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목로 님의 서재입니다.

사룡검 시간을 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목로
작품등록일 :
2023.06.06 22:54
최근연재일 :
2023.11.01 13:07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57,216
추천수 :
856
글자수 :
509,104

작성
23.10.06 18:00
조회
212
추천
4
글자
10쪽

제96화, 재회

DUMMY

만약 자신의 추태가 본부에까지 알려진다면 결코 목숨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았다.


놈은 아직 나이도 적었고 글방서생처럼 곱상한 외모로 볼 때 무공도 높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혼자였다.


놈을 단숨에 처치해버린다면 두고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 간단하게 독으로 해치우자. 노팔보는 한쪽 입 꼬리를 비틀며 음흉한 눈빛을 흘렸다.


집안으로 들어온 노팔보는 방문 밖에서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다.


“대협,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나와 보십시오.”

“수고했소.”


두성이는 잔에 남은 술을 마시고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두성이가 문지방을 넘는 순간에 노팔보는 두성이 앞에 독이든 공을 던지고 재빨리 벽에 늘어진 굵은 줄을 잡아당겼다. 바닥에 설치된 함정의 아가리를 여는 장치였다.


“펑!!”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퍼지며 시야를 가리자 두성이는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며 앞으로 뛰었다.


독연기라해도 만독불침인 두성이를 해칠 수는 없었지만 치사하고 야비한 놈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두성이 발밑에는 사방 열두 자의 함정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시꺼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독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있었기에 두성이는 영문도 모른 체 함정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어!”

“어?”

.

.

“첨벙!!!”

“읍!”


한참을 떨어져 내리던 두성이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빠졌다가 수면위로 떠올라 간신히 숨을 내쉬었다. 그때 위에서 얼굴을 들이민 노팔보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터뜨리며 시답잖은 말을 내뱉었다.


“흐흐흐, 어린놈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가 호락호락 당할 줄 알았느냐?

네놈은 그곳에서 물귀신들과 놀고 있어라,

난 위에서 동매와 운우지락을 즐기고 있으마.

흐흐흐흐!“


함정의 아가리가 스르르 닫히자 끝없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빛줄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이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웬만한 추위는 거뜬히 넘길 수 있었으나 어름처럼 차가운 물속에 바동거리며 떠 있자니 지독한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몸은 말할 것도 없고 이빨마저 저절로 덜덜 떨렸다. 이대로 있다간 굶어죽는 건 고사하고 얼어 죽을 것 같았다.


헤엄을 쳐 가장자리로 돌아다니며 벽을 만져보니 울퉁불퉁한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치 커다란 우물 속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물이 얼마나 찬지 벌서부터 손발의 감각이 무뎌진 것 같았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딱히 방법이 없었다.


두성이는 군자검을 뽑아들고 내력을 검에 실었다. 정신을 집중해 바위벽에 검을 옆으로 박아 넣었다. 단단한 바위를 뚫고 군자검이 반이나 박혔다.


두성이는 검 위로 올라가 벽에 등을 기대고 조심스럽게 앉았다. 한 자루의 검에 몸을 싣고 중심을 잡은 두성이는 가부좌를 틀었다.


운기조식을 하는 두성이의 몸에서 열기가 흐르자 떨리던 몸에 온기가 돌며 젖은 옷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다.



한편, 설악귀에게 상처를 입은 마동탁과 초대봉 그리고 탁일문은 상처를 응급처치하고 기력을 회복하면서 저마다 설악귀와 싸우던 정황을 복기하고 있었다.


일순간에 설악귀의 몸 상태가 바뀌며 상상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힘을 발휘하였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죽음을 겁내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 대마혈궁의 비약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 비약은 사람을 흉포하고 잔인한 야수로 변하게 했다. 그 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놈들이 복용한다면?


과연 정파의 협객들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났고 끔찍했다.


정말로 무림의 안위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했다.


그런데 의당 돌아와야 할 두성이가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주위만 둘러보고 온다고 했는데 무슨 사달이 난 게 아닐까?


세 사람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밖에서 서성이던 깔끔이가 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두성이를 찾아야 돼!”


뛰어나가는 깔끔이를 따라 세 사람도 쫓아 나왔다. 깔끔이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세 사람은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탁일문이 상가 쪽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상인들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이 시각에 운기조식하고 있던 두성이는 물 밑에서 이는 작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기감을 펼쳤다. 수면에 이는 미세한 물결의 파동이 느껴졌다.


물밑 저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눈을 뜨고 밑을 내려다보니 짙은 어둠속에서 시뻘건 두 개의 눈깔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위험을 느낀 두성이가 건너편 암벽을 향해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쿵! 하고 암벽이 부서질 듯 진동을 했다.


“첨벙! 첨벙!”


거센 충격에 암벽이 부서지며 돌조각들이 물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두성이가 피하지 못했다면 온몸이 박살이 나고 뭉개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위에서 여인과 느긋하게 즐기던 노팔보가 밑에서 울리는 커다란 진동에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란 얼굴로 뛰어나와 벽에 걸린 굵은 줄을 잡아당겼다.


함정의 문이 열리자 노팔보는 호기심이 가득 찬 눈길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어둠속에서 정확히 두성이의 기척을 감지하고 머리로 들이박았던 시뻘건 눈의 괴물이 갑자가 빛이 들어오자 위로 대가리를 뽑아 올렸다.


노팔보는 두 눈깔이 시뻘건 괴물이 어둠속에서 갑자기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 튀어 오르자 혼비백산해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가떨어졌다.


혼이 반쯤 나간 노팔보는 그대로 뒤로 데굴데굴 굴러 대청을 빠져나갔다. 온몸이 떨려서 일어설 수도 없었다. 살다 살다 이렇게 끔찍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위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괴물이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구렁이라는 걸 알게 된 두성이는 반대편 암벽을 박차고 검이 박힌 곳으로 몸을 날렸다.


몸통이 한아름이나 되는 커다란 구렁이는 전해져 내려오는 묵망사(墨蟒蛇)란 일종의 이무기였다.


함정 입구까지 몸을 곧추세웠던 이무기의 길고 커다란 몸통은 힘이 다했는지 다시 밑으로 떨어졌다.


“텅!”


거대한 몸뚱이가 떨어져 내리자 그 반동으로 물이 세차게 튀어 올랐다. 생사기로에 선 두성이로서는 마지막 남은 절호의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살아날 기회는 없었다. 이 차디찬 물속에 짧았던 생을 묻어야 했다.


암벽에서 검을 빼어든 두성이는 온몸의 내력을 칼끝에 모으고 이무기의 옆구리에 들이박았다. 갑작스런 공격에 이무기가 몸을 비틀며 요동쳤다.


두성이는 칼을 깊이 박은 채로 발로 물을 차며 몸통을 따라 내려갔다. 웬만한 창검에는 흠집도 나지 않는 이무기의 껍질이 깊은 내력이 담긴 칼날에 그대로 잘려나갔다.


옆으로 길게 베어진 이무기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와 누런 진액이 주위로 뭉글뭉글 퍼져나가자 이무기는 움직임을 멈추고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위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새까맣던 물속이 어느 정도 보였다. 바닥에 가라앉은 이무기의 몸 밑에 참외만한 흰빛이 어른거렸다.


숨을 크게 들이쉰 두성이는 밑으로 잠수했다. 이무기의 몸뚱이 밑에는 빳빳하게 굳은 사체들이 보였다.


모두 네 구였는데 서로 싸웠는지 모두들 치명적인 상처가 있었고, 물이 워낙 차가워서 부패하지는 않았다.


그 사체 중, 하나의 가슴에 꽂힌 비수에서 희미한 빛을 발하며 주위를 밝혀주고 있었다. 아마도 위에서 들어온 빛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죽은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두성이는 비수를 뽑아들었다. 생각보다 묵중했고 손을 통해 전해지는 기운이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물 위로 올라온 두성이는 예사롭지 않은 비수를 시험해보려고 암벽을 찍었다.


“푹!”


생각보다 쉽게 암벽에 박혔다. 생각했던 대로 일반적인 비수가 아니었다. 두성이는 군자검과 비수를 양손에 쥐고 번갈아 암벽을 찍으며 위로 올라갔다.


밑으로 열린 함정의 문을 향해 몸을 날리고 비수로 문을 찍어 체중을 옮긴 두성이는 다시 위로 뛰어오르며 함정을 빠져나왔다.


죽음 문턱까지 갔었던 일들이 꿈만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은 두성이가 밖으로 나오자 아직까지 두려움에 떨던 노팔보가 기겁을 해서 뒤로 도망쳤다.


“억?”


마침 깔끔이와 들이닥친 마동탁이 노팔보의 멱살을 움켜쥔 것이다.


“주공! 무사하셨군요!”

“주공!”

“흥! 멋대로 혼자 다니더니 혼쭐이 났지?”


깔끔이가 눈을 흘기며 비아냥거렸다. 두성이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다.


“미안, 용케도 잘 찾아왔네.”

“앞으론 좀 더 조심해라!”


깔끔이가 점잖게 훈계를 하자 두성이가 무안해서 뒷머리를 긁었다.


탁일문이 설악귀의 일을 얘기하자 두성이도 함정에 빠졌던 일을 말해줬다. 멱살이 잡힌 노팔보의 얼굴에 돌덩이 같은 주먹을 꽂아 박은 마동탁이 소릴 질렀다.


“이놈아! 조 의원은 어디에 계시냐?”


그러나 안면이 함몰되고 목뼈가 부러진 노팔보가 대답할 일이 없었다. 마동탁은 침을 뱉으며 죽은 노팔보를 옆으로 던지고 손바닥을 털었다.


“자, 빨리 조 의원을 찾아봅시다.”


일행들은 뒤쪽에 있는 통나무집에서 조 의원과 같이 연구하고 있던 다른 의원 넷을 찾아냈다. 갖가지 실험도구들 앞에서 연구에 열중하고 있던 의원들은 두성이 일행이 들이닥치자 놀라서 모두 일어났다.


“할아버지!”

“어? 두성아!”


두성이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글썽거렸다.


“두 두성아!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난 건강하단다, 넌 어디 다친 데 없지?”

“네, 할아버지. 고생 많으셨죠?”

“놈들한테 끌려오긴 했지만 자유가 없어서 그렇지 지낼만했다.”

“전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네가 마음고생이 심했구나.”


조 의원은 다 자란 두성이를 껴안고 가슴이 먹먹해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룡검 시간을 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일 23.06.19 757 0 -
110 제110화, 아, 취영아! - 완결- 23.11.01 124 4 16쪽
109 제109화, 무공을 폐하다 23.10.30 118 5 10쪽
108 제108화, 성녀 설중매 23.10.28 133 3 10쪽
107 제107화, 궁주 혁밀지 검을 뽑다 23.10.27 138 3 10쪽
106 제106화, 기동대의 활약 23.10.25 146 4 10쪽
105 제105화, 유아독존 (唯我獨存) 23.10.23 154 3 10쪽
104 제104화, 시간이 멈췄다 23.10.21 153 4 11쪽
103 제103화, 첫 승리 23.10.20 165 5 12쪽
102 제102화, 정사대전의 서막 23.10.18 163 5 10쪽
101 제101화, 척살대 척살하다 23.10.16 183 5 10쪽
100 제100화, 혈미상단 23.10.14 190 4 10쪽
99 제99화, 두 개의 장원 23.10.13 202 3 11쪽
98 제98화, 마동탁의 활약 +3 23.10.11 199 4 10쪽
97 제97화, 신궁 神弓 23.10.09 203 5 11쪽
» 제96화, 재회 23.10.06 213 4 10쪽
95 제95화, 독수방 방주 노팔보 23.10.04 223 3 12쪽
94 제94화, 궤멸 潰滅 23.10.02 232 3 10쪽
93 제93화, 낭인부대와 전투 23.09.30 252 3 10쪽
92 제92화, 낭인곡 십자검 채이평 23.09.29 248 4 10쪽
91 제91화, 모홍강의 말로 23.09.27 234 4 10쪽
90 제90화, 소인배 모홍강 23.09.25 238 4 11쪽
89 제89화, 오독교주 사명명 23.09.23 240 4 10쪽
88 제88화, 오독교 23.09.22 258 4 10쪽
87 제87화, 지피지기 백전불태 23.09.20 275 5 10쪽
86 제86화, 사천당문 23.09.18 280 4 11쪽
85 제85화, 외나무다리 23.09.16 309 5 11쪽
84 제84화, 걸개법사와 탈혼수 23.09.15 315 4 11쪽
83 제83화, 팔방풍우(八方風雨) 진정일 23.09.13 314 7 11쪽
82 제82화, 지하동굴의 노인 23.09.11 325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