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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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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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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06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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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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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DUMMY

“내가 패한 마당에 무슨 염치가 있겠느냐만, 말을 듣는다면 정말 해독약을 주겠느냐?”

“물론이다, 대마혈궁의 조직과 놈들이 뭘 노리고 있는지만 말해준다면 당장 해독약을 주고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

만약 말을 안 한다면 우선 부하들의 목숨을 네 눈앞에서 하나하나 거둬주겠다.”


설악귀는 생긴 건 곱상하게 생긴 놈이 마음씨는 독사처럼 사악하게 느껴져 결코 빈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나기는 잠시 피해가라고, 일단 몸을 굽혀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대마혈궁은 궁주 아래 호법과 삼대 영주가 있고, 그 아래 사대 당주가 있다고 하오. 그러나 나로서는 그들이 누군지는 알지 못 하오.

궁에 주둔하는 병사만 해도 일만 명에 이른다고 하오.

우리처럼 그들의 지배를 받는 곳이 많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자세한 것은 모르오.”


“그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오.

그렇다면 그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중원 무림을 정복하는 것?

아니면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것일까?”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인지 아니면 혼자 중얼거리는 건지, 두성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설악귀는 멍청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지배하는 곳이 어디인지 하나만이라도 알려줄 수 있소?”

“아, 전에 좀 이상한 곳에서 온 자가 있었는데 여인들에 관한 얘기라 기억에 남아 있소.

그 그게··· 아, 무 무정림(無情林)이오. 무정림!”


두성이와 마둥탁이 흥미를 보이자 설악귀는 입에 침을 바르고 말을 이어갔다.


“그곳은 독무(毒霧)와 독물들이 득시글거리는 운남의 밀림 속에 있다고 하오.

여인들만의 세상인 그곳에는 남자들은 단지 노동을 착취당하는 노예로써 일생을 마친다고 하지.

그곳에서 간신히 탈출한 자가 공포에 질려서 말하는 것을 듣고 거짓말이라고 웃어넘긴 적이 있소이다.”


“그럼 그자는 지금 어디에 있소이까?”

“워낙 피골이 상접한 자였는데 얼마 살지 못하고 죽었소. 그 뒤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

“......”

“참, 앞으론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오?

어쩌면 우리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시오.”


설악귀는 한숨을 내쉬더니 풀이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고 처연히 말했다.


“이곳을 지키지 못했는데 대마혈궁에서 가만히 있겠소?

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요. 숨어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지요.”

“마 대협, 오봉방에서 받아줄 수 없겠습니까?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수채에서 살아간다면 놈들의 추적을 피할 수도 있고.”

“......”

“과거를 반성하고 진심으로 우리 일원이 된다면 주공의 말씀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어떻소? 소흥에 있는 마 방주의 오봉방에 가입하겠습니까?”

“그 그래만 주신다면 남은 목숨을 바쳐 명령에 복종하겠소.”

“아직은 전적으로 믿을 수 없으니 해독약은 정확히 이십 일에 되면 주겠습니다. 그건 당신이 이해해 주시오.”

“알겠소.”


두성이는 독수방의 산채가 서쪽에 있을 거라는 의원들의 말을 상기하였다. 그렇다면 낭인부대의 위세를 믿고 이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난 근처를 돌아보고 올 테니 그동안 이곳을 정리하고 계십시오.”


두성이가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갔다. 설악귀는 두성이 일행들의 눈치를 보며 품속에서 호두만 한 검붉은 알약을 꺼내 급하게 씹어 삼켰다.


설악귀는 약기운이 몸에 퍼지자 그 억센 기운을 감당하기 벅찼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탁일문과 초대봉, 마동탁이 자물쇠가 달린 궤짝을 열고 안의 내용물을 살펴보고 있는데, 눈자위가 벌겋게 충혈되고 침을 질질 흘리는 설악귀가 갑자기 악을 썼다.


“까아악!!”

“우드드득!”


설악귀의 표정이 아귀같이 변하며 뼈와 근육이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팔뚝과 장딴지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였다.


뜻밖의 변괴에 깜짝 놀란 탁일문이 손가락으로 설악귀를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저 저 저놈 봐라!”

“어엉?“

“허?!”


세 사람이 놀랄 사이도 없이 이성을 잃은 설악귀가 평소보다 배나 빠른 몸놀림으로 짓쳐들어왔다.


앞에 있던 탁일문이 재빠르게 검을 뽑아들었지만, 설악귀의 갈퀴처럼 억센 손가락이 탁일문의 왼쪽 어깨를 긁고 지나갔다.


“아악!”


어깨의 살점이 한 움큼 떨어져나가며 피가 튀였다. 설악귀는 비틀거리는 탁일문을 냅다 발로 차며 바람처럼 초대봉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초대봉이 다가오는 설악귀의 요혈을 향해 여섯 개의 비도를 날리며 옆으로 몸을 피했다.


설악귀는 날아오는 비도를 양손으로 쳐냈으나 두 개가 가슴에 깊이 꽂혔다.


그러나 설악귀는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흉포한 기세로 다가서며 초대봉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으지지직!”

“악!”


초대봉이 왼쪽 팔목을 들어 공격을 막았지만 설악귀의 무지막지한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팔이 부러지며 주저앉았다.


설악귀는 붉은 눈알을 굴리며 주저앉은 초대봉을 짓밟아버리려고 통나무처럼 굵은 발을 번쩍 들었다. 안색이 변한 마동탁이 설악귀를 향해 달려들며 대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묵중한 도가 공기를 찢으며 설악귀를 반토막 내려고 다가오자 설악귀는 깨끼발로 거리를 벌리며 마동탁을 노려보았다. 그사이 초대봉은 몸을 굴려 멀찍이 피했다.


설악귀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 아닌 마인으로 변해 눈은 더욱 붉어져 흉악해졌고 몸에선 검은 사기가 흘러나와 주변을 잠식하고 있었다.


평소 무서움을 모르던 마동탁도 놈의 사기에 위축되어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설악귀는 가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와도 전연 개의치 않고 두 팔을 벌리며 마동탁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동탁은 도를 두 손으로 잡으며 위로 쳐들며 일도양단하려고 잔뜩 내력을 쏟아 부었다.


마동탁은 쏜살같이 달려드는 설악귀의 대가리를 노리고 도를 힘껏 내려쳤다.


설악귀는 살짝 몸을 틀어 도를 옆으로 흘리며 돌려차기로 마동탁의 턱을 강타했다. 웬만한 공격에는 꿈쩍도 않던 마동탁이 허무하게 뒤로 나가떨어지며 주위에 있던 식탁이 와장창 부셔졌다.


설악귀는 옆에 있던 커다란 궤짝을 번쩍 들어 쓰러진 마동탁을 향해 던졌다. 위험을 느낀 마동탁이 두 팔을 가슴 앞에 모으며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는 궤짝을 막았다.


“와지직!”


궤짝이 산산조각이 나며 안에 들었던 동전과 보석들이 와그르르 흘러나와 가뜩이나 정신을 못자리는 마동탁의 얼굴위로 쏟아져 내렸다.


살악귀는 잽싸게 다가와 왼손으로 마동탁의 멱살을 잡아 위로 치켜들며 돌덩이처럼 단단한 주먹으로 마동탁의 이마를 후려 패려는 순간.


몸을 겨우 추스른 초대봉이 설악귀의 관자놀이를 향해 비도를 날렸고, 탁일문은 있는 힘을 다해 설악귀의 허리를 향해 검을 던졌다.


세찬 바람소리를 들은 설악귀가 고개를 뒤로 젖혀 날아오는 비도를 피했지만 탁일문의 검이 허리에 박혔고,


설악귀가 잠시 주춤한 사이에 뒤이어 날아온 비도 하나가 설악귀의 귀에 박혔다.


비도가 박힌 귀와 검이 박힌 허리에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설악귀는 아픔을 전연 느끼지 못하는지 억센 주먹으로 마동탁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러나 멱살을 잡혔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마동탁이 두 손에 힘을 주며 설악귀의 가슴에 박힌 비도를 누르면서 간신히 몸을 옆으로 비틀었다.


그 바람에 마동탁의 머리를 노린 설악귀의 주먹은 어깨를 가격하였다.


“빡!”

“윽!”


마동탁의 왼쪽 어깨가 탈골되어 덜렁거렸다. 설악귀는 끝장을 보려고 다시 주먹을 들어 마동탁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쳤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마동탁은 바른손으로 설악귀의 귀에 박힌 비도를 누르면서 머리를 설악귀의 목에 찰싹 붙였다.


마동탁의 억센 팔 힘에 머리가 옆으로 젖혀진 설악귀의 주먹은 결국 목표를 잃고 마동탁의 등을 내려치는데 그쳤다.


선기를 잡은 마동탁은 무릎을 들어 올려 설악귀의 복부를 가격하고, 귀에 박힌 비도를 뽑아 무차별로 설악귀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얼굴의 이곳저곳을 비도에 찔린 설악귀는 결국 눈까지 찔리고서야 비약의 효과가 다했는지 뒤로 쓰러졌다.


설악귀와 같이 넘어진 마동탁은 설악귀의 피를 뒤집어써서 온몸에 피 칠을 한 몰골로 한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어깨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 허연 뼈가 드러난 탁일문, 팔이 부러져 퉁퉁 부은 왼팔을 움켜쥔 초대봉, 온몸이 피에 젖어 한쪽 팔이 덜렁거리는 마동탁의 꼴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정말 끔찍하고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



한편, 밖으로 나간 두성이는 쌀과 일용품을 파는 상점에 가서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이곳에선 낭인들한테만 물건을 팝니까?”

“하하, 장산데 그럴 리가요. 누구라도 상관없지 않나요?”

“그럼 낭인들 말고도 이곳에서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요?”

“많지는 않지만 한두 군데 있지요, 우리가 워낙 싸게 파니까요.”

“그럼 좋은 차를 한 봉지만 주십시오.”

“이건 용정차라고 고급품입니다.”


차 값을 주고 나서 다시 웃돈을 쥐어주며 두성이는 웃으며 말했다.


“난 책을 팔러 다니는데 이곳 말고 다른 델 소개시켜 주면 고맙겠습니다.”

“헤헤, 무슨 책을 팔러 다니십니까?”

“요새 유행하는 애정소설이나 금병매 같은 야한 소설도 있고, 의학서나 무공서적도 있습니다.”

“낭인들은 책이라면 별로입니다만, 요 위의 산채로 가면 의학서를 사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몰라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한 권이라도 팔아야 헛걸음이 안 되죠. 정말 감사합니다.”


두성이는 상점 주인이 가리켜 준대로 숲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굵직한 나무들 사이로 서너 채의 통나무집이 보였다.


그중 독수방이란 커다란 현판이 걸린 통나무집을 향해 가자 부리부리한 눈매의 험상궂은 장한이 앞을 막아섰다.


“누구냐? 신원을 밝혀라!”

“본부에서 온 장두성이다. 소청천은 안에 있느냐?”

“에? 그분은 성도로 가시고 지금 안계십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됐고, 방주는 안에 있느냐?”

“예, 예. 계십니다.”

“안내해라!”


장한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두성이의 눈치를 보며 집안으로 안내했다.


“방주님, 본부에서 오신 분이라네요.”

“본부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 누구시라고?”

“장두성이오, 소청천과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을 못 받았소?”


방주 독수야차 노팔보가 허리춤을 추스르며 방안에서 허겁지검 나왔다. 중키에 호리호리한 노팔봉은 약삭빠른 얼굴에 이마에 커다란 점이 있었다.


“소 대협은 사천당가에.....”

“오고 있는 중인가?

음,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소.

그보다 본부에 보낼 약재는 모두 준비 되었소?

연구하던 의원들도 모두 데리고 오라고 하니 빨리 서두르시오.“

“에? 그런 지시는 받지 못했는데....?”


두성이는 인상을 쓰며 노팔보를 밀치고 노팔보가 나온 방문을 열어젖혔다.


“아, 안돼!”


방안에는 식탁에 술병과 안주가 차려져 있었고, 침대 위에는 뒤집어쓴 이불 밖으로 매끈한 여인의 다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노 방주! 중차대한 시기에 뭐하는 짓이오?

남들은 생사기로에 있는데 당신은 방안에서 꿀을 빨고 있었구려.“

“그 그게 아니라....”


사색이 된 노팔보는 잔뜩 주눅이 든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못 본체 할 테니 서둘러 본부로 보낼 약재를 챙기시오.”

“네, 네. 가 감사합니다. 나가서 준비하겠습니다.”


노팔보가 장한과 함께 밖으로 뛰어나가자 두성이는 식탁에 앉아 잘 차려진 요리와 술을 느긋하게 먹었다. 이불 속의 여인은 다리를 집어넣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 부하들을 시켜 정제된 약재를 마대에 담던 노팔보는 놈이 못 본체 한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어서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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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2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7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5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3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2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1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3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2 4 10쪽
»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8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8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79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3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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