 :
993,319

작성
21.07.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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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1화 집사

DUMMY

“황자님 일어나실 시간이십니다.”

“할아버지~ 나 아까 전에 일어났어~”


“황자님 전 할아버지가 아니라 집사입니다.”


나는 황자님을 모시는 집사이다.


“집사? 킥킥. 되게 웃긴 이름이야.”




“할아버지. 황자라고 부르지 말고 내 이름으로 불러.”


“황자님 그럴 순 없습니다. 황자님도 절 할아버지가 아니라 집사라고 불러야 합니다. 그게 법도입니다.”


“싫어~~~. 그러면. 음.. 할아버지가 날 이름으로 부르면 그렇게 부를게.”



“알겠습니다. 네루트님. 식사하실 시간이십니다.”


“집사 할아버지가 갖다 줘.”



네루트님이 하시는 행동은 나이와는 딱 맞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건 황자에게 어울릴 만한 행동은 전혀 아니었다.



황자가 아닌 자신의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살아가는 게 어쩌면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할아버지 오늘은 뭐 할 거야?”


“네루트님.”


내가 정색을 하고 말하자 네루트님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


“아 맞다! 집사 할아버지 오늘은 뭐 할 거야?”


“네루트님. 오늘은 오늘의 일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뭐야앙~ 집사 할아버지~~ 알려 줘요~~~”


네루트님은 내가 마치 친 할아버지라도 되는 듯이 날 아주 잘 따랐다. 그런 네루트님이 진짜 내 손자 같다는 생각도 꽤나 자주 하곤 했다.


“알려줘요~~~”



사실 그런 감정보다도 네루트님을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크게 든다. 일개 집사가 황자를 안쓰러워 한다는 게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네루트님...”


나 같은 하위종족 따위를 황자의 집사로 임명했다는 것 자체가 4황자님이 후계구도에서 완전하게 배제되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


네루트님은 너무 어리기에 그런 자신의 처지를 모르시는 건지 아니면, 후계구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으신 건지, 언제나 해맑은 얼굴을 하고 계신다.



그래도 황자님이시라면 후계구도에 대해 물어보실 법도 한데 단 한 차례도 후계구도에 대해 물으신 적이 없으시다.


네루트님은 후계구도에서 꽤나 멀리 밀려나 한적한 곳에서 방치되어 오셨다.


네루트님은 자신의 아버지를 본 적도 없으시고, 어머니 역시 뵌 적이 없었다.


한 번은 네루트님께서 자신의 어머니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 오신 적이 있었다.


집사인 내가 황자에게 거짓을 고할 수 없으니, 나는 사실대로 네루트님의 어머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고 말했고, 네루트님은 며칠간 침실에서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시지 않으셨다.



네루트님은 며칠이 지나자 다시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셨다. 네루트님은 그 정도로 구김살 없이 밝으신 분이셨다.



하지만 네루트님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묻지 않으셨다.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이미 들었기 때문에 나에게 묻지 않으셨는지도 모른다.


네루트님이 태어나셨을 때부터 집사로 지정된 내가 네루트님과는 가장 가깝고도 오래 지낸 사이이다.


네루트님이 넘어져 다치기라도 하시면 정말 내 손자가 다치기라도 한 것처럼 내 마음이 너무 아플 정도였다.


네루트님은 나에게 황자 그 이상으로 각별하신 분.


“네루트님 맛있으십니까?”

“집사할아버지도 먹어 볼래?”


“전 배가 부릅니다.”


이제는 네루트님이 밥을 먹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네루트님 특유의 밝은 심성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황자이면서 후계구도에 밀려나, 폐위된 것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휴양을 와서 신나게 즐기는 사람이라고 착각이 들 만큼 네루트님은 언제나 밝고 명량하셨다.


“네루트님. 황실 이야기에 대해서 아십니까?”

“황실?”


“예. 네루트님의 형님 이신 다른 황자들께서 고군분투하며 다투는 후계구도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그거? 형들 하라 그래.”

“껄껄껄. 네루트님 그게 무슨 재미없는 장난감 쯤 된다는 듯이 말씀하시다니.”


“관심 없어. 형들 하라 그래. 난 집사할아버지랑 노는 게 더 재미있어. 그게 제일 행복해.”





“네루트님 행복하십니까?”

“응!!!”



나는 정식 집사도 아니고, 실력이 뛰어난 편도 아니기에 내가 네루트님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그저 같이 놀아드리는 것 뿐.



내가 그런다고 해서 황실에서 노발대발하지는 않는다.

황실은 네루트님에게 관심조차 없으니까.



마치 처음부터 네루트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네루트님에게 배정되었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황실에서 빼가기 시작해 이제는 집사인 나 혼자만 남았다.



그럼에도 나는 네루트님에게 극진한 예를 갖췄다. 나마저 네루트님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다면 황자이신 네루트님이 정말 비참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루트님은 오히려 그런 것들을 불편하게 생각하셨다. 네루트님은 내가 황자처럼 대해주길 바라시는 게 아니라 친손자처럼 대해주길 바라셨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하늘같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만이라도 황자의 체면을 지켜줘야 했기에.






네루트님은 자신을 방치한 황실의 태도와는 무관하게 잘 성장해 나가셨다.


네루트님과 나는 그래도 황실의 귀퉁이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황실에서 멀리 떨어진 아주 허름한 집에 자리 잡고 있다.


황실에서의 식량 지원이나 금전적인 지원은 꿈도 꾸지 못하기에 나와 네루트님은 자급자족하며 살아왔다.



심지어 황실은 나에게 임금조차 지급하지 않는다.



이런 허름한 집에 집사인 나와 황자인 네루트님을 방치하고, 임금마저 지불하지 않는다면 내가 도망이라도 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가 도망가더라도 누구하나 나에게 책임을 물을 사람은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네루트님을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내가 네루트님을 버리고 간다면 겨우 티끌만큼 남아있는 황자라는 글자가 완전히 지워져 버릴 테니.











“할아버지 이름이 뭐야?”




“아 진짜 알았어. 집사 할아버지. 됐지? 집사 자 붙였잖아. 이름이 뭐야?”


“네루트님. 죄송합니다. 제가 이름을 알려드린다면 저를 이름으로 부르실 것 아니십니까? 황자님께서는 그냥 저를 집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저 같은 하찮은 집사의 이름을 알 필요도 없으십니다.”



“황자가 집사의 이름을 안다는 것 자체가 황자의 위엄을 떨어트리는 일입니다. 지금처럼 그냥 집사라고 불러주십시오.”


“할아버지. 지금 내 꼴을 봐. 이게 황자야? 환자가 아닌 게 다행이지.”


네루트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웃음으로 흘려보내셨다.


“네루트님. 자신의 뿌리를 잊지 마십시오. 언젠가 네루트님이 황실을 차지하는 사람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할아버지 그건 너무했다. 내가 지금 집사할아버지랑 17년 동안 있으면서 황실은커녕 우리가 사는 공간도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네루트님은 내 눈치를 살피더니 말끝을 흐리고는 화제를 돌려 다시 말을 이어나가셨다.


“난 그런데 욕심 없어. 욕심이 아니라 관심도 없어. 난 지금 행복하니까.”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쫓겨난 상황에서 네루트님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네루트님은 실제로 자기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가득 채우셨다.


어쩌면 내가 네루트님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네루트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네루트님으로부터 내가 치유 받고 행복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네루트님.”

“응?”



“아닙니다.”


네루트님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참았다.


네루트님과 나는 늘 그래왔듯 밭을 갈고 농작물들을 거뒀다. 황실의 지원이 끊기고 자급자족을 시작했고, 또 따로 일을 구해 돈을 벌었다.


그런 상황이니 일반적인 교육도 하기 힘들었다.


네루트님은 어느 정도 성장하자 나와 함께 일을 하기 시작.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밭을 갈고 해가 뜨면 잡일을 했다.


네루트님과 나는 잡일을 하거나 먹고 남은 농작물들을 팔아 돈을 벌었던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네루트님이 황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아마 네루트님이 황자라고 소문을 내고 다녔어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네루트님은 황자처럼 자라시지 않으셔서 황자라는 자각이 없으신지, 일반 사람들과 아주 잘 어울리고 수완도 좋아 농작물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물건들을 꽤나 잘 파셨다.



“네루트님. 이 생활에 만족하십니까?”

“나? 만족하지. 할아버지는 안 행복해? 난 행복한데.”


“네루트님 그래도 황자이신데 정말 이걸로 만족하십니까?”

“할아버지 난 행복하다니까.”


“네루트님. 황자...”


말을 하려다 말았다.


황자의 대우는커녕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형편에 황실과 황자이야기를 꺼내는 건 네루트님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네루트님의 상황이 너무 걱정됐다.


네루트님이야 워낙 밝으시고 붙임성이 좋으시니 먹고 사는데 지장이나 문제는 없겠지만, 황자로서 황실에 다가가지도 못하는 삶을 사셔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집사인 내가 힘과 능력이 없어 네루트님이 황자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시는 건 아닌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네루트님이 이대로 변방에서 농사나 짓고 잡일이나 하다가 세월을 보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먹고 살기에 바빠 그동안 네루트님에게 제대로 된 교육 한 번 해드리지 못했던 게 가슴에 채여 마음이 너무 아팠다.


‘바보 같은 놈. 황자의 집사이면서 일을 이렇게 만들다니..’


일을 하고, 농작물들의 성장과 수확을 하는 모든 일들이 즐거웠었다. 혼자서 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이 일들을 네루트님과 함께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었을 정도였으니.



그런 생각이 들자 죄책감이 더 거세게 밀려들어왔다. 이제라도 네루트님을 어떻게 해서든 황실에 입성 하시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네루트님이 그동안 내게 베풀어준 행복을 갚아야 해.’


그러기에 나는 능력도 실력도 아무 것도 없는 놈.


도대체 어떻게 하면 네루트님을 다시 황실로 들어가시게끔 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 지 못했다.




몇날 며칠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실낱같은 희망 한 줄기를 붙잡았다.


그것에 대해 알고 있을 만한 사람에게 만나자는 서신을 보낸 것이다.



그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꽤 많은 정보들을 갖고 돌아왔다.


“네루트님. 지금부터 하시던 일은 그만 하십시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저를 돕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 할아버지 왜 그래?”


“이제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집사라고만 불러주십시오. 그게 황실의 왕도입니다.”


“왜 그래..”



“네루트님. 내일부터는 황실 교육을 하겠습니다. 네루트님이 다시 황실로 돌아가시려면 황실 생활에 대해 배우셔야 합니다. 그 후에 황자로서 황실에 돌아가는 계획을 실행하겠습니다.”


“할.. 집사 난 괜찮아. 나 지금 행복해. 집사도 행복해 했잖아. 지금 행복한데 왜 굳이 그래야 돼? 난 관심 없어. 황자? 왕? 그런 거에 난 전혀 관심 없어.”


“네루트님. 안 됩니다.”



“집사 할아버지..”

“네루트님!!!!!”





“네루트님 지금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황실의 비밀 이야기입니다. 잘 들어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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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5화 생사 21.07.18 61 0 12쪽
154 154화 사생 21.07.17 57 0 11쪽
153 153화 황자 21.07.11 66 0 12쪽
152 152화 왕비 21.07.10 63 0 12쪽
» 151화 집사 21.07.04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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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화 스파이 21.06.26 50 0 11쪽
147 147화 자누크 21.06.20 55 0 11쪽
146 146화 벽력제 21.06.19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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