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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내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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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2.02 13:42
최근연재일 :
2021.11.20 13:35
연재수 :
1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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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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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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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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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화 직고

DUMMY

아들이 볼모로 잡혀있다고 왕비와 황자를 죽이려했다는 것은 쉽게 믿기 어려운 말.

대왕이나 왕비께 직보를 해서 그들을 처분하는 게 더 맞았다.



특히 왕비의 지근거리에 닿아 있는 사람이라면, 왕비에게 그 사실을 한 시라도 빨리 고하여 아들을 구해내는 것이 이치상 옳은 일이었다.




왕비와 황자의 암살을 막아냈다는 공을 인정받을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리고, 이런 천지가 개벽할 일에 발을 깊숙이 담갔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 어려운 일 이었다


하늘이 노할 이런 일이 발각이 된다면 삼족이 멸해지고도 부족할 터.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역모의 칼이 되었다는 건 몇 번을 생각해 보아도 쉽사리 믿겨지지 않았다.


“저는 너무 억울합니다.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녀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 또한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토로하며 항변했다.


“누구냐? 너에게 이런 일을 시킨 족속은. 누가 계획한 일이지?”

“그건...”



억울하다고 당장이라도 입을 열 것 같던 시녀는 구체적인 주모자가 누구인 지를 묻자, 머뭇거리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물귀신 작전으로 아무나 끌고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 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뭐가 그리 무서운지 시녀는 입술을 씹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참을 설득 아닌 설득을 하고 나서야 시녀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시녀가 꺼낸 이야기의 규모는 방대했다.


이건 단순히 후처 한 명이나 후계구도에서 밀린 황자들 중 단일 세력이 획책한 계획이 아니라, 왕비를 제외한 모든 세력들이 규합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작전이었던 것이다.


‘역시...’


약간이지만 예상은 하고 있었다.


왕비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라는 소문이 돌자, 많은 신하들은 후처의 황자들에게 저마다 줄을 대었다.


왕비가 된 후 꽤 오랫동안 황자 소식이 없었으니 당연히 그 소문은 힘을 얻었고, 신하들은 각자 자기 살길을 도모한 것이다.



왕비의 세력들도 알게 모르게 다른 황자에게 이미 줄을 대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식 황자가 태어나고 후계구도에서 후처들의 황자들은 전부 밀려나 버렸다.


왕비가 네루트님을 출산했으니 그들이 꽉 잡고 있던 줄은 잘려 나갈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규모로 많은 인원이 엮여 있을 거라고는 차마 상상도 못했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진실을 밝혀 그들을 처벌할 수 없을 테다.

그러려고 했다가는 성 내에서 반란이 일어날지 모르니.



그 정도 규모의 인원이 가담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치 않다.


어쩌면 왕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왕도 자신이 손 댈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갔다고 느껴 손을 떼어...’



왕비의 복수를 위해 끌어 오르던 내 붉은 피가 벌써 식지는 않았다.


‘직접 칼이 되어 왕비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놈 만큼은 살려둘 수 없다.’


애석하게도 이 더러운 놈들을 뿌리 째 뽑아버릴 능력도, 칼이 되어 왕비에게 비수를 꼽은 놈을 제거할 능력도 내게는 없다.



‘하지만 왕이라면...’



왕과 신하들이 있는 자리에서 그의 죄를 빠짐없이 고한다면, 그 놈 정도는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해서든 그 놈만이라도 처리해야 했다.


왕에게 사내를 데리고 와 왕비를 모욕하고, 반박도 하지 못하게 그 사내의 목을 쳐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놈.


‘그 놈 뒤의 세력은 재껴두고 그 놈 만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응징해야 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왕비님과 네루트님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게 분명하다.


“좋다. 너에게 직접 지시한 것은 누구냐?”


“아니 됐다. 혹시 코차이가 이 일에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예.”



‘됐어. 그 놈 은 꼭.’


“좋다.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오늘 있었던 일을 왕에게 고하여라. 내가 자리를 마련하겠다. 네가 협박을 받은 사실을 왕에게 낱낱이 고하여라.”


“저... 저에게는... 아들이..”


“황자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발각 된다면 아들이 아니라, 3족이 멸해질 것이다. 그 자들이 너에게 무슨 약속을 했는지는 모르나, 마지막 남은 황자까지 죽게 된다면 그걸로 네 용도는 끝날 것이고, 필시 그들은 입을 막기 위해 너를 죽일 것이다.”


시녀는 침을 삼켰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내게도 생생히 전해질 정도로.


“왕비에게 누명을 씌운 사내가 준비된 말을 모두 쏟아내자 코차이는 아무런 주저 없이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살려두기에는 후환이 두려웠겠지. 아마 그 사내도 꽤나 좋은 조건의 제안을 받고 왕비 음해에 가담했을 것이다.”



시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 결과가 어찌 됐는지는 너도 알 것이다. 그 사내는 발언을 모두 끝마치고 코차이에 의해 목이 날아 가버렸다. 너는 멀쩡할 것 같으냐? 목적이 이뤄지면 너는 멀쩡할 거라고 생각 하냐는 말이다.”



시녀는 마른 침을 삼켰다.


“너도 마찬가지로 황자의 죽음과 동시에 목이 달아날 것이다. 그들은 그 전에 했던 방식으로 똑같이 너를 해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그들에 의해 제 목숨이.....”


“이건 장담하지. 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죽는다. 하지만 이게 유일하게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이다. 너는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진상이 밝혀진다 한들 그들을 처벌할 수도 없을 테니까.”


“그럼 왜..”


“넌 코차이에 대해서만 왕에게 증언해라. 왕께서 코차이에게 극형을 내릴 것이다. 그리고 그 세력들도 코차이 선에서 꼬리를 자르고 말테지.”


“그...”


“시간이 없다. 너는 당장 선택해야 한다. 확실하게 죽을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나마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택할 것인지를.”





꽤나 시간을 들이며 고민하던 시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답했다.


“하...할게요..”


“혹시 하고 말 하건데 네가 미리 이 일을 발설해 초를 친다면, 내가 아니라 그들이 분명 너를 죽일 것이다. 잘 생각해 보거라.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예...”


시녀와 함께 며칠간 말을 맞추어 코차이를 몰아세울 각본과 증거들을 완성했다.



시녀는 그들에게 빨리 황자를 죽이라고 닦달을 받았지만, 내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벌었다.








***


모든 신하들이 모여 있는 자리.


코차이는 뒤 늦게 등장했고, 모든 신하가 자리에 들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대왕께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아주 근엄하신 모습으로.




“대왕폐하. 저는 왕비의 시중을 들던 자입니다.”



왕의 여러 어사가 끝나시고, 나는 왕 앞에 나섰다.




“제가 비록 신분은 하찮은 자이긴 하나 대왕 폐하에게 고할 것이 있사옵니다.”


절차에 맞춰 왕에게 직고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몇 십번이고 예행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왕에게 직고를 직접 하려 하자, 심장이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긴장 하지 마. 할 수 있어.’



‘별 거 아니다. 별 거 아니다.’





혹여 세력들이 방해할까 염려스럽기도 했지만, 그들은 내 계획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무런 방해 없이 대왕에게 직고를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누구나 대왕께 직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때 왕비의 자결로 성내의 모든 것들이 약해져 틈이 생겼기에 내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으로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대왕께 직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코차이 같은 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부탁을 하거나, 그의 눈에 들어 그가 직고의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비로서 왕에게 직고를 할 수 있었다.




왕비님의 측근이었고, 대왕폐하의 섭정에 참여하는 신하에게 간청하여 대왕께 고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왕비를 극진히 모셨었던 왕비의 측근 중에 최측근.


그에게 제발 대왕께 직고를 하고 싶으니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무슨 일 때문이냐고 캐물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았다.


그는 분명 믿을 만한 사람이었지만, 만전에 만전을 기하고 싶었기 때문.



직고를 주선해달라고 하면서, 직고 내용을 말해주지 않는 다는 것이 억지스러운 주장이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직고 내용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그때 왕비를 말리지 못 한 것이 이리도 후회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자책했다.


‘왕비님의 최측근 중에 최측근이었으니 그 역시 상심이...’




“황자를 해하려는 자가 있습니다. 대왕께 직고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신하도 왕께 직고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고투니님을 택한 것은 고투니님이 믿을만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나도 더는 묻지 않겠어.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직고를 해야지. 오늘 섭정이 남았으니 그때 직고를 합세. 이제 곧 섭정이 시작되니 가시게. 나는 잠시 의복을 갖추어 입고 가겠네.”


“감사합니다.”


왕비의 최측근으로 이 성 안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고투니님. 그런 그에게도 모든 진실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다.


누가. 왜. 어떻게. 증명할 방법은 무엇인지. 단 하나도 알려주지 않은 것.


고투니님도 몇 차례 물어보려 하시다가 내 뜻이 완강하니 더 이상 물어보시지 않으셨다.


왕의 섭정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왕비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곳을 다시 바라보니 가슴이 이상했다.


‘됐어. 이제 코차이 놈은 끝이다.’



그때 그 자리.

왕비에게 최후의 칼을 꽂게 만들었던 놈에게 복수를 한다.


‘왕비님과 네루트님의 원혼을 달래줘야...’


하나 둘 씩 신하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자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 생각과 다르게 내 목이 날아갈 지도 모른다.


왕께서 그날의 일을 상기해내시고 내 목을 치라고 명령하실 지도 모를 일이다.


성내의 모든 것들이 약해졌을 때 내버려뒀던 일을 지금 다시 바로 잡으려고 하신다면 분명 나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각오가 확실하게 서있었다. 그 놈만큼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보내버리겠다는 각오가.



신하들이 이제 모두 자리를 채웠는데 그 놈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 놈만 오면 되는 데 그놈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 내가 죽게 된다면 황자님은 어떻게 하지?’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살만큼 산 내 목숨 따위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없어진다면 황자님이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






“대왕폐하. 저는 황후의 시중을 들던 자입니다. 제가 비록 신분이 하찮은 자이긴 하나 대왕 폐하에게 고할게 있습니다.”


폐하는 그날 일을 문제 삼지 않으셨다. 내가 직고를 하려던 차에 그놈이 입을 열었다.


“대왕폐하. 그 전에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전 왕비 치릴리님의 시종이 방금 전 자결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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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7화 직고 21.07.25 60 0 11쪽
156 156화 시녀 21.07.24 63 0 11쪽
155 155화 생사 21.07.18 61 0 12쪽
154 154화 사생 21.07.17 57 0 11쪽
153 153화 황자 21.07.11 66 0 12쪽
152 152화 왕비 21.07.10 62 0 12쪽
151 151화 집사 21.07.04 6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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