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내공으로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2.02 13:42
최근연재일 :
2021.11.20 13:35
연재수 :
190 회
조회수 :
87,434
추천수 :
1,024
글자수 :
993,319

작성
21.06.27 12:15
조회
69
추천
0
글자
12쪽

149화 폭몽

DUMMY

‘폭성주. 내가 폭성주가 되는 거야.’


그는 스파이 생활을 오랫동안 충실히 수행해왔다.

마리라는 꽤나 높은 자리를 차지한 이후에도.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그도 모르는 사이에 굴욕감이 자라났다.


마리라는 일족의 꽤나 높은 자리에 올랐음에도 그의 자존감은 찢겨져 너덜너덜하게 나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간 그 굴욕감을 외면해왔다.


‘내 실력으로 했어. 내 실력으로 마리 자리를 얻어 냈다고.’




그는 정말 밑바닥부터 올라왔다.

스파이라는 사명을 품에 두고.



마리라는 높은 직책에 오르고도 쥐새끼처럼 스파이 짓을 할 때 마다 그의 마음은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난 마리야.

마리라고.


내 실력으로 마리가 되었다고.



하찮은 하급 종족들이 할 만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게 외쳐도 어쩔 수 없었다.


이제부터 더 이상 스파이 짓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아니면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지 않았을 때 일어날 후폭풍을 감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그렇다고 그가 시도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하. 저도 이제 마리입니다. 매일 같이 보고하는 건 다른 사람들을 시키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제 그만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흐흐흐. 마리가 되시더니 변하셨나 봅니다?”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하급 쫄짜도 아니고 마리씩이나 돼서 매일 같이 일일 보고를 하는 건 조금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흐흐흐. 뭐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조금 있으면 스파이 노릇도 마리와는 맞지 않는 다고 때려 치겠다고 하시겠네요? 그죠?”


“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대신 그로 인해 일어날 후폭풍은 본인이 온전히 다 감당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마리가 되셨다고 조금 콧대가 높아지신 것 같으신데, 본인이 어떻게 마리가 되셨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그건...”



“설마 본인 실력으로 마리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저희는 그쪽이 못하겠다고 하면 다 방법이 있습니다. 뭐 또 다른 사람을 마리로 만들면 되니까요.”



“다시 한 번 말해보세요. 앞으로 일일보고를 하시지 못하겠습니까?”



그렇게 행동한다면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그려졌다.

어느 쪽에서건 변절자, 배신자, 쥐새끼가 될 것임이.


폭성에서 마리라는 직책은 박탈당할 것은 물론이고, 그간의 자신이 했던 업적들은 모두 지워져 더러운 낙인만이 남을 터.


또한 남은 생을 괴롭게 고문만 받다가 하직할 게 분명했다.



그는 마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이미 후회하기는 한 참이나 늦었다는 걸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런 그에게 드디어 희망의 빛이 내려졌고, 그는 그 기회를 꽉 잡기로 결심했다.



‘좋았어. 내가 폭성주가 되는 거야. 하늘이 내려주신 천재일우의 기회. 절대 놓칠 수 없다.’


폭성주만 된다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다.


폭성주가 된 다면 스파이라는 사실이 알려 진다 하더라도 단순한 흑색선전이나 허무맹랑한 소문으로 치부될 터.




마리들이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고 그는 만약 폭성주를 새로 뽑게 된다면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라고 확신했다.


‘마리 자식들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큰 선물을 얻지 못한다. 물론 내가 꽤나 크게 상황을 만들어서 네 들이 먹을 건더기가 없었겠지만. 크흐흐.’



“폭성주!!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스파이라니요!! 저급한 유도심문을 사용하신 겁니까? 아니면 진짜 몸에 이상이 있으신 겁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뜸을 들였다.


그 자리에 있는 마리들에게 폭성주에게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증명했다는 것을 은연중에 흘려 그걸 근거로 폭성주를 실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설계한 말들을 조립해나가기 시작했다.


“저는 폭성에 대한 애족심. 그것 하나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어찌 그런 저한테 스파이라고 하실 수 있으신 겁니까!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저에게 폭성은 전부란 말입니다!!!”



그는 열변을 토해냈다.

폭성을 위해 태어난 사람.

차기 폭성주는 자신이라고 포효하듯이.



그의 그런 태도에 마리들의 시선은 바닥을 기었고, 창수는 코웃음을 치고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역시. 스파이라서 그러신지 연기력이 일품이십니다. 스파이가 발각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제안을 한 것도 도둑이 제발 저려서 그런 거군요?”



“뭐하자는 겁니까!!!!”


그는 아주 혼신을 다한 연기를 펼쳤다.

그러면서 마리들에게 눈짓을 줬다.



폭성주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라는 눈짓을.


‘이정도면 끝났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를 스파이로 몰았으니 다들 지금 폭성주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테다.’


하지만 상황은 그가 원하는 데로 흐르지 않았다.


이미 모든 진실을 아는 마리들의 눈에는 그의 행동이 과장되고 오버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다른 마리들도 뭐라고 말 좀 해보시게. 내가 그럴 사람인가? 내가 스파이 짓을 할 사람이냐는 말이야. 아무런 근거 없이 사람을 스파이로 몰다니. 내가 그럴 사람이야?”



‘좋았어. 이제 다른 마리들이 거들기만 하면..’


그는 사력을 다했지만 다른 마리들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는 마리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뭔가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왜. 도대체 왜? 설마 폭성주의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에 흔들린 건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음을 넘어 황당하기에 이르렀다. 그간 그가 스파이로 활동한 지도 햇수로 족히 10여년이 넘는 시간.


그는 그 오랜 기간 스파이활동을 하면서도 단 한 차례도 발각되기는커녕 의심조차 받은 적이 없었다.



“아니.. 다들 왜 그래.. 내가.. 내가.. 폭성을 배신할 사람인가?”

“그만해.”


그와 꽤나 가깝게 지냈던 한 마리가 처참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고, 그는 억울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뭐를?”


“그만하라고 이제. 자네가.. 자네가.. 자네 입으로 전부 실토했으니까 그만 하라고.”


그의 입장에선 더욱 황당한 상황.


언제나 언행에 조심해왔던 그였고, 자신은 아무리 친한 마리나 동료들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밝힌 바가 없었다.



‘뭐야. 유도 심문인가? 나를 떠보는 건가?’


그는 시간을 되돌려 기억을 조금씩 더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절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밝히기는커녕 의심 살 짓조차 하지 않은 그였다.



그는 주위를 살폈고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처음부터 다 설계 된 건가? 나를 떠보기 위해?'


그의 머릿속은 이제 폭성주 취임에 대한 생각은 모두 사라졌고, 오직 지금의 위기 상황을 모면해야겠다는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어디서 잘못 된 거야? 겁먹지 말자. 나는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았으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실토를 하다니. 뭘 실토를 해? 설마 내가 얼마나 폭성을 사랑하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 말한 걸 갖고 그러는 거야?”



‘없어. 이들은 내가 스파이라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어. 난 완벽했으니까.’



‘어떤 이유로 의심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딱 잡아뗀다면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 말고는...’



“그만해!! 자네가 전부 실토했다고.”


“나는..”


그가 변명의 말을 늘어놓으려 하자 한 때 그의 절친이었던 마리는 그의 연기와는 상대도 안 되는 감정 상태를 보여주며 표효하듯 말했다.


“폭성주가 무슨 술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자네가 자네 입으로 직접 우리들 앞에서 사실을 고했다고!!! 자네가 스파이라고 말이야.”


그는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아니야!! 난 아니야!!! 절대 난 아니라고!! 다들 믿지? 나 믿잖아? 내가 스파이 같아?”


다른 마리들을 붙들고 늘어지며 절규했지만 돌아오는 건 차디 찬 냉담한 반응뿐.


‘아무 근거도 없어. 내가 무언가 실수를 했고, 그냥 날 몰아세워서 실토하게 하려는 술수야.’


“아~ 이제 알겠다. 다들 짜고 이러는 거지? 나 놀라게 해주려고? 난 진짜 아니야. 난 진짜 스파이가 아니라고.”


그의 절친이었던 마리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말했다.

“그만하지.”


절친의 태도를 보고 그는 깨달았다.

이미 애 진즉에 다 끝났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뭘!!!!”


“누가 하시겠습니까?”

“폭성주님. 이건 저희 공동책임입니다. 저희 마리들이 해결하겠습니다.”


마리들은 착찹한 얼굴을 하고 서는 검을 꺼내들었다.


“아니.. 나는.. 정말 나는....”


그도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11명이나 되는 마리와 맞서 싸우기에도 역부족.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의심조차 받지 않고 잘 버텨 왔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지만 모두 포기한 채 전부 놓아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얇디얇은 한 가지 희망사항을 잡고 있었다.



‘그래 내 목숨을 협박으로 내가 스파이라고 실토하길 기다리는 거야. 이들은 아무 것도 없어.’


“난. 절대 스파이가 아니야!!!”


마리들이 모두 칼을 겨누고 있었지만 그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네가 직접 실토 했다니까.”





그는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의 생각대로 다른 이들이 단지 의심으로 그를 찔러 보려던 것이든 아니면 진정 그들의 말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폭성주의 해괴한 기술에 빠져 진실을 실토했던지 어쨋건 그의 선택권은 하나뿐.


이 상태에서 목숨을 구걸한 다면 필시 죽을 것이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겠다. 그동안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정말 스파이가 아니다. 목숨으로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고통 없이 보내줘라. 반항은 하지 않을 테니.”


하지만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기꺼이 목숨을 내놓은 다면, 어쩌면 살아날 수도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에게 남은 방법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다른 이들이 확신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베팅을 하는 것이라면, 그 역시 이미 판돈으로 올라간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배팅하는 것.


그는 그게 유일하게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 내 목숨에 대한 선택권은 없다. 이 상황에서 무릎 꿇고 울며 애걸복걸 해봤자 내 죽음만 앞당겨질 게 뻔하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 이걸로 내 결백이 밝혀 진다면 내가 죽은 뒤에 내 시체를 도륙내도 좋다.”



그는 말을 끝내고 제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내밀고 눈을 감았다.



마리들은 폭성주를 쳐다보았고, 창수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리들은 누가 그의 목을 취할지 서로 눈치를 살폈고, 그의 절친이 한 발 내지르며 의사를 표명했다.


다른 마리들은 두 발자국씩 뒤로 물러나며, 그의 절친이 검 손잡이를 꽉 쥔 그 순간.



“껄껄껄. 폭성주님. 저 자가 어느 종족의 스파이인지, 누구에게 정보를 팔아넘겼는지, 어느 정도의 정보를 넘겨주었는지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부는 단 한 마디로 형 집행을 그들 스스로 중지시키게 만들었다.

창수의 미간은 찌푸려졌고,


“노부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공으로 무한성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4 164화 논박 21.08.21 44 0 11쪽
163 163화 척후 21.08.15 41 0 11쪽
162 162화 암령 21.08.14 40 0 11쪽
161 161화 조왕자 21.08.08 41 0 12쪽
160 160화 과욕 21.08.07 47 0 12쪽
159 159화 도약 21.08.01 50 0 11쪽
158 158화 결단 21.07.31 53 0 11쪽
157 157화 직고 21.07.25 60 0 11쪽
156 156화 시녀 21.07.24 63 0 11쪽
155 155화 생사 21.07.18 61 0 12쪽
154 154화 사생 21.07.17 59 0 11쪽
153 153화 황자 21.07.11 67 0 12쪽
152 152화 왕비 21.07.10 63 0 12쪽
151 151화 집사 21.07.04 61 0 12쪽
150 150화 집행자 21.07.03 62 0 11쪽
» 149화 폭몽 21.06.27 70 0 12쪽
148 148화 스파이 21.06.26 52 0 11쪽
147 147화 자누크 21.06.20 55 0 11쪽
146 146화 벽력제 21.06.19 57 0 11쪽
145 145화 가면 21.06.13 53 0 11쪽
144 144화 후환 21.06.12 60 0 11쪽
143 143화 심문 21.06.06 59 2 12쪽
142 142화 수색 21.06.05 54 0 11쪽
141 141화 실종 21.05.30 65 0 11쪽
140 140화 회수 21.05.29 52 1 12쪽
139 139화 수뇌부 21.05.23 67 1 12쪽
138 138화 뇌전주(2) 21.05.22 57 0 11쪽
137 137화 뇌전주 21.05.16 65 0 12쪽
136 136화 간계 21.05.15 64 0 11쪽
135 135화 혈언 21.05.09 69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