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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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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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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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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성장(6)

DUMMY

※※※



처음 설향이 뇌룡을 입에 담았을때, 백연은 일초지적이 될 것이라 답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악예린이 암천화광창을 꺼내지 않는다면.’


열합 정도는 가뿐히 공방이 성립할 정도.


백연은 그리 평가했다.


그로써도 놀랍게 여길만한 성장 속도였다. 설향은 검에 대한 자질이 있었다. 다른 구파에 갔다 해도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을 만큼.


아마 그녀가 어릴적부터 구파중 하나에 입문해 체계적인 수련을 받았다면, 지금쯤 구봉이나 칠룡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형들과도 조금 달라.’


무진, 단휘, 그리고 소홍의 재능도 뛰어나다. 하지만 그들과 설향에게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세 사형의 재능은 백연 자신과 비슷한 싸움의 자질. 검을 뽑아 상대를 격살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 과정에서 무공은 뒤따라 오는 것일 뿐.


그러나 설향은 그보다 좀 더 정도무문의 목적에 가까운 자질. 무공을 파고들어 엮어나가는 능력이 있다.


어느쪽이 뛰어나다, 강하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마 지금도 앞으로도 세 사형은 가장 앞서나갈 가능성이 높았고, 설향 사저가 그 세 사람과 검을 맞대면 패배할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검법의 극의에 닿으려 한다면.’


문파의 검을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사람을 고르라 하면, 백연은 세 사형보다 설향 사저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허나 그런 자질은 가만히 놔둔다고 일깨워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설향은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나이도, 시간도 다른 이들보다 부족했기에.


“사형들. 자리를 좀 비워줘. 한바탕 크게 할 것 같아서.”


백연이 설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살살해라.”

“설향 사매, 오늘 죽는거 아니지?”

“괜찮아요.”


그에 다른 사형들이 고개를 끄덕이곤 흩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각 뒤뜰의 흙바닥에는 백연과 설향만이 남게 되었다.


길다란 흑발을 늘어뜨린 두 사람. 마주치는 시선이 가볍다. 서로 바라보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일전에도 이리 일대일 대련으로 설향을 수련시킨 횟수가 적지 않았다.


사천에서 무당산까지. 그 길목 내내 백연은 설향을 붙잡고 수련을 시켰고, 그 결과가 지금 이리 눈앞에 있었다.


“백화. 별호는 마음에 들어?”

“......어색해. 내것이라는 생각도 안 들고.”

“맞아.”


백연이 동의했다. 싱긋 웃은 그가 말했다.


“아직 보여준게 없으니까. 비무제전 예선 정도로 별호를 얻는 사람은 흔치 않아. 물론 사저는 여러 상황이 겹치고, 또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기에 이리 되었지만. 아직 그 별호가 설향 사저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 다만.”


백연이 비스듬히 검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나는 설향 사저가 그 별호를 온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 백화(白花)가 아니라 백화(白火)로써.”

“흰 불꽃? 그건 무슨 뜻이야?”

“사저에게 알려줄 것이 있어. 하지만 오늘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소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의 눈매를 타고 기파가 느릿하게 휘돌기 시작했다.


그는 설향에게 알려주고자 했다.


그녀가 파고드는 적화검류. 지금 사저는 온몸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무제전 예선에서 보여준 적화검류 초식이 그 증거.


백연이 엮어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적화검류의 초식인 화간접무를 비롯해, 이미 모든 검로에 손을 대었다. 독보적이다. 무공을 받아들이고 파고들어가는 속도가.


그러나 아직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공 초식을 익히는 것 만으로 경지가 상승하지는 않는다. 다음 경지에 올라야 지나온 길이 새로 보이니.


“우선, 적화검류는 내 검법의 극의가 향할 길이 아니야.”

“......어째서?”

“모든 문파에는 여러 종류의 무공이 존재하고, 검법도 마찬가지야. 이유가 뭘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정답이야.”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무인은 자신의 길이 존재하고 하나의 검법으로는 전부를 담을 수 없어. 만류귀종의 이치라고 하나, 그것은 끝에 다다랐을때의 소리. 그 전까지는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법이야. 같은 문파의 무공을 배운다고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

“도현이 창명류수검을 익히는 것처럼?”

“맞아. 도현 사형은 창명류수검을 파고들테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겠지.”

“그럼 네 검법의 극의가 적화검류가 아니라는 말은......”


백연이 미소를 지었다.


적화검류는 검귀의 의념이 진하게 묻어있는 검법. 백연 자신이 그쪽에 계속 손을 대어 나갔다간 다시 검귀의 검을 재현하는 것 밖에 되지 못한다. 더 이상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었다.


“적화검류의 끝은 내가 볼게 아니라는 소리지. 내 생각에 그건, 사저의 몫이야.”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내가 어떻게......나는 네가 알려준 걸 그냥 배웠을 뿐인데.”

“그리고 그것들을 파고들고 있지. 검로에 사저만의 고민과 의념이 점차 담기고 있던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정형화된 초식을 펼치는 것은 쉽다. 그 초식에 자신의 의지를 담는 것은 조금 더 어렵다. 그러나 한번 배운 초식을 연구하고 또 연구해 조금씩 변형시키며 스스로의 의념을 엮어내는 것은 극히 어렵다.


백연은 설향의 검끝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해. 넘어서야 할게 많아. 내가 일전에 뇌룡과 열합을 겨루게 해준다 했지?”

“그랬지.”

“사저는 이미 거기에 이르렀어. 악예린의 실력이 용봉지회때와 같고, 사십구식 연환창식만 사용한다면 말이야.”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고......”

“맞아. 악가 암천화광창. 이건 나도 그 한계와 끝을 몰라. 악예린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진심으로 상대한다면, 그대로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겠지.”


그래서 입에 담았다. 두가지를 동시에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설향이 한계를 넘어선다면 적화검류의 상승 경지를 향한 길에 첫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을테고, 그것이 곧 악예린과 맞설 수 있는 밑바탕이 될테니까.


“그러니까.”


파스슷-!


소년의 검끝을 타고 흰 백광이 치솟았다. 한순간 흐리게 빛나는 빛살이 시야 사선을 채웠다. 어느 순간 설향을 마주본 백연의 눈매를 타고서는 자색 안광이 흐르듯 흩날리고 있었다.


희게 번뜩이는 벼락이 상단전을 작열하듯 물들인다. 태청신공을 전개한 소년의 숨결이 허공에 진하게 묻어나왔다.


설향과의 수련. 지금까지는 검의 위력을 조절하며 휘둘렀다. 이제 그것으로 도달할 수 있는 설향의 한계가 가까워졌다.


악예린은 그리 무른 상대가 아니다.


태청신공, 자령안, 용형보, 운해비영.


그리고 미완의 검법.


전부 사용해서라도 설향의 자질을 일깨운다.


“준비됐어?”

“응.”


망설임 없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새 검을 뽑아든 설향의 주변을 따라서도 공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따라서는 자색 기파가 휘돌았고, 검끝에는 시뻘건 불티가 점점이 흩어지고 있었다.


적양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설향을 보며 백연이 미소지었다.


“간다. 버텨봐.”


사박.


소년의 가죽신이 흙바닥을 쓸듯이 스쳤다.


직후.


쩌억!


바닥을 따라 실금이 새겨졌다. 한줄기 백광의 선율이 대기를 따라 선명히 일었다. 아직 드리워진 햇살 아래에, 갑자기 벼락이라도 내리친 양.


반응할 시간도 없었다. 이미 극성으로 일으키고 있던 자령안이 아니었다면 설향은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설향은 백연이 움직이기 전에 이미 검끝을 내리긋고 있었고.


화르륵-


아홉겹 불꽃의 꽃잎이 시야를 뒤덮는 것과 동시에.


쩌어어어엉!


시린 뇌광(雷光)이 떨어졌다.



※※※



쩌엉! 쩌저저정!


검격 연타가 끊어지지 않는다. 찰나지간 설향은 네 번 몸을 뒤틀며 불꽃의 검로를 내쳤다. 방어에 급급해 초식의 형(形)조차 제대로 일으키지 못한 검로.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일어난 시뻘건 불꽃은 벼락을 한차례씩 받아내곤 소멸했고.


“더.”


섬뜩할 정도로 무심한 음성과 함께 다섯번째 벼락이 설향의 옆구리를 파고 들었다.


콰아앙!


“컥!”


붉은 핏물이 섞인 기침과 함께 설향의 신형이 뒤로 수장을 날아갔다. 찢어진 인형처럼 수바퀴를 흙바닥에 나뒹군 설향은 옆구리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간신히 시선을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열 일곱번 죽었어.”


저편에서 검을 늘어뜨린채 선 소년의 시선이 날카로웠다.


그의 말대로였다. 마지막 일격에서 백연은 검을 비틀어 검면으로 설향의 몸을 후렸다. 검법이 그녀의 몸에 닿기 직전에 힘을 조금 뺀것도 그랬다.


그 정도로 섬세한 손속. 한없이 실전에 가깝지만 설향이 죽지는 않을 정도의 대련 지도.


아니, 이걸 대련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담금질.’


그래. 이것은 담금질이었다. 그녀를 끊임없이 두들겨 벽을 부수고 올라가기 위한 담금질.


“일어나.”

“후......준비됐어.”


검을 든채로 비틀거리며 일어난 설향이 다시 기수식을 취했다. 적양공의 불꽃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그녀의 검신을 타고 일렁이는 중이었다.


“더 못하겠으면.”

“아니.”


설향의 눈이 번뜩였다. 그녀가 백연을 노려보며 검을 치켜들었다.


“계속 가. 안오면 내가 선공이야.”


그 말에 소년의 입꼬리가 살풋 비틀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즐거워 보이는 웃음이었다.


“그래야지.”


설향은 대답을 더 기다리지 않았다. 대련에서 평생 수세로 일관할 수 없었다. 그녀가 손에 쥔 것은 지긋이 내리누르는 창명류수검이 아니라, 스스로를 불태울듯 전진하는 적화검류.


공격초가 기본이다. 끝없이 전진하는 검이기에. 그녀는 그리 이해했고, 그리 움직였다.


그녀의 발끝을 따라 불티가 스쳤다. 자연스레 진각을 내딛으며 전진 보법을 밟는다. 화신풍의 궤적을 따라 시뻘건 불길이 직선으로 허공을 물들였다.


백연은 피하지 않았다. 그의 속도와 움직임이라면 그녀의 검격을 분명 피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빠르게.’


백연이 피하려고 해도 스칠 정도는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뇌룡에 닿을 수 있다.


설향의 눈이 번뜩였다. 한순간 검신을 따라 켜켜이 쌓아둔 불꽃이 연달아 터져나오며 검이 하나의 거대한 원을 그리며 가속했다.


화륜(火輪).


화아아악-!


한순간이나마 벼락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그녀의 스스로의 인지조차 벗어나는 검격. 그러나 백연의 눈에는 선명히 보이는 모양이었다. 사선 보법을 내딛으며 당황도 하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것이 그랬다.


그 순간.


‘보여?’


횡으로 대기를 가르는 벼락이 그녀의 화륜을 반으로 잘라내고, 검을 쳐낸다. 반사적으로 한걸음 더 내딛은 설향은 그대로 검을 내쳤다. 잘려나간 검격 경파를 자연스레 검에 휘감아 추진력으로 삼는 기예.


쩌엉! 쩡!


검이 얽혀드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이번에는 설향의 방어가 아니었다. 여휘가 그녀의 검을 붙들고 막아섰지만 설향은 멈추지 않았다.


휘릭.


검을 비튼 그녀가 그대로 회전했다. 이어지는 불꽃을 휘감아 내친다.


쩌엉!


검격이 끊기고 직후 벼락이 재차 일었다. 어느 순간 백연은 그녀의 앞에서 벗어나 사각을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어지는 백광의 잔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와 함께.


문득 설향은 자신의 생각이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것들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도.


“더.”


그 속에서 백연의 목소리가 상념을 가르고 짓쳐 들어왔다. 그 얼굴에 깃든 웃음이 설향의 눈에 보였다.


“더 가는거야.”


백연이 말하며 검을 휘둘렀다. 희끗한 백광이 설향을 향해 사선으로 그어졌고.


카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불꽃이 치솟았다.


쩌엉! 카가각!


이어지는 공방이 다섯 차례. 뒤이어 휘둘러진 백연의 검은 그대로 설향의 왼 어깨에 틀어박혔다.


퍼억!


설향의 신형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나 회복하는 속도가 빨랐다. 뒤로 밀려난 반동 그대로 몸을 굴린 그녀가 재차 보법을 밟았다. 검을 휘두르면서.


카앙! 카가강!


검격이 교환된다. 일곱 초식이 오가고 설향은 크게 핏물을 뱉었다. 복부에 틀어박힌 백연의 장법이 그녀를 뒤로 주욱 밀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닥을 구르지 않았다.


“후우. 후.”


설향이 숨을 몰아쉬며 백연을 쳐다보았다. 사저의 입꼬리는 평소같은 무표정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옅은 미소를 띈 모습.


파악.


다시 전진 보법. 화신풍의 불꽃이 길게 늘어났다. 백연은 말없이 검을 휘둘렀다. 소년과 소녀의 검이 얽혀들었다, 풀려났다. 그 속에서 백연은 설향의 시선을 보았다.


자령안으로 물든 눈동자가 점차 그의 검끝을 따라온다. 움직인다. 인지한다.


설향의 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아직은 뚫어내지 못했다.


“더!”


백연이 검끝을 내리쳤다. 태청신공의 기파가 검신을 거칠게 휘감았다. 세번 휘어낸 검로가 설향의 사선을 격했다. 동시에 화화구벽의 불꽃이 그 앞을 틀어막는다. 일전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빨라진 그녀의 반응.


그리고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흐읍!”


기합성과 함께 아홉겹 불꽃의 잎을 찢어내며 설향의 검격이 쇄도했다. 허공을 따라 진한 불꽃의 검로가 새겨졌다.


카가가각!


검이 얽혀들었다. 일검에 그녀가 펼친 이름없는 적화검류의 초식이 전부 파훼되었다. 압도적인 소년의 검격. 그러나 설향은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더, 이렇게 더.’


화아악!


불꽃이 일었다. 그 속도가 한없이 쾌속했다. 마치 그녀의 생각과 동시에 일어난다 느껴질 정도로.


아니, 이제는 불꽃이 더 빨랐다. 생각하기 이전에 의지에 반응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설향은 그 감각을 붙잡은채로 뚫리지 않는 벼락을 향해 검을 내쳤다.


직후.


화르르르륵!


세상이 느려졌고.


불꽃의 끝자락에 닿은 소년의 머리칼이 한움큼 잘려나갔다.


“간극은.”


한없이 늘어진 시간 사이 투명한 음성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설향은 느려진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사제와 눈을 마주쳤다. 그 얼굴에 깃든 미소가 싱그러웠다.


“다음 단계의 단초.”

“이건......”

“사고에 검끝이 앞서고, 앞선 검끝을 다시 사고가 따라오게 되면, 찰나를 수백으로 쪼개어 살게 되지. 이게 무림인들이 살아가는 시간이며.”


백연이 말했다.


“칠룡들과, 그들 너머의 괴물들이 서 있는 곳으로 향하는 출발점이야.”


설향이 눈을 깜빡였다. 목소리가 선명히 귓가에 틀어박힌다. 그럼에도 주변의 모든 것은 여전했다. 그녀의 검끝에 잘려나간 소년의 머리칼은 여전히 허공에 나풀거리고 있었고, 저편에 튀어오른 물방울은 아직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게, 진짜 무인들의 세계.’


분절된 시간 속에서 소년이 검을 휘두른다. 이제는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한줄기 벼락으로 인식되던 여휘가 백광을 휘감고 짓쳐오는 모습이.


설향은 검끝을 비틀어 그것을 막아내었고.


쩌엉!


굉음과 함께 가속되었던 사고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찰나지간 꿈결이라 여길만큼 놀라웠던 감각.


“축하해.”


하지만 눈앞의 사제는 그 경험이 현실임을 깨닫게 해준다. 미소지은 백연이 말했다.


“간극에 닿은 것을.”

“간극......”

“지금까지 사저를 틀어막고 있던 벽이자, 다음 경지로의 출발점.”


설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지만 아픈 것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계속해서 미묘한 감각이 뇌리를 감돌 뿐이었다.


“하지만 그걸 느꼈다고 해서 뇌룡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건 아니야. 그녀는 이미 간극에 오래전에 이른 괴물이니까.”

“그렇구나.”

“그렇지만 내가 아까 이야기 했던걸 기억해? 사저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고 한 말.”


설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 하얀 불꽃과 관련된 말인거야?”

“맞아. 오늘 들을 수 있을지는 확신하지 못했는데, 빠르게 간극에 닿았으니 알려줄게.”


백연이 말했다.


“적화검류의 극의. 그 상승경지에 대한 가능성을 엿본 적이 있어. 내가 엮어낼 길은 아니지만.”


소년이 손끝을 허공에 그어내렸다. 적양공의 불꽃이 일어나며 시뻘건 불길을 드러내었다.


“불꽃은 적화(赤火)에서 시작해 쌓여나가며 색(色)을 엮어내고, 종국에는 백화(白火)에 닿을거야.”

“하얀 불꽃......”

“맞아. 백화는 적화검류의 가능성의 끝에 있는 새하얀 불씨. 사저가 언젠가 도달하게 될 모든것을 불사르는 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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