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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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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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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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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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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용의 머리(7)

DUMMY

※※※



“혈선님. 당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호오. 빠르군 그래.”

“사천으로 복귀하는 형태를 보아 수라궁주의 부재를 확인한 모양입니다.”

“음.”

“어찌합니까? 여기서 몰살을......”

“놔두게. 천독은 수라궁주가 상대하게 두어. 우리의 목적은 그런게 아니니 말일세.”

“그냥 보내도 되는겁니까?”

“문제없네. 나머지를 추살하는 일에나 집중하게. 현황이 어떻지?”

“황산파, 양가장, 언가, 독고세가를 비롯해 호북을 벗어나던 열 두어개의 문파를 습격. 대부분 전멸시켰습니다.”

“하오문은?”

“천라방의 연락망이 긴밀한지라 쉬이 끊어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매를 풀어 전서구를 틀어막았습니다. 하오문 측에서 눈치채기 전까지 한주 정도의 유예가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네. 호북을 벗어나려는 문파들을 계속해서 제거하도록.”

“존명.”

“노부는 늙은 거지 한명을 쫓아야 하니 말일세.”



※※※



사천당가의 급작스러운 움직임.


무당산 위가 혼란으로 물들 수 밖에 없었다. 그 연유를 추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정작 소가주를 비롯한 당가 무인들의 반절 정도는 여전히 무당산 위에 남아있는 까닭이었다.


천독과 몇몇 가신들, 그리고 가모 공손령만이 한밤에 무당산을 내려가 사라졌다고. 사천으로 급히 복귀한다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그럼에도 천독이 그리 움직였다는 소리에 대부분의 무인들은 금방 수긍했다. 천독의 움직임은 언제나 마음대로였기에.


민초들의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면.


“당가주가 아무런 귀띔 없이 움직였소. 천견께선 이유를 아시오?”

“......”

“그만한 무인이 급히 사천으로 귀환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구려.”


유독 불안한 음성으로 내뱉는 청운진인. 청성파 또한 사천에 자리를 잡고 있는 까닭이다.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와 더불어 금정신니도 한숨을 뱉었다.


“천독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은 맞으나, 그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시국에 저리 움직인다면 사천에 무언가 위협이 생긴게 아닌지.”

“......노부가 당가의 소가주에게 뒤늦게 전해들은 바로는.”


그때였다.


느릿하게 입을 연 천견이 시선을 들어올렸다. 한순간에 좌중의 시선이 제갈가주의 입으로 쏠렸다.


“운남이 비었다 했소.”


잠깐의 적막과 혼란.


뒤이어 사람들의 얼굴이 일제히 경악으로 물들었다. 도홍의 표정조차도 그랬다.


“운남이라 하면, 수라궁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대체 언제......”

“이런 소식을 갑자기?”

“누가 확인한겝니까?”


질문이 쏟아진다. 급격하게 높아지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천견이 수염을 쓸어내렸다. 피곤한 기색으로 툭 내뱉는 음성이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당가의 정보요. 궁주의 동향을 언제나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이다.”

“그렇다고 하면 이해가 되는군요.”


서일화가 중얼거렸다.


“당가주가 오밤에 급히 귀환을 결정한 이유가.”

“궁주? 궁주가 사천으로 온단 말이오?”


청운진인이 멍하니 되묻는다. 직후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본파도 돌아가야겠소.”

“청운진인.”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외다. 궁주는 인두겁을 뒤집어쓴 재앙 그 자체. 그 경로에 문파의 아이들을 방치해둘 수는 없소.”

“진정하시오.”

“어찌......!”

“지금 이미 큰 혼란이 일었소. 이 상황에서 그대까지 자리를 비운다면 한층 더 큰 혼란이 일겠지. 천독은 본래부터 자유로운 사람이기에 그 여파가 덜했으나 청성파가 이대로 하산하면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될거요.”


그럼에도 청운진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것이 본파의 제자들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소.”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시오. 궁주가 사라진 소식을 듣자마자 천독이 움직였소. 그가 궁주를 저지하겠다는 의미요. 그대는 그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어 합을 나눌 수 있소?”

“......”

“결승까지만 기다리시오.”

“너무 오래 걸리오.”

“일정을 줄이겠소.”


천견의 시선이 선극에게 옮겨갔다. 무당의 장문인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 정도 앞당길수 있겠소이다.”

“좋소. 사흘 연속으로 대진을 치르면 될 일. 아이들의 피로가 가중되겠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이들이니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잠시간 고민하듯 입매를 찡그린 청운진인이 한숨을 뱉었다.


“알겠소. 내일을 포함해 앞으로 나흘. 나흘 뒤에는 결승을 마무리 짓고 즉시 청성파는 귀환하리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정도면 충분하오.”


천견이 옅은 한숨과 함께 수염을 쓸어내렸다.


구파로써도 항시 주시하고 있는 사도 무림의 괴물들.


그로써도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수라궁주가 이리 갑작스레 움직일 줄이야. 사도 육진의 절대자들은 쉬이 걸음을 떼지 않는다. 그 일보 일보가 강호 무림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어쩌면 정사대전을 야기할지도 모르는 까닭이다. 그들로써도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사도 무림의 체제 자체가 무너지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이기에.


그럼에도 수라궁주가 움직였다. 어찌 된 연유인가.


“개방주께 당장 기별을 넣겠소. 그분이라면 무엇이라도 알고 있겠지.”


천견의 말에 모여든 다른 이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뒤이어 천견이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패흑련주와 수라궁주......난세에 괴력난신이 둘이나 떨어졌구려.”


전각을 나와 제각기 흩어지는 장문인들의 등을 바라보며 그가 수염을 쓸었다.


그때였다.


“난세라,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른한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천견의 시선이 느릿하게 옆을 향했다. 맨 마지막으로 걸어나오는 선극의 곁. 흑립을 눌러쓴 사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를 본 천견이 고개를 가벼이 숙였다.


“전하, 무슨 일이신지.”

“당가주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궁주가 움직였다고.”

“소식이 빠르십니다.”

“왕의 자리에 앉으면 보고 싶지 않아도 보고,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지.”


유왕이 중얼거렸다.


선극과 천견만이 남은 자리. 이른 아침의 햇살 아래 평화로운 새소리가 흩어진다. 그것을 귀에 담으며 유왕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대는 우리가 난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나?”

“그러합니다. 마도는 힘을 축적하고 있고 사도는 지저에서 꿈틀대고 있지요. 곧 전란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겁니다.”

“나와는 의견이 조금 다르군.”


천견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에 여상히 웃은 유왕이 흑립을 매만졌다.


“난세가 도래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을 깨닫게 된것이지.”

“......그 무슨?”

“난세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을 뿐.”


천견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그를 응시하던 유왕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본왕이 이곳에 걸음한 이유를 아나?”

“......알기 어렵군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허나 그대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

“제안이라 하시면.”

“이미 선극과는 이야기를 마쳤다. 들어보겠나.”


천견이 선극을 힐끔 응시하고는 다시 유왕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보지요.”

“마도는 교의 손 아래 일통되었고, 사도는 하오문과 천살문을 제외하면 제각기 합이라도 맞춘듯 움직이고 있다. 그들 또한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지.”

“......사도 무림을 조종하는 자가 있단 말입니까?”

“심증이지. 허나 그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건국 이후 정도무문의 힘이 합치되어 움직인 적이 없다는 것.”


그 말에 천견이 재차 수염을 쓸었다.


“정파는 같이 행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래알이나 다름없지 않나. 당가는 독단적으로 사천을 향했고, 청성은 여차하면 자리를 박차고 떠날 기세였다. 각각의 힘은 거대하나 그것의 방향을 잡아줄 수 없다면 흩어져 격파당할 뿐이다.”


나른하게 늘어진 유왕의 시선이 어느 순간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본디 검왕이 최소한의 역할을 해주었지만 이제 그는 없지. 때문에 말하는 것이다.”

“......허면 유왕께선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 것인지?”

“하나의 커다란 기치.”


태연한 음성으로 뱉는다. 흑립을 비스듬히 내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린 웃음이 짙었다.


“문파와 세가들을 모아 거대한 힘 아래 묶는거다.”

“그런......물론 효과적이겠지만, 동시에 자칫하면 역도로 몰릴지도 모릅니다.”

“이 몸이 허락하지.”


가볍게 내뱉는 언행. 하지만 그 내용이 벽력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천견조차도 당황스레 눈을 크게 뜰 만큼.


“이번 비무제전의 끝에 새로운 맹(盟)의 깃발을 세우는 것을.”



※※※



“비무제전 일정이 당겨졌다고?”

“그래. 아마도 가주께서 급히 사천으로 귀환하신 이유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겠지.”


백연이 당소하를 지그시 응시했다. 표정이 상당히 심란해보였는데, 그 이유라는 것에 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야.”

“......음?”

“알고있는거, 불어.”


당소하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했다. 이윽고 그가 한숨을 뱉었다.


“젠장. 수라궁주가 움직였다.”


놀랄만한 소식이었다. 당소하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단박에 이해될 정도로.


“네 아버지가 그놈을 상대하러 간거고.”

“그런 셈이지. 애초에 놈도 가주님을 노리고 있을테고.”

“어째서지?”


백연의 물음에 당소하가 어깨를 으쓱였다.


“개인적인 원한이라는거다. 과거에 가주님이 놈을 박살낸적이 있거든. 지금대의 궁주가 아직 부궁주였을때.”

“어느 정도 과거인데?”

“내가 태어나기도 더 전.”


백연이 수긍했다.


“그런데도 아직 그렇게 소란스럽지는 않네?”

“대부분은 모를테니까.”


주변의 사람들이 그랬다. 당가가 떠난 이유에 대해서 이것저것 추측을 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동시에 한없이 태평했다. 수라궁주가 움직였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까닭이었다.


아마도 천견을 비롯한 장문인과 가주들만 이 일에 대해서 알고 있겠지.


‘유진이는 어쩌려나.’


남궁가주로써 근래 많은 일을 겪고 있을텐데, 자꾸 신경이 쓰였다. 너무 어린 나이에 막중한 위치에 오른 까닭에.


“여하튼, 너는 비무제전을 잘 마치는게 최우선이다. 나머지는 그 뒤에 해결하면 되고.”

“그렇잖아도 약속을 좀 해대서.”


백연이 당소하의 말에 답했다.


“비무제전에 집중해야지.”

“우승을 노릴 생각인가?”

“대회에 나와서 그걸 안 노리는 사람도 있어?”

“조금 다른 의미로 묻는거다.”


당소하의 눈이 백연을 진지하게 응시했다. 잠시 그의 시선을 받은 백연이 이윽고 픽 웃음을 흘렸다.


“당연히.”

“이미 마음을 먹었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패흑련이 움직인다고 들었어. 청해에서 거동중이라 불안해졌거든.”

“......음.”

“그런데 당장 돌아가지 못하는 이상 우승은 하고 가야지.”

“이해했다.”


백연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일정이 당겨져서 좋네.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다고 해야하나.”

“그나저나 우승이 쉽지는 않을거다.”

“그렇겠지.”

“특히 악예린의 창격이 궤를 넘어서고 있어. 직접 받아본 몸으로써 정면 승부는 피하라고 해주고 싶군.”


당소하의 조언. 백연은 웃음으로 답했다. 악예린의 성취를 알고 있기에 그 또한 부단히 노력해 얻어낸 것이 있었으니까.


“경기나 보러 와. 올거지?”

“그래야지. 당장은 내가 가주님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네 형들은 어떻게 되었어?”

“아직 이곳에 있다. 둘째 형님은 먼저 움직여 돌아가려 생각하는 것 같고, 첫째 형님은 나와 같이 움직일 모양이더군.”

“이제 아예 너한테 달라붙은건가.”

“항상 스스로의 자리보전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아하하. 고생해라.”


그리 당소하와 이야기를 마쳤다.


곤륜파의 전각으로 돌아온 백연.


오늘도 수련을 거듭하고 있는 사형들의 목소리가 요란했다. 이튿날부터 사흘 연속 비무제전의 경기가 치뤄진다고 했는데, 그를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설향을 빼면 모두가 검을 휘두르는 것에 열심이었다.


그 강도가 상당했으나 백연은 말리지 않았다.


조만간 저 검끝이 반드시 필요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그렇게 또다시 하루가 저물었고.


“암화. 당신과 검을 맞대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백연은 경기장 위에서 검을 치켜들고 있었다. 무당파의 무복을 입은채 선 청년을 마주 본채였다.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것이 꽤 있었습니다만......검으로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자세군요.”

“그럼.”


청운룡 무영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검끝이 바르르 떨리며 희고 검은 기운을 대기중에 흐릿하게 풀어냈다.


“당신에게 무당의 검을 보여드리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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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용의 머리(12) +9 24.03.18 2,077 66 15쪽
213 용의 머리(11) +6 24.03.16 2,214 65 20쪽
212 용의 머리(10) +9 24.03.14 2,316 67 16쪽
211 용의 머리(9) +8 24.03.13 2,149 62 14쪽
210 용의 머리(8) +10 24.03.12 2,240 62 16쪽
» 용의 머리(7) +8 24.03.11 2,245 59 13쪽
208 용의 머리(6) +8 24.03.09 2,411 60 15쪽
207 용의 머리(5) +7 24.03.08 2,338 65 16쪽
206 용의 머리(4) +7 24.03.07 2,349 66 18쪽
205 용의 머리(3) +7 24.03.06 2,325 66 17쪽
204 용의 머리(2) +7 24.03.05 2,412 70 14쪽
203 용의 머리 +7 24.03.04 2,521 6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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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본선(9) +6 24.03.01 2,362 70 16쪽
200 본선(8) +14 24.02.29 2,391 75 15쪽
199 본선(7) +9 24.02.28 2,352 71 15쪽
198 본선(6) +6 24.02.27 2,413 78 17쪽
197 본선(5) +7 24.02.26 2,415 72 14쪽
196 본선(4) +7 24.02.24 2,496 74 14쪽
195 본선(3) +6 24.02.23 2,542 74 15쪽
194 본선(2) +5 24.02.22 2,454 65 16쪽
193 본선 +5 24.02.21 2,480 7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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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창염(蒼炎) +7 24.02.19 2,480 7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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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만천(滿天)(3) +9 24.02.16 2,533 76 19쪽
188 만천(滿天)(2) +8 24.02.14 2,551 7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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