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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룡검 시간을 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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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14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10.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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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DUMMY

환영영주를 태운 마차는 쏜살같이 달아나 멀리 숲속으로 사라졌다.


조서방도 무림맹의 호위대도, 악령의 군주와 부하들에게 피해를 입어 거의 반수가 목숨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뒤처리를 조서방의 대원들에게 맡기고 부상자들을 데리고 무림맹의 장원으로 향했다.



* * *



무림맹에 도착하자 깊은 잠에서 깨어난 월하미인 설중매는 마차에서 내려 두성이에게 다가왔다.


“맹주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 은혜는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우선 의원한테 진찰을 받아보십시오.”

“괜찮아요, 아무 이상이 없어요.”

“놈들은 이상한 약물을 사용해서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한다고 하니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그동안 말없이 두성이의 곁에 있던 마동탁이 얼굴을 붉히며 설중매를 보고 어렵게 입을 떼었다.


“저어..., 제 생각에도 진찰을 받아보시는 게.....”


덩치는 곰 만한 거한이 얼굴을 붉히고 쭈뼛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아이 같아 설중매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마 대협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따르겠습니다.”


마동탁은 얼굴이 벌개져서 설중매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일행들은 조 의원의 연구실로 향했다. 조 의원이 반갑게 맞았다.


“잘 왔다. 그렇잖아도 보고할 게 있었는데.”

“혹시 혈궁의 비약을 해독할 수 있는.....?”

“그래! 우리가 드디어 해독약을 만들었단다.”

“정말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해독약만 있다면 이제 대마혈궁을 쳐부수는 건 일도 아니죠.”


마동탁이 신이나서 주먹을 불끈 쥐며 큰소릴 쳤다.


“참! 할아버지, 설 낭자를 진맥해주세요. 대마혈궁놈들이 약을 먹여 혼수상태로 있다가 겨우 깨어났습니다.”


조 의원은 설중매의 맥을 짚고, 눈동자를 살펴보고, 입속과 혀의 상태를 보며 한동안 진찰을 했다.


“특별히 이상한 조짐은 보이지 않아, 단순히 수면제를 많이 복용시켜 위에 무리가 있으니 약을 한 첩 먹으면 곧 나아질 거야.”


그동안 초조한 안색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던 마동탁의 얼굴에 순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표정을 보고 있던 초대봉이 팔꿈치로 마동탁의 옆구리를 치며 말했다.


“마 대협! 순진한 애들처럼 헤벌레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구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소?

같이 즐깁시다, 말 좀 해보시오.”


그러자 마동탁이 순식간에 웃음기를 거둬들이고 눈을 부릅뜨더니 크게 말했다.


“암! 있다마다.”

“그게 뭐요?”

“해독약을 만들었잖아! 그보다 좋은 일이 더 있어?”


초대봉은 마동탁이 설중매에게 빠져있는 걸 알고 놀려주려고 한 말인데, 우직한 마동탁이 이럴 땐 머리가 잘 돌아갔다.


“하하, 그 그렇죠. 해독약!”


두성이도 눈치를 채고 빙긋이 웃었다. 두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 할아버지. 해독약을 꼭 복용시켜야 효력이 발생하나요?

짐승으로 변한 놈들을 제압하기가 힘들던데....”

“우리 연구진들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막탄처럼 던지는 것으로 만들었단다.

연기를 호흡하게 되면 약효를 발생하는 거지.”

“정말 획기적이네요. 이제 대마혈궁은 두렵지가 않습니다.”

“지금 만들어 놓은 것은 다섯 개지만, 머지않아 충분할 만큼 만들 예정이야.”

“그 해독탄을 제가 갖고 가도 될까요?”

“그래, 혹시라도 사용하게 되면 그 효능을 즉시 알려줘.

부족한 점이 있다면 더 연구해야 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두성이가 살구만한 해독탄 다섯 개를 품에 넣고 마당으로 나오자 탁일문이 웃으며 두성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맹주님, 전국 각지에서 온 협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런 소식도 없었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우리가 놈들을 무찌른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의 협객들이 삼삼오오 자발적으로 찾아왔습니다.”


그 소식에 한껏 고양된 두성이가 연병장으로 들어서니 천여 명의 협객들이 두성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대마혈궁을 쳐부수고 평화로운 무림을 만드는 사명이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와아!”

“쳐부수자, 대마혈궁!”

“때려잡자, 대마혈궁!”


천오백여 명 협객들의 함성에 연무장이 들썩거렸다. 두성이는 협객들을 이끌고 장원을 떠나 무림맹의 군사들이 모여 있는 서녕으로 향했다.



* * *



대마혈궁의 궁주 혁밀지의 안색은 시퍼렇다 못해 아주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안색과는 대조적으로 눈에서는 붉은 마기가 흘러나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고 몸은 노여움으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우으윽!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바로 앞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하는 환영영주는 물론, 뒤에 바짝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있는 부하들까지 숨소리하나 내지 못했다.


“성녀를 데리고 온다는 놈은 말할 것도 없고, 천오백여 명의 부하들이 몰살당했다는 것이 말이 되냐? 이 개잡놈의 새끼들아!”


“우아악!”

“와작!”


혁밀지는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찻잔을 내던졌다. 찻잔에 얻어맞은 환영영주의 머리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서역의 군사들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느냐?”

“......”

“이것들이? 말을 씹어?”

“......”

“그 그게..., 주 중간에서 돌아갔다고 합니다.”


“출정했다가 회군했다고? 으으으....!

이런 의리 없는 오랑캐새끼들!”

“구 궁주님, 고정하십시오.”

“지금 이 상황에 고정하라고?”


혁밀지가 말한 놈의 옆구리를 걷어차자 놈은 붕 떠서 벽에 처박혔다.


“이제 믿을 것은 오직 우리의 비약밖에 없다. 비약의 수급은 어찌 되었느냐?”

“지금까지 만든 것이 백네 개인데 원재료가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하들을 보내 직접 갖고 오라고 시켰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적어도 오백여 개가 필요해, 더 박차를 가해 만들어라!

우리들의 출정은 비약이 오백 개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모두 분발해라.

해산!“


비약을 먹은 놈들은 혼자서도 오십여 명을 상대할 수 있었다. 오백여 명이라면 이만오천여 명의 적들을 무난히 상대할 수 있으니 놈들을 박살내기엔 충분했다.


부하들이 비실비실 물러나자 혁밀지는 찻물을 주전자채로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안쪽의 별실로 향했다. 별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혁밀지는 탁자 앞에 앉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마령영주, 놈들의 움직임은?”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그림자처럼 나타난 삼대영주의 하나인 마령영주, 방화태가 고개를 숙이며 서있었다.


“놈들의 선두가 서녕에 집결했고 후속부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이곳으로 쳐들어올 기세입니다.”

“규모는?”

“어림잡아 한 오천여 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정도라면 우리가 출전해서 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긴 하지만 비약을 충분히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내 생각도 그렇지만 문 앞에서 알짱거리는 쥐새끼 같은 놈들이 신경이 쓰이는군.”

“지금 거대한 투석기를 만들고 있는 중인데 아직 다섯 기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열 기 이상을 만들어야 놈들에게 원거리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 때가지 만이라도 기다리시는 게 어떠실른지요?“

“음, 그게 좋겠군.”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그때였다, 얼굴색이 변한 환영영주가 급하게 들어와 부복하였다.


“무슨 일인가?”

“낭인부대는 물론 독수방까지 탈탈 털렸다고 합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독수방까지?

그렇다면 비약의 재료가 없다는 말이잖아?“

“......”

“으으윽!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것들!

놈들을 싹 쓸어버리겠다.

모두 출동시켜라!

당장!!“


대마혈궁은 갑자기 들려오는 종소리와 함께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준비했던 전쟁무기와 식량 등등을 점검하고 갑옷을 걸친 병사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이제 바야흐로 피를 튀기는 대규모 정사의 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 * *



두성이는 군사들을 이끌고 서녕으로 가는 도중에 환영영주와 만났을 때, 사룡검을 휘두르자 모든 것이 멈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나타날 지경이었다.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일어난 것이다. 모든 것이 꿈같아서 아직도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중간에 야영을 하면서 홀로 숲속에 들어가 사룡검을 뽑아들고 아무리 휘둘러봐도 전처럼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


검에 내력을 잔뜩 쏟아 넣고 온 정신을 집중해서 종으로 횡으로 휘둘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직 시간이 멈춘 그때의 순간만 생각하고 생각하며 일심전력으로 사룡검을 휘둘렀다.


한번.

두 번.

세 번.

.

.

.


정신일도 하사불성 (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겠는가.

마음을 다스리는 자신과 의지의 싸움이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두성이의 움직임과 집념이 멈춘 것은 새벽녘이었다.


훤하게 밝아오는 동녘, 잠에서 깬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할 때,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춘 것이다.


주위에 어떤 움직임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바람도 멈췄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尊).

'우주 가운데 자기보다 더 존귀한 이는 없다'는 석가모니가 태어났을 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이다.


그러나 현 상태는 그 말이 아니다.

유아독존 (唯我獨存), 오직 나 혼자만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두성이가 한 발 움직이려다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온 몸의 진력이 다 빠져나가 몸을 지탱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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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3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2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3 5 11쪽
96 제96화, 재회 23.10.06 212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8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8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4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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