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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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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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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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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예선(9)

DUMMY

※※※



예선 첫날이 끝났다. 무연봉 위에는 여전히 암화와 곤륜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백연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이미 무당파 경내의 전각으로 돌아온지 오래였다. 설향의 순서를 마무리짓고 곧바로 온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 경기는 안 봐도 되는거야?”


이결이 물었다.


“다음에 만날 상대라거나......”

“보면 좋지만, 지금은 아니야.”


백연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경기를 봐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대진은 아침마다 나오는데 누가 상대가 될 줄 알고 미리 준비할까. 수백명에 달하는 무인들의 특색을 일일히 기억해둘 것이 아닌 이상에야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외려 지금 중요한 것은 사형들의 상태를 관리해주는 것.


“설향 사저는 일찍 자. 오늘은 쉬어.”

“검법 연습은......”

“안돼.”

“심법 수련은......”

“안돼. 자령안에 적화검류를 과하게 썼어. 조금은 안정을 취해야지. 본인의 현 한계를 넘어서 마구잡이로 기를 운용하다가는 주화입마가 올 수도 있어.”


단호한 백연의 태도에 설향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본디 항상 그녀가 만신창이가 될때까지 수련 시키는 백연이다. 허나 그 과정에는 그녀의 몸 상태에 대한 섬세한 관리가 깃들어 있었다. 자신의 사제는 한계까지 몰아붙일 뿐, 그 이상으로 가는 일은 없었다.


길을 한걸음 빨리 가려고 하다가 백걸음을 돌아가거나 아예 못가게 되는 수가 생긴다면서.


“사저는 내일 대진도 없으니까 푹 자고. 그 전에 현음공을 한번 돌려서 열을 식히고 자는것도 괜찮을거야......그리고 볼은 좀 놔주면 안될까?”

“고마워.”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백연의 볼을 죽 잡아 늘린 설향이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뺨을 매만진 백연이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일단 나머지는 전부 내일 경기가 있을거야. 너무 과하게 수련하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적당히 대련으로 감각을 다듬어 놓는것도 좋을 일이고. 대련하고 있으면 내가 한명씩 따로 짚어줄게. 그리고 소홍, 단휘, 도현 사형은 셋이 함께 대련해.”

“우리는 안쉬냐?”

“세명은 하나도 무리 안했잖아.”


어깨를 으쓱인 단휘가 검을 들곤 소홍과 도현에게 손짓했다. 말은 저렇게 했으나 언제나 열의가 넘치는 사형들이었다. 지금도 군말없이 검을 챙겨들고 가는 모습이다.


저 정도 노력을 즐겁게 해낼 수 있으니 이리 빠르게 강해지는 것이다.


사형들을 수련시킨지 일년. 백연은 그들이 이미 같은 배분의 평균 그 이상의 실력을 쟁취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실전이라면 더욱 강할 것이고.


“자, 우선 무진 사형부터 한번 보자. 사형은 좀 더 몸을 균형있게 움직여야 해.”

“하체가 중요하다?”

“응. 강검의 기본은 얼마나 지면에 발을 잘 붙이고 있냐가 중요하니까. 바닥에 선을 그어줄게. 지금부터 내 공격을 막으면서 선에서 벗어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는 연습을 해보자......”


밤이 깊었음에도 곤륜파의 전각에서 검을 휘두르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어두운 시야 속에서 자색 안광들이 명멸했다.



※※※



밤이 깊었다. 사형들마저 잠든 한밤에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백연이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섰다.


그때였다.


“오밤에 어딜 가느냐?”

“장문인?”


막 곤륜파의 전각으로 들어서고 있는 인영이 있었다. 뒷짐을 진 큰키의 장문인이 수염 아래로 허허로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 경기 전부 잘 보았다.”

“중간부턴 바쁘셨을 것도 같은데요.”

“헛허......”


운결이 수염을 쓸며 웃음을 흘렸다.


백연의 말대로였다. 끊임없이 그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행렬이 너무 많았다. 덕분에 마지막 경기인 설향의 경기는 보지도 못했다.


이리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은 그의 생전 처음이었다. 보통 그는 다른 사람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쪽이었지, 기다리게 만드는 쪽이 아니었으니까.


“혹시 정하셨습니까?”

“으음.”


운결이 백연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제자는 머릿속에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도 여상히 물어보는 질문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다 보고 있었던 것만 같다.


“아니다.”

“잘 하셨습니다. 장문인께서 본디 잘 처리하시니 걱정은 안했지만, 혹 말도 안되게 유혹적인 조건을 들고 온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으니까요.”

“구중상회와 상관상단의 제안은 들어볼만 했다만.”

“큰게 두개나 물었네요.”


백연이 웃었다.


운결이 언급한 것은 커다란 상단 두군데의 이름이었다. 상행에 관심이 있다면 한두번 쯤은 들어봤을 만한 거상들. 그들이 장문인을 만나고자 온 것이 분명했다. 또한 곤륜파와의 협약을 맺기 위해 아주 매력적인 지원 제안도 들고 왔겠지.


하지만.


“예선 첫날인데 다들 너무 급한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말하며 빙글빙글 웃는 백연의 얼굴이 참으로 신나 보였다.


“상단이랑은 느긋하게 대화하죠. 느긋하게.”


간단한 이유였다. 시간을 끌수록 곤륜파의 몸값은 무조건 올라간다. 그 뒤에 연속된 승리라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말이다.


당장 상단의 제안들을 덥석 받아도 나쁜 것은 아니나 그 제안을 수배로 만들 수 있는데 뭣하러 급하게 움직일까.


“그쪽도 처음에는 급하게 낚으려다 조금 대화를 나누니 표정이 바뀌더구나. 마지막에는 길게 보려고 생각을 바꾼것 같기는 했다.”

“우리 장문인께서 경험이 얼만데 말이죠.”


하오문과의 협상도 언제나 탁월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운결이다. 다시 돌아보면 과거 곤륜파가 그 처참한 상황에서도 수십년간 간신히 명맥을 이어낼 수 있었던 것도 운결의 힘이었으니까.


“그나저나 궁금하네요. 대체 뭘 들고 왔는지.”

“구중상회는 현물을 제안하더구나. 그것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운현을 중흥시킬 생각으로 보였다.”

“무난하네요. 상관상단은요?”

“거기가 조금 독특했다. 해동쪽에서 공수한 철(鐵)을 원한다면 공급해주겠다 하더구나.”


그말에 백연의 눈이 반짝였다.


“그건 구미가 당기는데요?”

“나도 그리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이야기 해두기는 했다.”


확실히 일반적인 물건들보다, 공수하기 어려운 물건을 찾아주는 쪽이 귀하다. 특히 저리 말할 정도라면 일반적인 철을 뜻하는 것은 아닐 터. 값나가는 귀한 금속들을 공급해준다는 말이다.


“벌써 이정도면 본선때는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허허.”


백연이 생긋 웃었다. 뒤이어 운결이 입을 열었다.


“그것들은 내가 보아 처리할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언제나 믿고 있습니다.”

“헌데 너는 이 밤에 어딜 가려는지 궁금하구나. 내일 예선도 치뤄야 하는데 푹 자지 않고.”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무복을 걸친 소년이 밤을 가늠했다.


“풍백 이신께서 무공을 가르쳐 주겠다 하셔서 말입니다.”

“......그가?”


이번에야말로 운결의 눈이 커졌다. 상당히 놀란 기색이었다.


백연이 여상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와 있더군요. 무슨 일인지는 안 알려줬습니다. 본선때 알 수 있을 것이라고만 하고.”

“허어. 놀랍구나.”


운결이 고개를 저었다.


“본디 이런곳에 나돌아다닐 사람이 아니건만.”


장문인과 풍백은 오랜 친우 사이라 했다. 지금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신강에서 풍백이 그리 말했었다. 그 때문에 백연 자신에 대해서도 꽤 자세히 알고 있던 풍백이다.


“어지간히 골치 아픈 일에 걸렸나보구나.”

“그 정도입니까?”

“이신은 자신의 걸음이 지니는 무게를 잘 안다. 그런데 이리 나왔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동반되었다는 소리고. 본선때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놀랄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겠구나.”


운결이 수염을 매만졌다.


“여하간 풍백의 무공이라......네가 이 밤에 나갈만 하구나.”

“그렇잖아도 몸 쓰는 법을 조금 더 익혀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회라고 봐야지요.”

“잘 배우고 오거라. 그만한 무인이 어디 또 없지 않겠느냐.”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장문인께선 일찍 주무시지요.”

“알았다. 몸 조심하거라.”


꾸벅 인사를 올린 백연이 가벼이 기파를 일으켰다. 소년의 걸음이 재빠르게 무당파의 전각들을 가로질렀다.


무당파 경내 안쪽으로 향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산문을 벗어난 백연이 재빠르게 산길을 내달렸다. 한밤의 산자락이 기묘한 빛을 띄고 흔들렸다.


그렇게 달려나가길 한참.


어느 순간 백연은 주변 나무가 사라지며 시야가 탁 트이는 것을 느꼈다. 무당산의 수많은 봉우리와 절벽 중 하나. 그 중 인위적으로 조성된 듯한 드넓은 빈 공간이 눈앞에 나타났다. 무당파 도인들이 수련할때 쓰는 수련 공간으로 보였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나무와 청강석으로 덮어진 돌바닥.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한 무인이 비스듬히 서 있었다.


“빨리 왔군요.”


떨어지는 달빛 아래 드러난 얼굴이 미려했다. 평소와 달리 가면을 벗고 있는 모습이었다. 반쯤 묶어올린 길다란 흑색 머리칼 아래 연하늘의 눈동자가 달빛을 받고 은은하게 빛났다.


“준비는 되었나요?”


풍백이 여상한 음성으로 물었다.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군요. 당신에게 전해줄 무공의 명칭은 풍신(風神)입니다.”


간단한 어조로 툭 뱉었다. 독특한 이름이었다. 본디 무공은 이름으로써 그 갈래를 드러내기 마련. 허나 풍신이라는 이름에는 무공이 바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 하나 말고는 어떤 정보도 없었다.


“전에 설명했던대로 보신경 검법 일체의 무공이지요.”

“궁금한 것이 있는데, 그게 어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백연이 의아한 어조로 물었다. 풍백이 이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무공은 보신경 검법 일체의 무공이라고. 그 갈래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했다.


허나 그것은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보법, 신법, 경공, 검법은 각기 다른 갈래의 무공. 보신경은 몸을 움직이는 법이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묶는다고 쳐도 검법은 아니다.


검로를 엮어내는 검법이 어찌 보신경과 일체가 되는지가 의아할 따름.


그의 물음에 풍백이 웃었다.


“맞습니다. 무슨 의문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요. 다만 제가 보신경 검법 일체라 말한 것은 다른게 아닙니다. 풍신은 간단한 하나의 공능을 기반으로 여러 갈래로 확장시켜 나가는 무공. 가장 기본적인 공능은, 바람을 타는 것 입니다.”

“바람을 탄다, 고요?”

“말로 설명하긴 어려우니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풍백의 말에 머뭇거림이 느껴졌다. 여태껏 흐린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서렸다.


“보는 눈이 하나 있을 듯 싶어 미리 알려주려 합니다. 사실 그냥 무시하고 무공을 배워도 되니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무슨 소리인지.


그때 뒤에서 나른하게 뻗어나오는 음성이 들려왔다.


“무시하라니. 말이 심하군.”


백연이 뒤를 홱 돌아보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저편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한 남성이었다. 평소 풍백이 쓰고 다니던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그 너머로도 권태로운 표정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온통 흑포를 입고 앉은 모습에서 백연은 상당한 무위를 느꼈다. 고수였다.


“누구십니까?”

“어려운 질문이군.”


흑포의 무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고개를 기울인 그가 답했다.


“떠도는 낭인 무사라 하면 될까.”

“저와 친분이 있는 사람입니다. 백연은 정말로 신경쓸 것 없어요.”

“흐음.”

“좀 조용히 좀 하지요. 가만히 본다고만 했잖습니까.”

“뭐, 알겠다. 조용히 다물고 있도록 하지.”


말하며 뒤로 허리를 펴고 기대어 앉는 모습이 여유롭다. 그 모습에 백연은 미간을 좁혔다.


저자, 태생적으로 부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낭인이라 한 말은 분명 거짓. 풍백을 대하는 어조나 행동거지가 전부 그랬다.


그 정체에 대해 강한 호기심과 경계심이 일었으나 백연은 생각을 접어두고 풍백에게 시선을 돌렸다.


풍백이 신경쓰지 말라 했으니 지금은 그 말을 따를때였다. 당장 중요한 것은 풍백에게 무공을 전수받는 일.


그의 움직임에 고개를 끄덕인 풍백이 다가왔다.


“그러면 시작해보죠. 백연은 기감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느리게 기를 운용할테니 우선 한번 감각으로 느껴보세요.”


말과 동시였다. 풍백은 지체없이 기파를 끌어올렸다. 문자 그대로 숨쉬듯이 기운을 뽑아내었는데 생각과 내공 수발 속도가 거의 일치하는 듯 했다.


그와 함께 여상히 선 풍백의 몸을 따라 바람이 느릿하게 휘돌며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풍기(風氣).”

“맞습니다. 천하 자연에 수많은 기운들 중 가장 자연지기의 원류에 가까운 기운......백연도 운연동공으로 몸을 닦았다 했죠. 바람을 자주 느껴봤을텐데.”


풍백이 손을 허공으로 뻗는다. 그 팔을 따라 바람결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 순간, 주변의 바람이 풍백의 몸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풍신의 첫번째이자 기본이 되는 공능입니다. 체내 내공과 주변의 바람을 동화시키죠. 작은 힘으로 큰 기류를 다룰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런......”


백연이 말끝을 흐렸다.


내용이 상리에 맞지 않았다. 작은 힘으로 큰 힘을 다룬다는 것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그 대상이 문제였다. 상시 사방에 머무는 바람을 잡아채 목줄을 채운다고? 본디 막대한 내공과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때문에 풍기를 다루는 무인들이라 해도 기본은 스스로의 내공에 기반을 둔다. 그 과정에서 사방의 바람을 이용하는 것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 허나 풍백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와도 차원이 달랐다.


“물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구결을 통해 바람이 흐르는 방향을 유도할 수 있죠. 거꾸로 바람결의 힘을 그대로 따라 제 공격을 강화할 수도 있고요.”

“그것만 해도 말이 안됩니다. 자연을 복종시키는 무공이라니.”


백연 자신이 엮어낸 무공들. 제각기의 방향으로 신공이라 부를 힘을 지녔으나 그것은 그의 몸이 기반이다. 그의 하단전에 잠든 각종 기파와 내공들. 그것을 엮어내고 반발시켜 더 강한 힘을 자아내는 것이니.


언제나 아(我:자신)이 기반이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백연의 모든 무공은.


반면 풍백은 정반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연의 힘을 빌어 스스로가 올라타는 무공. 티끌만한 힘을 가지고도 저 풍신의 구결을 따른다면 더 강한 내공이 있는 양 사방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멋대로입니다. 제가 바람을 탄다고 했지요? 서풍을 북서풍이나 남서풍으로 유도하는 것은 가능하나, 동풍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합니다. 흐름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이죠.”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군요.”

“정답입니다.”


풍백이 생긋 웃었다.


“이해가 빨라서 설명하기 편하군요. 제 모든 무공은 전부 방금 설명드린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곤 하나 그것 만으로 보신경 검법 일체의 무공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만.”

“맞습니다. 백연이 방금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지적했으니 그에 이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본디 풍신은 바람을 다룰 수 있게 해주나, 변수의 영향이 너무 커서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외려 술법무공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누군가가 이 무공의 가능성을 살폈고.”


스릉.


달빛 아래 시린 검광이 스쳤다. 어느새 검 두자루를 뽑아든 풍백이었다. 자연스레 검을 늘어뜨리고 있는데, 그 주변의 바람이 점차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바람을 이용하는 법을 창안했습니다. 그는 제 스승이기도 하지요.”


조건이 까다로운 신공의 가능성을 보고,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만들었다. 극히 뛰어난 자질의 무인임에 분명했다.


“그 방식은 이렇습니다. 풍신을 통해 주변의 바람을 지배하고, 보법을 통해 그 바람에 올라탑니다.”


내뱉는 말과 함께였다. 풍백의 신형이 달빛 아래에서 문득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한쪽 방향으로 휘어지듯 흐르는 바람의 위로.


발이 움직인다. 가죽신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청강석 연무장 위를 스쳤다. 그 걸음은 언뜻 정처없이 떠도는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무희(舞姬)의 춤사위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움직임이 의미가 없지 않았다. 한걸음 한걸음은 분명 바람의 방향대로 자유롭게 흘러갔으나 전체를 놓고 보면 거대한 무공의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바람을 유도해 그 방향을 따라 보법을 전개하는 모습.


“그리고 그 보법 기파를 몸에 엮어냅니다. 스스로를 하나의 무게추 삼아서. 신법으로 바람을 자신의 흐름으로 만들면.”


화아악.


따스한 바람결이 휘돌았다. 어느 순간 보법에 엮인 바람이 풍백의 몸을 타고 올라가 그의 머리칼을 흩어놓고 있었다. 그 흐름이 작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주변 모든 바람결이 풍백을 향해 휘어들고 있다. 그곳이 바람의 중심이라도 된 양.


“경공으로 흐름을 뒤집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서풍을 동풍으로.”


직후였다.


춤추듯 가볍게 움직이던 풍백이 진각을 내려찍는 순간.


파아아앙!


거친 광풍이 휘몰아쳤다. 찰나지간 분분히 흩어지는 바람결 사이로 풍백의 신형이 한줄기 바람결이 되어 내달렸다. 연무장의 중심에서부터 백연의 코앞까지 이어지는 일직선 경공.


눈앞에 선 그의 머리칼이 줄기줄기 흩날렸다. 흡사 바람을 장포마냥 휘감은 듯 했다.


“그렇게 얻어낸 바람결 기파를 그대로 검법에 싣습니다. 보법으로 올라타고, 신법으로 흐름을 가져와 경공으로 방향을 새로 지정하는 것인데, 그 과정을 미세하게 조정해주는 장치가 검입니다.”

“......이검(二劍)을 쓰는 이유가 있었군요.”

“맞습니다. 바람의 흐름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검 한자루로는 아쉽지요. 자유롭게 날뛰는 바람을 두 자루 검으로 지휘하는 것.”


풍백이 미소를 지었다.


“이것을 전부 합쳐 보신경 검법 일체의 무공, 세상 천지의 바람을 다루는 풍신이라고 지칭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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