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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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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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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38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9.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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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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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제81화, 납치된 조 의원

DUMMY

산삼도 웬만한 크기면 백여 년은 묵어야하는데 동자삼이 되려면 천여 년은 지나야 될 터, 영물이 된 동자삼을 먹을 수 없었다.


두성이는 쪼그리고 앉아 동자삼을 땅에 내려놓았다.


“가고 싶은 데로 가.”

“저런! 손에 쥐어줘도 먹지 못하다니, 바보 아냐?”


깔끔이가 아까워서 혀를 차는데, 동자삼은 어린아이처럼 무릎을 꿇고 절을 하더니 두성이의 머리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어! 뭐하냐?”


동자삼은 두성이의 백회혈에 손을 짚었다. 뭔가 이상한 기운이 머릿속으로 스며들자 두성이의 의식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야아옹!”


빛 하나 스며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 침묵의 공간으로 떨어져 내리던 의식이 깔끔이의 울음소리에 반응했다.


정신을 잃은 후, 다시 두성이가 깨어난 시간은 한번 길게 호흡하는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깨어난 두성이의 몸에선 엷은 황금색 기운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동자삼은 조금 지친 모습으로 뛰어내리더니 땅속에 스며들 듯이 자취를 감췄다. 눈빛을 반짝이던 깔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자삼이 산의 정기를 네 몸속에 심어주었구나. 착한 바보가 복 받았네. 크크크!”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아, 왜 이렇게 가볍지?”

“산의 정순한 정기를 받아 내공이 심후해졌군.

살짝 움직여 봐!”


두성이가 깔끔이 곁으로 가려고 한 발짝 움직였는데 어느새 깔끔이 옆에 서있었다.


“어어! 이게 뭐야?”

“축하해! 동자삼 덕분에 최절정의 경지에 들어갔어.”

“최절정?”


모든 게 흑묘 깔끔이 덕분이었다.


“깔금아, 고마워!”

“알면 됐어.”



* * * *



용호표국, 두성이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표국의 수뇌부와 만나 산적들에 대해 의논하였다. 동송신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손자가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놈들이 개과천선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당장 용호표국의 지부를 만들어야겠구나.”

“우리와 경쟁하던 안심표국이 경영난으로 표국을 내놨다고 하던데 우리가 인수하면 되겠습니다.”

“......”


총관 사연명의 말에 모두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총표두 하일웅이 총관의 말에 동의했다.


“안심표국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이미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니 새로 차리는 것 보다는 수월할 겁니다. 다만 인수금액이 좀 높아서....”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총관이 책임지고 거래를 해 보시오.”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두성이가 손을 들자 동송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엔 우리의 힘을 기르기 위해선 표국을 점차 전국적으로 늘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으로는 구파일방은 물론 오대 세가에서 참가하게 만들면 됩니다.”

“어떻게?”

“우선 그들에게 매년 기부금을 주어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의 제자들이 표국을 운영하게 도와주면 됩니다.”

“......”

“.....!”


다들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몰라서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데, 나라의 정사를 뒤에서 살펴본 경험이 있는 동손신은 모처럼 크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내 손자야, 그릇이 바다처럼 넓고 태산처럼 커!”

“무슨 말씀이신지?”

“소림은 물론 무당이나 화산 등은 속가제자가 있고, 당문이나 제갈세가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자들이 있지.

게다가 매년 나오는 제자들도 많은데 그들이 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말이지.”

“아하!”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줘서 그들이 표국을 연다면, 자신들의 문파에서 적극 도와줄 테니 우리는 아군을 얻게 된다는 말씀이네요.”


표국주 임설매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안심표국을 인수하고 나서 소림과 무당 등을 방문해 우리의 목적을 이루어 나갑시다.”

“할아버지,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 꽤나 많은데 보태드릴까요?”

“허허, 생각은 고마우나 내가 마련할 수 있단다.”


그때 탁일문이 찾아왔다. 두성이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것 같아 가슴이 울렁거리며 왠지 불안했다.


“여긴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단주님, 조 의원이 납치됐습니다.”

“네에? 어떤 놈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독수방이란 단체가.”

“독수방? 아, 그놈들이었구나!”


독수방, 과거에 조의원이 몸담았던 작은 집단이었다. 지금은 세를 불려 현재 뒷골목 지하세계에선 놈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미혼약에서부터 한순간에 목숨을 앗아가는 독약까지 그들이 취급하는 독극물은 다양했다.


특히 요즈음엔 양귀비를 연구하여 사람들의 정신을 좀먹는 약을 만들고 몰래 유통시켜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양귀비의 꽃봉오리처럼 생긴 열매에 상처를 내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가공한 것을 아편이라 불렀다.


강한 마취, 진통, 진정, 최면, 해열 작용이 있어 오랜 옛날부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지만, 중독성이 강하며 구토·발한·발열·설사 등의 금단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양귀비는 종교 의식에 필요한 마법의 식물이자, 수면 유도제, 최면제, 진통제 등으로 사용했던 약초였다.


또한 능지처참형을 집행하기 전에 사형수가 고통으로 쇼크사하지 않도록 치사량 이하로 아편을 복용시키기도 했다.


당시엔 아직 초기단계라 소수의 의원들만이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에게 고통을 덜어주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정신을 황홀하게 만든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물건이 귀해 매우 비쌌다.


이것을 알게 된 뒷골목의 세계에선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팔았으나 독수방의 물건을 따라올 수가 없었다.


전국에 돈 많은 부자나 권력자들이 아름아름 그 효과를 알고 비밀리에 즐겨 사용했다.


독수방에서는 양귀비에서 아편을 추출해 뒷골목에 유통시키고 있었기에 독에 일가견이 있는 조의원을 납치한 것이다.


두성이는 초대봉과 산적들이 오기를 기다려 아버지에게 인계하고 마동탁과 초대봉, 탁일문과 함께 용호표국을 떠났다.


세 사람을 거느리고 멀어지는 두성이를 보고 있던 장중표,


어느새 훌쩍 커 무위가 뛰어난 대협들을 거느린 아들이 한없이 자랑스러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


조서방의 정보에 의하면 조의원을 납치한 독수방의 패거리들은 사천성의 성도를 향해 가고 있다고 했다.


사천지역을 오가려면 협곡을 막고 있는 검각(劍閣)을 통과하여 위험천만한 잔도로 다니거나, 장강 중류의 험준한 계곡인 장강삼협(長江三峽)을 배를 타고 거슬러 올라야 한다.


육로로 검각을 통하여 잔도를 통과하려면 위험하기도 했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물길을 잘 아는 마동탁과 의논하여 물길을 거슬러 사천성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무한에서 쾌속선을 타기로 결정하고 무한으로 향했다.


무한은 물류의 중심인 내륙 항구이고 중국 전 지역으로 가는 육로와 수로가 모두 모이는 교통요지이다.


장강의 하류를 주름잡고 있는 오봉방의 방주 마동탁은 사천으로 간다고 하니까 신이 났다.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가 흐르는 장강삼협, 굽이쳐 흐르는 물결 속에서 살아 꿈틀대는 그림 같은 비경, 그 웅장하고 기묘한 산수를 뽐내며 도도히 흘러가는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두성이와 마동탁은 무한에서 쾌속선을 타고 상류로 향했다. 물안개와 구름에 둘러싸인 한 폭의 산수화와 같은 경치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문인들은 서능협의 경치는 기이하고, 무협은 수려하며, 구담협은 웅장하다고 평했다.


높은 절벽은 끝없이 이어지고 첩첩 산봉우리들은 하늘에 닿아 있었다.


물결이 거칠어지면서 뱃전에 물보라가 치기 시작했다. 쾌속선은 세차게 흐르는 물결을 헤치고 앞으로 나갔다.


흐름이 빠른 곳에선 배가 심하게 요동을 쳤다. 자칫하다간 배가 전복될 수도 있어서 물에 익숙하지 않은 두성이는 간이 조마조마하였다.


그러나 마동탁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의기양양하여 배가 요동을 쳐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사공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장강삼협 중에 제일 하류에 있는 서릉협(西陵峽)은 백팔십여 리의 길이로 삼협 중 가장 길며 험한 바위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몇 개의 사원과 취락이 보이는 것 외에 사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곱 개의 계곡과 두 개의 급류가 있어 매우 위험한 장소였다.


중간에 있는 무협(巫峡)은 무산의 십이 봉부터 시작으로 하는 수려한 경관이 시인묵객에게 영감을 주어 왔다.


이 열두 개 산봉우리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신녀봉이다.


강가에 자리 잡은 신녀봉의 산봉우리에는 구름이 자욱하고 보슬비가 잔잔히 내려 무산의 몽환적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 기암괴석의 봉우리 중에 제일 높은 신녀봉에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먼 옛날, 갖은 수해로 고통 받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인간 세상에 내려온 신녀가 훗날 바위로 변해 삼협의 평화를 기원했다고 한다.


두성이는 가까운 선착장에 내려 빼어난 경치를 감상하며 시인묵객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조의원의 행방을 쫓는 일이 급선무였기에 아쉽지만 사치스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었다.


왠지 못내 아쉬움을 떨칠 수 없어서 소동파의 ‘적벽회고’중 일부를 나직이 읊조렸다.


장강은 동으로 흘러 묵묵히 흘러가고

물결 따라 사라져갔네

아득한 옛 풍류 인물들

옛 성의 서편, 사람들은 이곳을 말하네

삼국시대 주유의 적벽대전 터라고

구름 뚫고 솟아오른 절벽에

기슭을 부숴버릴 듯한 파도가

천 겹 쌓인 눈을 휘감아 올리네

강산은 그림 같은데

한 시절 호걸은 몇이었던가


두성이의 노래를 뒤로 남기고 쾌속정은 거센 물결을 헤치며 최상류에 있는 구당협(瞿塘峽)으로 나아갔다.


이곳은 길이가 이십여 리로 비교적 짧았지만, 깎아지른 암벽과 잇닿은 강물은 그늘이 져서 한층 짙게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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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3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3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5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4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3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9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1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5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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