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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내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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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0.12.02 13:42
최근연재일 :
2021.11.20 13:35
연재수 :
19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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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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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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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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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4화 사생

DUMMY

“대왕 저를 보십시오. 저를 보고 생각해주십시오.”


대왕은 대답이 없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대왕을 속이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직 대왕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어째서 우리의 행복을 망가뜨리려는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전부 거짓입니다. 저는 저 놈을 오늘 처음 봤습니다. 정말입니다.”


대왕이 그래도 입을 열지 않자, 왕비는 애절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대왕. 저 놈에게 저를 어디서 만났는지 물어보십시오. 절대 대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 놈!! 내가 널 어디에서 만났느냐!!! 불과 몇 달 전에 만났다고 했으니 그 장소를 말해 보거라!!!!”



“그 거짓말은 금방 들통 날 것이다. 만나지도 않은 나를 만났다고 주장하면서 날짜도 말하지 못하느냐!!!”


사내는 왕비의 공격적인 태도와 언행에 놀랐는지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 시선의 종착지는 여태껏 사내에게 질문을 퍼부었던 신하에게로 향했다.


왕비는 분노해 그 사내에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런 음해를 한다는 것이냐. 도대체 왜!!!!!!”


신하와 사내 쪽으로 왕비는 달려들었고, 신하는 어느새 칼을 뽑은 채, 꽉 쥐고 있었다.



-툭 투둑



사내가 칼을 쥔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바닥에는 몸과 머리가 분리된 사체가 나뒹굴었다.




“으아아아악!!!!!!”


왕비의 비명소리가 성 전체로 퍼져나갔다.


비명이라기보다 절규에 가까운 소리가.


그런 왕비 옆으로 사내의 목이 나뒹굴었다.



사내의 목과 몸이 분리 되었음은 유일하게 결백을 밝혀줄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


그걸 인지한 왕비는 절망감에 머리를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이 놈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폐하 죄송합니다. 저는 이 사내의 말을 듣고 당연히 왕비를 사칭하는 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이런 내막이 있을거라고는...”



“입 닥쳐!!!! 대왕 아닙니다. 제 결백을 입증할 유일한 사람을 없앤 것을 보면 모두 한 통속임이 분명합니다. 후처들과 그 신하들의 철저한 계획 하에 벌어진 일입니다.”



왕비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있었다. 왕비는 살벌한 눈을 하고서는 말을 이어나갔다.


“대왕!!! 방금 전까지 저 놈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기에 죽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그런 자가 말이 모두 끝나고 제가 결백을 밝히려 들자 가차 없이 죽여 버렸습니다. 이건 철저하게 계획된 모함이자 반란입니다.”


왕비의 말이 끝나자 신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폐하 아닙니다. 제가 어찌 왕비마마의 신체 은밀한 부위에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겠습니까? 왕비마마 지금 하신 말씀은 저와 왕비마마가 내음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절대 그런 일이 없습니다. 폐하께서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이 천하의 더러운 놈!!!!! 그 입으로 또 교묘하게 말을 비트는 구나!!!”


“왕비마마 진정하십시오. 오해입니다. 제가 이 사내를 통해 계략을 꾸미다니요. 저는 황자의 발에 점을 만들어낼 신통력이 있지 않습니다. 고로 이 자의 발바닥 같은 위치에 점을 만들어 낼 수도 없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닮는.”


신하는 사내의 말에 신뢰를 부여하며 교묘하게 왕비를 수렁으로 밀어 넣기 시작하자, 왕비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치거라!!!!!”




대왕은 한 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왕!!! 억울하옵니다. 저를 봐주시옵소서. 대왕!!!”


대왕은 그 자세에서 고개를 들지도 그렇다고 눈을 뜨지도 않았다.


“대왕!! 이건 모함입니다. 철저하게 계획된 모함입니다. 제발 그간 그랬던 것처럼 저를 믿어주십시오. 그간 그래 오셨던 것처럼 저를 바라봐 주십시오. 대왕..”


왕비의 애절한 요구에도 대왕은 한 치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왕비는 그런 대왕의 태도를 보고 억울해하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들기고 절규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대왕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몇 몇 신하는 그런 대왕과 왕비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감추느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왕비의 절규와 항변은 쉼 없이 계속 되었다.




못들은 척 하던 대왕은 신발과 외피를 벗어 자신의 발을 드러내 보이더니 양발을 들어 왕비에게 자신의 발바닥을 보여주었다.




티끌하나 없는 새하얀 발바닥을.



대왕의 잔인한 의사표현을 본 왕비는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절규하거나 울분을 토해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왕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치릴리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럼도 없습니다. 이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제가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대왕께서도 진실을 아실 날이 오실 겁니다.”


왕비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뒤로 젖혔다가 금세 다시 꼿꼿이 새우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단 한 차례도 대왕을 두고 한 눈을 팔지 않았습니다. 그건 저의 가신들을 불러 확인하신다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꼭 추후에라도 진상조사단을 꾸려 저의 억울함을 밝혀주십시오.”



왕비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끝마치고는 고개를 돌려 외쳤다.



“네루트!!!!”


치릴리님이 부르자 네루트님은 웃으며 아장아장 뛰어가셨다. 치릴리님은 네루트님을 품에 안고는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셨다.


치릴리님은 네루트님을 안은 채로 대왕께 말하셨다.


“대왕! 정통 황자의 씨를 갖고 태어난 네루트는 온갖 음해와 모략으로 더럽혀 졌습니다. 대왕께서도 저에게 발바닥을 내보이시며 종자의 근원을 의심하시오니 분명 네루트의 남은 인생은 기구하고 불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작 말로 황자의 종자가 더럽혀지지는 않습니다. 네루트의 근원은 분명 대왕이십니다.”


“네루트. 엄마가 미안하다. 이런 못난 엄마를 만나게 해서 미안해..”




치릴리님은 말을 끝마치고 네루트님의 등을 어루만져 주셨다.




치릴리님의 손은 네루트님의 등을 떠났지만 네루트님의 등에는 차디 찬 칼이.




치릴리님은 네루트님의 등에 칼을 뽑고는 눈물을 흘리며 네루트님의 등을 토닥여 주셨다.



네루트 님은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편안한 얼굴을 하고 눈을 감으셨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고작 4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가 견뎌내기 힘든 고통이었을 텐데, 네루트님은 눈물 한 방울 흘리시지 않으셨다.


그저 평온한 얼굴로 마치 잠이라도 든 것처럼 눈을 감으셨을 뿐.




“대왕!! 치릴리는 이제 대왕과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왕이 미치도록 밉습니다. 후처들의 계략과 음해에도 끝까지 저를 지지해주시고 믿어주시던 대왕께서 고작 점 때문에 저를 그리고 네루트를...”






“대왕 잘 봐두십시오. 저 신하들의 얼굴을 잘 봐두십시오. 저들이 저와 네루트를 죽인 장본인들입니다. 이건 철저하게 계획된 황자와 왕비 제거 작전입니다. 꼭 추후에 진상조사를 하시어 저와 네루트의 명예를 회복해 주십시오.”



왕비는 말을 끝내고 아무런 미련 없이 네루트님을 공격했던 단검을 자신의 목에 찔러 넣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칼이 끝까지 전부 들어간 상태에서 더 힘을 주어 계속 칼을 밀어 넣으려 하셨다.


왕비님의 단호한 결의에 누구도 쉽사리 왕비님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왕비님의 가신들과 직속 신하들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왕비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나는 왜 더 빨리 치릴리님에게 달려들지 못했을까.



내가 달려들었을 때는 이미 왕비님과 네루트 두 분 모두 숨을 거둔 이후였고, 네루트님은 너무 차갑게 식어있었다.



대왕께서는 고개를 들어 그 참혹한 현장을 한참이나 응시하시고는 아무런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셨다.



그때


“은아! 은아!! 은애!!!!”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갑작스런 아이의 울음소리에 대왕 역시 놀라 일어나려던 것을 멈추고, 울음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보셨다.



어딘가 어설픈 울음소리에 놀라 네루트님을 다시 살펴봤지만,



차가운 냉기만 느껴질 뿐.



“은애!!! 은애!!”


어설픈 울음소리는 네루트님이 아니라 치릴리님에게서 났고,


“아... 아이다.”


치릴리님의 다리 사이에서 울고 있던 아이를 들어올렸다.


아직 엄마 뱃속에 더 있어야 할 아이는 치릴리님의 사망과 함께 생을 마감했어야 했을 터.


그 아이는 치릴리님의 사망과 함께 출생했다.



몇 달을 더 뱃속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성장했어야 할 터였지만, 이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아이라고 부르기에도 어설픈 형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가 몇 분 내로 생을 마감하게 될 거라고 직감했다.



이 작은 무언가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아이는 어설프지만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는 치릴리님의 품에 안겨주고 나서야 울음을 그쳤다.



대왕은 그 작은 아이의 울음이 그치자 고개를 가로 저으시더니 자리를 옮기셨다.



“폐하! 남은 일 처리가.”


신하들의 부름과 아뢰옴에도 대왕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자신의 처소로 발을 옮기셨다.




그 자리에 남아있는 신하들은 우왕좌왕.



대왕이 끝맺음을 맺지 않았기에 자리를 뜨기도, 그렇다고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참극에 사체를 수습하기도 뭐했기에, 서로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저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어찌해야 합니까? 치울 수도 없고. 그래도 아직 왕비이시니 시신을 수습해야 할 터인데, 폐하께선 아무런 명령도 없으셨으니 이를 어찌해야 합니까?”



“수습을 하게. 왕비의 시신 수습은 당연한 것 아니겠나? 왕께서 특별히 왕비의 사체를 개의 먹이로 주라고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왕의 특별한 명령이 없으시니 당연히 기존 절차대로 해야겠지.”


“예.. 그런데 이 조그마한.. 이 생물은 어찌 해야 합니까?”


“아직 죽지 않았나?”


“사...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거 질기군. 지 애미와 형인지 오빠인지는 벌써 죽었는데. 기괴한 모습을 하고 아직 살아있다니. 그냥 버리거라.”


왕비의 가신들은 아무런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왕비가 사라진 지금, 까딱 잘못했다가는 왕의 종자를 더럽힌 죄에 가담한 것으로 엮여 목이 달아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또한 이제 자신들이 모시는 왕비가 사라졌으니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른 후처나 황자의 밑으로 들어가 살아갈 길을 도모해야 했다.


그러니 왕비에 대한 불경한 모습을 보고도 쥐 죽은 듯 입을 다물고 조용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그 신하는 자신이 모시는 황자가 왕위에 제일 가깝다고 여겼는지, 마치 자기가 왕이라도 된 것처럼 물었다.


“누구냐?”


잠시 사이에 신세가 뒤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이 아이를 제가 거두어 가겠습니다.”


“뭣?!”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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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4화 사생 21.07.17 58 0 11쪽
153 153화 황자 21.07.11 66 0 12쪽
152 152화 왕비 21.07.10 63 0 12쪽
151 151화 집사 21.07.04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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