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목로 님의 서재입니다.

사룡검 시간을 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19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9.25 21:00
조회
238
추천
4
글자
11쪽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DUMMY

사명명이 약초를 말리고 있던 다른 자들을 바라보았다. 놈들은 화들짝 놀래서 모두 뒷걸음질을 치며 사명명과의 거리를 벌리고 검을 뽑았다.


사명명의 손짓에 뒤에 있던 네 명의 소녀들이 미끄러지듯이 신형을 날려 여섯 명, 장정들의 주위를 돌았다. 놈들은 꼼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땅에 붙어버렸다.


소녀들의 마비독에 온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안에 있던 놈들이 풍도철의 고함소리를 듣고 우르르 밖으로 뛰어나왔다. 놈들은 모두 열댓 명이나 되었다.


귀주쌍살의 하나인 장소팔이 칼을 뽑아들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장소팔과 함께 무기를 뽑아든 놈들이 달려들었다.


지금껏 마동탁의 선제공격으로 뒤에서 구경만 하던 초대봉이 손이 근질거려 참지 못하고 양손을 휘둘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두 개의 암기가 허공을 가르며 놈들에게 쇄도했다. 장소팔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암기를 쳐냈지만 나머지 놈들은 모두 목에 암기가 꽂혀 뒤로 나뒹굴었다.


뒤이어 여섯 개의 암기가 햇빛에 반짝이며 날아와 장소팔과 남은 놈들의 명줄을 끊어버렸다.


그나마 장소팔과 풍도철의 무공이 일류의 초입에 들어섰지만 초대봉에게 미칠 수준은 아니었다.


간단히 독수방의 패거리들을 처치한 두성이 일행은 안으로 들어갔다. 온갖 약초와 독초가 가득한 실내엔 아무도 없었다.


실내를 둘러보던 두성이가 한쪽 벽에 붙은 작은 문을 발견하고 문을 열었다.


메케하고 이상야릇한 냄새가 풍겨왔지만 두성이는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 지긋한 의원들이 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각종 독초와 독버섯을 앞에 놓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


“여기 조 의원은 안계십니까?”

“네에.....?”

“조 의원?”


“그분은 독수방의 산채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산채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곳에서 채취한 독을 서쪽으로 보낸다는 말만 들었지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음.....”


놈들이 그동안 채취한 독초와 독 추출물이 생각보다 많았다. 사명명은 그것들을 분류해 여러 궤짝에 나눠 담았다.


아예 싹을 잘라버리겠다고 생각한 탁일문이 마비독에 당한 놈들까지 모두 죽이고 시체와 대나무집에 불을 질렀다.


불은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다. 불이 다 탈 때까지 지켜보던 일행은 재가 되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뒤로하고 오독교 마을로 돌아왔다.


사명명에게 잡혀온 의원들을 마을에서 보호하라고 일러놓고 일행들과 함께 청성산의 찻집으로 돌아왔다.


찻집 특별석에 모인 두성이와 그 일행들은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해룡방의 패거리와 혹시 모를 대마혈궁의 패거리들을 상대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우선 그들이 모이면 잠잘 곳이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 있는 객잔으론 부족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두성이가 탁일문을 보며 물었다.


“탁 대협, 이곳에 우리의 본거지를 마련해야 할 텐데 제법 큰 규모의 장원을 샀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우리 단원들과 조서방의 자문을 받아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서둘러 주십시오. 한시가 급합니다.”


탁일문이 서둘러 나가자 두성이는 마동탁과 초대봉을 보며 말했다.


“우린 청성파에 가서 현 상황을 알려줍시다.”



청성산 청성파, 두성이가 산 중턱에 있는 청성파를 방문했을 때 곳곳에 숨겨진 초소로부터 검문을 받았다.


불새단의 단장으로 장문인을 만나러왔다고 하자, 그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 청성파의 장원으로 들어갔다.


즐비하게 늘어선 고루거각들, 지붕은 파란 이끼로 뒤덮여 고색창연했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었다.


“불새단은 처음 듣는 단체인데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했습니까?”


두성이를 만난 노인은 상투를 틀었고 얼굴이 희고 윤기가 있었으며, 깊은 눈빛은 오랜 수련으로 내공을 갈무리한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청색 장포 차림으로 장포의 아귀 안에 손을 감춘 모습은 무척이나 단아했다.


바로 청성파 장문인, 산병수금(山屛水琴) 여무진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별호인 산병수금은 ‘청산불묵 만고병(靑山不墨萬古屛), 유수무현 천년금(流水無絃千年琴)’이란 말에서 따온 것이다.


‘청산은 그리지 않아도 영원한 병풍이요, 흐르는 물은 줄이 없는 천년의 거문고라.’


이 별호를 보더라도 여무진은 무공만을 우선시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세파에 휘둘리지 않으며 묵묵히 병풍이 되어 청성파를 지키고, 자연과 더불어 무위자연의 삶을 목표로 하고 있는 도인임이 분명했다.


“저는 불새단의 단주 장두성이라고 합니다. 우린 어려운 양민들의 피폐해진 삶을 돕는 단체입니다.

오늘 특별히 귀파를 방문한 것은 풍전등화 같은 이곳 무림의 정세 때문입니다.”


뜬금없는 말에 여무진은 한동안 두성이를 보고 있더니 정색을 하고 말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자세히 들어볼까요?”

“혹시 해룡방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해룡방? 한 지방의 작은 방파까지는 우리의 귀와 눈이 미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해룡방이 낙양과 개봉일대에 활약하기 때문에 아직 모르실 수 있습니다만, 그들은 이곳에 어마어마한 세력을 숨겨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곳 당문도 그들과 협력하려고 했다가 우리들이 개입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습니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잡지는 못했지만 대마혈궁과도 연계된 것 같습니다.”

“?.....?”

“......?”

“대마혈궁이라? 과거에 망한 마교와 혈궁의 잔존세력입니까?”

“정보에 의하면 기련산에 둥지를 틀고 호시탐탐 중원을 노리고 있답니다.

그들의 일차 목표가 이곳 사천성의 청성파와 아미파라고 합니다.”

“음, 그렇다면 큰일이로군. 일단 우리 원로들과 상의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그때 경계를 서고 있던 제자가 황급히 들어와 아뢰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이 무작정 장문인을 만나겠다고 억지를 부리며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때 이들을 제지하는 제자들을 뿌리치고 한 무리의 괴한들이 들이닥쳤다. 이십여 명이나 되는 괴한들의 복장은 제각각이었다.


팔소매와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인 자들은 울퉁불퉁 튀어나온 알통을 자랑했는데, 얼굴은 물론 팔뚝과 장딴지에도 이상한 문신투성이였다.


복장도 저마다 달라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자, 짐승가죽으로 주요부위만 가린 자, 경장차림에 짐승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자 등등.


무기도 쇠사슬이 달린 낫이나 뾰족뾰족 쇠못이 튀어나온 철퇴를 지닌 자, 날이 둥글게 휜 날카로운 만도(蠻刀)를 차고 있거나 커다란 팔찌처럼 생긴 무기를 양손에 든 자,


허리띠에 십여 개의 비도를 꽃은 자들이 거만한 표정으로 제집 안방에 들어오듯 거침없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주위에 있던 장문인의 일대 제자들이 비호처럼 몸을 날려 그들을 막아서며 검 자루를 잡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피를 볼 일촉즉발의 순간에 여무진이 그들을 제지했다.


“잠깐 옆으로 물러서라, 그대들은 도대체···?”


여무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 중 도사차림의 사내가 능청스럽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한 발 나섰다.


“하하, 사형! 그동안 별래무양 하시었소?”


“아! 너 넌··· 모홍강! 네가 무슨 염치로 이곳에 발을 들이민 것이냐?

사부님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고 천연덕스런 얼굴로 떠나지 않았느냐?

한 조각 양심이라도 있다면 감히 이곳에 올 수는 없을 터.

더구나 괴상한 무리들을 이끌고 의기양양하게 나타나다니···.”


여무진은 모홍강의 출현에 비분강개하여 얼굴에 노기가 치솟았다. 게다가 기가 차서 말이 막혔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말은 바로 합시다. 그 당시 별 거 아닌 일로 날 몰아붙이고 강제로 쫓아낸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지 않소?

난 숱한 모욕과 경멸을 참아내고 오늘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불쌍한 사람이오.”

“.....허!”

“너로 인해 사부님이 돌아가신 건 뭐라고 변명하겠느냐, 네가 날 사형이라고 불렀으니 어디 말 좀 해봐라.”

"......"

“그런 걸 보고 자업자득이라잖소?

각설하고 오늘 내가 온 것은 스스로 고고한 척하며 뒤론 호박씨 까는 청성파를 바로 잡으러 왔소.

무림의 세계는 오직 힘으로 말하는 법,

이긴 자가 바로 정의인 것이오.”


모홍강, 이자의 집안은 대대로 고관대작을 하여 사천에서는 명망이 높았고 재산이 많은 권문세가였다.


청성파에 속가제자로 입문한 모홍강은 욕심과 질투와 시기심이 많은 자였다. 그는 청성파에 적을 걸어두고 하오문의 패거리들과 어울려 못된 짓거리를 저질렀다.


힘없는 백성들과 상인들의 원성이 높았으나 가문의 위세와 청성파를 등에 업은 모홍강은 행실을 고치지 않았다.


결국 그의 못된 행실이 사부의 귀에까지 들어가자 호된 질책을 받고 파문을 당할 처지가 되었다.


부모들이 달려와 사정사정한 끝에 사부는 좋은 말로 타일러 파문만은 면했다.


모홍강은 속으로 이를 갈았으나 겉으론 진심으로 뉘우치는 시늉을 하고 사부를 이름난 식당인 사천제일루로 모셔 극진히 대접하였다.


그러나 모홍강은 뒤로 하오문과 살수집단에 많은 돈을 주고 사부를 혼쭐을 내주라고 부탁했다.


식당 안에 대기하고 있던 하오문과 살수집단의 패거리들이 일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발하였다.


사부와 청성파 제자들의 무예는 뛰어났으나 암암리에 독을 쓰는 하오문의 패거리와 살수들의 숫자가 워낙 많았다.


처음에 의도는 혼쭐을 내주는 것이었지만, 막상 싸움이 벌어지게 되자 상대를 꼭 죽여야 하는 살수들은 죽기 살기로 싸웠다.


결국 사부와 제자들이 부상을 입고 나뒹군 후에야 싸움은 끝났다.


싸움이 벌어지자 잽싸게 도망친 모홍강이 청성파에 연락해 지원군이 당도했을 땐 이미 사부와 제자들이 모두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물론 싸움에 참가했던 무리들은 모두 타 지역으로 도망친 후였지만.


독에 중독된 후에 칼과 암기에 찔린 사부는 온갖 해독약을 썼지만 결국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청성파에서는 모홍강을 다그쳤지만 끝내 변명과 모르쇠로 버텼다. 이 일로 결국 모홍강은 청성파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모홍강은 현재 대마혈궁(大魔血宮)에 투신하여 그들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난 억울하게 쫓겨나 그동안 말 못할 고생을 겪었으니 이젠 날 받아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오.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할 테니 전각을 한 동 비워주시오.”

“흥! 어디서 감히.”

“네 얼굴도 보기 싫으니 꿈도 꾸지 말고 조용히 물러가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룡검 시간을 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일 23.06.19 757 0 -
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3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3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4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9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4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5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