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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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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11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10.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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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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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DUMMY

밤을 꼬박 새며 검을 휘둘러서 지치기도 했지만, 시간을 멈추면서 내력은 물론 온 몸의 진기가 다 빠져나가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때도 그랬던 기억이 살아났다.


시간을 멈추려면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넘어야 했다.


그 결과로 그나마 남아있던 힘이 다 빠져나가니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라면 함부로 시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사룡검의 절기였다.


누워있던 두성이가 시간이 다시 흐르자 안간힘을 쓰고 일어나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단전에 내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두성이가 천여 명의 병사들과 서녕에 도착해서 지휘막사에 들어가자 제갈 군사가 반갑게 맞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보에 의하면 놈들이 출전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놈들의 병사가 대략 칠팔천 명이라 하니 숫자에선 우리가 다소 불리합니다.“

“놈들에게 비약 말고 특별한 무기 같은 건 없을까요? 그동안 준비를 착실하게 한 놈들이니 말입니다.”

“아직 거기까진 들어온 보고가 없으나 앞으로 자세한 보고가 들어올 것입니다.”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한 줄이려면 아무래도 청해호 근처의 해안(海晏)까지 이동해 금은탄(金銀灘)초원에서 결전을 벌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네, 그럼 서둘러서 출발해야겠습니다.”


두성이는 제갈 군사와 더불어 여러 원로들과 초원의 전투에서 지형을 이용하는 다양한 전법에 대해 의논을 했다.


방벽을 세우고 참호를 구축하거나, 대규모 함정을 만드는 등등, 병사들의 목숨을 지키고 적을 궤멸시킬 다양한 방법을.



저녁 무렵에 금은탄초원에 도착한 무림맹의 용사들은 서둘러 막사를 짓고 식사를 마쳤다.


정보에 의하면 놈들이 성 앞에 모여 승리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룰 것이라고 하니 이삼일 내로 들이닥칠 것이다.


무림맹의 전 인원이 최소한의 횃불을 밝힌 채로 계획한대로 땅을 파서 방벽을 만들고, 참호를 구축하며 갖가지 함정을 설치하는 등 밤을 잊고 작업에 몰두했다.


아침이 되자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짐마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화살을 산더미처럼 실은 마차들이 먼저 짐을 풀었고 이어서 의약품을 실은 마차들이 짐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제갈 군사는 무량진인이 거느린 오백 명의 특별기동대와 화산의 목불견 대협이 거느린 오백 명의 기마대에게 충분한 화살을 나눠주었다.


“두 부대는 지금 여길 떠나 길에서 멀리 떨어진 좌우측에 숨어 있다가 적의 후방을 공격해주십시오.

좌측 특별기동대가 화살을 쏘고 재빨리 도망치면, 바로 우측 기마대가 화살을 쏘아 적들을 혼란에 빠지게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떠나겠습니다.”

“이후론 모든 걸 두 분 재량에 맡길 것입니다.”

“확실히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겠습니다.”


이렇게 전략을 짜고 진지를 구축하는 숨가뿐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다음날이 되자 정보원들로부터 소식이 전해졌다.


놈들이 거대한 투석기를 다섯 대나 끌며 천여 명이 넘는 기마병을 앞세우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정보였다.


두성이는 초대봉과 탁일문에게 준마를 타고 가서 각각 무량진인과 목불견과 합세하여 우선 투석기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 * *



한편, 소를 잡아 제단에 제물로 바치고 승전을 기원하는 의식을 마친 대마혈궁의 궁주 혁밀지는 전군을 재촉해 초원으로 향했다.


출전병들의 사기는 충천하여 날선 쇠붙이를 번쩍이며 보무도 당당하게 행진하고 있었다. 그들의 구호와 기합소리가 하늘 끝까지 닿을 듯 우렁찼고 힘이 넘쳤다.


선두에 선 천여 명이 넘는 기마대, 그동안 사막에서 노략질을 일삼던 자들이라 그들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지축을 뒤흔드는 말발굽소리가 양떼가 풀을 뜯는 평화로운 초원에 울려 퍼지자 놀란 양들이 이리저리 흩어졌다.


후미에는 거대한 투석기를 끌고 오는 열 마리 말들, 투석기가 다섯 대라 말들의 수는 오십 마리나 되었다.


또한 돌산에서 캐낸 참외만한 돌을 가득 실은 수레를 힘이 좋은 소들이 끌고 있었는데, 스무 마리의 소가 스무 대의 마차를 끌고 있었다.


초원에는 돌들이 많지 않아 투석기를 제대로 운용하려면 많은 돌을 운반해야 했다.


힘은 좋았으나 걸음이 느린 소 때문에 수레는 뒤처지고 있었다. 병사들은 채찍질을 하며 소들을 몰아갔으나 한계가 있어 소가 끄는 수레는 점점 뒤쳐졌다.


점심때가 지나자 병사들과 말도 지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단 행군을 멈추고 간이식량과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때 후미의 수레가 있던 곳 멀리서 갑자기 기마병들이 나타나더니 다짜고짜로 화살세례를 퍼부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니라 뜬금없는 한낮에 홍두깨였다.


화살은 주로 수레를 끄는 소들을 목표로 삼았다. 대부분의 소들이 화살에 찔려 고슴도치처럼 변했다.


아픔을 못이긴 소들이 발버둥치며 멋대로 움직이자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육중한 무게의 수레를 끌며 앞으로 무작정 내달린 스무 마리의 소들은 길에 앉아 쉬던 병사들을 깔아뭉개고, 우왕좌왕 달리다 제풀에 지쳐서 쓰러졌다.


후미는 전쟁도 치르기 전에 스무 마리의 소들이 벌인 난동에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 아비규환의 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마혈궁의 병사들이 무기를 꼬나들고 기마병을 향해 달려갔지만 새까맣게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가 없었다.


무량진인이 지휘하는 특별기동대는 인원을 반으로 나눠 번갈아가며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은 끊임없이 날아왔다.


투석기를 끄는 말들은 물론 곁에 있던 병사들까지 죽어나자빠졌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동물들이 인간의 잘못으로 생명을 잃은 것이다.


대마혈궁의 궁수대가 부랴부랴 달려와 대응사격을 했지만 특별기동대는 이미 도망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돌멩이를 실은 수레는 부서져서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소들은 화살을 맞아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일이 상부에 보고되자 혁밀지의 안색이 붉게 변했고 속은 타들어갔다.


“후미에 기마대 오백 명과 궁수대도 삼백여 명을 배치해라.

소들이 죽었다면 병사들이 수레를 끌도록 한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지 않겠다.“


혁밀지의 부하들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시 행군을 재촉했다.


후미의 병사들은 적들이 언제 공격할지 몰라 잔뜩 긴장하며 주위를 경계했지만, 이번에는 난데없이 우측에 있던 목불견의 기마대가 나타났다.


혈궁의 기마대와 궁수부대를 목표로 오백여 명이 일시에 화살을 쏘아 부었고, 혈궁의 기마대가 움직이자마자 뒤로 도망을 쳤다.


혈궁의 기마대 조장은 적들의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놈들의 간계에 빠질 것을 염려해 일단 말을 멈춰 세웠다. 그러나 생각보다 피해가 커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으,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놈들!”


그런데 도망쳤던 놈들이 약아빠진 쥐새끼처럼 다시 나타났다. 이때다 싶어 기마대 조장은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안 놓친다. 놈들을 박살내자!”

“와아! 놈들을 짓이기자!”

“깨부수자, 뚝배기!”


기마대와 궁수대가 목불견의 기마대를 쫓아가자마자 좌측에서 특별기동대가 달려오며 투석기와 수레를 향해 다시 화살을 발사했다.


투석기를 끌던 병사들은 피할 틈도 없이 온몸에 화살이 꽂혔고, 수레를 몰던 병사들도 눈 없는 화살에 맞아 피를 흘렸다.


오백여 발의 화살에 죽거나 상처를 입은 자가 이백여 명이나 되었다.


특별기동대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일류무사들로 구성된 특별기동대는 활과 검을 모두 다룰 줄 알았다.


특별기동대는 목불견을 뒤쫓아 간 혈궁의 기마대와 궁수대를 향해 박차를 가했다.


멀리서 특별기동대가 뒤쫓아오는 걸 본 목불견의 기마대는 말머리를 돌리며 화살을 장전하고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불견 기마대의 반이 서서히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혈궁의 기마대를 향해 화살을 발사하고, 나머지 반이 뒤를 쫓아온 궁수대를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혈궁의 기마대와 궁수대가 화살을 쳐내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이에 특별기동대가 달려오며 화살을 쏘았다.


양쪽에서 협공을 받은 혈궁의 병사들은 어느 쪽을 먼저 공격해야 할지 당황하여 손발이 맞지 않았다.


목불견의 기마대가 순차적으로 화살을 발사하며 달려오는 사이에 무량진인의 특별기동대는 혈궁의 기마대와 만나 마상전(馬上戰)을 펼치고 있었다.


사막에서 방약무인하게 노략질을 일삼던 사파와 정식으로 무술을 배운 정파의 대결.


정파에서도 인정해주는 실력을 가진 특별기동대의 무위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량진인의 앞에 감히 혈궁의 기마대 조장 정도가 나서다니 분수를 모르는 행위였다.


무량진인의 예리한 검에 목이 떨어져나간 기마대 조장, 탁일문의 검에 피를 뿜는 혈궁의 기마대원들은 애초에 이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또한 초대봉의 비도는 지근거리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기마병이며 궁수며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놈들은 어김없이 목에 구멍이 났다.


피를 부르는 흉맹한 살기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시체와 화살에 꿰인 시체가 나뒹굴며 전쟁의 참혹성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본대로 달아난 대마혈궁의 병사들은 어림잡아 이백여 명, 육백여 명의 병사가 초원에 떠도는 불쌍한 원귀가 되었다.


물론 무림맹의 병사들도 사상자가 백오십여 명이나 되어 남은 병사들은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눈물을 삼키며 후방으로 말을 달렸다.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대마혈궁의 후미를 귀찮도록 괴롭힐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번엔 혁밀지의 군대 앞에 본진의 오백여 명 기마대가 나타났다.


사막을 휩쓸던 대마혈궁의 기마대가 그들을 처치하려고 말에 박차를 가했다.


무림맹의 기마대는 달려오다가 혈궁의 기마대가 달려 나오자 말머리를 돌려 잽싸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대마혈궁의 기마대는 쫓지 않았다.


마침내 혁밀지의 군대가 무림맹이 구축한 진지와 마주했다. 서로의 거리는 이백여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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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2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3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2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3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2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8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8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3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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