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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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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17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09.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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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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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제88화, 오독교

DUMMY

강을 끼고 이 장 높이의 절벽을 타고 올라온 적들은 대기하고 있던 궁수들의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가 되었다.


무예가 출중한 자들은 화살을 쳐내며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뒤에는 숨을 죽이고 있던 낭인 살수들이 있었다.


돈에 목숨을 건 서른 명이나 되는 낭인 자객들, 이들은 무기가 제각각이었으나 살수답게 냉혹하고 무자비했다.


이 살수들은 초대봉의 지휘아래 당문의 제자들을 무차별 공격을 하였다.


목이 떨어지고 팔다리가 베어져나가 신음소리로 가득한 현장은 지옥 그 자체였다.


당치평과 당원보와 소청천은 앞에서 쳐들어오고 있었다. 이들이 올 줄 알고 금리도천파 번쾌수와 검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두성이가 그들을 막았다.


번쾌수는 금리도천파라는 별명처럼 힘이 좋고 민첩했다. 그렇지만 당문의 제2인자라는 당치평과 자웅을 겨뤘는데 조금 밀리고 있었다.


탁일문은 당원보를 맞아 싸웠고, 두성이는 소청천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 발 내딛었다.


소청천이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쌍검을 뽑아들고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그러나 소청천은 이제 두성이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허리를 베어오는 소청천의 검을 훌쩍 뛰어올라 발밑으로 흘리며 오른발을 올려 찼다.


소청천은 고개를 젖히며 뒤로 미끄러지듯 피했으나, 떨어져내려 땅을 디딘 두성이가 손에 내력을 모았다.


두성이의 얼굴색이 변하며 손 주위로 주변의 공기가 몰려들었다.


소청천은 같잖다는 듯이 흥! 콧방귀소리를 내며 양 손바닥에 검을 올려놓고 팽이처럼 돌리고 있었다. 두성이가 손을 내밀며 장풍을 발사했다.


손에서 이는 부드러운 바람이 소청천을 향해서 밀려가자 소청천은 두성이를 향해 쌍검을 날렸다.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흘러간 장풍이 소청천의 호신강기와 부딪치며 갑자기 태풍처럼 휘몰아 소청천을 휘감았다.


“아아악!”


휘감은 돌개바람은 소청천을 하늘로 끌고 올라갔다. 두성이가 손을 거두자 돌개바람은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아아아아!”


빙글빙글 돌며 공중으로 높이 올라간 소청천의 몸은 돌개바람의 부력을 잃고 곧장 땅으로 떨어졌다. 어린놈의 무위가 지난번보다 월등히 높아져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정신이 아득한 가운데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던 소청천은 땅바닥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죽었다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쿵!!”


땅바닥으로 떨어져 몸이 박살나서 산산조각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의식은 남아 있었다.


이제 죽어서 육체와 혼이 분리된 것일까 하고 눈을 살짝 떠보니 눈앞에 지긋이 웃고 있는 두성이의 얼굴이 보였다.


두성이가 발을 크게 구르며 떨어지는 소청천을 받아든 것이다. 두성이는 소청천을 땅에 내려놓으며 나직이 말했다.


“과거의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새 삶을 살 기회를 주려는 것입니다.”

“?......?”


주인을 잃은 소청천의 보검은 이미 땅바닥에 떨어져 그 가치를 잃어버렸다.



당치평은 번쾌수와 싸우는 도중에도 여유 있게 전황을 살피고 있었는데, 믿었던 소청천은 물론 제자들이 맥을 못 쓰고 픽픽 쓰러지자 안달이 났다.


그런데 소청천을 뒤로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두성이가 다가왔다. 당치평은 화들짝 놀라 기합을 넣더니 두성이를 향해 검을 뻗었다.


몸과 일직선이 된 검은 예리한 화살처럼 두성이의 목을 노리고 찔러 왔다. 두성이는 땅을 박차고 높이 뛰어올랐다.


두성이는 검과 한 몸이 된 당치평이 발밑으로 지나갈 때, 몸을 돌리며 다리에 힘을 살짝 주고 당치평의 등을 내려밟았다. 두성이를 등에 태운 당치평은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등을 밟힌 상태로 땅바닥에 엎어진 당치평은 두성이의 검이 목덜미를 누르자 옴짝달싹 못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는데 적을 너무 얕본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수적의 무리라고 깔보고 무시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었다.


엎어져 있는 당치평은 후회와 절망으로 가슴이 저리고 목이 막혀서 회한의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두성이는 옆으로 몸을 옮기며 당치평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던 당문의 제자들은 반은 죽거나 다쳤고, 나머지는 어둠을 타고 도망쳐버렸다.


두성이는 복면을 벗고 당치평에게 손을 내밀었다.


“선배님, 일어나십시오. 저랑 조용히 말씀 좀 나누시죠.”


싸움은 이미 끝나 염룡채의 수적들은 번쾌수의 지휘아래 사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두성이는 당치평과 함께 으슥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선배님, 생각지도 않게 해룡방과 어울려 무림에 풍파를 일으키려 하다니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해룡방과 손을 잡은 것을 알았습니다만...,

당문의 체면을 생각해서 내로라하는 정파의 선배님들한테 발설하지는 않았습니다.

당문은 해룡방과 함께 멸문지화를 당하고 싶은 겁니까?”


두성이의 신랄한 추궁에 당치평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 당문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리석게 소청천의 유혹에 넘어가···”


말을 잇지 못하는 당치평은 진실로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교묘한 말로 남을 속이거나 핑계대지 않는 걸 보면 아직까지 한 조각 양심은 남아있었다.


“지금이라도 해룡방의 흉계를 폭로하고 정파의 일원이 된다면 오늘 일은 불문에 붙이겠습니다.

만약 오늘 약속을 하고도 뒤로 딴 맘을 먹는다면 앞으로 사천당문이 영원히 사라져도 날 탓하지 마십시오.”

“나도 나름 사내대장부요! 한순간 잘못을 범했지만, 오늘의 약속을 어긴다면 난 이부지자며 짐승만도 못한 놈이요!”


그때 마동탁이 두성이를 발견하고 뛰어와서 말했다.


“주공, 여긴 깨끗이 정리 됐는데 여세를 몰아 당문으로 곧장 쳐들어갈까요?”

“그럴 필욘 없을 것 같습니다.”


산만한 덩치에 타인을 압도할 만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는 대한이 두성이를 주공이라 부르며 공손한 태도로 대하자, 당치평은 다시 한 번 두성이를 쳐다봤다.


오늘 첫 대면이었지만 함부로 대할 어린 청년이 아니었다.


말 못할 위엄이 깃들어 있었고, 무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실로 청년 영웅이었다.


염룡채의 번쾌수는 자신의 부하들이 큰 손실 없이 무림에서 위세가 당당한 당문을 물리치자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목숨을 구걸할 입장에서 기적과 같이 승리자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이 받들고 있는 염왕의 화신인 두성이 덕분이었다. 이제부터는 어디에나 염룡채의 위세를 떨칠 수 있을 것이다.


두성이는 번쾌수에게 당치평과 당원보 그리고 부상당한 당문의 제자들과 죽은 자들을 모두 당문에 넘겨주도록 부탁했다.


처음엔 당문에 쳐들어가 복수해야 된다고 떠들어대던 수적들은 제갈공명처럼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준 구세주 두성이의 설득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가지 말라고 붙잡는 수적들과 번쾌수를 뒤로하고 두성이 일행은 소청천을 데리고 찻집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추명성은 찻집을 새롭게 단장하고 점원들을 고용해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두성이 일행은 특별실로 들어가 소청천에게 물었다.


“독수방 패거리들이 지금 어디 있고, 무슨 짓을 벌이는지 사실대로 말해주시오.”


소청천은 비록 악랄한 해룡방의 간부였으나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지금 마음이 심란했다.


지금껏 자신을 믿고 뒤를 봐준 해룡방에 의리를 지켜야 할지, 목숨을 살려준 은인을 따라야 할지 진퇴양난의 지경에 처해 있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소청천이 마음에 결단을 내렸는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해룡방은 이곳 사천성을 장악할 계획을 세우고 대마혈궁과 손을 잡았습니다.

대마혈궁은 과거 정파와의 싸움에서 패한 뒤, 기련산에 성채를 세우고 전무림을 통일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습니다.“


“대마혈궁이면 과거 마교와 혈궁이 합친 겁니까?”

“혈궁이 마교를 흡수한 거지요.”

“허! 큰일이군.”

“대마혈궁은 각종 기이한 독을 사용하여 단시간 내에 내공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독약을 만듭니다.

이를 안 해룡방 방주는 독수방을 장악하여 대마혈궁에 다량의 독극물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에 일가견이 있는 의원들을 납치하였고, 운남의 밀림 속의 연구실로 데려간 것입니다.“


두성이는 다급하게 물었다.


“항주의 조 의원도 운남의 연구실에 있습니까?”

“여러 의원들이 있으나 난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

“ 또한 해룡방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사천성 서쪽 낭인곡에 삼백여 명의 부하들을 감춰두고 있지요.

당문과는 이미 협약을 맺었으니 곧 아미파와 청성파를 공격할 것입니다.

특히 도교의 원산인 청성산에서 청성파를 손에 넣어 전국의 도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죠.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음..., 심각하군.”

“......”

“난 이제 어느 편도 들 수 없으니 모든 미련을 버리고 조용히 초야에 묻혀 생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그럼.....”


모든 걸 체념한 듯이 소청천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어깨가 축 처져서 비실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한없이 처량해보였다.


“생각보다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네요. 우리도 빨리 인원을 불러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탁 대협! 사천에 우리 불새단의 지부가 있죠?”

“네, 성도에 있습니다.”

“빨리 연락해서 단원을 모이라 하고 본부에도 연락해 원로를 비롯해 실력이 출중한 대원들을 보내달라고 하십시오.”

“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참, 운남에는 우리 단원이 없습니까?”

“운남에 지부는 없지만 든든한 단원들이 있습니다.”

“누굽니까? 연락할 수 있습니까?”

“오독교의 교주가 단원인데 직접 찾아가는 편이 빠릅니다.”

“한시가 급하니 내일 그곳으로 떠납시다.”


다음날 일찍, 두성이와 그 일행들은 운남의 지리를 잘 아는 불새단원 소홍석과 함께 운남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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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3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3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3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8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 제88화, 오독교 23.09.22 259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4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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